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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롯데 월드 빌딩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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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오후 청와대 세종실. 李明博(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民官(민관) 합동회의’가 열렸다. 합동회의에는 정부 측에서 재정부, 지경부, 국방부 등에서 10명의 장관이 참석했고, 민간 측에서는 趙錫來(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포함 경제 5단체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전경련 등 기업 측 인사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기업의 투자 관련 애로사항을 해소해 달라”고 건의했다. 전경련이 이날 회의에서 제시한 대표적인 투자 애로사항 사례는 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잠실 ‘제2 롯데월드’ 건설 문제였다. 제2 롯데월드는 잠실 롯데월드 맞은편에 추진 중인 복합 건물로, 완공 후 예상 높이가 555m(112층)에 이른다. 제2 롯데월드가 완공되면 현재 대만 타이베이에 있는 ‘101 빌딩’(508m)을 제치고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 롯데그룹은 지난 1995년부터 제2 롯데월드 건설을 추진해 왔지만, 공군이 인근(약 6㎞)에 있는 서울공항의 비행기 이착륙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14년째 답보 상태다. 전경련의 건의를 받은 이명박 대통령은 제2 롯데월드 건설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李相憙(이상희) 국방부장관이 공군의 기존 입장을 대변하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은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전경련 관계자가 전한 회의 상황. 14년간의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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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심곡동에 있는 서울공항 모습. |
“555m에 이르는 제2 롯데월드 건물이 완성되면, 외국 國賓(국빈)을 태운 대형 비행기가 서울공항을 이용할 때 위험할 수 있습니다.”(이상희 장관) “1년에 한두 번 오는 외국 국빈 때문에 건설에 반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합니다. 외국 국빈들이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을 이용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이명박 대통령) “….”(이상희 장관)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해 보세요.”(이명박 대통령) “국방부에서 다각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이상희 장관) “그런 식이니까, 14년 동안 결정이 안 난 것 아닙니까. 날짜를 정해 놓고, 그때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검토하세요.”(이명박 대통령) “네.”(이상희 장관) 지난 5월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 대변인은 “제2 롯데월드 건립 절대 불가”라던 기존 입장에서, “제2 롯데월드 건설 문제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 국방부와 공군은 이 문제에 대해서 여전히 ‘검토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4월 민관 합동회의에서 “시간을 정해 놓고 검토하라”는 지시를 했지만, 국방부 시계는 여전히 멈춰 있다. 뿐만 아니라, 공군 전·현직 장성들 사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공군을 무시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며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와 공군 측은 제2 롯데월드를 건립할 경우 서울공항의 활주로를 변경하거나, 신설 또는 일부 항공기를 다른 기지로 옮기는 방안 등이 있으나 어떤 경우든 수천억 원 대의 비용이 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롯데그룹은 “일부 항공 접근 절차를 조정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국방부·공군과 롯데의 지난 14년 공방은 무엇 때문에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제2 롯데월드와 서울공항은 공존할 수 없는 물과 불 같은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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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합동회의’모습.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이상희 국방부 장관에게 “제 2 롯데월드 건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
