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Ⅰ장 현대 시조의 이해
1. 현대시조란 무엇인가
2. 시조의 율격과 구조
1) 음수율에 의한 평시조의 모형
2) 음보율에 의한 기준형
3) 시조의 의미 구조
1. 현대시조란 무엇인가
시조(時調)란 한국 정형시의 이름이다. 그 명칭에 내포되어 있는 바와 같이 시절단가음 조(時節短歌音調), 즉 그 시대의 노래라는 뜻에서 붙여진 명칭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시조란 무엇인가'라는 문학적 본질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 정확하게 대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시조의 본질이 한민족의 의식과 삶 속에 깊이 뿌리하고 있고 시정신이 향하는 바와 생명감각이 넓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많은 시인과 학자들이 시조의 본질을 해명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고 또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시의 정의는 오류의 역사"라고 말한 T.S.엘리엇의 말과 같이 시조에 대한 정의 또한 완전한 정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나 비록 시조학이 밝혀온 개념들이 충분한 해명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시인․논자들이 처한 시대와 문학적 관점에서 시조의 면면들을 언명하고 있고,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일면 타당성도 지니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우리 문학사에 있어 시조의 정의는 주로 역사적 측면에서 이루어져 온 것으로 보인다.
시조는 조선문학의 정수며 조선문학의 본류요 조선인의 손으로 인류의 운율계에 제출한 一詩形이다.
최남선『시조 유취』《조선문단5》에서
고려 말경 그 형태가 확립된 우리 나라의 고유한 시가의 하나다
이태극『시조개론』에서
우리의 고유한 예술양식이면서 국문학 장르 가운데 가장 빛나는 결정체가 바로 시조이다.
청소년 연맹 편『시조의 이론과 실제』에서
이와 같은 정의들은 시조가 지니고 있는 문학적 본질로서의 특성보다는 국문학사적 특수성에 입각하고 있는 견해들이다. 시조를 민족문학의 주체적․상징적 존재로 인식하고 신문학 이후 민족 문학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시조는 3행 단련의 간결하고도 참신한 인상을 주는 것으로 우리 시가 중에서 가장 단형적인 서정시형이다.
정병욱『한국고전시가론』에서
시조(時調)가 담아온 한국적 의미는 실로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시해야 할 흐름의 요체는 정조이다.…
정조의 맥락은 자연과의 교감으로 더욱 한국적인 시가 될 수 있었다.
청소년 연맹 편 『시조의 이론과 실제』에서
시를 형태와 내용으로 나누어 보는 것은 18세기 낭만파 시인과 비평가들이지만 낭만주의적 사조에서는 감각과 감성, 상징 등을 중요시하는 표현론적인 입장이 강화되었다.
위와 같이 시조를 내용과 형식의 면에서 본 관점은 "시는 미의 운율적 창조이다"(E.A.포우), "시(詩)는 넘쳐흐르는 감정의 힘찬 발로이다"(워즈워드)라고 한 서양 시인들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일찍이 동양의 시화(詩話)들이 밝혀 온 바 "시언지 가영언(詩言志歌永言)"(詩經序)이나 "시는 마음에서 우러난다"(이규보)든가, 또는 "시는 성정(性情)을 나타낸 것이다"(이의현)라는 견해들 역시 같은 관점에서 내려진 정의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할 때 '시조는 한국인의 성정을 4음보격의 음률로 표현하는 서정시'라고 정의되어 진다. 그러나 시조의 여러 형식상의 특징을 고려할 때 시조의 정의는 각 형식을 포괄하는 광의의 정의와 평시조를 중심으로 한 협의의 정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 광의의 정의
시조는 한국인의 성정과 시대정신을 율격적 또는 산문적으로 표현하는 3장의 정형시이다.
* 협의의 정의
시조는 한국인의 성정과 시대정신을 4음보율로 표현하는 3장의 서정시이다.
시조형식의 특성들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이 정의되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현대시조란 무엇인가. 우리 문학사에서 현대시의 출발점을 보는 견해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1930년대에 이르러 도입된 이미지즘과 그 영향아래 창작된 소위 시각적 이미지를 추구한 시들이 대두한 시기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시조 역시 1930년을 전후하여 서서히 시 작법상에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즉 청각적 이미지에 의존해 오던 시조가 시각적 이미지를 제시하는 작시태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적어도 전대의 시조들과는 구분되는 혁신적인 경향을 띠게 된 것이다. 가람의 혁신 시조가 그 좋은 예로서, 현대시조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놓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시조는 가람시조의 예도(藝道)나 감각적 표현뿐만이 아니라 현대 의식과 감성을 지닌 시조로서, 새로운 음률을 창조하면서 사실적이고 공감각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는 시조라고 할 수 있다.
2. 현대시조의 율격과 구조
시의 형식을 결정지어 주는 것으로 음률, 운율, 율격, 압운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 가운데서도 음률과 율격은 시조 형식을 결정지워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음률(리듬)이란 서로 다른 소리의 요소들이 시간상의 순서에 따라 재현하는 흐름이나 운동으로서, 춘하추동이나 생로병사와 같은 자연계의 리듬과 유사하다.
