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순수한 소녀의 사랑의 넋 동백꽃
따뜻한 나라 먼 남국의 청년이 여행을 와서 어느 낯선 두메산골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중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눈이 맞게 되었고 마침내 깊은 사랑에 빠졌다.
둘은 서로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청년이 그 마을을 떠나야만 하는 이별의 순간이 닥쳐왔다.
두 사람은 달 밝은 봄날 저녁 뒷동산에 올라가서 눈물을 흘리며 가슴이 미어지는 이별의 슬픔을 나누었다.
소녀는 청년의 옷깃을 붙잡고 슬픔을 억누르면서 속삭였다.
"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어요.
당신의 고향은 남쪽 나라 따뜻한 곳이라 하셨는데, 다음에 여기 오실 때는 동백나무의 열매를 꼭 갖다 주세요.
그 나무의 열매 기름으로 내 머리를 예쁘게 치장하여 당신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청년은 소녀의 손을 꼭 잡으며 대답했다.
"그것은어려운 일이 아니오.
많이 가져다가 당신에게 드리겠소.“
굳게 약속을 한 청년은 다음날 이별의 발걸음을 옮겨 배가 정박한 부둣가로 사라져갔다.
슬픈 눈물을 흘리며 손을 흔드는 소녀를 몇 번이나 뒤돌아보면서 청년은 바다 건너 멀리 남쪽 나라로 떠나갔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북녘으로부터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소녀는 혹시나 청년에게서 소식이 있을까?
매일 문 앞에서 먼 바다 쪽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청년이 타고 사라져간 배는 보이지 않았다.
소녀는 점점 기다림에 지쳐 한숨과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손을 꼽아 헤아려 보니 청년이 떠난 지 그새 1년이 지나버렸다.
다시 봄이 오고 헤어지던 그 날과 다름없이 푸른빛은 온 대지를 덮고 살아오건만
사랑을 안고 떠나간 청년은 소식조차 없었다.
소녀는 사랑했던 순간들을 가슴 속에 간직한 채 부둣가 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매일 마을 뒷동산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가슴에 깊은 병이 든 소녀는 어느 날 숨을 거두고 말았다.
소녀가 죽고 얼마 후 청년은 그리움에 부푼 가슴을 안고 바다 멀리로부터 하얀 돛을 달고 소녀를 찾아왔다.
그러나 이미 소녀는죽은 후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리라는 청년의 부푼 가슴은 산산 조각이 나고 말았다.
청년은 소녀의 무덤 앞으로 달려가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그러나 죽은 소녀는 대답이 없었다.
청년은 소녀를 위해 간직해 온 동백나무 열매를 무덤 주위에 뿌리고 먼 바다로 슬픔을 간직한 채 떠나갔다.
그 후 청년이 소녀의 무덤가에 뿌려놓은 동백나무 열매는 싹이 트고 줄기가 나서 마침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다
.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산 전체가 '동백꽃' 으로 불타는듯이 빨갛게 덮여버렸다.
죽은 소녀의 사랑이 한이라도 푸는 듯 겨울 눈 속에서 '동백꽃' 이 활짝 피어나 온통그 산 하나를 붉게 물들이는 것이었다.
소녀의 죽음처럼 애절하게 꽃봉오리째 툭툭 져버리고 마는 동백꽃은 봄이 와서 다른 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렇게 속절없이 져버리는 것이었다.
겨울 눈 속에 붉은 꽃망울을 터트리는 동백꽃을 혹 보거든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다 죽어간 순수한 사랑을 한 소녀의 넋을 상기해 보라.
돈과 지위와 능력으로만 사랑을 저울질하고 흥정하는 진실한 사랑 없는 이 배신의 시대에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함이 진정 무엇인가를 한번 깊이 생각해보았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