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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산행

PCT 오리건주 6월 5일

작성자객꾼|작성시간26.06.09|조회수29 목록 댓글 0

텐트를 때리는 빗소리가 너무 낭낭하다
일기예보를 정확히 읽으며 진행할 수 있으니 참 좋다

이날은 30km 가까이 걸어야 된다
항상 일이고 산이고 앞으로 당기고 뒤로 많이 남기라 했다



아침은 가다가 먹기로 하고 4시도 못되어 서두른다
오리건주 아침이 영하로 내려갈 줄이야 예상치 못했다
얼음 부스러기 떨어지는 후라이를 마지막으로 쑤셔넣고 출발함에 4시 45분이다




이곳도 온통 불탔구나



10년이 지난 일인데 이 숲은 복원이 요원하다
아마 그때 열기가 온통 살아있는 땅속 씨앗들까지도 싸그리 익혀 버렸나 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덕(?)에 조망은 열리니 좋더라
이기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세상 일에 다 이유가 있지 않겠나
한번씩 산불이 나는 것도 지구가 돌아가는 싸이클 중에 하나겠지



불난 집에서 불 피우는 격이다
주변 잔재 대충 끌어모아 별도 불살게 없이 라이터만 있어도 불은 잘 핀다
아껴온 빵에 커피 것들여 떼우는 아침 식사도 나에게는 호사다
중환은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사람들은 이제보니 고급진 택이었다 한다



핵전쟁 이후의 지구 모습이 연상되던 때였다
그런 영화나 촬영하면 딱 좋을 곳이지 싶다



그런 언덕에도 아침 해는 뜬다
그리고 그 아래로 호수도 푸른빛으로 빛난다
제법 고무되는 길이었다



어김없이 장애물은 있다
어떤 구간에서는 너무 많아 진행속도가 반에도 못미쳤다
하긴 이 4300km의 길을 누가 다 제때에 정리하리



무수히 많은 호수를 지난다



이날 처음으로 지나가는 산객들을 만났다
차림이 말끔한 중년 부부 였는데 그들의 행선지가 내심 궁금했다
그들 지난간 후,
중환보고 불 피워 놓으라 하고 저 아래 수질 탁한 연못에서 물을 길어와 정체를 제대로 알수 없는 비상식량 끓여 한끼 점심을 때웠다
물은 주로 내 당번인데,
중환보고 시키면 먹을만한 물이 없더라고 빈손으로 돌아 오거나,
제 생각에 먹을만한 물 찾아 다닌다고 자칫 사람 잃어 버릴까 저어되기 때문이다



호수들이 몇개 연달아 있다
내가 우연히 뱃시의 차를 타고 오는 중에 찾은 웹 지도가 너무 좋다
손바닦만한 연못들도 다 표시가 되어 있다



제일 그럴싸해 보이는 연못가에 집을 지었다
집터 정하기 전에 불부터 피우는게 이제 우리의 자연스런 순서가 되었다



그러고서는 혼자 발가벗고 알탕을 하는데 저 숲 등로길에 그림자가 나타난다
급히 어디를 가려주어야 예의일까 망연한 참에 덩지큰 사슴 한마리 쓰윽 나타난다
말을 걸고 싶은데 도망깔까 궁리중인데 제 갈길로 간다
나중에 보니 호숫가에 물 마시고 오는 참인지, 갈 때도 인사까지 하고 가더라



제법 오랫동안 불멍을 때리다가,
불이 거진 사그라진 다음에야 집으로 스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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