따라서 리듬은 언어현상에 따라 가변성을 지니지만 율격이란 소리의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양식이기 때문에 불변성을 갖게 된다. 이렇듯 양자 사이에는 어느 정도 차이점이 있으면서도 다 같이 시조 운율체계의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시조의 율격은 우리의 호흡과 생체 리듬에 의한 4음보격으로 체계화되어 있으며 각 음보의 리듬은 국어의 특질, 즉 조사나 접미사 어미 활용이 발달한 부착어로서 4음절을 기준으로 하지만 많은 변화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한 때, 한국시가의 율격을 음위율, 음성률, 음수율로 3분하여 음위율을 압운 구현의 양상으로 본 경우도 있었으나 이는 본질적으로 상이한 운과 율을 같은 기준 위에 놓고 구분한 오류였으며 음성율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고립어나 굴절어가 아닌 부착어로서의 국어는 운과 강약률이 없는 만큼 압운의 기교는 시조에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음수율에 의한 시조의 율격 규명은 오랜 학문적 전통과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형시로서의 시조의 운율체계를 해명하는 데 적합한 방법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새로운 방법론의 모색이 요구되어 왔고 학자들의 음보율에 의한 시조의 형식 규명은 1장이 4음보로 이루어진 율격시임을 밝혀 주고 있다.
즉, 시조는 4음보의 율격체계를 갖춘 3장의 정형시라는 규정이 바로 그것이다.
(1) 음수율에 의한 평시조의 모형
시조의 음율에 관한 논의는 수없이 거듭되어 왔고, 음수율에 의한 시조의 형식 규정은 오랜 권위를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字敎考에 의한 고시조 연구는 통계의 뒷받침을 얻어 시조의 기본 음수율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 기본형들은 크게 2개의 모형으로 요약된다.
그 하나는 시조의 실상에 입각한 가람의 포괄적 모형이다.
평시조는 初章 初句 終句, 中章 終句가 六字 내지 九字요, 中章 初句 終章 二句가 五字 내지 八字요, 終章 初句는 三字, 三句는 四字 또는 五字, 終句는 三字, 二字나 四字다. 그리고 八字가 혹 九字, 혹 九字가 혹 十字되는 것도 있으나 이는 例外고 다만 初章 初句의 六字엔 二二二調 二四調요, 三三調는 없다. <이병기>
시조 3장의 각구에 사용되고 있는 자수를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설명한 것은 창작을 위한 시조작법을 염두에 두고 자수상의 융통성을 실제의 예에 비추어 제시한 형식개념이
라 할 수 있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初 句 終 句
초장 6 ~ 9 6 ~ 9
중장 5 ~ 8 6 ~ 9
종장 初句 3, 2句 5~8, 3구 4~5, 終句 3~4
이와 같이 3장 8구 31~51자로 규정하는 형식은 대개의 시조들을 포괄할 수 있는 광의
의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외오 더져 두어 미미히 숨을 지고
6 7
따뜻한 봄 날 돌아오게 기다리고
5 8
음음한 눈 얼음 속에 잠을 자던 그 梅花
3 5 4 3
가람 「매화」 1수
이는 대개의 시조들을 포괄할 수 있는 광의의 모형이다. 그러나, 정형시로서의 시조를 규정하기에는 설명적이요 정형시로서의 구속성과 요체를 분명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음수율에 의한 한 이렇게밖에 요약할 수 없는 데서, 李秉崎는 시조는 定型詩가 아니라 整型詩라고 하였고, 李殷相은 定型而非定型이요, 非定型而定型의 詩形으로 파악했던 것이다.
형식이 잘 정제된 詩形이라든가 고정된 형식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일정하지 않다는 것은 시조의 정형시보다는 그것의 특성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보다 정형화시킨 조윤제의 기준형이다.
一首의 字數 四四 或은 四五에 中心을 두고 四十一字에서 五十字 範圍內에 三四四(三)四, 三四四(三)四, 三五四三이라는 基準을 가지고 規定의 最短字數에서 最長字數內에 伸縮할 것이다. <조윤제>
종장을 제외한 각 장의 제 2구 자수에 1~2자 융통성을 보이며 전체 자수 45자를 중심으로 한, 41~50자의 신축성을 허락하는 기준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제1구 제2구 제3구 제4구
초장 3 4 4(3) 4
중장 3 4 4(3) 4
종장 3 5 4 3
제삿장 보러가듯 / 고루살펴 밟아온길
들바람 철이나면 / 옷을벗는 나무되어
무거운 나의 旅程도 / 예서짐을 부리자.
임종찬 「농장」에서
이 기준형은 이미 통설화되어 있으며, 예의 시조에는 그대로 적용되는 모형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시조의 경우 초장과 종장이 이 기준에서 벗어나 있음을 볼 수 있다.
가다가 주춤 머무르고 서서 물끄러미 바라나니
5 6 4 4
산뜻한 너의 맵시 그도 맘에 들거니와
3 4 4 4
널보면 생각하는 이 있어 못 견디어 이런다.
