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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과 만리안의 눈을 가진 재주

작성자김수길|작성시간26.06.08|조회수17 목록 댓글 0

 팔순을 넘으신 할머님 한 분이 계신다.

그분은 작은 바늘귀도 커다란 동굴처럼 보인다고 하실 만큼

밝은 눈을 가지고 계신다.

지금도 직접 운전을 하시고 일을 보러 다니신다.

본인도 신기한지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재주를 이야기하신다.

 

기억력 또한 놀랍다.

어릴 적 친구에게 빌려준 돈까지 기억하시고,

한 번 본 사람은 좀처럼 잊지 않으신다.

누구를 만나도 그 사람의 과거와 살아온

이야기를 줄줄 말씀하신다.

"저분은 예전에 조합장을 하셨고,

저분은 경찰서장을 하셨지."

"저분은 대학교수였고,

혼자 사신 지 오래되었어."

마치 오늘날

AI에게 질문하면 답이 나오듯,

물으면 기억 속에서 바로 꺼내어 말씀하신다.

 

본 것이 전부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본다.

과연 그분은 무엇을 보셨을까?

젊은 시절 귀한 인연을 만나 부잣집 사모님들과 교류할 기회도 있었다.

그분들의 말투와 행동,

사람을 대하는 품격과 집안을 다스리는 방식까지

가까이에서 보고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눈에 들어온 것은 다른 것이었다.

대궐 같은 집.값비싼 가구.화려한 장식.

 

사모님이 어떻게 사람을 대하고,

어떤 마음으로 집안을 이끌어 가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바늘귀는 보였지만

세상을 보는 눈은 열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 후 자신도 큰 한옥을 짓고 높은 솟을대문을 세웠다.

그러나 집은 흉내 낼 수 있어도

집안을 운영하는

품격까지 따라올 수는 없었다.

 

원래 한옥은 안채와 사랑채가 분리되어 있다.

들어올 사람과 들어오지 말아야 할 사람의 경계가 분명하다.

그러나 집안 깊숙한 곳까지

수많은 사람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도가 들었다.

집안 사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또 어느 날에는 도둑이 들고,

믿었던 사람에게 재산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원인을 연구하지 않았다.

 

화살은 늘 다른 사람을 향했다.

남편을 탓하고,주변을 탓하고,환경을 탓했다.

하지만 집안에 들어온 환경조차 처리하지 못하면서

바깥의 큰일을 감당할 수는 없는 법이다.

자연은 늘 기회를 준다.

귀한 인연도 주고,

좋은 환경도 주고,

배울 수 있는 사람도 붙여 준다.

 

그러나 사람이 물질만 보고 원리를 배우지 않으면

결국 같은 시험을 반복하게 된다.

팔순이 넘은 지금도

그분은 손빨래를 하고 김치를 담그고 마당을 쓸며 사신다.

그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평생 마님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았으면서도

마님의 역할은 배우지 못한 채

하인의 삶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재주는 있었다.

천리안 같은 눈도 있었고,

만리안 같은 기억력도 있었다.

하지만 재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속에서 무엇을 배우고 정리했느냐이다.

자연은 마지막에 딱 먹고살 만큼만 남기고 다시 사회 속으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묻는다.

"너는 그 하늘에 준 재능으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사람은

누구나 인연을 만난다.

보는 것과 환경을 통해 배우는 것은 다르다.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온 어른들이

자신이 겪은 삶의 원리를 정리해 주지 않으면

후손들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연구해야 한다.

무엇을 가졌는가보다,

무엇을 깨달았는가를.

202666사회연구원 김수길

 

돈을벌고나면

시골에다 한옥을 짓고자 한다.

후학들이 찾아오고

동료 지인들이 찾아온다.

사람이 오질않는다면 대궐같은 한옥집에

부부만 남는다.

덩그러니라는 단어만 남는다.

정법강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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