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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dicted to Mahler

아바도의 새 말러 3번

작성자Dorian|작성시간02.10.09|조회수456 목록 댓글 0
딴 데다 쓴 글을 약간 다듬었습니다(줄였습니다).

실황반입니다. 아바도가 베를린 필을 이끌고 이 음반에 수록된 공연을 지휘한 것은 1999년 10월, 이 때는 베를린 필 차기 상임 지휘자로 래틀이 선출된 직후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아바도의 와병과 수술 등을 비롯하여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죠. 아바도가 4월 26일의 고별 무대를 끝으로 베를린 필과 10여년간 맺어 온 관계를 끝낸 이상, 앞으로 이들 콤비의 연주를 음반으로 접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이 말러 3번 연주가 이번에 새로 발매된 것은 이런 점들을 고려해 불 때 정말 주목할 만한 일이죠. 게다가 아바도가 빈 필과 같은 곡을 녹음한 지 근 20년 만에 베를린 필과 작업한 것인만큼, 악단의 스타일과 지휘자 자신의 해석에서도 차이를 엿볼 수 있구요.

연주 얘기 전에, 몇 가지 이야기할 것이 있습니다. 다른 음반들을 들을 때보다 오디오 볼륨을 좀 더 높이시는 게 좋겠네요. 전체적으로 음량이 좀 작기도 하고, 무엇보다 섬세하게 포착된 약음들을 잘 듣기 위해서이지요. 만약에 휴대용 플레이어로 들을 경우에는 지하철 같은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pp나 ppp로 표기된 악구들을 듣기가 어려울 걸요^^;

톤이 좀 어두운 듯하고, 음질은 좋지만 모든 성부가 같은 비중으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실제 연주회장에서는 아마 그런 식으로 들릴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사실주의적 음향'이라 해야 할지...

아바도의 해석은 1악장부터 구녹음과 뚜렷이 구별됩니다. 실황이어서 그랬는지, 다이내믹과 템포의 진폭이 훨씬 커졌고 퍽 과단성 있는 연주를 들려주죠. 진행의 전체적인 균형을 중시하기보다는 그때그때의 악구들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있어서 전개부 후반의 행진곡 같은 대목에서는 매우 감칠맛 나는 연주를 들을 수 있습니니다. 실황임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앙상블은 정치한 편인데요, 현도 예전처럼 지나치게 두텁지 않으면서도 상당히 풍부한 음을 냅니다. 코다도 활기차기는 하나, 강한 대조를 보였던 이전 악구들에 비하면 다소 상식적인 마무리가 아닌지...

2악장은, 목관과 현의 음색 면에서는 역시 예전 녹음만 못한 게 사실이나 루바토를 효율적으로 구사하여 전체적인 완성도 면에서는 뒤떨어진다고는 하기 어렵겠네요. 템포가 전반적으로 빨라져 한적한 맛은 확실히 줄어들었지만.

3악장에서는 우선 바이올린 파트의 경묘한 움직임이 돋보입니다. 개개 대위 성부간의 극히 섬세한 균형이 인상적이었던 구녹음과 비교해 보면 아바도가 좀 거칠어진 면도 있으나, 그만큼 연주에 활기가 더해진 측면도 있죠. 포스트혼 에피소드 부분은 약간 직선적인 음색 때문에 매력이 덜해지긴 했지만, 음색 면에서 사사건건 빈 필과 비교한다는 것은 좀 가혹한 처사가 아닐런지... 악장 말미의 클라이맥스는 현의 움직임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터져나오기 때문인지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이런 대목은 쿠벨릭을 참고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오히려 금관의 최강음 직후에,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음으로 눈부시게 흩어지며 떨어져내리는 하프 쪽이 훨씬 멋진 연주를 들려주죠. 코다에서는 다시 활기를 얻어 무사히 악장을 마무리합니다.

4악장에서 드디어 성악이 등장하지만, 사실 라슨의 알토 솔로는 무난하다고는 할 수 있어도 특별한 느낌은 주지 않더군요. 구녹음에서 알토를 맡았던 제시 노먼에 비하면, 음색이나 성량 모두에서 한 수 뒤지고 있지 않나... 기악 쪽 연주가 더 특이점이 많습니다. 현악 연주는 극히 섬세하죠. 휴대용 플레이어로는, 사람들이 좀 있는 곳에서는 처음 알토 솔로가 나오기까지의 40여 초를 거의 들을 수 없을 정도니까요. 오보에의 포르타멘토 효과가 주는 느낌은 무척 독특하고, 현의 섬세함은 종지음(마지막 음)에 이르기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 음반은 5악장에서 빈 필과의 구녹음에 확실히 밀립니다. 누가 천하의 빈 소년 합창단과 대적할 수 있을까만. 그래도 번스타인(DG)때의 브루클린 소년 합창단처럼 그로테스크한 발성을 들려주진 않으니까... 알토 솔로 이후에 등장하는 금관은 상당히 위압적인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소년 합창이 영국 소년들이라 믿기지 않을만큼 선명한 딕션을 구사하는 점은 평가해주고 싶군요.

이전 연주와 가장 구별되는 악장은 마지막 악장인 6악장일 겁니다. 모든 악장이 구녹음보다 빠르긴 하지만, 여기서 4분 30여 초가 줄어든 것은 확실히 큰 변화지요. 좀 지루하긴 했어도 선율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는 적절했던 구녹음과 비교해 보면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있지만, 어느 쪽이 더 큰가에 대해선 듣는 분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고... 1주제는 레가토를 잔뜩 구사하며 등장하는데, 이어지는 악구들에서는 레가토가 별로 쓰이고 있지 않아 빠른 템포와 결합하여 매정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클라이맥스 대목도 좀 성급하게 연주되고 있구요. 아바도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빨리 끝내고 싶었던 것인지도... (어쨌건 투병 중이었으니까.) 다만 진행이 무척 힘차고 느슨한 데가 없다는 점은, 당시 자리를 메우고 있던 청중들한테는 좋았으리라 여겨집니다. 우리는 듣고 싶은 대목부터 골라 들을 수 있지만 그들은 그렇지 못했으니까요. 마무리도 힘찬 편이지요. 아사히나에 비하면 좀 덜하지만, 그 과도한 열기보다는 이쪽이 더 일반적인 호감을 얻기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만하면 참고가 되었겠지요? 아니 너무 많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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