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우리들의 이야기

발전하는 무료급식소

작성자김성민|작성시간26.06.16|조회수15 목록 댓글 0

처음에는 보잘것없는 단체였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단체였습니다.

당연했습니다.
길거리에서 무료급식 하는 조그만 개척교회에 불과했으니까요.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쳤습니다.
관심을 갖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갔고, 있는지도 모른 채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무료급식을 했습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했습니다.

여름에는 땀 흘리며 했고,
겨울에는 손이 얼어붙어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한 달을, 일 년을 버텼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5년이 되었습니다.
이후 작은 장소를 임대할 수 있게 되었죠.

지금와서 보면, 길거리에서 무료급식 하던 시절과
비록 허름한 건물일지라도 실내에서 무료급식 하는 것은 정말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조금 더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었고,
조금 더 안정적으로 사역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용자 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그 5년이 없었다면
지금의 무료급식소도 없었을 것입니다.

대나무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대나무는 처음부터 높이 자라지 않는다고 하죠.

무려 5년 동안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는 데 집중한다고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변화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무섭게 성장합니다.
하루에 15cm씩 자라기도 합니다.

그렇게 높이 자란 대나무는 태풍이 와도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이미 깊고 단단한 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비슷한 길을 걸어온 것 같습니다.
5년 동안 길거리에서 묵묵히 무료급식을 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멈추지 않았습니다.
칭찬받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이 지금의 뿌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감사한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비영리단체는 글로벌NGO를 통해 다양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무료 또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줍니다.
공신력 있는 단체만 가능한 프로모션입니다.
이 혜택을 우리가 받고 있습니다.

또 지역의 여러 봉사단체들이 우리와 MOU를 맺고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고 있고,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자들이 찾아와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합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던 일들입니다.

이 모든 결과는 처음 5년 동안의 근성과 끈기에서 시작되었다고 믿습니다.
빡쎈 유격훈련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절대 그 시절을 수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창피라 생각하지 않고, 억울했던 시절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연단의 시간이었고,
훈련의 시간이었고,
단련의 시간이었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만나무료급식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이 고맙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며 더욱 겸손해지겠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며 더욱 주변을 살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걸어왔던 그 길을 지금도 걷고 있는 단체는 없는지 찾아보겠습니다.

우리처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
우리처럼 힘겹게 버티고 있는 곳,
우리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이 있다면
기꺼이 손을 내밀겠습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받은 은혜를 흘려보내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다음 사명이라 믿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