3 7 4 3
조운『야국(野菊)』
두 시조의 음수율은 각각 3444․3444․3543과, 5644․3444․3743으로 각 장마다 서로 다른 음수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예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조를 정형시(定型詩)또는 정형이비정형시(定型而比定型詩)로 규정하는 것이나 통계수치상에 비추어 45자를 중심으로 한 41~50자의 신축성을 인정하는 규정은 다같이 자수율을 기본 단위로 한 시조연구방법론이 빚어낸 과오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동일이 지적한 바와 같이 여기에 음수율의 기본적인 난점이 있다.
전체의 4%정도에 해당하는 것을 정형으로 삼는다면 시조는 실상과는 다르게 이해되고, 시조 창작의 방향도 왜곡된다. 음수율로서 시조의 자수율을 헤아려야 했던 이유는 우선 시조 창작을 위한 지침을 제공하려는 데 있었는데 잘못된 지침은 창작을 부당하게 구속하기만 한다. 음수율은 규범론적 율격론으로 시작했던 것이다. ……거듭 지적한 바이지만 음수율은 일본 시가 율격론을 받아들여서 이루어졌다. 일본 시가에서는 자수가 고정된 것이 정형시다. 일본의 경우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 시가에서도 자수가 고정된 것이 정형시이고 자수가 고정되지 않은 것은 불완전 정형시이거나 정형시가 아니라고 하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
조동일『한국시가의 전통과 율격』에서
고시조 전체의 4%정도에 해당하는 것이 정형(定型)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형시, 당까(短歌)와 하이꾸(俳句)는 음수율에 의해 지어지는 시가이다. 일본어는 우리의 언어체계와 같으면서도 해조( 調)가 없기 때문에 일정한 자수의 반복으로서만이 음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말은 해조를 가지고 있고 또 접미사나 어미가 발달한 부착어로서 반드시 일정한 자수의 반복에 의해서만이 음률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시가는 우리말의 특성과 호흡(氣息單位)에 따라 살펴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시조는 4음절을 기준으로 한 6구 12음보 즉 3장이 각각 두 개의 구와 4개의 음보로 이루어지는 4음보격의 율격시임이 밝혀지는 것이다.
(2) 음보율에 의한 기준형
정형시로서 시조의 형식개념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조가 지니고 있는 율격체계를 규명해야 한다.
율격은 그 민족의 선험적 관습 체계에 의해 형성된다. 다시 말하면 모국어 화자는 그 민족의 호흡과 생체 리듬에 따라 시를 낭송하게 되고 그 관습적 기대와 실현으로써 율격이 미적 쾌감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당시 시조는 1행 줄글로 씌어졌었다. 그러나 그것을 창곡에 맞추어 끊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정감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일정한 율독법에 의해 낭송되기 때문이다.
최근 밝혀진 바 우리 시가의 율격체계는 2보격(민요), 3보격(고려가요), 4보격(시조․가사)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조의 율격을 2음보의 연첩형으로 볼 때도 그 반복성을 살필 수 있지만 각 장마다 4음보가 규칙적으로 재현된다는 점에서도 규칙성이 인정된다. 이러한 반복성과 규칙성이 정형시로서의 율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해 먼저 볼붉히면 / 달은 해, 따라나와 3․4 / 3․4
해밑에 활 활 활 / 속차례 분홍차례 3․3(장음소) / 3․4
달은 해 함께 웃으면 / 분홍웃음 보조개 3․5 / 4․3
이영지『행복의 순위』2수
위의 작품들은 4음보(격)로 가름되는 고시조와 현대시조의 일반적인 예이다. 밑줄은 음보를, 숫자는 음수를 나타낸다.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바와 같이 4음절과 3음절이 중심이 되어 있고, 호흡단위로서 1구 2보격의 규칙성도 음보의 규칙성과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질서와 규범들이 시조의 형식원리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외에 변형적 형식도 존재하지만, 4음보의 반복에 따른 연첩의 율격체계가 시조의 보편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4음절을 기준으로 한 '3장 6구 12음보'가 평시조의 기본형이 된다. 이로써 시조가 정형시로 규정되어 지는 것이며, 이와 같은 규정이 과거의 설들을 수정한 학계의 통설이기도 하다.
깜장 고무신 신고
냉이꽃 하얀 들을
협궤열차 간다
까까중 그 애 간다
그리워, 어린 봄날을
참참 불며불며 간다
그 언제 개울에 놓친
아른아른 고무신 코
눈물 싣고 간다
꿈꾸듯이 西으로 西으로…
다시는 손 잡을 수 없는
오, 나의 소년 간다
정수자『봄, 협궤열차』
한적한 교외의 가느다란 철길을 타고 협궤열차가 달리고 있다. 목가적으로 음률을 변용해 호흡의 단락을 정교하게 병치시키는 구수율의 반복적인 리듬이 율격화됨으로써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깜장 고무신이 서(西)로 가는 과정을 통해 어린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는 경로와 성숙의 의 미를 암시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간다'의 이미저리가 협궤열차와의 일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정서를 알맞은 언어로 바꾸어 놓은 묘사의 섬세함도 물론이지만 말소리와 의미가 어울린 협화(協和)를 토대로 따뜻하면서도 애틋한 정서를 느끼게 해 준다. 율격의 힘이다.