“제2 롯데월드 군용항공기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1994년 공군이 롯데에 보낸 회신) 서울공항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심곡동에 있는 공군 비행장이다. 흔히 서울공항이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공군 성남기지로 K-16 공군기지라고도 불린다. 북한지역의 정찰을 주목적으로 하는 백두와 금강정찰기가 서울공항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한국공군 15혼성비행단과 미 육군 17항공여단 1대대도 배치되어 있다. 이곳은 평소에는 군용 비행장으로 이용되지만, 우리 대통령의 외국 방문이나, 외국 국빈들의 방한 때 이 공항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 8월 11일 방한한 부시 미국 대통령 부부도 서울공항을 통해서 입국했다. 내외 국빈들이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이유는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을 이용할 경우 경호문제나 민간 항공사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반드시 서울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28일 민관 합동회의에서 “외국 국빈들이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을 이용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했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롯데그룹은 지난 1994년 제2 롯데월드 건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공군에 초고층 건물 건축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서울공항이 공군기지로 이용되고 있고, 내외 국빈들의 입·출국 장소라는 특수성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롯데가 처음 질의를 보냈을 때 공군 측은 ‘제2 롯데월드 건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回信(회신)을 했다. 지난 14년간 제2 롯데월드 건축을 담당하고 있는 김명수(56) 롯데물산 상무의 이야기다. “1994년 그룹에서 제2 롯데월드를 건축하기로 결정한 후에, 공군 측에 건축이 가능한지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공군에서는 얼마 후 ‘제2 롯데월드는 비행안전구역 밖에 있기 때문에, 군용항공기지법상 해당 사항이 없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왔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건축 허가를 받기 위해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공군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면서 14년간 발목을 잡으리라고는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어요.” ― 그렇다면 제2 롯데월드가 비행안전구역 내에 건설되는 게 아니었습니까? “전혀 아닙니다. 비행안전구역 내에 있으면, 군용항공기지법을 바꾸지 않는 한 건축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저희는 제2 롯데월드가 비행안전구역 바깥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건축 결정을 내린 겁니다. 만약 비행안전구역 안에 포함됐다면, 우리는 처음부터 포기했을 겁니다.” 비행안전구역이란, 군용항공기지법상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기 위해 활주로 및 공항 주변에 설정된 구역이다. 동법 제4조에 따르면, 비행안전구역은 1~6구역으로 나뉘며, 각 구역에 규정된 높이 이상의 장애물이 존재하거나 계획될 경우, 장애물을 제거하거나 규정 높이 이하로 계획을 제한해야 한다. 김명수 상무의 설명이다. “서울공항에는 主(주)활주로와 附(부)활주로 2개가 있습니다. 두 활주로는 각각 다른 각도로 건설돼 있기 때문에, 비행안전구역의 일부가 엇갈립니다. 제2 롯데월드 부지 전체는 주활주로의 비행안전구역에서는 완전히 벗어나 있습니다. 다만 전체 부지 가운데 약 65%가 부활주로 비행안전구역 내에 들어가 있는데, 제2 롯데월드의 초고층 빌딩은 부활주로 비행안전구역 바깥에 있어요. 즉, 초고층 빌딩은 주활주로와 부활주로 비행안전구역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는 겁니다. 현행법 어디를 뒤져봐도 제2 롯데월드 초고층 빌딩을 짓지 못할 아무런 이유나 문제가 없습니다. 이런 사실은 롯데와 공군 관계자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 롯데 측의 주장대로 장애물 안전구역 바깥에 위치하면, 초고층 빌딩 건설을 하는데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겁니까. “그럼요. 그렇기 때문에 1994년 공군에서 ‘군용항공기지법상 해당 사항이 없다’고 회신을 한 겁니다.” “공군의 첫 번째 고도제한 근거 사라져” 롯데그룹은 지난 1996년 7월 허가 수속에 돌입했고, 제2 롯데월드가 들어설 관할 송파구청은 공군과 협의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제2 롯데월드 건축이 삐끗하기 시작했다. “비행안전구역 밖의 부지라서 건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당초 공군의 주장은 갑자기 “비행안전구역 밖의 부지라 해도 해발 164.5m까지만 건축에 동의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공군이 근거로 든 것은 美(미) 연방항공청이 정한 기준이었다. 미 연방항공청의 기준에 따르면, 1996년 당시 제2 롯데월드 부지는 정밀계기착륙 절차상의 부수구역 내에 들어가 있었다. 