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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 小考

접속사 '와/과'의 쓰임

작성자말그리|작성시간03.11.13|조회수585 목록 댓글 1
단어나 구, 문장을 나열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접속사가 ‘와/과’이다. 또 글에서 제일 많이 눈에 띄는 단어도 ‘와/과’이다. 그런데 이게 문장 내에서 가끔 말썽을 일으킨다. 문맥을 흩뜨려놓는 것이다. 좀 엉뚱한 예문을 가지고 살펴보자.

◇이 중국집에서는 자장면, 짬뽕, 만두, 스파게티를 판다.

중국집에서 스파게티를 판다? 뭔가 이상하다. 그렇지만 이상할 것 없다. 진짜 스파게티를 판다니 어쩌랴. 그렇더라도 위의 예문처럼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독자가 아하! 하고 이해하기 쉽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걸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 중국집에서는 자장면, 짬뽕, 만두 그리고 특이하게도 스파게티까지 판다.

그런데 이런 표현은 어떨까.

이 중국집에서는 자장면, 짬뽕, 새우가 들어간 우동을 판다.

굳이 어색하다고 느끼지 않을 사람도 있겠지만 좋은 표현은 아니다. 법(어법)대로 따지면 ‘짬뽕과 자장면과 새우가 들어간 우동’이 되기 때문이다. (우동에 짬뽕과 자장면이 들어갔다고라?)

☞이 중국집에서는 자장면, 짬뽕 외에 새우가 들어간 우동을 판다.


문장에서 단어나 구, 절을 대등하게 나열할 때는 일정한 법칙을 따라야 한다. 다시 말하면 나열되는 각각의 요소가 내용상 유사한 성격을 띠어야 하고(첫번째 예문), 같은 방식의 결구로 맺어져(두번째 예문) 짝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표현기법을 여기서는 편의상 대비(對比)라고 이름 붙여 보았다.
문장에서 대비는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흐름이 끊길 뿐 아니라, 내용이 와전될 수도 있다.
단어·구·절을 대비시키는 데 쓰이는 매개 수단에는 접속조사, 연결어미, 콤마(,) 등이 있다. 대표적인 접속조사로는 ‘이고(이며), ‘와(과)’가 있고, 연결어미로는 ‘하고(하며)’를 들 수 있다. 대비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들은 서로 비슷한 속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대표적으로 ‘와(과)’만을 선택해 그 쓰임을 알아본다.

접속조사 ‘와/과’의 결구는 지극히 간단하다. ‘A와 B’의 형식이며 A, B에 포함되는 것은 명사, 명사구, 명사절이다.

1) 사람과 동물, 나와 너……명사의 결합
2) 사과 한 개와 밤 한 톨, 아름다운 처녀와 못생긴 곱추……명사구의 결합
3) 내가 학교에 가는 것과 그가 집에 있는 것……명사절의 결합

결구가 이처럼 간단하지만, 대비되는 양자가 성격을 달리할 경우에는 문장이 아주 어색하거나 전혀 다른 내용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그같은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예1) 에이즈와 담배는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에이즈에 걸리면 생명이 위험하다. 흡연도 치명적인 위험을 몰고 올 수 있다. 그러므로 내용상, 문법상 흠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왜 하필 에이즈와 담배를 대비시켜 치명적이라는 표현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에이즈와 암, 술과 담배를 대비시키지 않은 이유도 궁금해진다. 에이즈는 질병이고, 담배는 기호물이라는 속성상의 차이가 있어 서로 대비되기 힘든 말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열된 두 개 이상의 단어 사이에 의미의 연관성이 부족하면 대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어색한 맛을 준다.

예1)이 대비 관계를 이루도록 하려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할 수는 있다.

☞ 에이즈와 담배의 공통점은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래는 접속조사 ‘와/과’로써 구와 구를 연결시킨 문장이다.

예2) 두 대의 버스와 택시 세 대가 충돌했다.

이 문장은 대비되는 양자의 결구 방식이 서로 다르다. ‘버스 두 대와 택시 세 대’라는 표현이 올바르다. 예문은 자칫 두 ‘대의 버스와 한대의 택시를 합쳐 모두 세 대’라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비슷한 예로 다음을 보자.

예3) 두 대의 버스와 택시가 충돌했다.

‘와’로 맺어진 결구가 앞은 구(句)이고 뒤는 단어이다. ‘ A와 B’의 결구에서 A가 단어이면 B도 단어가 돼야 하고, A가 구이면 B도 구가 돼야 한다는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예문은 ‘버스 두 대와 택시 한 대’인지, ‘버스 한 대와 택시 한 대’인지 불분명하다.

예4) 흰 옷을 입은 영희와 철수가 나란히 서 있다.

흰 옷을 입은 사람이 누구인가. 영희 한 사람인가, 아니면 영희와 철수인가. 철수만 흰 옷을 입었다면 다음과 같이 써야 한다.

☞‘철수와 영희가 나란히 서 있다. 철수는 흰 옷을 입고 있다.’

또 두 사람 모두가 흰 옷 차림이라면 다음과 같이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

☞‘철수와 영희가 흰 옷을 입고 나란히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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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바다 | 작성시간 03.11.13 예 4)는 '흰옷을 입은 영희가 철수와 나란히 서있다' (영희가 흰옷을 입었을 경우), '흰옷을 입은 철수는 영희와 나란히 서있다'(철수), '철수와 영희가 모두 흰옷을 입고 나란히 서있다'(둘 다)의 세가지로 나눌 수 있겠는데요. 예4)는 다른 예문과 달리 국어의 특징 중 한가지인 '중이성'으로 이해하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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