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X60cm 제목-마음의메아리2 재료-oil on canvas
60.6X41cm제목-마음의메아리1 재료-oil on canvas
41X31.8cm 제목-마음의메아리3 재료-oil on canvas
남정숙의 최근 작업은 자작나무로부터 비롯되었다. 하얀색의 자작나무는 시각적으로 독특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른 형태의 나무와 확연히 구별된다. 더구나 자작나무는 대체로 곧바르게 자란다. 구부러진 형태의 일반적인 나무와 다른 이와 같은 특징은 미를 추구하는 화가의 표현 욕구를 자극하기 십상이다. 나무 자체에 심미적인 안목을 자극하는 형태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그는 이전의 작업과 마찬가지로 나무의 줄기가 회색 또는 옅은 청색으로 바뀌는가 하면, 기다란 띠와 같은 단순 구조의 이미지를 나열하는 식의 배치방식을 보여준다. 초기의 작업은 자작나무를 상징하는 하얀색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입장이었다. 하얗다는 자작나무의 상징적인 색채이미지를 통해 어떤 식으로든지 자작나무와의 연관성을 강조한 셈이다. 최근 작업은 여기에서 한 걸음 진전하고 있다. 내용적으로 보다 풍부한 조형의 변주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자작나무의 형태를 그대로 가지고 가면서 서정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는 경향이다. 여기에는 달의 이미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달의 이미지는 서정성과 내용을 담기 위한 설정이다.
그런가 하면 인간을 상징하는 조그만 선이나 점이 등장한다. 이렇듯이 최근 작업은 시각적인 이미지는 물론이려니와 내용이 한층 풍부해졌다. 인간의 이미지가 등장함으로써 스토리가 생기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가 하면 수직의 이미지는 자작나무라는 전제조건을 벗어나 일반화된 나무라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기에 나무의 이미지가 청색이나 회색과 같은 색채로 표현되기도 한다. 배경의 색채이미지도 한층 두터워지고 밀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자칫 간결한 이미지에서 오는 심심하다는 느낌 또는 그와 반대로 너무 관념적이라는 시각을 벗어날 수 있을 만큼 깊다는 느낌이다. 한편 최근 작업에서는 수평의 선을 기반으로 하는 바다의 이미지가 추가되었다. 바다를 연상시키는 구체화된 형태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평으로 이어지는 띠가 존재함으로써 바다를 연상하게 된다. 이는 자작나무 이미지의 작품을 옆으로 뉘인 듯싶은 형국인데, 수평의 바다 이외는 유사한 이미지가 없으니, 자연스럽게 바다의 이미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의 작업에서는 바다라는 구체적인 설정이 없으니, 다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바다를 연상케 할 따름이다. 자연이나 어린 시절의 추억의 단편을 제재로 해온 작업과정을 보면 최근 작업이 우연의 산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실재하거나 실재했던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종국에는 그 자신의 내면세계, 즉 의식이나 감정을 개입시켜 주관적인 해석을 덧붙인다. 그리하여 눈으로 읽히는 데 그치지 않는 그 자신의 심상의 세계를 관철하는데 의미를 두는 것이다. 그의 최근 작업을 이해하는 단서는 여기에 있다.
신항섭(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