(3) 시조의 의미 구조
시조의 의미구조에 관한 이해는 음률형식(율격체계)의 이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사항이다. 지금까지 시조학이 밝혀온 바 시조의 의미구조에 관한 견해들은 대체로 4단 구성설과 3단 구성설로 나뉘어져 있다.
1) 4단 구조
시조의 3장 형식 속에 들어 있는 의미 체계를 4단 구성으로 파악하는 견해는 논리적인 의미구조를 전제로 한 분석 방법이다.
평시조가 3장의 구성 속에서 한시의 4단 구성----起承轉結에 못지 않은 구조적 통일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종장은 한시의 轉과 結에 해당하는 기능을 그 독특한 율격․통사적 구조로써 감당한다.
김흥규 「평시조 종장의 율격․통사적 기능과 기능」에서
시조의 3장이 한시의 4단 구성인 起承轉結을 율격적 통사적으로 독특하게 감당하고 또 호흡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초장은 起句, 중장은 承句가 되며, 종장은 轉句와 結句가 합쳐진 章으로서 종장의 제1음보가 轉句로서 독립된 句를 이르며 제 2음보 이하가 결구로서 의미상 4단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는 한시의 구성법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한시의 영향으로 이루어진 作詩法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은 세계 시가의 구성원리로서 한시, 소네트같은 것들이 모두 이 4단형식의 일반형에 꼭 들어맞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시조가 麗末 사대부들에 의하여 성립된 오성적 형식이지만 그 구성원리를 한시와 일치시키는 데는 논리적인 모순이 없지 않다.
그것은 4단이면 4장이라야 할 것이며 3장이면 3단인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자들은 4단의 의미를 3장의 형식으로 취한 데 시조의 비밀이 있다고 할 터인데 바로 율격적 통사적으로 그 기능을 감당한다든가 전구(轉句)와 결구(結句)를 함축한다는 것이 시조의 의미를 논리적으로 분석함에 있어 미해결의 문제로 남는다.
2) 3단 구조
시조의 의미구성을 3단으로 보는 견해는 3장 형식을 곧 3단 구성이라는 논리를 근거로 한다.
고시조 종장은 초․중장에 비해서 보다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초․중장의 두 전제에 대한 결론이 종장이라는 커다란 융통성 있는 법칙을 세울 수 있다면 시조는 곧 삼단논법 형식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가 있다.
김상선 「한국시가 형태론」에서
시조의 종장은 율격적 구조면에서나 의미의 종결면에서나 중요한 구실을 한다. 초․중장의 두 전제에 대한 결론이라는 전제 위에서 삼단논법 형식임을 밝히고 있지만 이러한 전제가 없다 하더라도 이는 시조의 보편적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시조의 3장 구성이 갖는 구조적 의미를 삼단논법의 구성으로 파악하고 있는 정혜원은 논리적 앞뒤 관계를 분석하고, 시조의 의미 구조를 유형화하여 동의적 전개형, 반의적 전개형, 종합적 전개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동의적 전개형은 초장→중장→종장의 순행적 논리 전개를 보이는 것이며, 반의적 전개 형은 초장←중장←종장의 역접 전환을 통해 합일화하는 전개 과정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종합적 전개형이란 분열된 두 개의 대상을 정반합의 변증법적 대립과 지양을 통해 합일화하는 전개 구성을 말한다. 이외에 의미의 열거 등 여러 이형(異形)이 있을 수 있으나 시조의 3장 형식과 견주어 볼 때 타당한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의미구성의 원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3'이라는 숫자의 수리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우리 민족의 고유한 사고 방식과 관련된 논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조는 3장 3단의 외적․내적 구조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하루면
다섯 번
여섯 번도
더 생각난다
살고 있음이
비탄이고
수레이고 끈이다
이런 밤
눈시울에는
연민 하나 매달린다.
박연신『고드름』
병렬된 초장과 중장의 의미가 종장으로 접속 종결되는 예이다.
큰물을 9대째를 신촌에 살게 하네
3천평 新材浦口 그 안에 신촌 큰물
달 하나 대물림하며 신촌에 살게 하네
이용상『신촌큰물』
병렬된 초장과 중장의 의미가 종장에서 통합 종결되는 예이다. 또, 비록 예외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시조가 서정적 자아의 표현이며 세계의 자아화라고 할 때 그 시정신이 지향한 바가 대상(사물)과의 합일화이든 관념적 객관화를 통한 세계화이든 간에 종장에 이르러서는 동화나 조화로써 결구되고 있음을 볼 때, 시조의 의미체계는 3단 구조임을 알 수 있다.
망치로 가슴 두드리는
아픈 작업을 배우다.
비바람 부는 날 희미한 등불 들고 먼 길 나서며 뼈저린 오랜 세월을 잊으려
두려움을 배우다.
빈 농가
움집에 불을 놓는
뜨거움을
배우다.
