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의 구조(構造)
1. 시에도 구조가 있다
산문이라고 넓게 불리는 모든 글은 대체로 설명문, 논증문, 묘사문, 서사문의 네 가지로 구분된다. 글 쓰는 이의 의도나 목적에 따라 갈래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묘사문은 수필류, 서사문은 소설을 가리키지만 문학작품의 경우에는 작가에 따라 이 모든 글의 장점을 자기 것으로 바꾸어 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들 글은 기본적으로 서론, 본론, 결론의 3단 구조를 취하고있다. 본론과 결론 사이에 또 하나의 마디를 넣으면 4단 구조를 갖게되고 다시 서론과 본론 사이에 또 하나의 마디를 넣으면 5단 구조를 택하게 된다.
흔히 한시에서 말하는 기승전결은 4단 구조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에서 많이 쓰이는 것은 4단 구조라 할 수 있는데, 이 구조를 익혀놓아야만 자신만의 독특한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풀어 말하면 초심자는 4단 구조로서 구조를 익히지만 전문시인의 경우에는 수많은 변형 구조가 가능함은 물론, 매 작품마다 그에 걸맞은 독자적인 구조를 가져야 한다.
시의 구조와 함께 또 하나 알아두어야 할 형식은 틀이라는 것이다. 틀은 엄격하게 말해 구조와 같은 뜻이지만 여기서는 시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굳이 세분해서 강조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구조를 흐름과 얼개로 나눈다면, 흐름은 진행상의 순서라 할 수 있고, 얼개는 세부적인 연이나 행의 짜 맞추기, 시의 제목과 내용이랄 수 있다. 여기서는 얼개의 뜻으로 틀을 쓰고 있다.
모든 시는 기본적인 틀을 갖고 있다. 우리의 정신과 육체가 합해져야 하나의 독자적인 인간이 이루어지듯, 시도 그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있다.
그리고 그 그릇은 그 내용물에 따라 재료며 형태를 달리한다. 쉽게 말해 커피잔과 밥그릇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커피 잔에 밥을 담아 먹을 수 없는 것이 아니듯 아무렇게나 시를 쓴다 해서 아예 써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기능이나 효율적인 면을 생각하여 보다 적절한 그릇을 택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사실 이 문제는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예술적 숙련도가 높은 전문가에게도 매 작품마다 성공의 기회보다 실패의 함정이 더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대목은 뒷날 전문가가 될 때 유념해야 될 참고사항으로만 이해하길 바란다.
여기서는 우선 초보자를 위한 간단한 틀의 원리를 제시하기로 한다.
시의 내용을 크게 둘로 나누면 추상과 구상으로 간추려진다. 또한 이 두 가지 내용을 섞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그 리고 그 방법을 시의 틀이라고 갈무리할 수 있다.
[1] 추상+구상 [2] 구상+추상 [3] 추상+추상 [4] 구상+구상
이 네 가지 틀은 시의 전면적인 구조에도 적용되지만, 제목과 내용의 관계로 전개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한 행, 또는 한 연의 내부구조에서도 긴밀하게 작동한다.
허나 이 네 가지 틀 중 서로 반대되는 두 개의 틀인 [1]과 [2]가 그 중에서도 시작훈련에 효과적이다. [3]과 [4]는 보다 능력을 가질 경우에 비상한 힘을 갖게 된다.
예컨대 '돌은 돌이다'는 [4]에 해당되므로 구상+구상이지만 평범하기 짝이 없다.
허나 '돌은 마음이다'로 고쳐 쓴다면 [2]의 구상+추상에 해당되는 바 [4]의 경우보다는 긴장관계가 고조된다. 나아가 [3][4]의 경우에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돌은 돌이다'가 첫 행이라면 마지막 행에 '마음은 마음이다'를 대비시키거나, 돌의 내용이지만 제목에 물이라는 추상어를 도입함으로써 돌의 의미를 확대시킬 수가 있다.
더 자세히 풀어 말하자면, 시의 매 행에서 ① ②의 방법을 교직(交直)하는 식으로 연과 행, 도입부와 마무리, 내용과 제목을 안배함으로써 좋은 구조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식의 창작방법은 매우 도식적이고 기계적일 수가 있다.
따라서 언제까지나 이러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일은 금물이다.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단서가 붙는다. 구조를 이해하고 체득함으로써 비로소 스스로의 구조를 탄생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이란 거듭 말해 하나의 독자적인 개성의 나타남이다.
우리가 훌륭한 시인,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이러한 기본구조를 뛰쳐나가 독자적인 구조를 보여주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허나 생각해 보자. 시의 기본구조조차 연습하지 않고서 어떻게 독자적인 구조를 만들어 내겠는가.
갓 태어난 어린이는 단번에 걷는 것이 아니다. 우선 기고, 걸음마를 한 다음에야 보행이 가능해진다.
(1) 좋은 시의 구조
좋은 시는 역시 그 구조가 탄탄하다. 독자와 만나는 첫행이 우선 독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흡인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흡인력은 놀라움에서 발생된다. 놀라움이란 한마디로 말해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것이다. 독자가 전혀 예상치 못한, 그야말로 이럴 수가! 탄성이 나올 수 있는 첫머리라야 비로소 독자를 만날 수 있다.
상투적인 도입부, 뻔히 아는 사실, 개인적인 감상, 시덥잖은 현실비판, 관념적인 푸념 따위로 시작되는 작품은 그 구조상 도입부를 이어받아 증폭시킬 수 없는 취약점을 처음부터 부담으로 갖게 된다.
좋은 도입부로 시작되면 그 다음의 본문 내용도 순탄하게 확장이 되고 마무리를 자연스럽게 전환시켜 내용의 증폭을 이루게 된다. 이 경우는 하나의 작품이 곧 그 제작자인 시인의 개성과 맞물려 있으므로 별다른 요령이 있을 수 없다. 예시작품을 통해 한편 한편 직접 독자가 음미하기를 바란다.
잠실 1단지에서 혜화동까지/나를 태운 69번 버스는/아파트 숲을 돌고 돌아
자동차 숲을 달리고
버스 뒷칸에 앉은 나는/나의 집/나의 직장/나의 통장/나의 입맛
온통 나의 숲에 빠진다
밤나무와 참나무/엉겅퀴와 칡넝쿨이 엉켜 있는 숲
그 건너편에/ 박철수씨 이준태씨/ 최영자씨 김정숙씨가 모여 사는/우리 동네가/있고
숲은/있는 그대로 그렇게/ 밤나무는 여기 참나무는 저기/이웃하며 사는데
나무만 바라보는 나는/허구헌날 이삿짐을 부린다
당신을 외면한다/내 언제 숲을 볼수 있겠나/내 언제 숲이 될 수 있겠나 -신술래 '숲'
신술래의 시는 일상의 경험을 교묘하게 시에 녹여 넣고 있다. 도입부부터 89번 버스노선을 삽입함으로써 자동차와 숲이라는 이질적인 단어가 한데 어우러진다. 그것은 실로 충격적인 결합인데도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조그만 놀라움으로 우리 앞에 다가선다. 또한 시의 중반에 자연스럽게 이웃들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사람들마저 밤나무나 참나무로 만들어 버리는 원숙한 기교를 보여주고 있다.