부수구역 내에 들어가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김명수 상무의 설명이다. “공항에 착륙하기 직전에, 진입구역이라는 항로가 있습니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춰 착륙을 준비하는 구역을 말하는 것이죠. 진입구역은 주구역과 부수구역으로 나뉩니다. 주구역은 정상적으로 비행기가 착륙을 위해서 날아가는 구역이고, 부수구역은 비행기가 양 옆으로 벗어날 수 있는 경우를 대비해 마련해 놓은 여분의 구역입니다. 이 때문에 부수구역 지역에 건축되는 빌딩의 고도제한 각도를 정해 놓았습니다. 미 연방항공청이 정한 부수구역의 경사도는 실제 7 대 1이었는데, 당시 우리 공군은 20 대 1 기준으로 적용했더군요. 경사도를 공군처럼 20 대 1 기준을 적용하면 164.5m가 되지만, 미 연방항공청 기준으로 계산하면 315m가 나옵니다. 저희가 이 문제에 대해 항의하자, 공군은 315m로 건축을 허용하겠다고 검토했어요.” ― 안전구역이 아닌 곳에 건물을 지을 때도 고도제한을 지켜야 합니까. “안전구역 바깥이라서 반드시 이 기준대로 지을 필요는 없어요, 다만 항로나 비행 착륙 고도를 조정하면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공군이 이런 검토를 할 필요조차 사라졌습니다.” 미 연방항공청은 2002년 6월 14일 부수구역의 면적을 대폭 줄였다. 각종 비행안전기술과 기계가 발달해 이들 구역의 면적이 과거처럼 넓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의하면 제2 롯데월드의 초고층 건물 부지는 부수구역에서 약 780m 떨어지게 됐다. 김명수 상무는 “기존의 기준으로 부수구역에 들어가 있다 해도, 초고층 건물을 짓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게다가 미 연방항공청 기준이 부수구역의 면적을 대폭 줄이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공군이 반대할 근거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공군이 1996년부터 제2 롯데월드 건축을 반대한 근거였던 정밀계기 착륙절차의 부수구역이 사라지자, 롯데는 2003년 7월 당시 건교부 항공안전본부에 기술 검토를 요청했다. 건교부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제2 롯데월드 건축이 서울공항 항공기 이·착륙 안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기술 검토를 의뢰했다. 미 연방항공청은 2003년 8월부터 2004년 1월 사이에 이에 대한 정밀기술 검토를 시행한 결과 “제2 롯데월드 건물이 들어서도 서울공항의 비행기 이·착륙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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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초고층 빌딩은 서울공항 주활주로와 부활주로의 비행안전구역 바깥에 건설된다. |
미 연방항공청 “제2 롯데월드, 비행기 안전에 문제없어” 송병흠(宋炳欽·50) 항공대 교수에게 미 연방항공청의 기술 검토 내용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항공기가 활주로에 착륙하기 위해 착륙항로에 접근하는 절차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가 정밀계기 접근절차예요. 이는 ILS와 PAR이라는 정밀계기를 사용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두 계기는 착륙하는 항공기에게 활공각, 방위각, 거리 정보를 제공하는 장비인데, PAR은 군에서만 사용하는 장비예요. 둘째는 비정밀 계기 접근절차입니다. TACAN(항공기와 地上局의 상대적인 방위와 거리를 알아내기 위한 항법 방식), VOR(very high frequency omnirangeㆍ초단파 전방향식 항법무선시설), DME(distance measuring equipmentㆍ거리측정 전파장치), ASR(Airport Surveillance Radarㆍ공항 주변 감시 레이더)이라는 비정밀 계기가 사용됩니다. 미 연방항공청은 제2 롯데월드 건축이 정밀계기 접근절차와 비정밀 계기 접근절차 중 TACAN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공군은 이 세 가지 접근절차를 약 99% 이상 사용하고 있어요. ” ―TACAN을 제외한 다른 비정밀 접근절차상으로는 제2 롯데월드가 비행기의 이·착륙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보십니까. “미 연방항공청은 VOR과 DME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종접근 항로를 약 10° 조정하면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비정밀 접근절차 가운데 ASR을 사용했을 때만 장애물 회피 구역에 저촉돼 직진입 불가라는 판정을 받았어요. 하지만 이마저도 선회 접근하면 영향이 없다고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제2 롯데월드 건축과 서울공항 항공기 이·착륙 안전에는 영향이 없다는 뜻입니다.” 롯데 측은 미 연방항공청의 기술 검토 결과서를 서울시에 제출했고, 2006년 2월 22일 서울시는 높이 555m 112층 규모로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했다. 당시 서울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민관 합동회의에서 제2 롯데월드 건축에 긍정적이었던 것은, 미 연방항공청의 보고서를 서울시장 당시에 보셨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미 연방항공청의 기술 검토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되고,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하자 공군은 대응책 마련을 위해 고심했다. 국방부는 2006년 5월 22일 국무총리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다. 