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법문 006/퇴옹 성철
절대적 인관관 (3)
3) 참선 수행
이제까지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고 계속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면
우리들의 마음을
깨치려고 하면
여러 방법이 있는데
교(敎)에 있어서는
중생의 근기에 따라
삼승십이분교가 벌어지고
또 선(禪)에 있어서는
언어문자를 버리고
바로 깨쳐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선의 근본 입장에서 볼 때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기 전에
이미 알아 맞혔다해도
공연히 땅에서 넘어져
뼈를 부러뜨리는 사람입니다.
하물며
덕산스님이 비오듯이
몽둥이로 때리고
임제스님이 우뢰같은
할(喝)을 한다 하여도
관 속에서 눈을 부릅뜨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송장이 관에서
아무리 눈을 떠 봐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내가 법상에 앉아서
쓸데없이 부처가 어떻고
선이 어떻고 교리가 어떻고
이러니 저러니 하는
이 법문은
중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생들에게
독약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나의 이 법문이
사람 죽이는 독약 비상인 줄
바로 알것 같으면
그런 사람은 어느 정도까지
불법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부처되려는 병,
조사(祖師)되려는 병,
이 모든 병을 고치는 데는
우리의 자성을 깨쳐서
모든 집착을 벗어나면
참으로 자유 자재한
사람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서는
집착을 버릴래야 버릴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정신이 바른 사람이라면
부처님이나 달마조사가 와서
설법을 한다 하여도
귀를 막고 달아나 버려야 합니다.
예전에 무착(無着文喜)스님이
오대산에 가서
문수보살을 친견하려고
그 절 공양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큰 가마솥에
팥죽을 끓이고 있는데
그 팥죽 끓는 솥 위에
문수보살이 현신(現身)하였습니다.
보통사람 같으면
큰 종을 치고 향을 피우고
대중을 운집(雲集)시키려고
야단했을 터인데
무착스님은
팥죽을 저었던 주걱으로
문수보살의 뺨을
이리치고
저리치면서 말했습니다.
"문수는 네 문수며
무착은 내 무착이로다
(文殊自文殊 文喜自文喜). "
그와 같이
이 대중 가운데서
'성철은 너 성철이고 나는 나다.
긴 소리 짧은 소리
무슨 잠꼬대가 그리 많으냐'
하고 달려드는
진정한 공부인이 있다면
내가 참으로
그 사람을 법상 위에 모셔 놓고
한없이 절을 하겠습니다.
그런 무착 스님의 기재가
참으로 출격장부(出格丈夫)이며
시퍼렇게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내 밥 내 먹고 얻을 수 없다'
고 하는 말씀이 있는데
스님은 지금
어느 마음에
점심을 하시려고 하십니까. "
"점심(點心)먹겠다. "
고 하는 말을 빌어
이렇게 교묘하게 질문했습니다.
자기가 지금까지
그렇게도 [금강경]을
거꾸로 외우고 모로 외우고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떡장수 노파의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다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래서 노파에게 물었습니다.
"이 근방에 큰스님이 어디 계십니까?"
"이리로 가면
용담원(龍潭院)에
숭신(崇信)선사가 계십니다.
점심도 먹지 못하고
곧 용담으로 숭신선사를 찾아 갔습니다.
"오래 전부터
용담(龍潭)이라고 말을 들었더니
지금 와서 보니
용(龍)도 없고 못(潭)도 없구만요. ".
하고 용담 숭신선사에게 말하니
숭신스님이 말했습니다.
"참으로 자네가 용담에 왔구만. "
그러자 또
주금강은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때부터 숭신스님 밑에서
공부를 하였는데
하루는 밤이 깊도록
숭신스님 방에거 공부하다가
자기 방으로 돌아오려고 방문을 나서니
밖에 너무 어두워
방안으로 다시 들어 갔습니다.
그러니 숭신스님이
초에 불을 켜서 주고
덕산스님이 받으려고 하자
곧 숭신스님이 촛불을
훅 불어 꺼버렸습니다.
이때 덕산스님은 활연히 깨쳤습니다.
그리고는 숭신스님께 절을 올리니
용담스님이 물었습니다.
"너는 어째서 나에게 절을 하느냐. "
"이제부타는 다시
천하 노화상들의 말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
그 다음날 덕산스님이
[금강경소초]를 법당 앞에서
불살라 버리며 말했습니다.
'모든 현변(玄辯)을 다하여도
마치 터럭 하나를 허공에 둔 것 같고,
세상의 추기(樞機)를 다한다 하여도
한 방울 물을 큰 바다에 던진 것 같다. "
그후 후배들을 제접할 때는
누구든지 보이기만 하면
가서 몽둥이(捧)로 때려 주었습니다.
그래서 덕산스님이
법 쓰는 것을 비유하여
'비오듯이 몽둥이로 때린다. '
고 평하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씩
대중방을 뒤져
책이란 책은 모조리 찾아내어
불살라 버리곤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도 참선에 신심을 내어
자성을 바로 깨치도록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