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갈 길은 17km 정도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되겠다
어젯밤 남은 죽에 아끼고 아낀 샌드위치 두조각씩 잼에 발라 아침을 떼운다
이 날 코스에는 화강암 돌무더기들이 많다
어데 왕릉이라고 우길만하다
백합과 다년생 식물인 베어그래스란다
원주민들은 이 잎으로 바구니를 만들어 왔단다
처음보는 식물이라 좀 신기했다
저 식물은 마과목 같다
옆에 더 큰 다른 나무도 있었는데 아마도 그런 듯 하더라
장차 PCT 전 구간을 종주할 생각도 있는데 아무래도 무게와의 싸움 같다
저 배낭 무게가 4kg 정도니 그것만 궁리해도 감량이 많은 편인데,
또 한편 배낭이 시원 찮으면 장거리 트레킹에 여러모로 불리해요
용도로는 저 놈이 딱인데, 아마 현재 무게가 21kg 정도?
이날은 보급을 위하여 PCT를 벗어나야 한다
5km 진행한 지점에서 벗어나니 호수들이 연달아 있다
우리의 목적지는 엘크 호수다
샤워도 되고 식당도 있다 했으니 보급은 걱정없겄지
(나중에 보니 리조트는 따로 있었다)
아뿔싸~
식당은 있다
매점이라고 있기는 한데 쌀도, 면종류도, 더구나 빵도 없다
다행이랄까 어쩐일로 가스는 있더라만 그때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라
일단 밥을 시키고 충전을 서두른다
무조건 급속 충전기 가져와야 된다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놀랄 일이 벌어졌다
뚱뚱한 50대로 보이는 매점 관리인에게 통역기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제일 가까운 마을이 여기서 32마일이라 한다
우리는 4일 먹을 식량,
즉, 쌀과 빵을 구해서 PCT로 다시 걸어가야 한다고 설명 할 때는 32마일 떨어진 마을까지 이동에 도움을 주실 수 없냐는 의도였다
그 양반이 기다려 보란다
자기는 주방 형편을 모르니 가서 설명을 해 보겠다 하더니,
몇분 후 나타난 그의 손에 들어진 커다란 하얀색 비닐 봉다리속에는 상상도 못할 식량들이 들어 있었다
그것도 공짜라 한다
나는 이번에 미국인에 대한 인식이 싹 바뀌었다
영화에서나 본 인정없고 총질이나 해대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다
미국 사람들은 다 뱃시같이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사람이 준 식량에다가,
매점에 있는 전투식량 6봉지, 또 비상식량 10봉지에 가스 2통을 더 추가했다
그러자니 매점 관리인이 다른 PCT 하이커가 두고간 것이라며 밀가루처럼 보이는 봉지 두개를 건넨다
알고보니 따뜻한 물만 부으면 되는 비상식량이다
생각도 없이 한봉지만 받아왔다
그리고는 내가 가장 잘 하는,
그냥 아무곳에나 집을 지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충전기는 모두 채웠다
핸드폰으로 여기저기 연락하다 보니 밧데리가 많이 소진되었다
우리는 다음날 비가 안 오고, 계속해서 2일간 비가 온다기로,
일단 아침에 출발하여 하루 진행 후 산에서 비가 그칠때까지 대기하자고 하였디
그리자면 산에서 6박 7일을 버텨야 한다
한숨자고 일어나 폰 충전이나 해볼까 하여 식당으로 항했다
식당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이 난리법구였다
그걸 좀 촬영했어야 는데 아싑다
식당 직원들 하나둘 집으로 향하고 나는 비오는 베란다 처마에서 한시간을 서성거리며 충전했다
문득 한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집 놔 두고 이 시간 이곳에서 뭐하고 있나?
그런 불손한(?) 생각으로 벌을 받은 모양이다
충전 마치고 화장실 갔다가,
텐트 찾느라 비 오는 숲속을 작은 우산 하나에 의지한체 한참이나 쏘대 다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