공군은 미 연방항공청의 기술 검토 보고서에서 비정밀 접근절차 가운데 ASR 접근절차를 문제 삼았다. “ASR 접근절차상 장애물 회피 구역에 저촉되기 때문에 제2 롯데월드의 높이는 203m로 제한되어야 한다”는 게 공군의 논리였다. 이와 함께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비행안전 영향평가를 재시행할 것을 건의했다. 공군의 요청에 따라, 건교부 항공안전본부는 한국항행학회와 문엔지니어링에 비행안전 영향평가 용역을 맡겼다. 2006년 10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이뤄진 용역 결과는 미 연방항공청의 기술검토 보고서와 거의 유사했다. 대한민국 공군이 99% 이상 사용하는 정밀계기 접근절차와 비정밀 계기 접근절차 중 TACAN에서는 아무 영향이 없었다. VOR/DME와 ASR에서는 장애물 회피구역에 저촉되는 것으로 나왔는데, 하지만 미 연방항공청 검토 결과와 마찬가지로 이는 최종접근 항로를 조정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역을 담당했던 문엔지니어링 김영일 상무에게 용역 결과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김 상무는 공군 항공교통관제 감독, 계기절차 감독 출신이다. “공군이 문제 삼는 ASR은 현재 사용하지 않는 원시적인 착륙절차” ― 문엔지니어링의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제 2 롯데월드 건설이 정밀계기 접근절차와 비정밀 계기 접근절차 중 TACAN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더군요. 이는 어떤 의미를 지닌 겁니까. “서울공항에서 이용하는 계기접근절차 가운데, 이 세 가지 절차가 약 99% 이상 사용됩니다. 공군이 제2 롯데월드 건축 불가 이유로 내세우는 비정밀 계기절차 중 ASR은 공군기의 훈련을 위해 연간 약 40~50회 정도밖에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외국 국빈들의 비행기가 서울공항에 착륙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공군 측 주장은 과장된 겁니다.” ― ASR이라는 접근절차는 잘 사용되지 않는 방법인가요? “ASR은 공항 주변 감시 레이더입니다. 대부분의 공항에 설치되어 있지만, 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에요. 착륙하는 항공기들 간, 또는 출발하여 정상궤도로 진입하는 항공기들 사이에 안전한 간격을 유지하고 항로를 안내하는데 사용합니다. 미 연방항공청은 ASR 절차를 비상 시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가하고 있어요. 미국에 있는 2800개 공항 가운데 약 93%인 2600여 개 공항에서는 아예 ASR 접근절차가 착륙 매뉴얼에 없습니다.” ― ASR이 접근절차 가운데 하나로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SR 접근절차는 정밀계기를 사용해서 착륙을 유도하는 방법이 아니라, 관제사와 조종사의 口頭(구두) 교신에 의해서 착륙을 유도하는 방법이에요. 과거 ILS나 PAR 등의 정밀계기가 없을 때는 이용됐지만, 지금처럼 정밀 레이더로 각, 거리, 착륙 속도 등이 컴퓨터 모니터로 안내되는 시대에 이런 원시시대 방법을 어떻게 사용합니까. 이건 항공분야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기초 상식입니다. 다만 전쟁 같은 최악의 조건에서 정밀계기가 없을 때를 가정해서 공군기가 훈련을 받을 때나 일시적으로 사용할 뿐입니다. 우리나라 군용 공항인 김해를 비롯, 인천 김포 제주 등 많은 공항에도 ASR 접근 절차가 없습니다.” 타이베이 101 빌딩 건축 위해 육군 부대 市 외곽으로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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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타이페이 101 빌딩(508m). |
― 공군은 제2 롯데월드 건물이 ASR 접근절차의 장애물회피 구역 안에 속해 있다는 근거로 고도제한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장애물 회피 구역이라는 영역에 속해 있으면, 반드시 고도를 제한해야 하는 겁니까? “장애물 회피구역은 법률상의 비행안전구역처럼 고정된 영역이 아닙니다. 비행안전구역은 법을 바꾸지 않는 한, 절대로 변경이 안됩니다. 제2 롯데월드 건물이 비행안전구역에 속한다면, 14년 동안이나 논란이 될 수 없어요. 왜냐? 절대로 건축이 불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장애물 회피구역이란 미 연항항공청이 항공기 이·착륙을 위해 정한 매뉴얼입니다. 만약 이 구역 내에 안전 비행에 영향을 미치는 장애물이 존재할 경우, 반드시 장애물을 제거하기보다는 안전하게 장애물을 피할 수 있도록 항로를 수정하거나 이·착륙 고도를 높이는 방법 등으로 착륙절차를 조정하게 돼 있습니다. 저희가 시행했던 용역 결과도, ASR 접근절차의 항로를 10 ° 틀면 된다고 돼 있습니다.” 김영일 상무에 따르면 미국, 홍콩, 대만 등의 공항에서는 고층빌딩이나 높은 산을 피해 비행항로를 수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가운데 대만의 사례는 제2 롯데월드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고 했다. 대만에서는 지난 1998년부터 수도 타이베이(臺北)시에 ‘타이베이 101’ 빌딩(높이 508m)이 건축되면서, 인근 송산공항의 비행 항로를 수정해야 했다. 특히 송산공항은 민간 공항이지만 군용기 일부가 이 공항을 이용하고 있었고, 공항 인근에는 대만 육군부대가 위치하고 있어 軍(군)의 반발이 있었다. 필자는 대만 타이베이 101 빌딩 건축과 송산공항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타이베이로 날아갔다. 