한밤에 쫓기듯 빨래를 하다가/내가 왜 이 한밤에 빨래를 하는가-/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쫓기듯이/말이 말장난을 하다가 말을 놓치고/말을 타고/줄행랑을 놓는다.
나는 사면에 벽을 쌓아/하늘을 지붕 삼은 말의 집에 갇혀./벌떡 드러눕는다
빨래가 밀리면 초조하다./말이 밀리면 불안하다.
부걱부걱 거품 내며 빨래를 하면/말이 거품 속에 녹아
물과 사귀고/거품이 물에 녹아./달아난다
한밤에 쫓기듯 빨래를 하다가/내가 왜 이 밤중에 빨래를 하는가-/라고 생각한다.
말의 때 국물은 누구 차지인가-/말의 깨끗한 입성은 정말/누구 차지인가─
-전영주 '한밤에 쫓기듯 빨래를 하다가'
전영주의 시는 앞의 신술래처럼 '빨래'라는 일상사를 한밤에 하는 것으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러나 시인의 자문자답은 '말'이라는 관념으로 슬그머니 넘어간다. 독자의 기대를 끝까지 배반함으로써 자신의 말을 전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산 그늘에 숨어살던 쑥부쟁이의 웃음소리
빙벽에 달라붙어 있다
눈을 크게 뜬다
눈이 활짝 열린다
하반신이 썩어 시꺼멓게 흐르던 물줄기들
은빛으로 아름다이 갇혀 있다
상처 투성이의 위벽들도 비장하게 꿈틀댄다
(흰 빛은 모든 빛의 죄를 다 용서하는구나)
산비탈 저쪽에서 쫓겨온 바람들이
꽝꽝 꽝 못을 친다
못을 밟고 올라선다
새 숨소리 손끝에 묻어 난다.
물이면서 불, 불이면서 물인
이 우주의 먼지 사이로
빙벽에 달라붙는
더 이상 작아질 수 없는
미세한 가루가 된 내 물소리. -하영 '빙벽 혹은 화엄'
하영의 빙벽은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시다. 하반신이 썩은 물줄기라는 섬뜩한 표현과 상처투성이의 위벽들을 대비시킴으로써 그의 영혼이 겪고 있는 고통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흰 빛은 모든 빛의 죄를 용서하는구나'라는 잠언투를 활용함으로써 고통을 순명으로 바꾸는 화엄을 이루어내고 있다.
시 예술이란 이래서 묘미가 있는 것이리라.
먼 바다 파도 싱싱한 날
파도는 절지도 않아
간이 잘 밴 물고기들은 살이 단단해 물에 풀리지 않아
죽어도 썩지 않아
섬들의 뿌리는 소금기둥일까
어느 날 흩어져 섬들이 둥둥 떠다니지 않을까
물좋은 배추 한 접 칼집 꽂아
바다 한 자락에 담그면
밤새 출렁이며 골고루 절여 짐.
바다가 들어박힌 배추김치는 어떤 맛일까
뭍으로 처음 올라온 생명체는 제 몸이 마르자
두 눈을 뜰 수 있었다.
짭짤한 눈물. 눈물주머니는 바다로 향한
마지막 그리움 -고옥주 '즐거운 상상'
고옥주의 시는 단아하면서도 그 깊이에 치열한 시정신을 갈무리하고 있다.
예컨대 '파도는 절지도 않아 간이 잘 밴 물고기들은 살이 단단해 물에 풀리지 않아'와 같은 시귀(詩句)에서 보여주듯 사물의 정수를 한눈에 꿰뚫어 보는 직관과 그것을 동시에 담담하게 연출해내는 능력이야말로 비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2. 행(行)과 연(聯)
(1) 시행(詩行) 만들기
-정형시, 정형율이 씌어지는 경우 시행은 전통적으로 일정한 규칙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
-영시도 각 음보가 주어진 율격에 따라야 함은 한시의 경우와 같다.
-우리의 전통시도 정형율에 따라 만들었다.
① 정형율의 원칙이 지켜지는 경우
- <2음보격 시행>
ㄱ. 2음보 분절 시행
2음보가 분절하여 1음보 1행 만드는 경우
<예> 오락가락 보라빛 흰달빛
여우비 밝음 자하문
ㄴ. 2음보 무분절 시행
:2음보가 한 행을 이루는 경우
<예>꽃이 / 지기로서니 어제밤 / 유리창에
바람을 / 탓하랴 누가 끝내 / 그렸을까
ㄷ. 2음보 중첩시행
:2음보가 중첩되는 것으로 한행이 4음보 또는 6음보등으로 되는 경우
<예> 제운밤 / 촛불이 / 찌르르 /녹어 버린다
얇은 / 사 / 하이얀 / 고깔은
- <3음보격 시행>
ㄱ. 3음보 무분절 시행
3음보가 한 행을 이루는 경우
<예>한 ㅅ대는 / 만흔날을 / 당신 생각에
ㄴ. 후단 분절 시행
3음보 중에서 마지막 세 번째 음보를 분절하여 별개의 시행을 만드는 경우.
결국 2음보, 1음보의 구성이 된다.
<예> 성촌의 / 아가씨들 구름에 / 달가듯이
달빛에 모여 가는 나그네
ㄷ. 후장 분절 시행
3음보 중에서 첫 번째 음보를 분절하여 별개의 시행을 만드는 경우
결국 1음보, 2음보의 구성이 된다.
<예>불연 듯 내가
집을 나서 / 산을 치다라 돌이 / 되면
ㄹ. 등장 분절 시행(3음보 분절시행)
3음보가 각기 분절되어 3개의 시행을 만든다.
<예> 그립다 여름 한 낮
말을할까 비름 잎에
하니 그리워 꼳힌 땡볕이
② 정형율의 원칙이 배제된 경우
- 대부분의 현대시에서는 정형율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지 않지만 잘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원칙이 발견된다.
ㄱ. 일정한 의미단락
ㄴ. 연속된 호흡단락
ㄷ. 시상의 특별한 강조나 충격
ㄹ. 형태 미학적 장치
-한 개의 시행으로 독립될 수 있는 통사론적 단위
ㄱ. 문장 .... 명사형 문장 - 함축적이고 단단한 느낌
- 시의 리듬이 급박해지고 의미 연결에 단절감을 줌
<예>자목련이 지는 날은 하염없는 그대 생각
.... 동사형 문장 - 설명적이고 유연한 느낌
- 사변적이 될 위험이 크다.
<예>큰바위가 큰소리로 작은 바위를 타이릅니다.
ㄴ. 여러 형태의 절 사용
ㄷ. 어절이나 단어가 시행이 되는 경우
ㄹ. 여러 문장으로만 만들어지는 경우
(2) 연(聯) 만들기
① 정형율의 원칙이 지켜지는 시
- 단순연
2음보나 혹은 3음보 진술 하나가 시의 한 연을 구성
<예>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중복연
ㄱ. 혼합 중복연
<예>서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 무분절 시행
서산에는 해진다고 :후단 분절 시행
지저 귑니다. :후단 분절 시행
ㄴ. 동일 중복연
<예> 산에는 꽃피네 -후단 분절된 3음보 진술 하나가 두 개의
꽃이 피네 시행을 이루는 방식
② 정형율의 원칙이 배제된 시
-현대시의 일반적인 연 구성 원리
ㄱ. 시인 개인의 자의적 창작
ㄴ. 시상 전개의 논리나 이미지 변용논리
ㄷ. 의미의 대응관계를 중시
㉠ 리듬의 큰 단락으로 연 만들기
행과 연은 시의 형태를 만들어 주는 구조의 기본 골격이다.
