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법문 023-1/퇴옹 성철
2. 삼종론1
인도의 중관파를
중국에서는 삼론종이라 하는데
삼론종이란
용수보살의 [중론]과
역시 용수보살의 저술인
[십이문론(十二門論)],
그리고 용수의 제자인
제바소살의 [백론(百論)]을 가리킵니다.
이 삼론을 한문으로 번역한 이가
바로 구마라집
(鳩滅什) 법사이므로
삼론종의 개조는 구마라집으로 봅니다.
이 구마라집의 문하에서는
삼론의 연구가 활발하여
승예(僧叡). 승조(僧肇)등의
뛰어난 삼론학자가 다수 배출되어
여러 저술을 남겼습니다.
삼론종의 학문적 계승은
구마라집 이후
약 100년 뒤에
활약한 승랑(僧郞)부터
그 법맥이 확실합니다.
승랑은
고구려 요동(遼東)출신으로
중국의 북쪽지방에서
구마라집의 교학을 배워
삼론과 화엄에 뛰어났으며,
강남으로 와서
여러 사람들을 가르쳤습니다.
특히 관료이며 현학가(玄學家)인
주옹(周翁)은
승랑에게 사사하여
삼종론(三宗論)을 지어
삼론종의 기본뜻을 밝히었고,
불심천자(佛心天子)라는
양(梁)무제(武帝)는
승랑에게 승전(僧銓)등
열 명의 승려를
보내 수학하게 하였습니다.
삼론종에는
예로부터
고삼론(古三論)과
신삼론(新三論)의 구별이 있으며,
승랑 이후부터를
신삼론이라고 규정합니다.
삼론학의 대성자인
길장(吉藏)은
승랑을 섭령대사(攝嶺大師)
혹은 섭산대사(攝山大師)라고 부르며
매우 존중하였으며
길장의 교학 정립에
승랑대사의 학설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구려의 승랑대사에 의해
발전된 중국의 삼론학은
여러 명의 제자 중
지관사(止觀寺)의
승전(僧銓)에게 상승되고,
다시 흥황사(興皇寺)
법랑(法郞)에게 계승되어
삼론교학은
길장(吉藏)에 의해 집대성되었습니다.
길장(吉藏;549-623)은
그의 조부(祖父)가
안식국(安息國;parthia)에서
중국 남쪽으로 이주해 온
독실한 불교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 아버지를 따라
유명한 역경승(譯經僧)인
진제삼장(眞諦三藏)에게 찾아가서
길장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그는 11세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은 뒤
그 명성이 더욱 높아지고,
수(隋)나라로 통일된 후
가상사(嘉祥寺)에서
7-8년간 머물며
삼론을 연구한 인연으로
그를 가상대사(袈祥大師)라고도 합니다.
그 뒤 천태종의
지의(智의)스님과 교류가 있었으며,
나중에 수 양제(隋 煬帝)의 칙명으로
혜일사(慧日寺),
일엄사(日嚴寺)에 거주하며
삼론과 법화경 등을 연구하였습니다.
그는 중국 제일의
찬술가에 속할 만큼
많은 저술을 하였는데,
현존하는 것만으로도
26부 110권이나 됩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저서로는
[삼론현의(三論玄義)],
[중관론소(中觀論疏)],
[십이문론소(十二門論疏),
[백론소(百論疏)],
[이제의(二諦義)]와
[화엄경유의(華嚴經遊意)],
[유마경유의(維摩經遊意)].
[금강경의소(金剛經義疏)].
[법화경의소(法華經義疏)]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길장스님의 저서는
대부분 반야. 유마. 법화. 화엄 등
대승불교 초기의 중요경전과
용수 교학인 삼론에 관한 것들이며,
특히 용수 교학에 관하여
빼어난 저술을 가장 많이 지었습니다.
길장은 중론. 십이문론. 백론의
삼론을 근본으로 삼아
삼론종을 집대성하여
교학발전에 공헌을 많이 하였으나,
문자에만 치중하여
실제로는 마음을
열지 못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삼론종의 종지(宗旨)에 있어서
공을 설하고
중론을 근본 뜻으로 삼았지만,
중론의 깊은 뜻을
바로 보았다고 취급하지는 않습니다.
이 스님은 천태(天台)스님과
동시대인으로 자기가
천태스님을 알기 전에는
자신의 의견이 옳고
용수보살의 뜻을
근본적으로 잘 계승하여
이것을 충분히 발휘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천태스님의 저술을 보고는
자기가 실제로
불법의 정점에
어느 정도 다가가다 말았을 뿐
사실은
부처님의 근본 뜻을 알지 못했으며
중론을 바로 보지 못했다고
스스로 말한 분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저술을
힘이 미치는 데까지
스스로 불질러버리고
자신의 저술이 잘못되어
중대한 과오를
범했다고까지 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러나
삼론에 대한 연구는
이 스님의 견해가 참으로 깊어서
비록 삼론종이
천태종이나 화엄종에 비하여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불교학을 논하는 데 있어서는
삼론종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삼론종에서 말하는
근본원리가 어떤지
대략적인 설명만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