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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리뷰]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 & 2번 리뷰 1탄

작성자Dorian|작성시간12.08.03|조회수393 목록 댓글 0

DIMITRI SHOSTAKOVICH

 

 

쇼스타코비치 & 슈체드린*

피아노 협주곡 1 & 2번, 피아노 협주곡 5번

데니스 마추예프, 피아노

티무르 마르티노프, 트럼펫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Mariinsky SACD MAR0509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1 & 2번

파울 굴다, 피아노

블라디미르 곤차로프, 트럼펫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 지휘

Gramola 98928


1975년에 러시아에서 태어난 데니스 마추예프는 동년배의 피아니스트 가운데 단연 괴물이라고 할 만하다. 1998년에 23세의 나이로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로 그의 경력은 그야말로 탄탄대로였다. 최근에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와의 내한공연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과시한 바 있지만, 여러 레이블에서 나온 음반들 역시 그의 음악성을 잘 보여준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가장 최근의, 마린스키 레이블에서 나온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녹음은 백미라고 할 만하다. 그의 강력한 타건과 대담하고 자유로운 해석에는 최근 주류를 이루는 모범생 같은 해석과는 거리가 먼 야성적인 에너지가 가득하다. 이 음반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가 다시 게르기예프/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손을 잡고 녹음한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녹음에 관심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거의 때를 같이해 또 하나의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녹음이 나왔다. 여기서 독주를 맡은 파울 굴다는 저 유명한 프리드리히의 아들이다. 물론 '2세'라는 사실은 호기심의 대상은 될지언정 그 자체가 장점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주목할 만한 음반임은 분명하며, 노장 페도세예프가 지휘를 맡았기에 더욱 그렇다.

 

두 피아니스트 모두 협주곡 1번 1악장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루바토를 구사하는데, 굴다가 첫머리의 피아노 도입 부분부터 리타르단도를 꺼내들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마추예프의 템포가 조금 더 자유로운 편이다. 굴다는 상대적으로 명확한 녹음을 이용해 음색 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며 곡 자체의 유희성을 비교적 온전히 전달하는 반면, 마추예프는 잔향을 이용해 연주에 무게감을 부여하는 한편 제멋대로 하지만 대단히 능숙하게 분탕질을 치고 있다. 2악장은 서로 대동소이하지만 굴다 쪽이 약간 더 탐미적이며, 3악장의 경우 마추예프는 빠른 템포로 가벼운 연주를 들려주는 반면 굴다는 템포와 표현의 진폭이 더 넓다. 4악장에서 페도세예프는 독주와 대등한 위치에서 관현악의 기량과 익살을 마음껏 과시하는 반면, 게르기예프는 한 발짝 물러난 위치에서 마추예프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트럼펫에 대해 말하자면 마르티노프보다 곤차로프 쪽이 밸런스나 명확함이라는 측면에서 조금 더 앞서고 있다.

 

협주곡 2번 1악장에서 굴다와 페도세예프는 처음부터 거침없이 명확한 연주를 들려주는 반면, 마추예프와 게르기예프는 나중을 위해 숨을 고르는 듯 다소 여유롭게 연주한다(특히 목관을 비교해 들어보라). 굴다는 발전부를 여는 피아노의 옥타브 연주부터 비상할 정도로 열광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반면 마추예프는 다소 무겁고 진중하게 연주하다가 1악장 전체의 절정을 이루는 2주제의 강력한 총주에 이르러 폭발한다. 2악장은 굴다가 더 꼼꼼하고 명확하기는 하지만 한층 유연하고 탐미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마추예프 쪽이 한결 나으며, 3악장에 대해서 말하자면 굴다의 연주에는 비할 데 없는 통제력과 명확함이 빛을 발하는 반면 마추예프의 연주는 한층 더 유희적이라고 말해두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비교는 끝났지만, 음악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마추예프의 음반에는 쇼스타코비치의 동시대인이었던 로디온 슈체드린(‘카르멘 모음곡’이 가장 유명하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마추예프는 대담하고 자유로운 템포와 다이내믹으로 막힌 데 없는 연주를 들려주며(의도적으로 불안정하게 연주한 3악장 첫머리를 들어보라), 게르기예프의 반주는 때로 좀 창백하게 들리기는 해도 조심스럽게 절제되었으며 독주자를 잘 배려하고 있다. 녹음은 굴다 쪽이 더 명확하고 밸런스 배분도 적절하지만 공간감과 온기 면에서는 마추예프 녹음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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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에 걸쳐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협주곡 음반만 다섯 장을 리뷰했습니다... 이게 대체 뭔 현상인지;;;

결과적으로, 제 맘에 가장 안 든 게 바로 여기의 마추예프 음반 되겠습니다.

본문에서도 썼지만 라흐마니노프에서는 대박 친 친구인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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