박영교 『이농(離農)』
이와 같은 열거적 구조도 보이지만 의미나 이미저리의 내적 형성력에 의해 통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 현대시조란 무엇인가
2. 시조의 율격과 구조
1) 음수율에 의한 평시조의 모형
2) 음보율에 의한 기준형
3) 시조의 의미 구조
1. 현대시조란 무엇인가
시조(時調)란 한국 정형시의 이름이다. 그 명칭에 내포되어 있는 바와 같이 시절단가음 조(時節短歌音調), 즉 그 시대의 노래라는 뜻에서 붙여진 명칭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시조란 무엇인가'라는 문학적 본질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 정확하게 대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시조의 본질이 한민족의 의식과 삶 속에 깊이 뿌리하고 있고 시정신이 향하는 바와 생명감각이 넓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많은 시인과 학자들이 시조의 본질을 해명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고 또 나름대로 정의를 내리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시의 정의는 오류의 역사"라고 말한 T.S.엘리엇의 말과 같이 시조에 대한 정의 또한 완전한 정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나 비록 시조학이 밝혀온 개념들이 충분한 해명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시인․논자들이 처한 시대와 문학적 관점에서 시조의 면면들을 언명하고 있고,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일면 타당성도 지니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우리 문학사에 있어 시조의 정의는 주로 역사적 측면에서 이루어져 온 것으로 보인다.
시조는 조선문학의 정수며 조선문학의 본류요 조선인의 손으로 인류의 운율계에 제출한 一詩形이다.
최남선『시조 유취』《조선문단5》에서
고려 말경 그 형태가 확립된 우리 나라의 고유한 시가의 하나다
이태극『시조개론』에서
우리의 고유한 예술양식이면서 국문학 장르 가운데 가장 빛나는 결정체가 바로 시조이다.
청소년 연맹 편『시조의 이론과 실제』에서
이와 같은 정의들은 시조가 지니고 있는 문학적 본질로서의 특성보다는 국문학사적 특수성에 입각하고 있는 견해들이다. 시조를 민족문학의 주체적․상징적 존재로 인식하고 신문학 이후 민족 문학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시조는 3행 단련의 간결하고도 참신한 인상을 주는 것으로 우리 시가 중에서 가장 단형적인 서정시형이다.
정병욱『한국고전시가론』에서
시조(時調)가 담아온 한국적 의미는 실로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시해야 할 흐름의 요체는 정조이다.…
정조의 맥락은 자연과의 교감으로 더욱 한국적인 시가 될 수 있었다.
청소년 연맹 편 『시조의 이론과 실제』에서
시를 형태와 내용으로 나누어 보는 것은 18세기 낭만파 시인과 비평가들이지만 낭만주의적 사조에서는 감각과 감성, 상징 등을 중요시하는 표현론적인 입장이 강화되었다.
위와 같이 시조를 내용과 형식의 면에서 본 관점은 "시는 미의 운율적 창조이다"(E.A.포우), "시(詩)는 넘쳐흐르는 감정의 힘찬 발로이다"(워즈워드)라고 한 서양 시인들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일찍이 동양의 시화(詩話)들이 밝혀 온 바 "시언지 가영언(詩言志歌永言)"(詩經序)이나 "시는 마음에서 우러난다"(이규보)든가, 또는 "시는 성정(性情)을 나타낸 것이다"(이의현)라는 견해들 역시 같은 관점에서 내려진 정의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종합할 때 '시조는 한국인의 성정을 4음보격의 음률로 표현하는 서정시'라고 정의되어 진다. 그러나 시조의 여러 형식상의 특징을 고려할 때 시조의 정의는 각 형식을 포괄하는 광의의 정의와 평시조를 중심으로 한 협의의 정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 광의의 정의
시조는 한국인의 성정과 시대정신을 율격적 또는 산문적으로 표현하는 3장의 정형시이다.
* 협의의 정의
시조는 한국인의 성정과 시대정신을 4음보율로 표현하는 3장의 서정시이다.
시조형식의 특성들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이 정의되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현대시조란 무엇인가. 우리 문학사에서 현대시의 출발점을 보는 견해는 다양하지만 대체로 1930년대에 이르러 도입된 이미지즘과 그 영향아래 창작된 소위 시각적 이미지를 추구한 시들이 대두한 시기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시조 역시 1930년을 전후하여 서서히 시 작법상에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즉 청각적 이미지에 의존해 오던 시조가 시각적 이미지를 제시하는 작시태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적어도 전대의 시조들과는 구분되는 혁신적인 경향을 띠게 된 것이다. 가람의 혁신 시조가 그 좋은 예로서, 현대시조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에 놓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시조는 가람시조의 예도(藝道)나 감각적 표현뿐만이 아니라 현대 의식과 감성을 지닌 시조로서, 새로운 음률을 창조하면서 사실적이고 공감각적인 이미지를 표현하는 시조라고 할 수 있다.
2. 현대시조의 율격과 구조
시의 형식을 결정지어 주는 것으로 음률, 운율, 율격, 압운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 가운데서도 음률과 율격은 시조 형식을 결정지워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음률(리듬)이란 서로 다른 소리의 요소들이 시간상의 순서에 따라 재현하는 흐름이나 운동으로서, 춘하추동이나 생로병사와 같은 자연계의 리듬과 유사하다.
