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통치킨(홍대점)의 투쟁, 우리는 모두 웃었다.
-우리는 “승리”로 기억할 것이다.
※ 2015년 11월 24일 화요일 정오, 삼통치킨(홍대점)은 8년 4개월에 걸친 영업을 종료하고 “부동산 인도”를 완료했습니다.
퇴거명령 “1억 5천 줄 테니 9일 안에 나가”
이순애(62), 안진명(68) 부부는 2008년 과도한 대출이 잡혀 있는 등 “위험한 건물”을 임차해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장사를 잘 할 자신이 있었고, 상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부가 직접 일하는 삼통치킨(홍대점)은 장사를 잘했고, 홍대걷고싶은거리 일대 상권이 대단히 발전했습니다. 임대인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기존 임차상인을 내보내고 본인이 직접 가게를 차려 장사를 했습니다. 심지어 카페를 영업 중이던 임차상인을 내보내고 동일업종의 카페를 열어 임대인의 아들이 운영하는 등 “상도”에 어긋나는 방식까지 취했습니다.
“삼통치킨은 괜찮을 거야”라던 임대인은 기어이 삼통치킨마저 내쫓기로 작정했습니다. “1억 5천 줄테니 9일 안에 나가”라는 퇴거명령, 삼통치킨은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이미 바닥 권리금 시세가 4억 원을 호가하는 현 상권까지는 아니더라도 근처로 옮겨가서 장사하기엔 턱없이 못 미치는 배상금액이었습니다. 햇수로 8년 째 꾸려오던 가게를 9일 안에 빼라는 것은 너무나 급작스러웠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내 가게, 내 삶의 터전”에 대해 함부로 결정해버린 건물주의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명도소송 “그냥 나가”
임대인은 “5년 짜리 보호법(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근거로 명도소송을 걸어왔습니다. 임차상인이 지게 되어 있는 명도소송, 삼통치킨은 알고 있었습니다. 삼통치킨은 명도소송에 대응하면서, 장사하면서, 법을 바꾸기 위해 행동했습니다.
삼통치킨과 쫓겨날 위기에 처한 임차상인들의 투쟁으로 법이 바뀌었습니다. 개정 상가법, 일명 “권리금 약탈 방지법”이 국회를 통과, 시행(2015.5.13.)되고 있지만 삼통치킨은 적용을 받지 못합니다. 알면서도 법을 바꾸기 위해 싸웠습니다. “내가 바꾼 법의 적용을 나는 못 받게 된 삼통치킨”은 권리금마저 빼앗기고 쫓겨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결국 명도소송 1심 패소로 일단락되었습니다. 이 판결 직후 제기한 “가집행(강제집행) 정지 신청”을 법원은 받아들여주지 않았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법의 판결에 불복하다.
싸우기로 했습니다. 잘못된 상가법, 이제는 폐기 처분된 옛날 법을 근거로 한 법의 판결에 불복하기로 했습니다. 삼통치킨 사장님 부부는 60평생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범법자”가 되는 것까지 각오했습니다.
임대인 측의 강제집행 신청 여부가 확인된 시점부터 삼통치킨은 24시간 비상체제로 전환되었습니다. 저항하는 세입자가 있는 건물에서의 강제집행, 법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에 맞서겠다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강제집행 위기의 삼통치킨에 사람들이 모이다.