타이베이시 충산로에 있는 그랜드 포모사 리젠트 호텔에서 ‘타이베이 101’ 빌딩의 株主(주주)회사 한 곳의 대표인 M씨를 만났다. 타이베이 101 빌딩은 대만의 은행,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 10여 개가 주주로 돼 있다. M씨는 한국 군과 관계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면서 익명을 요구했다. ― 타이베이 101 빌딩 건축 과정에서 대만 민용항공국과 마찰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1997년에 빌딩 건축 허가를 신청했을 때 항공국이 바로 ‘OK’했습니다. 그래서 빌딩 건축을 시작했는데, 민용항공국이 뒤늦게 ‘건물이 완공될 경우 일부 항로 안전이 위험할 수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처음 허가를 내줄 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뒤늦게 발견됐다고 합니다.” 타이베이 101 빌딩이 건설되는 지역은 송산공항 활주로에서 남쪽으로 4㎞ 떨어져 있었다. 송산공항에서는 비행기가 활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륙한다. 이륙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타이베이 101 빌딩이 완공되면 착륙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송산공항에 착륙할 때는 활주로의 서쪽과 동쪽을 모두 이용한다. 비행기는 착륙할 때 맞바람을 안아야 하는데, 송산공항 상공에 서풍이 불면 비행기는 남쪽으로 旋回(선회)해서 활주로 동쪽으로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비행기가 선회하는 남쪽 방향으로는 타이베이 都心(도심)이 펼쳐져 있다. 타이베이 101 빌딩이 없을 때는 비행 안전에 별 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508m의 빌딩이 도심 쪽에서 올라가면 비행기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대만 정부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다시 M씨의 이야기다. “민용항공국은 다시 회의를 열었습니다. 일부 논란도 있었지만, 민용항공국은 ‘활주로 동쪽을 이용하기 위해 선회할 경우, 타이베이 101 빌딩을 피해 더 크게 선회하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기존 착륙 비행항로 2개를 폐쇄하고, 3개를 신설했습니다. 또 만약을 대비해서 이륙항로 1개를 폐쇄하고, 1개를 신설했어요. 오로지 타이베이 101 빌딩을 위해서였습니다.” ― 비행 항로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軍의 반발은 없었나요. “대만 육군의 반발이 있었습니다. 새 착륙 항로가 타이베이 시에 있는 육군 부대 위를 지나가게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만 육군에서 ‘우리 머리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은 군 보안상 문제가 있다’고 했죠. 그런데 간단하게 해결됐습니다. 천수이볜(陳水扁) 당시 총통이 ‘비행기가 지나가는 게 문제라면 육군 부대를 옮기면 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죠. 당시 대만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 살리기였기 때문에, 타이베이 101 빌딩 건축에 대만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았던 상황이었어요. 결국 육군 부대들은 타이베이 시 외곽으로 옮겨 갔습니다.” ― 대만 육군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천수이볜 전 총통이 국가안보를 경시하고 있다는 비난은 없었습니까. “천수이볜 전 총통은 재임 8년 내내 대만 독립을 부르짖으면서 중국 본토 정부와 긴장을 유지했습니다. 국가안보에 대해서 그분만큼 신경을 쓰는 지도자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타이베이 101 빌딩을 짓는 것이 궁극적으로 대만의 힘을 키울 것이라고 생각했죠. 또 엄밀하게 따져 비행기 항로를 바꾸고 육군 부대를 옮기는 게 국가안보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대만 국민들도 마찬가지였죠.” 타이베이 101 빌딩 부지 근처만 고도제한 높여 다음날인 8월 8일 오후 5시 타이베이 시 북쪽 돈화북로(敦化北路)에 있는 송산공항을 찾아갔다. 송산공항 한편에 대만 교통부 민용항공국이 자리잡고 있다. 필자는 타이베이 101 빌딩 건축과 관련된 민용항공국의 입장을 들어봤다. 대만 민용항공국에서는 버나드 펑 비항관제조 과장과 에코 야오 비항표준조 항공안전검사원이 나왔다. 인터뷰는 주로 에코 야오 항공안전검사원이 맡았다. 버나드 펑 과장은 “에코 야오 검사원이 타이베이 101 빌딩 건축과 관련해 비행 안전 항로, 고도 문제 등 모든 부분을 담당했다”고 소개했다. 에코 야오 검사원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타이베이 101 빌딩을 건축하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면. “타이베이 101 빌딩은 송산공항에서 약 4㎞ 떨어져 있습니다. 기존 항공안전법상 공항과 직선거리로 3~6㎞ 사이에는 고층 빌딩을 지을 수 없게 돼 있었어요. 그런데 타이베이 시에서 도시개발계획에 맞춰 공항으로부터 6㎞ 내에서도 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습니다. 저희 민용항공국은 미국 항공안전 컨설팅사인 MITRE社(사)에 의뢰를 한 결과 공항으로부터 3㎞ 외곽에는 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 고층 빌딩을 지을 수는 있었지만, 타이베이 101 부지는 비행안전구역 내에 위치해 있었다고 하던데요. “그렇습니다. 