즉 작은 마디의 가락, 작은 마디의 의미, 작은 마디의 이미지, 작은 마디의 강조는 행이 되고, 큰 마디의 가락, 큰 마디의 의미, 큰 마디의 이미지, 큰 마디의 강조는 연이 되는 것이다.
시의 구조는 워낙 치밀한 것이어서 유기적인 생물체에 비유되느니 만큼 시 구조의 바탕이 되는 이 행과 연들은 무엇보다도 긴밀함과 필연성이 동반되도록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시에 있어서 연은 시의 구절이며 가락, 의미, 이미지 등 내용의 통일성을 가지는 시의 단위이기도 하다. 연을 만드는 방법은 행을 만드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리듬, 의미, 이미지, 강조의 큰 단락을 하나의 연으로 놓을 수 있는 것이다.
봄은 간다
- 김 억
밤이도다
봄이다.
밤만도 애닲은 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 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운다.
검은 내 떠돈다.
죵소리 빗긴다.
말도 업는 밤의 셜음
소리 업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이 시는 리듬의 큰 단락이 하나의 연을 이루는 경우이다.
행을 이루는 리듬의 작은 단락이 운율을 형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리듬의 큰 단락에 의한 연의 형성 역시 시의 운율, 음악적인 부분에 중심이 가 있다.
이 시의 각 연들을 보면 무엇보다도 시의 운율을 잘 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제1연부터 제3연을 살펴보자.
첫 음절은 '밤', '봄', '날' 같은 비슷한 소리를 배치하여 두운의 효과와 울림소리의 음악적 효과를 살리고, 끝음절 역시 '다','데'의 똑같은 음운으로써 각운을 형성하고 있다.
제4연은 자연스럽게 2행 모두 3음보율을 살리고 있다.
제5연 또한 2음보율과 각운으로 운율을 형성하고 있고, 제6연은 2행 모두 음절수가 똑 같고 음보율도 똑같다.
역시 울림소리의 효과까지 나타난다.
의미면에서나 형식면에서나 한 쌍인 것처럼 대구(對句)를 이루어 그야말로 연 전체가 운율의 한 덩어리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맨 마지막 연 역시 2행이 대구를 이루며 각운의 효과로 운율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 시는 한 연이 리듬의 큰 단락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 의미의 큰 단락으로 연 만들기
시적 내용이나 의미가 각각 한 단위가 되어서 혹은 강조가 되어서 한 연을 형성할 수가 있다. 그러니까 하나의 연은 하나의 의미를 형성하고 있는 '의미의 큰 덩어리' 혹은 '의미의 큰 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여승(女僧)
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제1연을 보면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한 여승을 만난 사건이 중심 의미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시의 화자는 여승이 되기 전의 이 여인을 만난 적이 있다.
제2연에서는 과거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지난 날 여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생계를 잇기 위해 어린 자식을 데리고 옥수수를 팔고 있는 초라한 여인의 모습이 이 연의 중심 의미인 것이다.
제3연에서는 여인의 슬픔과 불행이 중심 의미를 이룬다.
10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에 대한 기다림과 슬픔, 그리고 어린 자식을 잃은 비통함이 이 여인을 속세의 현실로부터 떠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제4연은 이 여인이 여승이 되는 장면이 중심 의미인데 삭발하는 장면을 통해 한 여인의 지극한 슬픔과 아픔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이 시의 각 연들은 서사적인 이야기구조를 갖고 그 중심 내용에 따라 연을 구분하고 있어서, 하나의 소설을 압축해 놓은 듯한 느낌마저 드는데,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이 시(詩)는 무엇보다도 의미의 큰 단락에 의해서 연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 이미지의 큰 단락으로 연 만들기
이미지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기에 이미지의 큰 단락에 의해 형성된 연은 그만큼 감각적인 특성과 모습으로 우리의 주의력을 끌어 모은다.
각각의 연들이 한 폭의 풍경화를 보여주는 것처럼 시각적 이미지가 중심이 되어서 하나의 형태를 형성한다.
달, 포도, 잎사귀
장만영
순이 벌레 우는 고풍한 뜰에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왔구나!
달은 나의 뜰을 고요히 앉아 있다.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동해바다 물처럼
푸른
가을
밤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순이 포도넝쿨 밑에 어린 잎새들이
달빛에 젖어 호젓하구나.
제1연은 달빛이 배어 있는 뜰의 정경을, 제2연에서는 달의 시각적 이미지와 후각적 이미지를, 제3연에서는 "동해바다 물처럼 / 푸른" 가을 밤의 시각적 이미지를, 제4연에서는 포도와 달빛이 혼연일체가 되고 있는 정경을, 제5연에서는 달빛에 젖은 포도 넝쿨의 어린 이파리들의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각각의 연들이 회화적인 시각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 강조의 큰 단락으로 연 만들기
강조의 큰 단락을 하나의 연으로 놓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각 연들이 서로 긴장한 상태로 배치되는데, 이 긴장감 때문에 강조의 효과가 생겨나고 시적 탄력을 얻게 된다.
남한강 기행
김형수
내 육신에서 솟아 나온
땀방울처럼
마른 갈대들이 서걱이는 땅거죽에서
물방울은 돋아 흐른다
어디로 가는가
아무런 약속도 없이 그저 흐르는가
숱한 중생이 나고 죽고 나고 죽고
다시 태어나 사라지곤 하면서
역사를 이루고 흐르는 것처럼
물은 그렇게 흐른다
이끼 낀 바위틈과 금이 섞인 모래 위를
낮게 나직이 지형을 바꾸면서
제1연과 제2연을 보게 되면, 제1연의 끝 행과 제2연의 첫 행은 의미의 흐름상 하나의 문장이다. 따라서 의미의 단락으로 묶게 되면 하나의 연으로 놓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일부러 떼어놓음으로써 두 연은 붙으려는 긴장감을 자아내고, 이때 강조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제3연과 제4연도 마찬가지이다. 제4연의 첫행 "물은 그렇게 흐른다"는 제3연의 끝행"역사를 이루고 흐르는 것처럼"의 뒤에 이어져서 한 연으로 묶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자연스러움에서 벗어남으로써 두 연 모두 탄력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만약에 지금 형태의 연들을 의미의 단락으로 해서 놓았다면 이러한 시적 탄력이나 긴장감들이 사라져 버려서 느슨해지고 풀어진 듯한 느낌이 드는 시가 되었을 것이다.
