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법문 033-2/퇴옹 성철
3. 심식설(心識說)
4) 8식송(八識頌)02
“갈 때는 나중에 가고
올 때는 먼저 와서
주인공이 되느니라.”
去後來先하여 作主公이라.
갈 때란
죽을 때를 말하는 것이고
올 때란
새로 몸을 받아서
태어날 때를 말하므로
이것은 곧
생사윤회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사람이 죽을 때는
의식이 전부 그치고
제7식은 작용을 못하지만
제8아뢰야식만은
생명을 마칠 때까지 남아 있다가
생명이 끊어질 때, 즉
윤회할 때
최후까지 남아서 따라갑니다.
또 사람이 다시
몸을 바꾸어 환생할 때에
제6식이나
제7식은 작용하지 않지만
제8아뢰야식은
제일 먼저 와서
그 중생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부동지 이전에
이미 장식(藏識)을 버리고.”
不動地前에 재捨藏하고
제8지인 부동지 전인 7지가 되면
훈습된 번뇌종자를
함장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이름 붙여진 장식(藏識)이란
명칭을 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부동지에서부터는 장식 대신
이숙식(異熟識)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금강도 후에
이숙식이 공(空)해지며,”
金剛道後에 異熟空하며
금강도(金剛道)는
등각보살이 금강대정(金剛大定)에
들어간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이숙식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금강도 후, 즉
대원경지가 현발할 때에
비로소 이숙식이
완전히 공해지는 것입니다.
이숙식이란
선악의 업(業)으로
인하여 받게 되는 과보로서
이 이숙식이란 명칭은
범부로부터
금강도의 보살에
이르기까지 적용되며,
오직 불과(佛果)인
묘각(妙覺)에서만
그 명칭이 사라집니다.
그러므로
대원경지에 이르러서야
제8아뢰야식은
행상이 미묘하고 깊어서
알기 어렵고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등각 후인
묘각(妙覺)에 가서야
이숙식이 공함을
성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원경지와
무구식이 동시에 발생하여,”
大圓無垢가 同時發하여
대원(大圓)이란
대원경지(大圓鏡智)를 말하는데,
유루(有漏)의
아뢰야식이 전환될 때
나타나는 청정하고 원만한 지혜입니다.
그리고
무구(無垢)란
유루의 아뢰야식이
무구식(無垢識)
또는 백정식(白淨識)이 되는 것,
즉 진여를 뜻합니다.
이 둘은 동시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제8아뢰야식이
무구식 즉 백정식이 될 때
대원경지가 나타나며,
대원경지가 나타날 때
바로 무구 백정식이 되는 것입니다.
'동시에 발생한다'고 하여
대원경지와 무구식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이 둘은 말만 다를 뿐
그 자체는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 둘이 발생할 때
부처님이 경지인
묘각의 자리에 오르는 것입니다.
“널리 시방의 모든 세계를 비춘다.”
普照十方塵刹中이로다.
아뢰야식이 전환하여
대원경지를 이루고
그 광명이 널리
시방의 모든 세계를
두루 비추게 되는 것입니다.
자고로
고불고조(古佛古祖)중에서
옳게 공부하여
참 조사 노릇을 한 이들은
모두가 미망(迷妄)의 뿌리가
완전히 빠진 자리에서
견성했다고 말했지,
어느 한 사람도
아뢰야식의 뿌리가 빠지기 전에
견성했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감산스님도
[팔식규거통설(八識規矩通說)]
마지막 부분에서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의식이 그대로 있을 때는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의식이 완전히 끊어져
제7지 보살의 경지인
무상정(無想定)이 될 때에도
제7말나식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완전히 색자재(色自在)의
멸진정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몽중일여(夢中一如)로
꿈속에서는 일여(一如)하지만
오매일여(寤寐一如)는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7말나식의 근본이
완전히 빠져버리게 되면
멸진정(滅盡定)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때에는
숙면에서도 일여가 되어
오매일여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종경록]이나
[유식술기]등에도
자세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공부를 완전히 성취한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도 제8마계(第八魔界)
라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무심(無心)의 경지에
도달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무심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재보살로서
색자재(色自在)하고
심자재(心自在)하고
법자재(法自在)하지만
제8지. 제9지. 제10지.
등각보살들도 공에 빠지고
적멸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枕空帶寂)
아직
아뢰야 마계에 있는 것이 되므로
자성을 바로 본 것이 아닙니다.
물론 장식(藏識)이라는
이름은 버렸지만
아직도 이숙식(異熟識)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므로
색자재 이상에 가서
이숙식이 완전히 공한
대원경지를 증득해야만
공부를 바로 한 사람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