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뽑기
송춘길
어렸을 때, 어머니는 무명실 두 겹으로 흔들리는 내 이빨을 단단히 묶고, 갑자기 내 이마를 탁 쳤다. 그리고 송골매 병아리 낚아채듯 무명실을 잡아채 내 이빨을 뽑았다. 나는 실에 대롱대롱 매달린 이빨을 지붕 위로 던지며, “까치야, 까치야!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라는 노래를 불렀다. 까치가 물고 간 그 이빨은 노래처럼 정말 새 이빨로 금방 돋아났다.
몇 달 전부터 어머니는 아래쪽 앞니를 자꾸 만지작거렸다. 이리저리 흔들어보고, 혼자 어찌 빼보려고 끙끙거렸다. 보다 못한 내가 어제 밤 어머니 이빨을 뽑아버렸다. 그것도 두 개나 뽑아버렸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내게 했던 것처럼, 두 겹 무명실로 단단히 묶고, 어머니 잠든 비몽사몽간에 잡아채 뺐다. 무식했지만 깔끔하게 뽑았다. 다행히 한 번에 잘 뽑혔다.
대롱대롱 실에 매달린 어머니 앞니 두 개는 던질 지붕도 없고 까치도 없어 그냥 밤하늘로 날려 보냈다. 헌 이 줄게 새 이 달라는 노래도 안 불렀다. 노래 부른다고 어머니 이빨이 다시 돋으랴! 어머니는 이제부터 말이든 밥알이든 그 이빨 빠진 구멍으로 자꾸 흘릴 것이다. 늙는다는 말은 다 이렇게 조금씩 새고 흘리는 것인가 보다.
어제 밤 나는 썩고 냄새 독한 어머니 이빨 두 개를 뽑아드렸다. 어머니는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내가 말해주니 그때서야 시원하다고 했다. 잘했다고 물개 박수를 쳤다. 그러면서 자꾸 손바닥으로 입을 가렸다. 앞니 빠진 어머니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나는, “영구 없다. 띠리리 띠리리” 하고 놀려 먹었다. 그렇게 같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