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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800여억원 가운데 580억여원

작성자말그리|작성시간04.03.11|조회수890 목록 댓글 7
아래는 어느 우리말 관련 학회 사이트에서 본 겁니다. 소라짱님처럼 '여'의 사용과 관련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입니다. 우선 보시지요.

[물음]
김영숙 님이 썼습니다: 정확하지 않은 금액을 표시할때 '원' 자 앞에 '여' 자를 붙이는데요. 그 순서가 궁금합니다.
> 2억여원, 2여억원
> 2백여만원, 2백만여원
> 2천여만원, 2천만여원
> 어떤게 맞나요?

[답변]

안녕하십니까? **학회입니다.
무심코 써오던 말인데, 재미있는 문제 같습니다. 사용하는 양상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2억여 원이라고 쓰고, 2천여만 원이라고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즉, 두 단위에 대해 평소 '-여'를 습관적으로 다른 자리에 붙여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어법으로 볼 때, 이를 다르게 쓰는 것은 근거가 없는 듯합니다.

하나로 통일한다면 2억여 원/2천만여 원처럼 수량단위 맨 뒤에 붙여 쓰는 것만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얼핏보기에 2천만여원과 2천여만원이 다 가능한 것으로 보이지만, 2천 5백만원의 경우에 '2천여 5백만 원'이라는 표현은 자연스럽지 못한 것으로 보아, '-여'는 일괄적으로 수량을 나타내는 말 맨 뒤에 붙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

이상의 어문학회 의견은 소라짱님의 의견과 일치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와는 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보고자 합니다. 우선 소라짱님의 말씀처럼 '-여(餘)'는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습니다.

- 이십여 년의 세월
- 이십오 년여의 세월

등이 그것이지요. 그렇지만 이같은 사전적 의미를 확대 해석해 “‘여’는 반드시, 일괄적으로 수량을 나타내는 말 맨 뒤에 붙여야 한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가) 10여 만 명
나) 10만여 명

가)와 나)의 형태상 차이점은, 가)의 경우‘여’의 자리가 ‘10’이라는 부분단위 뒤에 왔고, 나)는 ‘10만’이라는 전체 단위 뒤에 온 것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둘 다 숫자를 나타내는 말 뒤에 온건 확실하지요. 그러므로 둘 다 사전적 의미 규정을 위반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어느 하나가 규정을 위반했다는 논리를 펼 근거가 없다는 거지요. 이는 둘 중 어느 것도 쓰지 못할 이유는 없다는 뜻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둘 중 어느 것 하나로 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풀어나가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기실 이들 두 표현은 현실적으로 다 맞다고 봅니다. 다만 뜻하는 바가 다르지요. '여'는 해당 단위숫자(십, 백, 천, 만 등)의 우수리를 뜻합니다. 즉 '십여'란 '10단위의 우수리'로서 '11,12,13...19'를 말하지요. (그러므로 '11여, 12여만, 581여억' 등이란 표현은 없습니다. ) '10만여'는 '10만'의 우수리, 즉 10만1 부터 10만9999까지를 이르겠지요. 다시 말해 '10여만'은 10만이 넘고 20만은 안된다는 뜻이고, '10만여'는 10만이 넘고 11만은 안된다는 뜻입니다. (위의 어문 학회가 " '2천 5백만원의 경우에 '2천여 5백만 원'이라는 표현은 자연스럽지 못한 것으로 보아"라고 해석한 것도 '여'의 '우수리' 개념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꿰맞추기이지요. '2천여 5백만원'은 자연스럽지 않은 게 아니라 '여'가 '5백만'을 대신하는 말이기 때문에 표현이 성립되지 않는 겁니다.)

이제 아래와 같은 다소 모호한 예를 보겠습니다.

다) 2차 세계대전 때 100여 만 명은 족히 죽었을 것이다.
라) 2차 세계대전 때 100만여 명은 족히 죽었을 것이다.

여기서 택할 만한 것은 다)입니다. 2차대전 때 사망한 인원은 정확히 헤아리지 못합니다. 그저 100만 명은 훨씬 넘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지요. 그 숫자는 110만도 되고 150만도 되며 190만도 될 것입니다. 물론 101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을 포괄할 수 있는 표현이 곧 ‘100여 만 명‘입니다. 그러므로 어림짐작으로 많은 수를 나타낼 때는 숫자 단위 앞에 ‘여‘를 붙이는 게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아래도 마찬가지이고요.

마)? 이번 홍수로 닭 10만여 마리가 폐사했다.
바) 이번 홍수로 닭 10여 만 마리가 폐사했다.

일반 신문에서 ‘백만여’보다 ‘백여만’을 즐겨 사용하는 것도 이 같은 뉘앙스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초심자를 위해 사족을 붙이자면 우리말에 다음과 같은 표현은 절대 없습니다.

사) 581여억원(→581억여원:'581억수천만원'이란 뜻)
아) 17여명(→17명 가량, 적어도 17명, 17명 이상)
자) 수십여 억원을 횡령했다(→수십억원을 횡령했다)
차) 수만여 마리가 죽었다(→수만마리가 죽었다)

--이견 있으시면 올려주십시오. 참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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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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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말그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4.03.11 다시 말해 우리는 지금 숫자(100,000)가 수량사(10'만')로 바뀔 경우 수량사 뒤에 붙는 '여'가 어느 자리에 붙는가 하는 점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소라짱님은 '100,000'='10만'이므로 당연히 '100,000여'='10만여'라고 선입견을 갖고 말씀하십니다.
  • 작성자말그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4.03.11 '1만여'란 1만 단위 이하(죄송, 이상의 오타^^), 곧 10001~19999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2만여란 20001~29999입니다. 2만여라고 해서 단위를 넘겨 3만 이상까지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10만여를 100,001~10(만)9,999라고 보는 건 당연하지만 이를 11만 이상으로까지 보는 데는 개인에 따라 판단이 다르리라고 봅니다.
  • 작성자말그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4.03.11 보충하자면, 우리는 현실적으로 '11만여원'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이는 11만1부터 11만9999까지를 가리키지요. 그렇다면 이에 미루어, 10만여원은 10만1부터 10만9999까지를 가리키겠지요. 이게 비논리는 아닐 듯. 따라서 11만 이상 19만 단위까지는 이와 구별되는 표현으로 '10여만'을 쓰는 것 아닐까요.
  • 작성자바르바르 | 작성시간 04.03.11 말그리님 셋째 꼬리말에 오타가 하나 있는데요. ㅡ.ㅡ;; 1만 여는 1만 단위 이하가 아니라 1만 단위 이상 아닌가요? 괜한 딴죽인가요?
  • 작성자소라짱 | 작성시간 04.03.11 만원권, 수표, 채권처럼 고액단위는 '만원'을 단위명사로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만원권 100여장이면 101만원~199만원이지요. 이때 100여만원은 100만여원(1000001~1999999원)과 차이를 둘 수 있겠군요. '단위명사'가 혼란을 일으키지 않을 경우 이렇게 쓸 수 있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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