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2. 일요일
설악산에 오르며...
[산행코스]
한계령휴게소~ 삼거리~ 끝청~ 중청~ 대청봉~오색(남설악탐방소) 약 13키로.
자꾸 늙어가며 약해지는 모습이 싫어
그래도 설악에 한번 올라~ 기를 받아야 유지할 수 있을 것같아 걸어본다.
날이 갑자기 추워져 준비를 잘 해야한다.
그보다 출발시간이 일요일 자정 가까운 새벽 1시라 어중간해서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토요일 전체를 날려 먹는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토요일은 대기상태로 스탠바이~ 한다고
옳게 쉬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보냈었다.
설악산 이미지가 상당하긴 하다.
날이 춥다는거 말고 그리 큰 문제도 없는데 뭐이리 정신적으로 압박이 있는지
그런 와중에 변수가 발생했다.
목감기가 깜짝 등장. 나를 괴롭히네?
몸이 으슬으슬한게 자꾸 떨리며 묵직한 기침이 새털처럼 가볍게 마구 쏟아져 내리는데... ㅠㅠ
우짜겠스까이~
이유를 찾아보니~
금요일 저녁 '시월의 마지막날' 이라 케서 외로움과 벗하며 사는 지인들과 우연히? 조우해,
간단히 막걸리 한잔하려했던 내 뜻과는 전혀 무관하게 흘러가더니
상황이 그렇게 되다보니 과하게 마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마셨더니 그 댓가를 혹독히 치른다.
세상사는 진짜 내 뜻과는 조금 다르게 흐른다. 그게 진리더라
거기에 어머닌 연약한(?) 아들이 안쓰러웠던지
단백질 잘 섭취해 힘내서 오르라고 오리고기까지 사주시고...
나는 묘하게 더 부담이 되네.
부끄럽구로 산행 20년 경력의 아들이 설악산 오르는게 거 뭐시라꼬~
암튼 준비과정이 지난했다. ㅎㅎ
그런데, 어휴~ 역시 설악은 쉽지 않았다.
시작부터 상상 이상의 난리다.
01시에 출발해 6시 아침을 먹고, 7시 한계령 출발점.
거기는 좁아 버스를 오래 세워둘 수 없다.
빨리 나가라는 연락을 받고, 신발 대충 신고 스틱을 들고 버스안에서 딱 나오니
허이쿠~!
마치 기다렸다는듯 강한 세찬 바람이 미친듯 불어대는데~
갑자기 딱 마주친 시베리아의 차가운 겨울바람에 모든게 다 얼어 붙는다.
덩달아~ 멍하니 내 머리속 영혼까지도 외출해뿐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갑자기 귀때기 한대 맞은 기분이랄까.
뭐지, 이 강한 스파이크 같은 추위는?
이게 이 시기에 맞는 추위 맞나.
영혼이 떨어져 나가니 생각이 논리적으로 될리 없다 .
일출은 한계령 비석(오색령비) 옆으로 찬란하게 올라오는데 바람은 눈을 뜰수 없게 세차게 불어댄다.
정신없이 따라 오르면서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현실을 인식한다.
급하게 장갑을 꺼내 채우려는데... 어라? 장갑이 한쪽 뿐이네. ㅠㅠ
뭐가 이리 뭐~ 같냐?
비몽사몽간에 벌어진 엄청난 충격으로 가뜩이나 컨디션 안좋은데 조져놨다
왼손은 장갑, 오른손은 맨손.
그렇다고 초반 이만큼 올라쳤는데 다시 내려가 찾고픈 생각은 1도 없다.
그냥 오른다.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
평소에도 피가 잘 안돌아 차갑게 저려있는 내 손가락이 오늘 이 차가븐 날씨 속, 시베리아로 내팽개쳐졌다.
그 다음은 무슨 얘기가 필요하까?
상상 그 이상이다. ㅠㅠ
삶에 적응하기 위해 생존게임 하듯 독하게 정신을 다잡고 악착같이 오른다.
이 코스는 조금 편안한 코스인데도 왜이리 빡센거야~ 숨도 잘 안쉬어진다.
그러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넌..뭐하러 여기 왔냐? 이게 니가 원하던 거야"
답이 있겠나?
그래도 굳이 답을 찾아본다면... 산행이 힘들기에, 아무나 쉽게 도전하지 않기 때문에.
아니아니.. 더 정확하게 말해보면 '힘들어 스스로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에~!'
맞다.
산행의 묘미는 이 묘한 메카니즘 속에 숨어있다.
그렇게 힘들어하며 고생하면서도 또 도전하는거다.
졸라 힘들기에... 오르는 것이다.
매번 힘든 과정을 괴롭게 극복하는 가운데... 뭔가 커다란 쾌락을 얻는 것 아니겠나.
쾌락? 맞나, (근데... 이기 말이 되나? ㅎㅎ)
쓴맛 속에서 단맛을 느낀다고.
희안하게 나같은 사람들이 많더라. 결국은 정리해 보면 "힘들기에 하는 것"이 등산이다.
이 무슨 말 안되는 논리인가... 쯧쯧
그런데~ 알잖은가, 부인하긴 힘들다.
오늘 처음 뜻하지않게 같이 산행을 하게 된 68년생 기태씨.
참 멋진 마인드를 갖고 있는 분이더라.