타이베이 101 빌딩 부지는 비행안전구역 가운데 한 곳인 외층타워 수평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고도 제한으로 145m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외층타워 수평면 가운데 비행기가 다니지 못하는 부분에 타이베이 101 빌딩 부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만 고도제한 높이를 약 600 m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 대만 정부가 타이베이 101 빌딩 건축을 위해 항로를 변경하고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서 민용항공국 내부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타이베이 101 빌딩을 지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와 대만 국민들의 지지가 강했습니다. 가장 불만이 많았던 대만 육군의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에, 항공국 내부에서는 별 다른 얘기가 없었어요. 게다가 우회 항로가 대만 도심 지역에서 벗어나면서, 기존 도심 지역 시민들의 비행기 소음과 관련된 민원이 줄어드는 부수 효과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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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공항 비행안전구역 조감도. 타이베이 101 빌딩은 외층타워수평면 중간에 건축돼 있다. 대만정부는 이 빌딩의 건축을 허용하기 위해 고도제한 높이를 145m에서 600m로 높였다. |
“서울공항 문제는 아주 간단, 항로를 조금 틀면 된다” 필자는 민용항공국 관계자 2명에게 한국의 제2 롯데월드 건설 문제에 대해 물어봤다. 지난 14년 동안 논란이 됐던 내용을 설명해 주고, 이들의 의견을 들었다. 버나드 펑 과장과 에코 야오 검사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쉽게 답을 주었다. 두 명의 말은 일치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조사 결과 정밀계기 접근절차(ILS, PAR)와 비정밀 계기 접근절차인 TACAN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면, 전혀 문제가 없는 사항입니다. 한국 공군이 공항 내 일개 장비에 불과한 ARS를 이유로 초고층 건물 건축을 제한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요.”(에코 야오 검사원) “ARS 장치를 이용해서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혹시 이런 공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2 롯데월드 사례에서는 서울공항의 ARS 접근절차의 비행항로를 조금 틀면 되겠네요. 게다가 서울공항이 민간공항이 아니라 군용공항이라면 더욱 간단한 일입니다. 민간공항은 비행항로, 안전도에 관한 국제 규범을 지켜야 하지만, 군용공항은 그 나라 국방부의 비행 규정을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군용공항에서는 잔디 활주로에 착륙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을 정도인데, ARS 항로를 왜 못 바꾸겠습니까.”(버나드 펑 과장) ― 한국 공군에서는 서울공항이 외국 국빈들이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안전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버나드 과장과 에코 검사원은 서로 마주 보며 웃음을 지었다. 버나드 과장이 답변했다. “한국 쪽 자료를 보니, 서울공항과 제2 롯데월드 부지 북서쪽에는 비행금지구역이 있더군요(강북의 성수동 일대부터 청와대까지 비행기 접근이 금지된 구역:P-73). 이 비행금지구역이 있어 제2 롯데월드 쪽으로 비행기가 착륙시 선회를 못하게 되어 있어 오히려 타이베이 101 빌딩 건축 사례 때보다 더욱 간단한 문제입니다. 국빈을 태운 비행기가 ARS 접근방법으로 착륙을 하지도 않겠지만, 제2 롯데월드 쪽으로 선회 비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제2 롯데월드의 초고층 빌딩과 충돌할 위험성이 전혀 없네요. 한국 공군이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아요. 그래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의심이 들면, ‘우측으로 선회 접근하면 된다’는 미 연방항공청의 권고대로 항로를 조금 틀면 될 겁니다.” 버나드 과장은 인터뷰 말미에 “어느 나라든 초고층 빌딩을 건축할 때는 수많은 규제와 반대가 생길 수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해당 국가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뿐”이라고 했다. 그는 “천수이볜 전 총통이 타이베이 시장이었을 때, 타이베이 101 빌딩 건설에 적극적이어서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타이베이 101 빌딩이 건축될 수 있었다”고 했다. 대만의 자랑 타이베이 101 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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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교통부민용항공국 에코 야오 검사원(우측)과 버나드 펑 과장(좌측). |