따라서 리듬은 언어현상에 따라 가변성을 지니지만 율격이란 소리의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양식이기 때문에 불변성을 갖게 된다. 이렇듯 양자 사이에는 어느 정도 차이점이 있으면서도 다 같이 시조 운율체계의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시조의 율격은 우리의 호흡과 생체 리듬에 의한 4음보격으로 체계화되어 있으며 각 음보의 리듬은 국어의 특질, 즉 조사나 접미사 어미 활용이 발달한 부착어로서 4음절을 기준으로 하지만 많은 변화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한 때, 한국시가의 율격을 음위율, 음성률, 음수율로 3분하여 음위율을 압운 구현의 양상으로 본 경우도 있었으나 이는 본질적으로 상이한 운과 율을 같은 기준 위에 놓고 구분한 오류였으며 음성율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고립어나 굴절어가 아닌 부착어로서의 국어는 운과 강약률이 없는 만큼 압운의 기교는 시조에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음수율에 의한 시조의 율격 규명은 오랜 학문적 전통과 권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정형시로서의 시조의 운율체계를 해명하는 데 적합한 방법이 되지 못했다.
따라서 새로운 방법론의 모색이 요구되어 왔고 학자들의 음보율에 의한 시조의 형식 규명은 1장이 4음보로 이루어진 율격시임을 밝혀 주고 있다.
즉, 시조는 4음보의 율격체계를 갖춘 3장의 정형시라는 규정이 바로 그것이다.
(1) 음수율에 의한 평시조의 모형
시조의 음율에 관한 논의는 수없이 거듭되어 왔고, 음수율에 의한 시조의 형식 규정은 오랜 권위를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字敎考에 의한 고시조 연구는 통계의 뒷받침을 얻어 시조의 기본 음수율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 기본형들은 크게 2개의 모형으로 요약된다.
그 하나는 시조의 실상에 입각한 가람의 포괄적 모형이다.
평시조는 初章 初句 終句, 中章 終句가 六字 내지 九字요, 中章 初句 終章 二句가 五字 내지 八字요, 終章 初句는 三字, 三句는 四字 또는 五字, 終句는 三字, 二字나 四字다. 그리고 八字가 혹 九字, 혹 九字가 혹 十字되는 것도 있으나 이는 例外고 다만 初章 初句의 六字엔 二二二調 二四調요, 三三調는 없다. <이병기>
시조 3장의 각구에 사용되고 있는 자수를 포괄적으로 제시하고 설명한 것은 창작을 위한 시조작법을 염두에 두고 자수상의 융통성을 실제의 예에 비추어 제시한 형식개념이
라 할 수 있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初 句 終 句
초장 6 ~ 9 6 ~ 9
중장 5 ~ 8 6 ~ 9
종장 初句 3, 2句 5~8, 3구 4~5, 終句 3~4
이와 같이 3장 8구 31~51자로 규정하는 형식은 대개의 시조들을 포괄할 수 있는 광의
의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외오 더져 두어 미미히 숨을 지고
6 7
따뜻한 봄 날 돌아오게 기다리고
5 8
음음한 눈 얼음 속에 잠을 자던 그 梅花
3 5 4 3
가람 「매화」 1수
이는 대개의 시조들을 포괄할 수 있는 광의의 모형이다. 그러나, 정형시로서의 시조를 규정하기에는 설명적이요 정형시로서의 구속성과 요체를 분명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음수율에 의한 한 이렇게밖에 요약할 수 없는 데서, 李秉崎는 시조는 定型詩가 아니라 整型詩라고 하였고, 李殷相은 定型而非定型이요, 非定型而定型의 詩形으로 파악했던 것이다.
형식이 잘 정제된 詩形이라든가 고정된 형식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일정하지 않다는 것은 시조의 정형시보다는 그것의 특성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보다 정형화시킨 조윤제의 기준형이다.
一首의 字數 四四 或은 四五에 中心을 두고 四十一字에서 五十字 範圍內에 三四四(三)四, 三四四(三)四, 三五四三이라는 基準을 가지고 規定의 最短字數에서 最長字數內에 伸縮할 것이다. <조윤제>
종장을 제외한 각 장의 제 2구 자수에 1~2자 융통성을 보이며 전체 자수 45자를 중심으로 한, 41~50자의 신축성을 허락하는 기준형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제1구 제2구 제3구 제4구
초장 3 4 4(3) 4
중장 3 4 4(3) 4
종장 3 5 4 3
제삿장 보러가듯 / 고루살펴 밟아온길
들바람 철이나면 / 옷을벗는 나무되어
무거운 나의 旅程도 / 예서짐을 부리자.
임종찬 「농장」에서
이 기준형은 이미 통설화되어 있으며, 예의 시조에는 그대로 적용되는 모형이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시조의 경우 초장과 종장이 이 기준에서 벗어나 있음을 볼 수 있다.
가다가 주춤 머무르고 서서 물끄러미 바라나니
5 6 4 4
산뜻한 너의 맵시 그도 맘에 들거니와
3 4 4 4
널보면 생각하는 이 있어 못 견디어 이런다.