외형은 날카롭고 차갑게 보이는데~ 오늘 종일 중간에서 나하고 같이 개고생하며 정이 들었는지
내 쓰잘데기 없는 물음에 친절하게 "힘들기에 하는게 산행"이라 답을 내주었다.
인생 살아볼 만하지 않은가?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헉헉대며 오르고 또 오른다 .
그래, 설악이 이래서 설악 아니더냐~
여긴 겨울나라다.
바닥이 성애가 얼어 얼마나 미끄러운지 하얀서리가 내린 바위를 조심히 밟고 오른다.
매끌매끌한게 조금만 힘을 주면 그대로 쫙쫙 미끄러진다.
어느정도 상황에 적응하다보니 그제서야 멋진 조망이 찬란하게 눈에 들어온다.
와아~ 진짜 멋지다.
저 밑에 수천개의 봉우리가 삐죽삐죽 그림처럼 솟아있네.
하늘은 파란 염료를 쏟아놓은듯 파아랗고, 구름은 진짜 하얗게 그림처럼 떠 있다.
캬아, 이게 작품 아니면 뭔가~
인간은 망각의 동물.
그렇게 힘들었던 조금전의 일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그저 행복에 빠져든다.
그렇게 느껴가며 계속 오르고 올라 끝청에 도착한다.
마주오는 산객들이 정상의 칼바람이 장난 아니라고 난리다.
중청부터는 옷을 단디 입어야한다고 조언까지 던져주네~
하기사~ 대청봉 거기에는 겨울만이 존재한다.
여름에 가도 대청봉에만 가면 얼마나 추운지...
그런 대청봉에 체감온도 영하 6도의 강풍이 불어대어 사진도 잘 못찍는다 한다.
중청가기전 바람없는 곳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중무장을 해서 대청봉에 올라선다.
하이고~ 중청에서 대청까지 이렇게 길고 높았었나? ㅎㅎ
낑낑거리며 결국 대청봉에 도착.
희열을 맛보기엔 바람이 너무 쎈데... 웃기는게 인간들의 욕망이더라
그 추운데 정상석 인증을 위해 줄이 주욱 늘어서있다. 아마 이 개고생을 한 값을 건지려는 것이겠지.
근데 그거까진 좋다 이거야, 보니까 질서도 없고 매너도 없고... 특히 배려가 없다.
줄선 것이 억울해 여러장 찍는 건 좋은데 ...
뜸을 들이고 사진 들여다봤다가 다시 포옴 잡고 찍고, 또 사진확인하고 다시 앉아 포즈잡고...
한팀이 대략 2-3분을 그냥 시간을 끌며 보내고 있네
환장하겠네~ 갑자기 화딱질이 처오르며 질서잡기에 나섰다.
내가 안나서면 뒤에 줄 선 사람들 다 얼어죽는다.
"사진찍는 건 이해합니다만 산객 여러분 뒤에 기다리는 분들 배려 좀 해주세요
바로바로 준비해서 딱딱 찍고 빠져주세요. 이건 아니잖아요~!"
내가 총대를 메고 우리 팀들은 인당 두장씩 세로 가로로 찍어주고 했다.
손가락 다 떨어져 나갈 것 같지만... 내가 모범이 되어야지~ㅎㅎ
암튼 그렇게 정상석 다 찍어주고 멋지게 퇴장한다.
자, 지금부터 하산길인데 이제부터 "무릎과의 전쟁"이다.
오색으로 내려가는 길은 계속된 가파른 내리막~!
예전에 어떻게 저길로 올라왔는지 이해가 전혀 안되더라
가도가도 끝없는 내리막. 듁는줄 알았다.
그렇게 남설악탐방소까지 절뚝이며 하산을 완료한다.
흐뭇한 만족감이 저밑바닥부터 피어오르는게 진짜 뿌듯했다.
이래서 설악을 가는거 아니겠나~
하산주 할때는 같이 산행했던 기태씨랑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기울인다.
산이 좋아 만난 친구끼리 나이 한살차이로 형 동생 할 필요있느냐는
그의 말 한마디에 말없이 내 위장으로 소주를 털어넣었다.
가슴속에 확 와닿는 진리. 공감한다. 갑자기 그가 되게 멋져보이더라.
그렇지, 나이 한두살이 무슨 소용이더냐~!
산 좋아 왔으니 좋은 "산친구" 많이 사귀는게 목표라는 그의 말 한마디는
내가 살아온 철학과 일치되며 최근 큰 정신적 아픔을 겪으며 쭈그러진 내 의식에 달콤한 활력소로 다가오더라.
뭐 그랬다고~ ㅎㅎ
이런저런 잡 얘기에 멋진 설악산행기가 산행에 대한 진정한 고찰은 개뿔. 허트러졌다.
하고픈 말은 많은데 간결한 압축이 제대로 안되니 답답할 따름이다만
고생한만큼 행복한 하루였다는건 부동의 진리다.
앞으로 힘들어도 갈 수 있을때 더 많이 가야겠다.
짧은 삶의 한자락에 뭐라도 채워 죽을때 후회없이 가고픈 그 마음이다.
설악이 준 행복에 고마워하며 오늘 같이 한 모든 분들에게 즐거웠다는 말씀 올린다.
참 잘보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