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승무원 유니폼 궁금증 <지안프랑코 페레>
1 대한항공의 새 유니폼을 디자인한 페레.2 곧 만나게 될 스튜어디스의 메인 룩. 3 한복의 두루마기와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은 청자색. 4 페레의 디자인 노트. 5.6 비녀에서 영감을 받은 헤어 장식.7 스튜어드의 아웃웨어인 트렌치 코트. 8 대한항공의 지상 근무원 룩.
초고속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해외 여행을 할 기회도 늘어났고, 외국 항공기를 이용할 기회도 많아졌다. 덕분에‘자국민은 자국 항공기’란 캐치플레이즈는 퇴색된 지 오래. 로컬 항공사와 해외 항공사들이 뒤섞여 다양한 고객들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움직임은 새집과 새옷은 물론, 기내식 용기까지 대대적인 CI 작업에 나선 대한항공의 프로젝트(일반석은 파스텔톤의 그린과 오렌지,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에는 청자색을 선보인 뉴 인테리어 1호기는 이미 공개되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보그>의 관심을 끄는 것은 14년 만에 교체되는 대한항공의 새로운 유니폼. 게다가 그 유니폼을 패션계의 건축가라 불리는 지안프랑코 페레가 디자인했다니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지안프랑코 페레와 대한항공의 만남은 어떻게 이뤄졌고 그 과정은 어땠을까? 지금 한창 주가가 치솟고 있는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페레는 구조적이고 건축적인 실루엣과 날카롭고 세련된 테일러링으로 이름을 날린 거물급 디자이너. 대한항공이 원하는 세련미와 우아함을 표출하는데 제격인 셈이다(대한항공이 설립된 1969년 이후 지금까지 거의 2년마다 유니폼이 교체되었기 때문에 이번 작업은 신중을 기했다). 일단 대한항공의 제안에 페레는 흔쾌히 응했고, 다음 단계로 페레의 디자인 스태프들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에 대한 각종 자료를 수집하고 대한항공의 의견 등을 수렴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창조의 기본 요소는 바로 상상입니다. 직접 체험하지 않고도 주어진 현실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인 것입니다. 비록 한국에 가 본 적은 없지만, 제가 갖고 있는 아시아에 대한 모든 지식과 경험을 동원했습니다.”페레는 좰보그좱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항공사 유니폼은 그 항공사를 대표하는 명함과도 같은 것. 페레는 여러 자료를 통해 파악한 대한항공의 이미지를 절제된 엄숙함과 우아함으로 정한 후, 이것을 페레만의 스타일과 디테일, 소재로 표현했다.“최첨단 섬유와 울, 코튼을 사용하면서 셔츠에는 포플린을, 트렌치코트에는 개버딘을, 칼라에는 피크를, 스카프에는 오간자를 사용했죠. 모두 제가 즐겨 쓰는 소재들입니다.”대한항공과의 첫 미팅 후 자료 수집과 디자인 작업, 컨폼까지 모든 과정에는 8개월이 소요됐다.
드디어 지난 3월 24일 인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대한항공의 새 유니폼 패션쇼. 행사가 시작되기 전, 페레는 스크린을 통해 “아시아는 컬러에 중요한 의미를 두는 것 같다. 나 역시 이번 디자인 작업에 있어 컬러에 집중했고, 한국적인 오브제의 아름다운 컬러들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쇼에서 선보인 유니폼의 컬러들은 항공업계의 시그니처 컬러라 할 수 있는 남색(파일럿)과 블랙(지상근무 직원)도 있지만, 베이지와 청자색 같은 부드러운 톤의 색조들이 돋보였다.“청자색이라 불리는 바다색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이 색을 한복과 도자기에서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 색이야말로 한국적인 정서에서 보여지는 은은한 아름다움과 한국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대변하는 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페레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의 유니폼은 세련미와 우아함을 지니고 있었으며, 유니폼의 필수요소인 활동성과 기능성까지 충분히 고려된 것이었다. 시선을 끄는 독특한 것은 여승무원들의 헤어 장식. 비녀를 연상케하는 이것은 한국을 대표하는 항공기에 대한 페레의 신중한 배려다.“전통적인 장신구를 형상화한 것으로나마 한국의 여성들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했습니다. 물론, 현대적인 모습으로 재해석되었지만 말입니다.”그가 선보인 유니폼은 파일럿, 객실 승무원(스튜어디스와 스튜어드), 기술직, 지상직의 네 가지 스타일로, 이것들은 TPO별로 나뉘어져 총 30여 가지 룩으로 구성된다.
새옷을 갈아입게 될 스튜어디스들은 대한항공 이외에도 많다. 브리티시 에어웨이는 줄리앙 맥도날드가 디자인한 새 유니폼을 입었고, 에어 프랑스는 크리스찬 라크로와가 디자인한 새 유니폼을 최근 선보였으며, 델타 항공은 리차드 타일러가 디자인한 새 유니폼을 뉴욕 패션위크를 통해 공개했다.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새 유니폼 중에서도 으뜸은 페레가 디자인한 대한항공의 유니폼. 베이지와 청자색의 매치가 아주 산뜻하면서도 우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새 유니폼이 공개되는 9월까진 <보그>에 실린 이 비주얼들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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