건물의 가치를 상승시켜 준 장본인, 홍대걷고싶은거리 상권을 일으킨 장본인 임차상인이 맨몸으로 쫓겨나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지역 상인회 “홍상회(홍대걷고싶은거리상인회)”가 모른 척 하는 삼통치킨을 함께 지키고자 전국에서 상인들이 모였습니다. 쫓겨났거나 쫓겨날 위기에 처한 임차상인들이 모였습니다. 상가법이 제정되던 2002년, 건물 하나 이상 쯤 가지고 있다는 국회의원들이 훼손시킨 법에 불복하는 정치인들이 모였습니다. “합법적인 강제퇴거 장치”로 전락한 상가법에 의해 쫓겨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노동당, 녹색당 등이 함께 삼통치킨을 지키겠다고 모였습니다. “홍대”에서 돈으로 교환되지 않는 가치 등을 생산해 왔으나 정작 밀려나고 쫓겨난 예술인들이 모였습니다. 건물주의 소유권에만 과도한 권능을 부여하는 대한민국, 임차상인의 권리와 삶이 짓밟혀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시민들이 모였습니다. 삼통치킨을 지키는 것이 “정의”이고, 사람의 삶을 짓밟는 임대인 무리가 “부정의”라는 확신에서 말입니다.
1차 강제집행(2015.11.6.) : 불능
이 날 새벽 약 70여 명의 용역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미신고 불법 용역 깡패가 섞여있었습니다. “장애인 용역”까지 동원된 그야말로 야만의 현장, 사람들이 모여 막았습니다. 삼통치킨 사장님 부부는 “내 손 하나 거치지 않는 곳이 없는 가게, 목숨과도 같은 가게를 지킬 것이다.”라고 울부짖었고 모여든 사람들 모두 “삼통치킨의 권리가 내 권리다”라고 외쳤습니다.
“장애인 용역”이 행사하는 폭력 앞에서 우리들은 무서웠습니다. 장애인은 분쟁 상황에서 비장애인에 비해 다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대인이 돈을 주고 산 “장애인 용역”이 다칠까, 우리들의 가게가 털릴까봐 무서웠습니다.
경찰이 해야 할 역할을 시민이 하다.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마포경찰서는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경찰들은 단 한 사람의 시민도 보호하지 않았습니다. 수 십 명의 용역 깡패의 폭력에 노출된 시민들의 안전, “장애인 용역”의 안전을 우리 스스로 지켰습니다. 법원의 판결문 한 장으로 자행되는 폭력적인 강제집행의 현장에서 세입자 부부와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용역 깡패를 막았습니다. 법보다 양심, 돈 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믿는 사람들이 “범법자”가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싸웠습니다. 이 날 1차 강제집행은 “불능”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2차 강제집행(2015.11.17.) : 완료
조건 없는 연대의 힘과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습니다. 단 하루, 삼통치킨 사장님 부부와 연대인 들이 마음을 놓았던 날, 2차 강제집행이 들이닥쳤습니다. 여사장님 혼자 가게에 왔을 때, 이미 집기들 일부가 트럭에 실리고 있었습니다. 60대 여성이 트럭 밑으로 기어 들어갔습니다. 집기들이 반출되는 것을 막으려고 말입니다. 가게 집기란 그냥 물건이 아닙니다. 임차상인들이 먹고 사는 생계 수단이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막았던 겁니다. 그 사이 삼통치킨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이미 집기를 실은 트럭 한 대가 출발하고 난 뒤였습니다.
대부분의 집기 반출이 끝난 현장을 경찰이 막아섰습니다. 사장님 부부는 경찰과 용역들로 인해 막혀있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들의 바짓가랑이 사이를 비집고 가게 안으로 기어 들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안진명 사장님이 용역들에게 구타를 당해 척추 뼈가 골절되었고(전치 12주), 이순애 사장님이 용역에 의해 목과 얼굴을 가격당해 뒤로 쓰러졌습니다. 이순애 사장님은 의식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가면서 “내 삶의 터전, 내 가게를 지켜달라”고 하셨습니다. 2차 강제집행은 “완료”로 일단락되었습니다.
폐허, 임대인이 하지 못하게 한 임차인의 장사를 시작하다.