3. 소절은 짓기 쉽다
- 다시 소절(素節)에 대하여
1
소절(素節)이 소절(小節) 아니고 소절(素節)인 것은 시조(時調)가 시조(詩調) 아닌 것과 같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소절(素節)의 소(素)는 백(白)으로 가을이란 뜻으로서의 가을철, 즉 소추(素秋)를 의미하며, 깨끗한 절개와 평소의 행실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한국시에 있어서 새로운 장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 형태에 명명하게 된 이 명칭은 이러한 사전적 의미 이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시니피앙(signifier)과 결합(ensemble)하고 있는 시니피에(signified)가 표출하고 있는 것처럼 내포 화자가 흥분하여 직접적으로 감정을 노출하지 않고 랑그 차원의 보편적․사전적 의미를 발설하고자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평범하게 보이지 않고 특별하게 느껴지도록 애를 쓴다.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은 그레마스(A.J.Greimas)가 언급한 바 있는 <실제적으로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은 한 장소에서 이중의 복사(輻射)가 방출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 소절(素節)의 형태는
첫째 짧은 2음보/ 긴 2음보/ 긴 2음보
둘째 긴 2음보/ 긴 2음보/ 긴 2음보
셋째 긴 2음보/ 긴 2음보/ 짧은 2음보 3가지 유형이 있으며
첫째 유형의 짧은 2음보는 청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둘째 유형의 긴 2음보는 자연스러움
셋째 유형의 짧은 2음보는 빠른 결말에 이르도록 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하이쿠(俳句)와 같은 자수율의 엄격성에서 벗어나 소절은 유연성을 견지한다.
그리고 음운적으로는 울림도가 높은 자음의 사용에 유의한다. 왜냐하면 울림도가 낮은 폐쇄음 종성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운율이 거칠어지기 때문이다. 울림도가 높은 단어를 과도하게 사용하게 되면 경망스러워진다고 하는 분도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프랑스 시가 한국어처럼 Foot가 없으면서도 아름답게 들리고 있는 것은 울림도가 높은 단어를 잘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 어휘의 선택에 있어서는 시간과 공간에 유의하면서 추상성이 높은 상위어 즉 내포성(內包性)이 높은 것보다는 하위어로서 외연성(外延性)이 높은 것을 사용하도록 노력한다.
예를 들면, 하위어인(외연적) 소와 말의 상위어는 가축, 가축과 야생동물의 상위어는 생물, 생물과 무생물의 상위어는 존재(내포성)가 되는데, 되도록이면 외연성이 높은 <소와 말>과 같은 어휘를 사용한다는 것이 되겠다.
첫째 형태의 소절(素節)에 대한 예문
시위 군중을
베란다 끝에 앉아
비둘기가 바라보네 -<비둘기> 전문
둘째 형태의 소절(素節)에 대한 예문
살구꽃 구경왔다가
문지방을 베고 누워
친구는 코를 곱니다 -<문지방> 전문
세 번째 형태의 소절(素節)에 대한 예문
관촉사 벚꽃 속에서
문상 못한 친구 만나
흠칫 놀라다 -<벚꽃> 전문
2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현대시에 역행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 실험이 무모한 짓이라고 염려하고 있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현대시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보들레르(C.P.Baudelaire)의 <상응>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들이 소네트 또는 4행시 등의 정형시이며 T.S.엘리엇(T.S.Eliot)과 같은 시인도 정형시를 쓰고 있고 또한 그는 <자유시 고찰>이라는 논문에서 전통시(정형시)와 자유시의 구별은 없고 우수작과 졸작만이 존재한다고 언급하였음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2행시로부터 14행 소네트와 같은 정형시가 완성된 뒤에 자유운율의 시를 추구하고 있는 서구와는 달리 이러한 정형의 완벽성을 기하지 못한 한국의 경우에는 그들과는 달리 향가로부터 민요와 개화가사에 이르기까지의 정형과 운율에 더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시의 현대성(우수성)이 문제가 되는 것인데, 자유시만이 현대시이기 때문에 자유운율의 시를 추구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쓴 뒤에 우수한 현대시라고 자화자찬하는 시인이 있다면 커다란 착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는 노무현 후보에게 밀려
아아 아깝게도 중도에서 사퇴하고 말았네
꽃이 피는 어느 날에
이러한 착각은 "enjambement(구걸치기)"를 자유시로 생각한 황석우나 또 현대에 와서는 "blank verse(무운시, 절이 없이 계속 이어진 시)"를 자유시로 생각하고 있는 분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도 Foot과 Meter와 Rhyme은 살아 있는 것이며, 더구나 이러한 변형은 정형시에서 예외로 인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시의 형태를 만들었다고 해서 현대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위의 예문에서 본 바와 또한 같다.
결국 자유시는 정형에서 벗어나 운율이 없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정형시보다 더 좋은 운율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형시보다 더 구속적이라는 것을 역으로 상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유시는 랭보(Rimbaud) 또는 휘트먼(W.Whitman)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이 형식은 중세 이전부터 사용되던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 예가 시편이다.
3
사족(蛇足) : 소절은 3행단시로서 한국시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고 하는 약간 성스러운 의미를 가지고 탄생되었습니다. 이러한 실험은 1988년 졸시집 <감을 우리며>에 일단 선을 보였으며, 1995년 <시문학>에 연재를 하고, 1998년 <번개와 장미꽃>이라는 소절집으로 정리를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3행시라는 이름하에 문학성과는 거리가 아주 먼 길로 가고 있는 것을 보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용솟음쳐 올라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엄숙한 것은 아니며 이 의미에 찬동하거나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 그렇다고 문학성에서 많이 벗어나 지나치게 외설적이거나 선전과 같은 글은 아니 되겠지요. 그런 취미를 가지고 계신 분은 그런 사이트가 별도로 있으니 그곳을 찾아가시면 되겠습니다.
4, 구성(構成)
- 소설과 같이 뚜렷하지는 않으나 그 나름의 내적 논리를 시는 갖고 있는데 이 논리가 구성인 것이다.
- 인간의 의사 전개에 있어서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형태의 논리라 할 수 있는 것이 3단 구성이다.
- 우리 국문 상 시가의 대표적 구성은 3단 (시조)과 4단(향가)구성이다.
- 4단 구성이 대표적인 예는 한시
- 5단 구성은 희곡, 소설에서 볼 수 있다.(도입, 갈등, 위기, 절정, 파국)
(1) 정형적 구성
① 1단 구성:a형 - aa'형: a를 반복
② 2단구성: ab형 - aa'b형: a를 반복하고 결론, abb'형: b를 반복
③ 3단구성: abc형: 서론. 본론. 결론 - abb'c형 : b를 반복, aba형: 마지막에 a를 반복
abb'a형: b를 반복하고 마지막에 a를 다시 씀
aa'ba"형: a를 여러번 반복
aba'a"형: 끝부분에 a를 반복
aa'bc형: abc형에 a를 반복
④ 4단구성: abcd형 : 기. 승. 전. 결 - abca형 : 끝부분에 a를 다시 씀
abcdd.'형: d를 반복
(2) 비정형적 구성
① 연상에 따르는 방식
* 어떤 순간에 하나의 이미지가 떠오르면 연산 작용에 의해서 다른 진술이 따르게 되는 형식
* 소위 소설에서 (내적독백) 혹은 (의식의 흐름적 수법)이라고 불리는 것에 가깝다.
