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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한줄리뷰

[공연리뷰]급히 쓰는 N향 내한공연 후기

작성자Wand|작성시간14.06.02|조회수389 목록 댓글 5

 누가 들으면 폭소를 할 지도 모르고, 자칫 "친일파"로 매도당할지(?) 모르지만, 나는 N향의 오랜 팬이다.

어떤 지휘자가 오든 잘 정제되고 정확한 앙상블을 들려주는 그들의 기본적인 클래스는, 지휘자만 잘 만나면

베를린 필급의 연주를 심심찮게 들려주는 원동력이라고 항상 생각해 왔었다(7년 전에 도쿄 NHK 홀에서 직접 본

그들과 뒤트와의 연주는 정말 내 앞에 베를린 필이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그런 점에서 준이치 히로카미라는

별로 유명하지는 않은 일본인 지휘자가 N향을 이끌고 온다기에, 반신반의하면서도 N향의 기본적인 클래스를 믿고

시원하게 예약버튼을 눌렀었고, 그들은 기대만큼, 아니 그 이상의 연주력으로 기대에 보답했다고 할 수 있겠다.


1.클래스가 다르다. N향의 사운드

 세월호 국면을 의식한 듯, 프로그램에 없던 바흐 "G선상의 아리아"로 무대는 막이 올랐다. 그들이 보여주는 스트링의 앙상블은

정말 놀랍다. 아시아에서 이 정도 클래스의 정확한 앙상블을 들려주는 단체는 단언컨데 없어 보인다.


2, 손열음, 그녀는 역시 프로코피에프가 진리다.

 내가 간 열음씨의 연주회에서는 늘상 프로코피에프가 최소한 한 곡씩은 포함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번에도 그녀는

무대에 프로코피에프를 가지고 왔다. 아시는 분은 모두 아시다시피 나는 그녀의 "빠돌이"라서 내가 그녀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상당히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두지만, 그녀가 연주하는 프로코피에프 피협 3번은 명불허전 그 자체였다.

템포 설정에서도 여유가 느껴지고, 무엇보다 한음 한음에서 묻어나오는 남다른 자신감이 굉장히 신선하다. 특히 2악장에서

현란한 피아노와 목관의 대화는 어떻게 보면 서커스처럼도 느껴졌고, 어떻게 보면 아기자기한 밀당으로도 느껴졌다. 뭔가 굉장히

스릴있는 체험이었다. 연주가 다 끝나고 그녀는 지휘자처럼 플룻 단원을 일으켜 세워 인사를 권유하는 모습을 봤는데, 아마

음악의 맛을 잘 살려준 N향 단원에 대한 감사 표현으로 보여진다. 그녀 역시 세월호 참사를 의식해 평소 앵콜곡으로 즐겨 연주하던

피아니스틱한 화려한 곡들 대신 바흐 칸타타 208번 "양들은 편안히 풀을 뜯고"를 앵콜곡으로 들려줬는데, 그녀가 조국의 참사를

얼마나 안타까워하고 있는지 피부로 느껴져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런데 연주회를 마치고 나와 보니, 로비에 그녀가

보이지를 않는다. 얼굴 한 번 보고 가고 싶었는데...보고싶어요ㅠ.ㅠ 사랑해요 열음씨♡♥


3. 히로카미, 일본의 번스타인

 사실 나는 수많은 톱클래스급 지휘자들이 지휘한 N향의 영상을 많이 봤기 때문에, 히로카미라는 지휘자가 오는 게 좀 아쉬웠다.

N향의 정기연주회에 자주 등장해주시는 블롬슈테트가 오기를 바랬는데... 하지만 히로카미라는 지휘자는 나름의 절대적인

존재감이 있다는 건 확실했다. 일단 변태적(?) 이라고 할 만큼 오버액션을 심하게 구사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가 지휘하는 말러 4번의 해석은 굉장히 개성이 뚜렷했다. 전곡에 걸쳐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뜬금없는 부분들이

많은 말러 4번을 히로카미는 포인트를 확실히 잡으며 해석해줬다. 곳곳에 예측불허의 루바토를 넣기도 했는데, 그것 또한 요즘

애들 말로 "꿀잼" 이었다. 이와는 별도로, 3악장에서 N향과 히로카미가 보여주는 가공할 집중력은 명품 그 자체였다.

음반과 실연 모두를 통틀어서, 말러 4번 3악장을 이토록 깊이 집중해서 들은 적이 과연 있었나 싶을 정도. 다만 피날레에서 등장한

로자 페올라라는 성악가는 좀 아쉬움을 남겼다. 일단 호흡이 조금 불안해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스타일 자체가 좀 무거운 편이라

애들이 한가득 모여 있는 유치원 소풍에 풀메이크업에 하이힐에 섹시한 복장을 한 여자가 등장해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스토리

 텔링을 하는 느낌이었다. 문득 결이 가벼우면서 꾀꼬리 같은 소리를 내는 임선혜 씨 같은 소프라노가 말러 4번 피날레에 최적으로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4.N향이 준비한 뜬금포 앵콜곡 "밀양아리랑"

다분히 쇼맨십 끼도 있다. 그렇지만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쇼"를 통해서라도 NHK가

자주 한국을 찾아 뭔가 한수 가르쳐주길 바라는 입장이다. 말하기가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서울시향의 "신자유주의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소모품 교체형 오케스트라 운영(정명훈의 성향이 강하게 가미된)은 N향을 보고 뭔가 배울 필요가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멤버의 큰 변화 없이 정제되고 숙성된 사운드를 유지하며 지휘자에 따라서는 베를린 필급 클래스의 연주도

심심찮게 보여주는 그들의 잘 구축된 시스템을 서울시향이나 KBS같은 대한민국의 리딩 오케스트라들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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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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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평화 | 작성시간 14.06.02 개성있고 읽는맛이 쏠쏠한 멋진리뷰네요^^
    감사합니다~♪♬
  • 작성자하늘나리 | 작성시간 14.06.02 재미있어요.
    듣지않은 사람으로서 무척 호기심을 당기는 리뷰예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 작성자퀴니 | 작성시간 14.06.02 그렇지요. 공연의 완성도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너무 많기에 한 공연으로 그 악단을 평가할순 없겠죠. 뒤트와는 저도 참 좋아하는 지휘자인데 언제 그가 지휘하는 NHK 공연에 가고 싶네여.
  • 작성자뤼야 | 작성시간 14.06.02 저역시 소프라노 호흡에 대한 아쉬움과 더불어 맑고 고운 음색이 아니라 실망을ㅠ
  • 작성자가을아침 | 작성시간 14.06.03 음악을 좋아하는데 국경은 문제가 되지 않지요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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