백일 법문 080-07 /퇴옹 성철
제8장 선종사상
2. 견성의 본질
4) 사중득활(死中得活)07
마음이 안온하며 꽉 차 있고
살 방도가 차고 서늘한 때에
문득 겁(劫)이 공함을 보아서
털끝만큼도
인연의 번뇌를 짓지 아니하고
실끝만큼도 장애를 지음이 없다.
공허함이 지극하여 광명이 있고
청정함이 원융하여 빛나니
만고에 뻗쳐
혼매하지 않는 한 사실이 있다.
田地穩密密處와 活計冷湫湫時에
便見劫空하여
無毫髮許도 作緣累하며
無絲糝許作障翳하여
虛極而光하고 淨圓而耀하여
歷歷有亘萬古不昏昧底一段事로다.
[宏智錄]
‘공허함이 지극하여 광명이 있다’ 함은
일체가 공한 크게 죽은 경계인
쌍차(雙遮)를 말하고,
‘청정함이 원융하여 빛난다’ 함은
크게 살아난 경계인
쌍조(雙照)를 말합니다.
적적한 가운데 광명이 있고
광명 가운데 적적하여서
억천만 겁이 지나도록
언제든지 어둡지 아니하는
이런 경계는
진여본성을 깨치고
진여대용이
현전한 사람의 경계입니다.
제8 아뢰야 무기식까지
영원히 없앤
참으로 크게 죽은 경계의
대공적(大空寂) 가운데서
크게 살아나서 발하는 대광명은
억천 겁이 지나도 옛되지 않고
만세에 뻗쳐 늘 지금이니
이것이 부처님과 조사들이
바로 깨친 경계이며
이것을
대적광(大寂光)이라고 합니다.
임제종에 있어서는
대기대용(大機大用)으로
밀고 나가지만
마음자리[心地] 문제에 있어서는
조동종이 아주 섬세하여서
‘미세조동(微細曹洞)’
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는만큼,
이러한 자세한 법문이 많이 있지만
여기서는
천동 굉지스님의 법문을 인용했습니다.
만약에 식음(識陰)이 다 없어지면
둥글고 밝은 청정한 묘심이
그 가운데서 피어나니
깨끗한 유리병 속에
보배 달을 넣은 것과 같다.
이에 십지와 등각을 뛰어넘어
여래의 묘장엄 바다에 들어가서
보리를 원만히 성취하여
무소득으로 돌아간다.
識陰이 若盡則圓明淨心이
於中에 發化하여
如淨瑠璃內含寶月하여
如是乃超十地等覺하여
入於如來妙莊嚴海하여
圓滿菩提하여
歸無所得이니라.
[楞嚴經]
식음(識陰)이란
제8 아뢰야를 말합니다.
오매일여의 크게 죽은 데서
다시 크게 살아나는 것을
‘깨끗한 유리병 속에
보배 달을 넣은 것과 같다’고 하며
안과 밖이
철저하게 밝게 되는 것이니
진여본성을 깨친 성불의 경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슨 소득이 있느냐 하면
무소득으로서
한 법도 얻을래야 얻을 수 없고
버릴래야 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만약 식음(識陰)이 없어지면
바야흐로 지위를 뛰어넘어
무소득을 요달하여
구경을 원만히 성취하니
깨끗한 유리병 속에
보배 달을 넣어 놓은 것과 같다.
若得識陰盡하면 方超地位하여
了無所得하여 究竟圓成하여
如淨瑠璃內含寶月이니라.
[宗鏡錄]
선가에서도 구경각을
‘깨끗한 유리병 속에
달을 넣어 놓은 것과 같다’
고 표현하는데,
크게 죽은 데서 크게 살아나는 것을,
고요하면서 서로 비친다
[寂而雙照]느니,
비치면서 서로 고요하다
[照而雙寂]고 말합니다.
우리가 공부할 때는
부지런히 부지런히 해서
크게 죽어서 크게 살아나야지
아직 죽지도 못하여
망상분별이 기멸하는 경계에서
견성했다고 착각을 일으키든지
혹은 그런 망견을 가지고
남을 지도하게 된다면
저 망하고 남 망치는 것입니다.
한번 죽어서
크게 살아나야 하는 것이니
죽은 경계에 머물러 있으면
그것은 산송장이지
산 사람은 아니니
오매일여가 되었다 해도
크게 살아나야
안과 밖이 철저하게 밝아서
구경각을 성취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