<예>이상(오감도)
② 중심 테마를 따르는 방식
* 시에 제시된 개개의 이미지들은 상호 돌발적, 임의적 관계를 지닌다.
* 중심 테마와는 방사적 관계를 형성한다.
<예>이승헌(비)
5.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시의 구성이란 소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뚜렷하게 변별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소설은 이야기 즉 사건의 순차적 전개가 골격을 이루고 있으므로 당연히 그 줄거리 역시 연속성과 진전의 논리를 갖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때 사건이 시간적 연속성에 따라 진전되는 논리를 구성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시(詩)는 일반적으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는 까닭에 소설과 같은 의미의 구성은 없다.
그러나 시(詩) 역시 인간사고 표현의 하나이므로 그 나름의 어떤 논리를 갖게 되며 편의상 우리는 이처럼 시의 내용 혹은 진술이 전개되는 질서 혹은 논리를 구성이라 한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시학>에서 완결된 모든 문학 작품이란 시작(始作), 중간(中間), 결말(結末)의 세 토막을 지녀야하며 이들은 상호 균형 있게 배분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3단 구성은 인간의 의사 전개에 있어서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형태의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즉 모든 논리적인 언어 표현이 결국은 서론(序論), 본론(本論), 결론(結論)의 형식을 지닌다는 인식의 출발인데 오늘날에 와서 여러 가지 변용이 있기는 하나 변증법 <(정(正), 반(反), 합(合)>, 3단 논법(-대전제, 소전제, 결론), 소크라테스의 대화법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3단 4단 5단
서론(序論) 기(起) 도입(導入), 갈등(葛藤)
본론(本論) 승(承) 위기(危機)
전(轉) 절정(絶頂)
결론(結論) 결(結) 대단원(大單元)-결말(結末)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버혀 내어..................... 시작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중간
어른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비구비 펴리라.................. 결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소리에............................... 기(起)
행여나 성긴 빗발 치는가 싶어............................. 승(承)
중을 불러 문밖에 가보랬더니.............................. 전(轉)
밝은 달만 숲 가지에 걸려 있다네.......................... 결(結)
(1) 1단 구성
① a형
시상의 전개가 의미적으로 한 단락에서 끝난다.
저고리/하이얀/가슴에/나부낀/장미빛
고름............전봉건<노래>
형태상으로는 2연으로 되어 있으나 내용 전개상 1단락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이얀 저고리의 장미빛”이라는 1연의 내용은 2연 “고름”의 수식어에 지나지 않는다.
금언형의 짧은 시에서 많이 발견된다.
② a a‘형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a
새악시 볼에 떠오르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a'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위의 인용시는 비록 두 연으로 되어 있다고는 하나 시상 전개는 같은 내용 a를 두 번 변용 반복(a')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매 4행으로 된 두 연의 진술은 그 수식어를 모두 추상해 버리고 요지(要旨)만 간추린 “(가)는 (나)를 우러르고 싶다”는 문장이 되며 이때 (나)로 제시된 은유의 본의(本意=원관념)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즉 (나는)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1연........a
(나는)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2연........a'
따라서 2연은 1연으로부터 아무런 의미상 진전이 없고. 1, 2연은 동의어의 반복인 것이다.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a ▶ 은행잎처럼 임을 향해 나아감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a' ▶ 초승달처럼 임을 향해 나아감
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 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a'' ▶ 물처럼 임을 향해 나아감
파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a''' ▶ 햇볕처럼 임을 향해 나아감 <신석정, 임께서 부르시면>
위시에서도 형식은 4연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은행잎” “초승달” “흐르는 물” “햇빛” 등의 보조 관념은 각각 다른 사물들로 비유되어 있지만 내포된 원관념(순수 무구한 세계)은 동일하다.
위시의 보조관념은 모두 죽음=재생의 체험을 살리고 있다.
♣ 감상의 길라잡이
이 시는 초기의 명상적, 전원적, 목가적 시풍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현실을 초월하고 자연에의 귀의로 생의 경건한 기쁨을 누리려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간절한 호소의 어조를 띤 부드러운 언어로 암담한 시대 상황을 벗어나 이상적인 전원의 세계를 노래하고 있다.
은행잎의 떨어짐, 지는 달, 흐르는 물, 잔디밭에 스미는 햇볕은 모두 은밀하고 조용한 자연의 현상들이다. 화자는 그런 태도로 임을 향해 가고자 한다.
그러나 '님께서 부르시면'이라는 가정이 전제되어 있다. 따라서 화자는 '임'께서 불러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반복을 통하여 그 간절함을 읽을 수 있다.
이 시에서 '임'의 실체는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은행잎', '초승달', '물', '햇볕' 처럼 가겠다는 것으로 보아 구체적 인간이기보다는 자연의 상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이렇게 볼 때, 이 시는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전원파 시인인 신석정의 자세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 시어․시구 연구 및 분석- 주제: 임에 대한 순종, 자연의 질서에 순응함
1연: 은행잎의 떨어짐은 죽음을 의미한다. 계절의 흐름 앞에서는 노란 은행잎은 바람에 날려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임과의 만남도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고 지쳐 죽음에 이르러서야 만날 임이다. 임을 사별한 임으로 볼 경우, 낙엽이 지듯 죽음을 통해서만 만남을 이룰 수 있다.
2연: 안개 낀 밤의 이미지 역시 죽음의 빛깔이다. 안개 자욱한 밤에 은밀히 고개를 넘는 초승달의 희미한 빛은 화자의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반영한다. 그것은 임과 나의 단절감이다. 그러면서도 화자는 임이 계신 곳을 향하여 고독한 발길로 은밀히 찾아가려고 한다.
3연: 쓸쓸한 ‘소멸의 분위기가 포근히 풀린 봄 하늘'과 같은 명랑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의 전환은 내면적인 임과의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외형적인 단절감이 극복되고 내면적 통합에 이르렀을 때 화자는 명랑한 기쁨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1, 2연이 소멸과 죽음을 의미한다면 3연은 재생과 부활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굽이굽이 흐르는 물처럼 소망을 안고 임을 향해 가는 것이다.
4연: 3연의 기쁨과 명랑성이 더욱 심화된다. 잔디밭에 새 풀이 돋고 거기에 햇볕이 따사롭게 스며들 듯이 임에게 기쁨으로 다가가 스며들기를 소망하고 있다.
사월(四月) 상순(上旬)
누구나 누구나
인간은 인간은
반쯤 다른 세계에 두 개의 음성을 들으며 산다.
귀를 모으고 산다. 허무한 동굴의
멸(滅)한 것의 바람소리와
아른한 음성 그리고
그 발자국 소리 세상은 환한 사월 상순
그리고 * 주제 : 환희와 적막이 함께 하는
세상의 환한 사월 상순 세계의 엄숙성
누구나
인간은
반쯤 다른 세계의
물결 소리를 들으며 산다.
돌아오는 파도
집결하는 소리와
모래를 핥는
돌아가는 소리.
윗 시의 각 연은 삶의 이원적 모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것은 <밝음>과 <어두움>, <빛>과 <그늘>로 상징된다. 그런데 이러한 시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매연(每聯)에 동일하게 되풀이되고 있다.