“임대인이 삶을 빼앗으려 했던 자리에서 다시 닭을 튀기다”
전면 유리창이 모두 깨지고 폐허가 되어버린 가게, 이미 다 털린 가게 앞을 막고 서있는 경찰. 언제 철거 용역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집기를 실은 채 대기 중이던 트럭에 사람들이 올라갔습니다. 집기를 다시 가게로 들여놓았습니다. “불법 점유”, “공무집행방해죄” 등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잘못된 법에 의한 판결문을 근거로 한 강제집행, 이것이 부정의라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임차상인”들과 연대인들, 그들은 각자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습니다. 집기들과 전선을 끌어 모아 부엌을 재건했고 유리파편들을 쓸어 담고 기름으로 뒤덮인 바닥과 벽을 닦았습니다. “오늘 반드시 다시 닭을 튀기자”라고 힘을 냈습니다. 이 날 저녁 삼통치킨은 다시 영업을 재개했습니다. 닭을 튀켜 사람들과 나누어 먹었고, “임대인이 하지 못하게 한 임차상인들의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불법 단전, 강제철거 시도(2015.11.19.)
24시간 비상체제의 농성장이 된 삼통치킨, 사람들은 가게 안에서 잤습니다. 가게 안에 사람이 있는데 임대인은 “단전”을 자행했습니다. 한국전력 내부 지침 및 절차를 무시하고 인입 전기선을 펜치로 끊어낸 후 계량기를 한전에 반납한 “불법적 단전”이었습니다. 동일 시간 기습적으로 철거 용역이 들이닥쳤습니다. 삼통치킨 전면 규격에 맞춘 완제 펜스와 용접기를 들고 1, 2차 집행 때 보았던 용역 깡패들이 왔습니다.
“안에 사람이 있다”라며 기습적인 단전과 철거에 맞서 싸웠고, 이 날의 강제철거 시도는 불발로 일단락되었습니다.
한전 측이 전기를 다시 연결하려고 현장에 방문, 임대인 측을 설득했으나 전기는 다시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임대인 측은 계량기 보호시설에 임의로 잠금장치를 설치했고, 이를 열지 않았습니다. 한전 측은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의 단전은 불법이나, 건물 소유권자가 설치한 잠금 장치는 건물주만이 열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임대인은 자물쇠를 열지 않았습니다.
삼통치킨은 발전차를 끌어와 계속 장사를 했습니다.
임대인 측으로 부터의 협상 제의 “무릎 꿇고 받는 돈이면, 그 돈 필요 없다.”
단전과 강제철거 시도가 있던 날 밤(2015.11.19.) 농성이래 최초로 임대인 측으로부터 협상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정청래 의원(마포을)이 중재한 협상이었습니다. “배상금 1억 원” 협상안, 이 자리에서 삼통치킨 사장님은 관대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요구했던 협상 내용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임대인 측의 변화된 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다음 날 대화의 자리를 열기로 했고, 이 날 하루 집회 및 시위를 잠정 중단키로 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새벽 임대인 측이 보내온 협의서(초안)에 대단히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1. 임대인 측 합의서(초안)
“임차인은 맘상모 소속 원들과 함께 행한 임대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모욕, 영업방해, 폭행 등에 대해 임대인에게 사죄하며, 사죄는 이 합의서를 상호 교부함으로써 갈음한다.”
위 문장에 중차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⓵ 임대인 하두호는 임차상인의 권리 싸움을 “돈을 받아내기 위한 진상 짓”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⓶ 임대인 하두호는 2차례의 강제집행, 1차례의 강제철거 과정에서 발생했던 폭력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⓷ 임대인 하두호는 “불법적 단전” 행위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습니다.
⓸ 임대인 하두호는 “세입자 생계대책 없는 강제퇴거”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습니다.
2. 임차인 측의 요구
⓵ 임대인 하두호는 임차상인의 권리금을 약탈 행위에 대해 사죄하라.
⓶ 임대인 하두호는 용역 깡패 수십 명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한 점, 장애인 용역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한 점에 대해 사죄하라.