3 7 4 3
조운『야국(野菊)』
두 시조의 음수율은 각각 3444․3444․3543과, 5644․3444․3743으로 각 장마다 서로 다른 음수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예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조를 정형시(定型詩)또는 정형이비정형시(定型而比定型詩)로 규정하는 것이나 통계수치상에 비추어 45자를 중심으로 한 41~50자의 신축성을 인정하는 규정은 다같이 자수율을 기본 단위로 한 시조연구방법론이 빚어낸 과오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조동일이 지적한 바와 같이 여기에 음수율의 기본적인 난점이 있다.
전체의 4%정도에 해당하는 것을 정형으로 삼는다면 시조는 실상과는 다르게 이해되고, 시조 창작의 방향도 왜곡된다. 음수율로서 시조의 자수율을 헤아려야 했던 이유는 우선 시조 창작을 위한 지침을 제공하려는 데 있었는데 잘못된 지침은 창작을 부당하게 구속하기만 한다. 음수율은 규범론적 율격론으로 시작했던 것이다. ……거듭 지적한 바이지만 음수율은 일본 시가 율격론을 받아들여서 이루어졌다. 일본 시가에서는 자수가 고정된 것이 정형시다. 일본의 경우가 그렇기 때문에 우리 시가에서도 자수가 고정된 것이 정형시이고 자수가 고정되지 않은 것은 불완전 정형시이거나 정형시가 아니라고 하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다.
조동일『한국시가의 전통과 율격』에서
고시조 전체의 4%정도에 해당하는 것이 정형(定型)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형시, 당까(短歌)와 하이꾸(俳句)는 음수율에 의해 지어지는 시가이다. 일본어는 우리의 언어체계와 같으면서도 해조( 調)가 없기 때문에 일정한 자수의 반복으로서만이 음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말은 해조를 가지고 있고 또 접미사나 어미가 발달한 부착어로서 반드시 일정한 자수의 반복에 의해서만이 음률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시가는 우리말의 특성과 호흡(氣息單位)에 따라 살펴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시조는 4음절을 기준으로 한 6구 12음보 즉 3장이 각각 두 개의 구와 4개의 음보로 이루어지는 4음보격의 율격시임이 밝혀지는 것이다.
(2) 음보율에 의한 기준형
정형시로서 시조의 형식개념을 규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조가 지니고 있는 율격체계를 규명해야 한다.
율격은 그 민족의 선험적 관습 체계에 의해 형성된다. 다시 말하면 모국어 화자는 그 민족의 호흡과 생체 리듬에 따라 시를 낭송하게 되고 그 관습적 기대와 실현으로써 율격이 미적 쾌감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당시 시조는 1행 줄글로 씌어졌었다. 그러나 그것을 창곡에 맞추어 끊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정감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일정한 율독법에 의해 낭송되기 때문이다.
최근 밝혀진 바 우리 시가의 율격체계는 2보격(민요), 3보격(고려가요), 4보격(시조․가사)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조의 율격을 2음보의 연첩형으로 볼 때도 그 반복성을 살필 수 있지만 각 장마다 4음보가 규칙적으로 재현된다는 점에서도 규칙성이 인정된다. 이러한 반복성과 규칙성이 정형시로서의 율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해 먼저 볼붉히면 / 달은 해, 따라나와 3․4 / 3․4
해밑에 활 활 활 / 속차례 분홍차례 3․3(장음소) / 3․4
달은 해 함께 웃으면 / 분홍웃음 보조개 3․5 / 4․3
이영지『행복의 순위』2수
위의 작품들은 4음보(격)로 가름되는 고시조와 현대시조의 일반적인 예이다. 밑줄은 음보를, 숫자는 음수를 나타낸다.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바와 같이 4음절과 3음절이 중심이 되어 있고, 호흡단위로서 1구 2보격의 규칙성도 음보의 규칙성과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질서와 규범들이 시조의 형식원리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외에 변형적 형식도 존재하지만, 4음보의 반복에 따른 연첩의 율격체계가 시조의 보편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4음절을 기준으로 한 '3장 6구 12음보'가 평시조의 기본형이 된다. 이로써 시조가 정형시로 규정되어 지는 것이며, 이와 같은 규정이 과거의 설들을 수정한 학계의 통설이기도 하다.
깜장 고무신 신고
냉이꽃 하얀 들을
협궤열차 간다
까까중 그 애 간다
그리워, 어린 봄날을
참참 불며불며 간다
그 언제 개울에 놓친
아른아른 고무신 코
눈물 싣고 간다
꿈꾸듯이 西으로 西으로…
다시는 손 잡을 수 없는
오, 나의 소년 간다
정수자『봄, 협궤열차』
한적한 교외의 가느다란 철길을 타고 협궤열차가 달리고 있다. 목가적으로 음률을 변용해 호흡의 단락을 정교하게 병치시키는 구수율의 반복적인 리듬이 율격화됨으로써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깜장 고무신이 서(西)로 가는 과정을 통해 어린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는 경로와 성숙의 의 미를 암시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간다'의 이미저리가 협궤열차와의 일체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정서를 알맞은 언어로 바꾸어 놓은 묘사의 섬세함도 물론이지만 말소리와 의미가 어울린 협화(協和)를 토대로 따뜻하면서도 애틋한 정서를 느끼게 해 준다. 율격의 힘이다.