가령 빛의 세계 즉 생성(生成)의 세계는 모두 사월상순(四月上旬)으로 제시되어 있으나 어두움의 세계는 1연에서 발자국 소리, 2연에서 파도소리, 3연에서 바람소리로 형상화하였다. 그러나 2연에서는 다소간 변용을 일으켜 돌아가는 파도소리의 대립 이미지라 할 수 있는 사월상순(四月上旬)이 이 부분에서 생략되어 있다.
(2) 2단 구성
① a b형
시상의 전개가 두 도막으로 된 구성이다.
첫 도막에서는 시상을 얻고 두 번째 도막에서는 이를 마무리 짓는 형식을 취한다.
소위 미괄식 또는 두괄식 구성을 가리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막 태어난 별이
혼자서는 가지 못하고 있다..........a
지상의
키 작은 아저씨 귓쌈을 치며 치며 울고 있다......b <김춘수 저녁별>
이 시는 혼자서는 가지 못하는 별 ...........a
아저씨 귓빰을 치고 우는 별.........b 로 정리 할 수 있다.
이 시에서 a는 b의 정황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동시에 그것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놓여있기도 하다. 논리적으로 유추해 보면 어디로든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a) 그 별은 아저씨의 귀쌈을 때리는 것(b)이다.
② a a' b 형
a b의 변형이다. 원칙적으로 a b에 속하지만 a 부분을 여러번 중첩시키는 변형이 있다. 이때 a 는 최소한 두 번 이상 반복된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로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a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b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c <못잊어>
1연과 2연을 비교해 보면 그 표현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예컨대 1연의 “한세상 지내시구려”. “잊힐 날 있으리이다”라는 말을 2연에서는 “세월만 가라시구려”,“더러는 잊히오리다”로 고친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시의 의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즉 1연과 2연은 같은 내용의 반복이다.
그러나 3연에서는 하나의 반전이 있게 된다.
1, 2연에 “잊을 수 있으리다”라고 말한 것을 부정하고 이젠 잊을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1, 2연에서 동일하게 되풀이한 시의 내용과는 크게 다르다.
잊을 수 있다.....1연.....a
잊을 수 있다.....2연.....a‘
잊을 수 없다.....3연.....b
즉 a a' b의 구성 형식을 지닌다. a a'처럼 여러 번 반복시켜 내용을 풍요롭게 하는 경우가 있다.
▣ 사랑을 사랑하여요
당신의 얼굴은 봄 하늘의 고요한 별이어요.
그러나 찢어진 구름 사이로 돋아오는 반달 같은 얼굴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어여쁜 얼굴만을 사랑한다면 왜 나의 베갯모에 달을 수놓지 않고 별을 수놓아요....a
당신의 마음은 티없는 순옥(玉)이어요. 그러나 곱기도 밝기도 굳기도 보석 같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아름다운 마음만을 사랑한다면 왜 나의 반지를 보석으로 아니하고 옥으로 만들어요...a'
당신의 시는 봄비에 새로 눈트는 금결같은 버들이어요.
그러나 기름 같은 검은 바다에 피어오르는 백합꽃 같은 시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좋은 문장만을 사랑한다면 왜 내가 꽃을 노래하지 않고 버들을 찬미하여요.......a''
왼 세상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아니 할 때에 당신만이 나를 사랑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여요 나는 당신의 사랑을 <사랑>하여요........................b
위의 시는 a가 세 번 중복되는 형식 즉 a a' a'' a''' b의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1, 2, 3연의 내용은 각각 다른 비유법으로 표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 주지(主旨)는 동일하다.
그것은 한마디로 현상계를 버리고 본 체계에 들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이라 할 수 있다. 3연까지의 각 연에서 별(1연), 숫옥(玉)(2연), 버들(3연)은 후자를 상징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3연에 와서 시인은 이와 같은 본 체계의 도달이 당신의 “사랑”을 발견하는(사랑하는) 일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즉 1, 2, 3연에서는 본 체계 그 자체에 대한 인식의 문제를, 4연에서는 그것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의 문제를 언급했다.
당신의 진면목은 별이다..............1연.....a
당신의 진면목은 숫옥이다............2연.....a'
당신의 진면목은 버들이다............3연.....a''
나는 당신의 <사랑>을 사랑한다.......4연.....b
③ a b b'형
a a b의 형식과 다르게 b가 두 번 이상 되풀이되는 경우이다.
시의 앞부분은 고정되고 뒷부분을 여러 번 되풀이시키면 시상의 전개가 자칫 풀어질 염려가 있다. 따라서 a b b'형식에서의 b의 중첩은 a와의 균형을 갖는 선에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 솟는 해, 퍼지는 해, 기우는 해
하늘 길 걷는 너의 걸음 빠르고도 느리다.............a
해야 물어보자 너의 걸음 재임은
한복판(中天)에 계옵신 님 만나 뵈렴인가.............b
해야 물어보자 너의 걸음 느림은
만나자 이별하기 마음이 무거워선가..................b'
위시는 <해>를 통해 임과 함께 살고 싶은 사랑의 소망을 진술하고 있다.
즉 해가 뜨고 짐은 느리고도 빠르다............1연..........a
빠른 것은 님을 만나러 가기 때문이다.......2연..........b
느린 것은 님과 이별하기가 싫기때문이다....3연..........b'
여기에서 님을 만나러 빨리 가는 행위(2연)와 이별이 아쉬어 느리게 가는 행위(3연)는 결국 똑 같이 님과 오래 살고 싶다는 소망의 표현이므로 같은 내용이라 할 수 있다.
(3) 3단 구성
① a b c형
가장 전형적인 구성이 3단 구성이다. 시상의 전개가 시작, 중간, 결말의 단순하고 완결된 형식을 취한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a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b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c
비록 연 구분이 되어있지는 않으나 그 시상 전개로 볼 때 세 도막 형식으로 되어 있다. 첫 도막(a)에서 시인은 깃발을 소리 없는 아우성이며, 먼바다를 향해 흔드는 손수건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 도막(b)에서 깃발은 슬픈 이념이라고 말한다.
세 번째 도막(c)에서 시인은 그 슬픈 이념의 깃발을 맨 처음 공중에 매단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
영원한 그리움.............a
이루어지지 못한 이념......b
모순된 존재의 인식........c의 3단 구성이다.
② a b b' c형
a b c형의 변형이다. 연 구분상으로 볼 때 b를 한번 더 중복시키는 형식을 취한다.
내사 애달픈 꿈꾸는 사람
내사 어리석은 꿈꾸는 사람...............a
밤마다 홀로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b
긴긴 밤을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b'
어느 날에사
어둡고 아득한 바위에
절로 임과 하늘이 비치리오..............c
나는 꿈꾸는 사람......................1연..........a
밤에 홀로 찾는 바위가 있다............2연..........b
밤에 홀로 찾는 바위가 있다............3연..........b'
바위에 님의 얼굴이 언제나 비칠까......4연..........c
③ a b a형
3단락으로 되어 있으나 마지막 셋째 단락을 반복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첫째 단락과 셋째 단락은 동일한 내용이 된다.
