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 양쪽으로 심하게 갈린다고 하는 것 같은데 두쪽 다 이해되는 연주였습니다.
일단 기술적으로 크게 눈에 띄는 실수는 없었습니다. 금관의 어택이 좀 늦는 부분들이 있긴 했지만 감상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었고 종종 국내 브루크너 연주에서 맘졸이게 하는 주범인 바그너튜바도 그정도면 됐다 싶었습니다. 좀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다면 국내에서 이정도로 안정적인 브루크너 9번 연주를 듣는게 어디냐 하고 만족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좀더 욕심을 내서 브루크너 특유의 오르간적 음향을 대충 어느 정도라도 구현하기를 바랬다면 좀 실망스러울 만한 연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사운드를 내려면 현과 관의 유기적인 블렌딩이 필수적인데 어제 연주는 그런 면에서 역부족이었고 전체적으로 뻑뻑하고 경직된 사운드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총주에서 금관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는 현악 음형들(브루크너 특유의 트레몰로를 포함하여)의 연주에서 힘이 부족하고 자연스러움이 다소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더럽게 어려운 부분이긴 합니다ㅎ) 개인적으로는 어차피 본토박이 악단이 아니면 이런 것들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고 보는 입장이라 실연을 들을때 눈감아주는 편이긴 합니다만 실망하시는 분들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한스 그라프의 전체적인 해석은 기존의 익숙한 브루크너상 - 긴 호흡으로 유장한 흐름을 가져가면서 웅장한 음향적 건축물을 구축해내는 - 을 탈피하려는 것으로 보였는데 그렇다고 새로운 뭔가를 설득력있게 제시했다고 보기에는 좀 애매한 느낌이었습니다. 경쾌한 템포와 덜어진 무게감이라는 면에서 굳이 비교대상을 찾는다면 슈리히트, 빈필의 연주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슈리히트 녹음에서와 같은, 전곡을 관통하는 일관된 흐름과 몰입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았고 종종 호흡이 끊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1악장에서요.
(악장별로 따져보면 1악장은 좀 어수선했고 2악장은 쏘쏘, 3악장은 꽤 좋았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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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가을아침 작성시간 15.02.01 아, 음악에 깊이가 없는 저도 잘 이해되는
깔끔한 해설, 너무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선빈님. -
작성자뤼야 작성시간 15.02.01 어머, 귀차니스트 전문가 선빈씨께서 감상평을ㅋㅋ 짧은 글로 멋지게 공연 갈무리 하셨네요. 앞으로도 종종 글좀 남겨줘요^^ 원로회원의 직무수행 정도로 생각하시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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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선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5.02.01 저도 자주 글 올리고 싶지만 그놈의 귀차니즘 땜에.. 앞으로 노력은 해보겠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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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사랑이 내게 이야기하는 것 작성시간 15.02.02 아, 귀차니즘 선빈님의 귀한 리뷰를 읽고 있군요.^^덕분에 감상에 큰도움 되었어요.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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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pure 작성시간 15.02.02 신기하네요...김선빈님의 리뷰를 읽고 있노라니 마치 공연을 보는 것처럼 곡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예매까지 하고 놓친 공연이라 많이 아쉬웠는데 김선빈님의 리뷰가 제겐 위안이 되어 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