⓷ 임대인 하두호는 반인권적으로 전기를 차단한 점에 대해 사죄하라.
⓸ 임대인 하두호는 이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돈이면 모든 것이 통하는 것처럼 잘못 알려준 점에 대해 사죄하라.
위 요구를 임대인에게 전달했고 기한을 정해두었습니다.
오늘(2015.11.21.) 오후 5시까지 임대인이 불법적으로 끊었던 삼통치킨의 전기를 회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임대인을 (아직은) 대화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키로 했습니다. 집회 및 문화제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며 임대인 측 합의서 및 임차인 측 요구 모두 공개, 더욱 단단하게 끝까지 싸우기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합의서 날인(2015.11.20.)
정청래(마포 을)의원, 우원식(을지로위원회)의원의 중재로 임대인-임차인 간의 협상 테이블이 열렸습니다. 배상금액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사과하라”는 임대인 측의 요구에 대한 우리 측 입장 차이가 문제였습니다.
투쟁 방식이 임대인과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들에 대한 불매운동이었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해 사과하는 것으로 마름했습니다. 당사자의 판단과 결정이 최우선이라는 원칙하에 장장 6시간에 걸친 협상을 매듭짓고, 합의서 날인을 결정했습니다.
“저희 삼통치킨은 임대인과 원만히 합의하였으며, 분쟁 과정에서 불편을 입으신 임대인과 많은 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승리 : 우리는 모두 기뻤고, 웃었다.
합의서 최종 날인한 날 아침 사장님은 "왜 그렇게들 이긴다, 이길 수밖에 없다. 털려도 이긴다란 말을 자신 있게 하는 지 잘 몰랐는데 오늘 아침 번뜩 알았다. 우리가 정의라서 이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이상한 협의문을 단박에 거절했습니다. 무릎 꿇고 받는 돈이면 필요 없다고.
현직 국회의원 2인의 중재로 이루어진 협상 테이블, 장장 6시간에 걸친 최종 합의. 서로간 구두로 유감 및 사과를 표했고, 방식이 "불매운동"이었던 만큼 이에 대해 사과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임차상인의 투쟁 목표는 “재기”입니다. "재기"란 "재계약 또는 대체상가로의 이동"일 겁니다. 그런데 "분쟁 이전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삶의 질로의 회복"도 중요합니다. 삼통치킨 사장님 부부는 “잘 싸웠고, 이정도의 마름이면 나는 계속 살아갈 수 있다. 나는 기쁘게 살아갈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강제퇴거는 스테레오 타입이지만 임차상인의 싸움과 마름은 제 각기 참 다릅니다. 경험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 알록이달록이들에게 "승리"의 의미와 방식 또한 알록이달록이 입니다.
삼통치킨(홍대점) 임차상인 부부가 기뻐해서 우리 모두 참 기뻤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투사"로 살지 않게 되어서, 용역들에게 너무 많이 맞지 않고 끝나서 기쁩니다. 너무 오랫동안 투사로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는 싸울 용기를 얻지만 말입니다.
2015년 11월 24일 정오,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차이와 반복 작성시간 15.11.25 명도소송이 들어온 상황에서 법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신 점이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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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givenjoa 작성시간 15.12.01 약자에게는 강한 법에 대항에서 힘든 기간을 보내셨던 두분께 박수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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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돈복아줌마 작성시간 15.12.06 많은분들이 애써주셨네요.
맘고생 몸고생 많으셨습니다. -
작성자삼통 작성시간 15.12.10 응원해 주신 맘상모 카페 회원 여러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삼통치킨은 맘상모 사무국과 동지 여러분들을 믿고 오직 우리 삶과 권리를 위해 투쟁 했습니다
국장남들의 "정의"를 위한 용기와 자신감이 우리 부부에게 큰힘이 되어 저희도 오로지 이겨야겠다는
자신감을 싸웠습니다 그리고 승리 하였습니다
응원 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