내 영원은
물빛
라일락의
빛과 향의 길이로라.........................a
가다 가다
후미진 굴헝이 있어,
소학교 때 내 여선생님의
키만큼한 굴헝이 있어,
이쁜 여선생님의 키만큼한 굴헝이 있어.......b
내려가선 혼자 호젓이 앉아
이마에 솟은 땀도 들이는
물빛
라일락의 빛과 향의 길이로라
내 영원은. ................................a
결말부에 도입부가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전체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내 영원은 라일락꽃의 길이다.
길에는 안식의 굴헝도 있다.
내 영원은 라일락꽃의 길이다.
④ a b b'a형
기본적으로 a b a와 같은 유형이지만 b가 한번 더 겹치는 경우이다.
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a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b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b'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a
위시의 1연과 4연, 2연과 3연은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다. 왜냐하면 1, 4연에는 모두 잊지 않겠다는 말을 역설적으로 고백하고 있지만 2, 3연은 어떤 가정적 상황에서 잊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⑤ a a' b a''형
봄은
처녀들의 속살 간질이는
바람으로 온다.
나뭇가지에서 까르르 웃는 꽃..................a
봄은
사내들의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로 온다.
엣취
강심(江心)에 얼음장 깨지는 소리..............a‘
몸살 앓는 바람 탓이다.
이렇듯 온 몸이 가려운 것은
열병 앓는 강물 탓이다.
자꾸만 기지개가 켜지는 것은
아, 마른 대지(大地)에 번지는 혈류(血流)......b
봄은
와장창 유리창 깨는
골목 개구쟁이들의 돌팔매질로부터 온다,
나뭇가지에서
와 일제히 터지는 함성.......................a''
1, 2, 3연 : 봄은............으로부터 온다 - a a' a''
4연 : 그 이유는.............때문이다 - b]
⑥ a b a' a''형
a a' b a''형과 반대로 끝 부분에서 a가 겹치는 형이다.
우리 님의
손톱의
분홍 속에는
내가 아직 못 다 부른
노래가 살고 있어요. .....................................a
그 노래를
못 다 하고
떠나 올 적에
미닫이 밖 해어스럼 세레나드 위
새로 떠 올라오는 달이 있어요. ...........................b
그 달하고
같이 와서
바이올린을 키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 안 나는
G선의 멜로디가 들어 있어요. .............................a'
우리 님의
손톱의
분홍 속에는
前生의 제일로 고요한 날의
사돈 댁 눈웃음도 들어 있지만 ............................a''
우리 님의
손톱의
분홍 속에는
이승의 빗바람 휘모는 날에
꾸다 꾸다 못 다 꾼
내 꿈이 서리어 살고 있어요. ...........................a'''
1, 3., 4, 5연은 내용이 동일하다.
다만 그 표현에 있어서 님의 손톱에 “못다 부른 노래”(1연)가 있다고 했고 “G선의
멜로디“(3연)가 있다고 했고, ”사돈댁 웃음“(4연)이 있다고 했고, 이승에 못다 이룬 꿈”(5연)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 제 은유가 암시하고 있는 본의(本意)는 “이승에서 소유할 수 없는 어떤 영원한 실재”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다만 2연에서는 그와 같은 영원성에 도달할 수 없는 화자의 슬픔을 그리고 있어 다른 연과 내용을 담고 있다.
손톱에는 ...........이 살고 있다........1연........a
달이 떠 있다.....................................2연........b
손톱에는 ...........이 살고 있다........1연........a'
손톱에는 ...........이 살고 있다........1연........a''
손톱에는 ...........이 살고 있다........1연........a'''
(4) 4단 구성
① a b c d형
시상이 4단락으로 발전되어 간다.
내가 맨 처음 그대를 보았을 때
세상엔 아름다운 사람도 살고 있구나 생각하였지요..............a
두 번 째 그대를 보았을 땐
사랑하고 싶어졌지요..........................................b
번화한 거리에서 다시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남 모르게 호사스러운 고독을 느꼈지요.........................c
그리하여 마지막 내가 그대를 만났을 땐
아주 잊어버리자고 슬퍼하며
미친듯이 바다기슭을 다름질 쳐갔습니다. ......................d
각 연이 기(起), 승(承), 전(轉), 결(結)의 발전에 따라 이루어진 전형적 4단 구성이다.
화자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여인을 만나 아름다움을 느낀다(a). 시의 도입부이다.
다음 단계로 그는 사랑을 느낀다(b). 여기까지의 내용은 상대방에 대한 화자의 감정표출이라는 점에서 점층적 시상의 계승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세 번째 단계에서 돌연 화자는 고독감에 사로잡힌다(c). 이는 화자의 자신에 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의식이 상대방으로부터 돌아와 자기자신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반전에 해당된다. 그런데 네 번째 단계에서 화자는 스스로 상대방을 단념하고자 한다. 사랑을 순수하게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① a b c d d'형
4단 구성에서 네 번째 단락을 두 번 이상 반복하는 형식이다.
하나의 지론(持論)같은 고집(固執)의 덩어리.
꽃망울은
달라져 가는 미의식(美意識)의
이파리들 앞에선
응향(凝香)이고저 하는 듯................................a
인간(人間)의 손목이면 꺾이는 꽃가진데도
간(肝)을 씹는 전쟁(戰爭)의 하루 아침....................b
죽음들
뒤안 길에 피어서
신(神)의 뜻대로 있는 듯.................................c
꽃―.
시공(時空)을 넘어 서는
우렁찬 음악(音樂).......................................d
관념(觀念)의 울 안에서
밖을 밝히는 훤히 꺼진 눈시울............................d' <김광림 꽃의 서시>
꽃은 순결의 지조다.........................1연..........a
약하지만 지조를 지킨다.....................2연..........b
그것은 인간을 벗어나 있다..................3연..........c
꽃은 음악이다..............................4연..........d
꽃은 눈시울이다............................5연..........d'
(5) 시의 구성을 정하는 방법
①. 시점(視點)의 이동에 따라
②. 시간(時間)의 이동에 따라
③. 관점(觀點)의 이동에 따라
④. 발상(發想)의 이동에 다라
⑤. 연상(聯想)의 이동에 따라
⑥. 공간(空間)의 이동에 따라
⑦. 중심(中心) 테마의 이동에 따라
① 구성과 구상의 기능
주제(主題)를 설정하고 적절한 소재(素材)를 수집하여 정리하고 그 줄거리를 짜는 일을 구상(構想)이라 한다. 글 쓰기에 있어 구상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기능을 갖는다.
첫째, 글의 설계도 구실을 한다.
둘째, 글의 일관성을 유지하게 한다.
셋째, 글의 내용에 통일성을 부여한다.
넷째, 불필요한 내용의 반복을 막아준다.
다섯째, 글의 전체적인 균형을 조절해 준다.
② 구상의 방법
구상을 할 때 유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준비된 소재로 글을 쓸 때, 먼저 어떤 각도에서 쓸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둘째, 어떤 부분이 뚜렷한 초점이 되고, 어떤 부분을 배경으로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쓰고자 하는 바가 분명히 표현되도록 하려면, 너절하고 지루한 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처음 쓰고자 했던 바를 도중에 변경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는 곧 글 전체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구상할 때의 유의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두자.
① 글 전체가 통일성을 갖도록 한다.