필자와 함께 대만 교통부 민용항공국 관계자와 인터뷰를 하고 나온 이병욱 전경련 상무는 “다소 허탈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전경련에 근무하며 우리 국방부에도 많은 知人(지인)들이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 간 양측의 주장을 들으며, 어느 쪽 손을 들어줘야 할지 난감했어요. 하지만 대만 민용항공국 관계자들의 말처럼 이렇게 간단한 문제라면, 지난 10년 이상 공군과 롯데그룹이 힘겨루기를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군요. 우리 공군이 설마 이 정도 문제를 가지고 지금까지 세계적인 초고층건물 건설을 반대했나 하는 허무한 생각이 들 정도예요.” 대만 민용항공국 직원과 인터뷰를 마친 후 필자는 信義路(신의로)에 위치한 타이베이 101 빌딩으로 향했다. 신의로 일대는 도시계획지구로, 과거의 구시가지 모습과 새롭게 개발된 신도시 지역이 공존하고 있다. 타이베이 101 빌딩에서 걸어서 10여 분 떨어진 곳에서는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었다. 타이베이 101 빌딩은 쇼핑몰과 타워로 구성됐다.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쇼핑몰이 먼저 완공됐고(2003년 11월), 현존 세계 최대 높이를 자랑하는 508m의 타워는 지난 2004년 12월 완공됐다. 타이베이 101 빌딩이란 이름은 건물의 층수가 101층이라는 데서 유래됐다. 빌딩 주변에는 세계 최고 빌딩을 보기 위해 모여든 관광객이 줄을 이어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이 63 빌딩을 보기 위해 모여든 것처럼, 대만 전역과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이 빌딩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다고 했다. 필자는 쇼핑몰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간 다음, 타워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갈아탔다. 쇼핑몰에서는 대만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뒤섞여 타이베이 101 빌딩 사진과 상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필자는 타이베이 101 빌딩 35층 라운지에서 이 빌딩 관리 회사 전무인 캐시 영씨를 만났다. 그녀는 1997년 이 빌딩이 건설허가를 받을 때부터, 이곳에서 근무했다. 그녀는 타이베이 101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러워 했다. 그녀는 중국어와 영어를 섞어 가며 타이베이 101 빌딩에 대해 설명했다. ― 관광객이 무척 많던데요. “지난해 타이베이 101을 찾은 유료 관광객 숫자가 110만 명을 넘었습니다(타이베이 101 건물 입장료는 13달러). 이 가운데 내국인과 외국인 비율이 반반이에요. 타이베이를 찾는 관광객들은 일단 한 번은 이 근처까지 온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우리 타이베이시의 자랑거리죠.” ― 타워는 전체가 사무실입니까. “그렇습니다. 타이베이 101 주주들은 처음엔 호텔을 지을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만 정부가 호텔로 허가를 내주지 않아, 파이낸셜 센터를 짓겠다고 해서 허가를 받았습니다. 현재 이곳 타워는 100% 오피스로 사용됩니다.” 캐시 영 전무에 따르면, 이 빌딩의 오피스 3.3㎡(평)당 임대료는 미화로 130달러이다. 인근에 있던 고급 오피스 빌딩의 임대료 115달러보다 15달러가 비싸다고 한다. 캐시 영 전무는 “임대료가 대만에서 최고로 비싸지만, 사무실이 없어서 임대를 원하는 회사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대만의 일류 기업과 외국 기업들의 사무실 대부분이 이 건물 내에 있다고 했다. 통역을 맡았던 제갈혜정씨는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콧대가 높고 거만하기로 유명하다”며 “대만에서 가장 성격 못된 사람들은 모두 이곳에 모여 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 천수이볜 전 대만 총통은 타이베이 101 빌딩을 건축하기 위해 엄청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총통이 나서서 빌딩 하나를 짓는데 그렇게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십니까. “타이베이 101은 단순한 민간빌딩 하나가 아닙니다. 대만 경제발전 의지와 대만의 경제를 상징합니다. 타이베이 101 빌딩이 들어서면서 구시가지였던 신의로 일대는 대만 최고의 업무용 빌딩 단지, 富村(부촌)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잠자던 돈이 건물 신축과 지역 개발로 투입되고 있어요. 여기에 대만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뿌리고 가는 외화를 무시할 수 없어요. 특히 타이베이 101을 보고 난 외국인들이 타이베이와 대만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되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고 봅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초고층 빌딩을 짓기 위해서는 그 나라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반대 의견을 밀어붙여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관 합동회의에서 전경련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2 롯데월드 개발의 경제유발 효과를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투자 프로젝트가 추진될 경우, 총 1조7000억 원이 투자되어 다양한 경제적·사회적 효과 발생이 기대됨. 공사 중 연인원 250만 명, 완공 후 2만3000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연간 2억 달러 이상 외화수익 예상. 첨단 초고층 건축기술력 배양을 통한 세계 초고층빌딩 건설시장 선점(세계 초고층빌딩 건설시장 2010년 50조 원 규모). 