(3) 시조의 의미 구조
시조의 의미구조에 관한 이해는 음률형식(율격체계)의 이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사항이다. 지금까지 시조학이 밝혀온 바 시조의 의미구조에 관한 견해들은 대체로 4단 구성설과 3단 구성설로 나뉘어져 있다.
1) 4단 구조
시조의 3장 형식 속에 들어 있는 의미 체계를 4단 구성으로 파악하는 견해는 논리적인 의미구조를 전제로 한 분석 방법이다.
평시조가 3장의 구성 속에서 한시의 4단 구성----起承轉結에 못지 않은 구조적 통일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종장은 한시의 轉과 結에 해당하는 기능을 그 독특한 율격․통사적 구조로써 감당한다.
김흥규 「평시조 종장의 율격․통사적 기능과 기능」에서
시조의 3장이 한시의 4단 구성인 起承轉結을 율격적 통사적으로 독특하게 감당하고 또 호흡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초장은 起句, 중장은 承句가 되며, 종장은 轉句와 結句가 합쳐진 章으로서 종장의 제1음보가 轉句로서 독립된 句를 이르며 제 2음보 이하가 결구로서 의미상 4단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는 한시의 구성법과도 일치한다. 그러나 한시의 영향으로 이루어진 作詩法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은 세계 시가의 구성원리로서 한시, 소네트같은 것들이 모두 이 4단형식의 일반형에 꼭 들어맞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시조가 麗末 사대부들에 의하여 성립된 오성적 형식이지만 그 구성원리를 한시와 일치시키는 데는 논리적인 모순이 없지 않다.
그것은 4단이면 4장이라야 할 것이며 3장이면 3단인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자들은 4단의 의미를 3장의 형식으로 취한 데 시조의 비밀이 있다고 할 터인데 바로 율격적 통사적으로 그 기능을 감당한다든가 전구(轉句)와 결구(結句)를 함축한다는 것이 시조의 의미를 논리적으로 분석함에 있어 미해결의 문제로 남는다.
2) 3단 구조
시조의 의미구성을 3단으로 보는 견해는 3장 형식을 곧 3단 구성이라는 논리를 근거로 한다.
고시조 종장은 초․중장에 비해서 보다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초․중장의 두 전제에 대한 결론이 종장이라는 커다란 융통성 있는 법칙을 세울 수 있다면 시조는 곧 삼단논법 형식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가 있다.
김상선 「한국시가 형태론」에서
시조의 종장은 율격적 구조면에서나 의미의 종결면에서나 중요한 구실을 한다. 초․중장의 두 전제에 대한 결론이라는 전제 위에서 삼단논법 형식임을 밝히고 있지만 이러한 전제가 없다 하더라도 이는 시조의 보편적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시조의 3장 구성이 갖는 구조적 의미를 삼단논법의 구성으로 파악하고 있는 정혜원은 논리적 앞뒤 관계를 분석하고, 시조의 의미 구조를 유형화하여 동의적 전개형, 반의적 전개형, 종합적 전개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동의적 전개형은 초장→중장→종장의 순행적 논리 전개를 보이는 것이며, 반의적 전개 형은 초장←중장←종장의 역접 전환을 통해 합일화하는 전개 과정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종합적 전개형이란 분열된 두 개의 대상을 정반합의 변증법적 대립과 지양을 통해 합일화하는 전개 구성을 말한다. 이외에 의미의 열거 등 여러 이형(異形)이 있을 수 있으나 시조의 3장 형식과 견주어 볼 때 타당한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의미구성의 원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3'이라는 숫자의 수리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우리 민족의 고유한 사고 방식과 관련된 논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조는 3장 3단의 외적․내적 구조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하루면
다섯 번
여섯 번도
더 생각난다
살고 있음이
비탄이고
수레이고 끈이다
이런 밤
눈시울에는
연민 하나 매달린다.
박연신『고드름』
병렬된 초장과 중장의 의미가 종장으로 접속 종결되는 예이다.
큰물을 9대째를 신촌에 살게 하네
3천평 新材浦口 그 안에 신촌 큰물
달 하나 대물림하며 신촌에 살게 하네
이용상『신촌큰물』
병렬된 초장과 중장의 의미가 종장에서 통합 종결되는 예이다. 또, 비록 예외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시조가 서정적 자아의 표현이며 세계의 자아화라고 할 때 그 시정신이 지향한 바가 대상(사물)과의 합일화이든 관념적 객관화를 통한 세계화이든 간에 종장에 이르러서는 동화나 조화로써 결구되고 있음을 볼 때, 시조의 의미체계는 3단 구조임을 알 수 있다.
망치로 가슴 두드리는
아픈 작업을 배우다.
비바람 부는 날 희미한 등불 들고 먼 길 나서며 뼈저린 오랜 세월을 잊으려
두려움을 배우다.
빈 농가
움집에 불을 놓는
뜨거움을
배우다.
박영교 『이농(離農)』
이와 같은 열거적 구조도 보이지만 의미나 이미저리의 내적 형성력에 의해 통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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