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불성설 법무부는 임차상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라!
환산보증금 개정 의견에 대한 법무부의 반대 의견에 부쳐-
어불성설 법무부?!
법무부가 2019년 한 해 “95%의 임차상인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몇 가지 입법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중 하나가 환산보증금 증액이었는데, 이에 대한 입법예고를 지난 1월9일에 진행하였다. 내용은 서울시의 경우 9억, 과밀억제권역 및 부산시 6억9천만, 광역시와 세종시 등 5억4천만, 그 외 3억7천만으로 상향 조정하고, 이에 대한 적용은 개정령 이후 신규 체결 혹은 재계약된 임대차 계약에 한정한다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환산보증금은 형평성도 안 맞고, 실효성도 없는 제도 이며, 맘상모는 환산보증금을 없애던지, 아니면 모든 임차인이 개정 환산보증금 제도 혜택을 받아야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한 입법예고 의견도 내놓았다. 하지만 법무부는 우리의 의견에 ‘반대’ 했다.
우리가 이 제도의 폐지 내지는 제도 혜택의 전면화를 주장했는지, 그리고 법무부가 우리의 의견에 반대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들어보면, 법무부가 왜 ‘어불성설 법무부’인지 알게 될 것이다.
환산보증금이라는 이상한 제도
환산보증금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영세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부자 상인의 법적 혜택을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로, 보증금+(월세x100) 으로 계산해서 나온 값이 상가법 시행령에 따른 지역별 금액 기준을 초과하게 되면, 상가법의 조항들 일부를 적용받을 수 없게 되어있다.
현재 상가법 시행령에 명시된 지역별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서울 6억1천원
2.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서울특별시 제외) 및 부산광역시: 5억원
3. 광역시(「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에 포함된 지역과 군지역, 부산광역시 제외), 세종특별자치시, 파주시, 화성시, 안산시, 용인시, 김포시 및 광주시: 3억9천만원
4. 그 밖의 지역 : 2억7천만원
예를 들어보자.
서울의 한 점포가 보증금 2억에 월세 410만원을 내고 있는 경우, 2억+(410만*100)=6억1천만원이므로, 환산보증금을 초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월세가 1만원만 올라도 2억+(411*100)=6억1천1백만원이 되어 환산보증금이 초과하게 된다.
결국 영세상인을 보호하고 부자상인에게 법적 제재를 하는 기준이 ‘월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라. 임차상인이 월세를 결정할 수 있는 파워가 있는지 말이다.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도 모두가 “월세는 건물주가 결정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것이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 법으로는 ‘월세’로 부자상인인지 아닌지를 나누는데, 이를 임차인의 경제적 요건이 아닌 ‘건물주’가 결정하는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현실인 것이다.
그러면 환산보증금 초과가 되면 무엇이 문제인가? 현행 상가법에서 환산보증금이 초과되는 경우, 몇 가지 법 조항을 보장 받지 못한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이다.
1. 묵시적 갱신
상가법에서 명시된 묵시적 갱신(상가법 제10조4항)은, 임대인과 임차인 양 측이 계약만료 6~1개월 전까지 서로 아무런 갱신 요구가 없는 경우, 만료일 이후 기존 임대차 계약 조건으로 1년의 기간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환산보증금 초과 점포는 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 경우는 민법 제639조에 따라, “임대인이 상당한 기간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이 유지가 되지만, 이 계약도 민법 제635조에 의해 “언제든 계약해지 통고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임대인이 계약 거절 통고를 하면 임차인은 동법에 의해 ‘6개월’후에 쫓겨나게된다. 다시 말해, 환산보증금 초과 점포의 묵시적 갱신은, 상가법의 1년이 아닌 ‘시한부 임대차 계약’ 을 적용받는 것이다
2. 월세 인상
상가법에서 명시된 차임증감청구권(상가법 제11조)은, 계약 체결 후 차임(월세, 보증금) 증감청구를 할 수 있으나, 증액의 경우는 “임대차 계약 또는 약정한 차임 등의 증액이 있은 후 1년이내에는 할 수 없”으며, 시행령에 따라 “직전 차임의 5% 이상 올릴 수 없”다. 하지만 환산보증금 초과 점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월세를 무한정 올려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환산보증금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곳은 대개 ‘뜨는 상권’ 내지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겪는 상권’ 이다. 서울의 경우 명동이나 강남의 상권이, 서울을 벗어나면 전주 한옥마을이나 지방의 관광지 주변 상권이 겪는 문제이다. 이것으로 기사화 되었던 경우는 과거 리쌍과의 분쟁이 있었던 우장장창이 있었고, 가장 최근에는 전북일보 2018년 10월 4일자에 소개된 한 떡갈비집 사장님 사례가 있었다.
현장이 아닌, ‘책상’에서 모든 걸 결정한 법무부
건물주가 월세를 어떻게 올리느냐에 따라, 임차상인이 법적 보호를 받고 못 받고가 결정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 불가능하다. 그래서 맘상모는 결성 초기부터 이 환산보증금이 실효성이 없다는 근거 하에 환산보증금 폐지를 올곧게 주장했다. 건물주가 올린 월세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임차상인이 있다면, 그것은 법의 형평성과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도 입법예고 이후 법무부에 이러한 의견을 전달하였다. 그러나 법무부에서는 ‘재산권 보호’ 와 ‘형평성’을 이유로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변을 주었다. (아래의 사진이 그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답변에 심히 유감을 느낀다. 95%의 임차상인을 보호하겠다는 법무부가, ‘임대인의 재산권 보호’ 라는 이유로 지금의 환산보증금 초과 임차상인들을 버리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태도로는 자신들이 말한 ‘95%의 임차상인을 보호하겠다’ 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숙고해서 결정했다’고 하는 부분 역시, 상인들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결정했다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정부는 더 이상 ‘땜질식’의 때우기 정책이 아닌, 제대로 된 정책을 고민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임차상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