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래 시인 연보
*1925년 2월 6일 충남 강경에서 4남 2녀 중 막내 쌍둥이 형의 장남으로 태어남
*1939년 강경상업학교 입학
*1943년 강경상업학교 졸업
*1944년 1월에 조선은행 경성 본점 입행. 5월 조선은행 대전지점으로 전근
*1946년 정훈, 박희선과 함께 시지 『동백』을 간행하고, 이곳에 「6월 노래」와 「새벽」을 발표함
*1947년 조선은행 사직
*1952년 《호서문학》 창간회원으로 참여함
*1955년 《현대문학》 6월호에 「가을의 노래」로 1회 추천을 받음. 12월 24일 대전 출신의 간호사 이태준과 결혼. 1956년 《현대문학》 1월호에 「황토길」이, 4월호에 「땅」이 박두진 시인에 의해 추천되어 문단에 오름
*1963년 대전시 중구 오류동 17-15번지에 마련한 거처의 택호를 청시사靑柿舍로 정하고, 이곳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숱한 작품을 창작함
*1969년 6월 첫 시집 『싸락눈』 간행
*1970년 제1회 현대시학작품상 수상
*1971년 한성기, 임강빈, 최원규, 조남규, 홍희표 등 대전의 시인들과 공동시집 『청와집』 출간
*1974년 한국문인협회 충남지부장에 피선
*1975년 두 번째 시집 『강아지풀』 간행
*1979년 세 번째 시집 『백발의 꽃대궁』 간행
*1980년 11월 21일 심장마비로 자택에서 별세. 12월 제7회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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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래 대표시
저녁 눈 외 4편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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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九節草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춧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추분秋分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매디매디 눈물 자욱 낀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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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묘點描
싸리울 밖 지는 해가 올올이 풀리고 있었다
보리바심 끝마당
허드렛군이 모여
허드렛불을 지르고 있었다.
푸슷푸슷 튀는 연기 속에
지는 해가 이중二重으로 풀리고 있었다
허드레,
허드레로 우는 뻐꾸기 소리
징소리
도리깨 꼭지에 지는 해가 또 하나 올올이 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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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락죽
바닥 난 통파
움 속의 강설降雪
꼭두새벽부터
강설降雪을 쓸고
동짓날
시락죽이나
끓이며
휘젓고 있을
귀뿌리 가린
후살이의
목수건木手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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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훈月暈
첩첩산중山中에도 없는 마을이 여긴 있습니다. 잎 진 사잇길 저 모랫둑, 그 너머 강江기슭에서도 보이진 않습니다. 허방다리 들어내면 보이는 마을.
갱坑 속 같은 마을. 꼴깍, 해가, 노루꼬리 해가 지면 집집마다 봉당에 불을 켜지요. 콩깍지, 콩깍지처럼 후미진 외딴집, 외딴집에도 불빛은 앉아 이슥토록 창문은 모과木瓜빛입니다.
기인 밤입니다. 외딴집 노인老人은 홀로 잠이 깨어 출출한 나머지 무우를 깎기도 하고 고구마를 깎다, 문득 바람도 없는데 시나브로 풀려 풀려내리는 짚단, 짚오라기의 설레임을 듣습니다. 귀를 모으고 듣지요. 후루룩 후루룩 처마깃에 나래 묻는 이름 모를 새, 새들의 온기溫氣를 생각합니다. 숨을 죽이고 생각하지요.
참 오래오래, 老人의 자리 맡에 밭은기침 소리도 없을 양이면 벽 속에서 겨울 귀뚜라미는 울지요. 떼를 지어 웁니다, 벽이 무너지라고 웁니다.
어느덧 밖에는 눈발이라도 치는지, 펄펄 함박눈이라도 흩날리는지, 창호지 문살에 돋는 월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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