밀집된 도심기능의 분산으로 복잡한 도시환경문제 해결, 대지의 효율적 이용 및 도시 녹지공간 확보 가능.’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관련 내용을 모두 보고 받고 나서 2006년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때 제2 롯데월드의 건물 높이를 555m로 허가해 줬다. 하지만 노무현의 청와대는 공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미국 연방항공청과 한국항행학회의 “제2 롯데월드 건설과 서울공항의 비행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귀를 닫은 것이다. 롯데물산 김명수 상무의 설명.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2006년에 지구단위계획에서 555m 높이로 제2 롯데월드 건설 허가를 내줬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군 관계자를 불러서 의견을 묻자, 공군 관계자들이 ‘외국 국빈들이 올 때 위험하다’고 보고했다고 합니다. 수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도 공군은 귀를 닫고 있어요.” 롯데 측에 따르면, 청와대의 민관 합동회의 이후 국방부는 비행안전구역 바깥에 ‘조사구역’이라는 새로운 구역을 설정했다. 제2 롯데월드 부지가 ‘조사구역’이라는 지역 안에 건축되어 있어 비행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많은 언론들이 국방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 기사화했다. 이에 대해 송병흠 항공대 교수는 “조사구역이라는 용어는 처음 듣는 말이다”며 “전문가들도 모르는 용어를 국방부가 만들어 냈다”고 비판했다. “두바이, 상하이 부러워하지 말고 우리도 초고층 빌딩을” 김명수 롯데물산 상무의 얘기다. “조사구역이라는 건 법률에도 없는 구역입니다. 이것을 지도에 그려 넣고 마치 고도제한 구역이 광범위한 것처럼 잘못된 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한 것에 대해 공군과 국방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저희 롯데그룹이 만약 정말 비행기와 충돌 위험이 있는 지역에 빌딩을 짓는다면, 그에 따르는 모든 책임은 저희가 전적으로 질 겁니다. 기업이 망할지도 모르는 그런 超法的(초법적)인 건물을 무모하게 수천억 원을 들여 짓겠습니까. 이번 광우병 사태에서 본 것처럼, 우리나라는 통계라든가 확률, 과학이나 수학적 근거를 무시하는 분위기라서 말을 하기가 껄끄럽습니다만, 서울공항에 이·착륙하는 국빈 항공기든 공군기든 제2 롯데월드 건물과 충돌할 확률은 제로나 다름없습니다. 이것이 과학적 결론이에요.” 국내 전문기관이 미 연방항공청의 공인 충돌위험모델(CRM) 시뮬레이션 결과, 서울공항에 착륙하는 항공기가 항로를 이탈해 제2 롯데월드 초고층 건물과 충돌할 확률은 약 1000조 분의 1 이하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공항에 연간 5만 회의 착륙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 200억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할 정도의 확률이다. 김명수 상무는 “이 수치는 미 연방항공청 안전 기준인 1000만분의 1보다 훨씬 안전한 수치”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비행 안전을 우선시하는 공군의 입장을 백번 이해합니다. 지난 10년 이상 반대해 온 사안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태도를 돌변하여 바로 허용하기도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나 비행안전 면에서 문제가 없는 사안을 무작정 반대하는 것은 군이나 기업, 국가 모두에 아무런 득이 되지 않습니다. 두바이와 중국 상하이, 대만 타이베이, 쿠알라룸푸르의 초고층 빌딩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우리도 번듯한 초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우리의 경쟁자인 대만 정부가 한 만큼만 해줬으면 합니다.” 제2 롯데월드 건설 문제에 대해 공군은 어떤 입장인지를 물어봤다. 공군 측은 “현재 검토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얘기를 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필자는 거듭 “공군이 지금까지 주장해온 제2 롯데월드 건설의 안전성 문제에 관해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으나, 공군 입장을 대변하는 정훈공보과의 최석인 중령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공군이 관여되어 있으나 이는 전적으로 국방부가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 용어해설 TACAN 군용항공기의 단거리(200∼300 mile) 항법 지원용으로 개발된 것이다. 항공기에 탑재된 TACAN 장치에서 지상 TACAN의 채널을 맞추면 자동적으로 지상국에 전파가 보내지고, 지상국에서 보내는 응답신호에 의해, 지상국과의 방위와 거리가 동시에 항공기의 지시기에 나타나 항공기의 비행 위치를 알 수 있다. 미국 해군이 함재기의 歸艦用(귀함용)으로 항공모함에 설치하기 위해 개발했다. DME (거리측정 전파장치) 항행 중인 항공기에 UHF帶(대)의 전파를 이용해서 DME 설치점에서의 거리정보를 연속적으로 보내는 장치. 오늘날에는 VOR(초음파 전방향식 무선표지)을 병설하고, 그 유효거리(400km) 범위 내에서 DME로 거리를, VOR로 方位(방위)를 알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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