② 글의 앞뒤가 논리적으로 일관성을 갖도록 한다.
③ 글의 중심 내용이 분명히 강조되도록 한다.
일반적인 구상 방식
전개적 구상 ┌ 시간의 흐름에 따른 구상
└ 공간의 질서에 따른 구상
┌ 단계식 구상 ┬ 3단 구상
종합적 구상 ├ 포괄식 구상 ├ 4단 구상
├ 열거식 구상 └ 5단 구상
├ 점층식 구상
└ 인과적 구상
③ 전개적 구상
* 시간적 구상 : 아침, 낮, 저녁 등의 순서로 재료를 배열하는 것. 그러나 시간 경과에 충실하다 보면 글의 인상이 희미해진고 평범해질 우려가 있다.
* 공간적 구상 : 글의 내용이나 성격, 상하좌우, 원근에 따라 공간적으로 표현 하는 것. 자연의 풍경묘사 등
④ 종합적 구상
* 단계식 구상 : 글 쓰는 이의 의지와 논리에 따라 선택된 소재들을 단계적으로 배열하여 글의 짜임새를 결정하는 방식.
3단 구성 : 서론, 본론, 결론
4단 구성 : 도입, 발전, 전환, 정리
5단구성 : 발단, 전개, 절정, 대단원, 결말
* 포괄식 구상 : 주제문(또는 결론)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소재를 효과적으로 배열하는 구상 방식이다.
두괄식 : 주제문을 앞에 두는 방식
중괄식 : 주제문을 가운데 두는 방식
미괄식 : 주제문을 뒤에 두는 방식
쌍괄식 : 주제문을 앞뒤 양쪽에 두는 방식
* 열거식 구상 : 중요한 내용들을 몇 가지로 나누어 임의로 배열하는 구상 방식.
* 점층식 구상 : 범위가 작거나 덜 중요한 내용으로부터 범위가 크거나 더 중요한 내용에 이르기까지 점차적으로 서술해 나가는 구상 방식이다.
이에 비해 가장 중요하고 큰 것을 앞세우고 점차 작은 것으로 진술해 가는 구상 방식은 점강식이라 한다.
* 인과적 구상 : 어떤 현상이나 사실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여 글의 짜임새를 결정하는 구상 방식.
(예)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1연(起):꽃이 피기까지의 인고의 과정 →
2연 (承) : 과정의 고뇌와 아픔→
3연 (轉) : 자아 발견의 원숙한 경지→
4연 (結) : 시련과 깨달음
서시(序詩) 윤동주
하늘을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 작품은 전 2연으로 되어 있으나 시간의 이동에 따라 과거, 미래, 현재의 3단락으로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즉, 제1연의 1-4행(과거), 5-8행(미래), 제2연(현재)으로 나눌 수 있다.
제1연의 1-4행은 지금까지 살아온 생활의 고백이다.
죽을 때까지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살아왔으며, 또 조그마한 시련('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살아왔다는 것이다.
제1연의 5-8행은 미래의 삶에 대한 신념을 표명(表明)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적 갈등('부끄럼')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불쌍한 이웃, 동포 더 나아가서는 모든 생명체를 지고(至高)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겠으며, 맡은 바 사명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은 영원이나 이상을 추구하는 마음으로, 지극히 높고 순수한 마음을 뜻한다.
'모든 죽어가는 것'이란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제2연은 현재의 상황을 묘사적 이미지로 형상화한 단락이다. 식민지 상황('밤')에서 시의 화자가 드높은 이상('별')을 실현하는데 현실적 어려움('바람')에 부딪혀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표현하였다.
결국 이 작품은 식민지 상황에 처해 있는 젊은 지식인의 고뇌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표백(表白)한 시다. 그래서 더욱 진솔(眞率)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고백적인 시가 감상에 흐르거나 관념에 빠지기 쉬운데, 이 시는 적절한 시각적 심상을 활용하여 서정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 시간적 구성
어떤 일이든, 일에는 반드시 발생, 경과, 결말 등 일련의 과정이 있다.
이처럼 표현하려는 내용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하는 것을 시간적 구성이라고 한다.
▶ 새벽-아침 나절-저녁 나절-저녁 때
▶ 어린 시절- 유년기, 소년기
▶ 수학 시절- 국내 수학 시절, 해외 유학 시절
▶ 중 장년기- 교단 생활, 사회 활동
▶ 제1일-김포의 밤하늘 - 제2일-동경의 이모저모 - 제3일-호놀룰루의 낮과 밤
▶김광균 시 <외인촌> : 저녁 → 밤 → 아침
▶김광림 시 <산> : 과거 → 현재
▶박남수 시 <아침 이미지> : 어둠 → 아침
▶신동엽의 <누가 하늘을 보았는가>
▶윤동주 시 <서시> : 과거 → 미래 → 현재 (다시 미래)
▶이육사 시 <광야> : 과거(1~3연) → 현재(4연) → 미래(5연)
▶정지용 시 <비> : 비 내리기 직전부터 여울이 되어 흐르는 모습
▶이태극 시조 <서해상의 낙조> : 일몰 직전 → 일몰 순간 →일몰 직후
▶이병기 시조 <비Ⅱ> : 순차적 시상의 전개(3연에 '꿈'을 삽입, 극적효과)
▶김상옥 시조 <사향(思鄕)> : 현실 → 회상 → 현실
▶이호우 시조 <개화> : 개화(開花) 진행 순서에 따라
㉯ 공간(시선)의 이동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시선을 옮기면서 대상을 묘사 (그려내는) 방식(그 반대의 방향도 가능함)
어떤 대상을 표현할 때, 시선의 이동을 따라 글을 구성하는 것을 공간적 구성이라고 한다. 산의 정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며 풍경을 묘사한 글을 써내려 간다면, 그것은 곧 공간적 구성의 글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얼굴을 묘사할 때도 눈, 코, 입, 귀 등의 순서로 공간 이동을 하면서 그 특징을 서술할 수 있다.
전개 방법 '아래→위', '위→아래', '먼 곳→가까운 곳', '가까운 곳→먼 곳' 등
▶ 김광균 시 <데생> : 노을, 전신주, 고사선, 밤, 구름, 목장 깃발, 능금나무, 들길
▶ 김영랑 시 <오월> : 근경 → 원경, 낮은 곳 → 높은 곳
▶ 김광림 시 <산> : 매화 → 노승
▶ 박목월 시 <청노루> : 원경 → 근경(내경)
▶ 김상옥 시조 <사향> : 원경 → 근경
㉰ 인과적 구성
글을 쓸 때에 어떤 내용을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구성하는 것을 인과적 구성이라고 한다. 이 인과적 구성에서는 일반적으로 원인에 해당하는 연을 앞에 놓고 결과에 해당하는 연을 뒤에 놓는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연을 배치하기도 한다.
⑤ 귀납적 구성과 연역적 구성
㉮ 귀납적 구성
논증을 하기 위해서는 추론을 하게 되는데, 추론 방법에는 귀납적 추리와 연역적 추리가 있다. 귀납적 추리는 개별적이고 특수한 사례를 들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원리를 이끌어 내는 추론 방식이다.
이러한 구성 방식을 귀납적 구성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귀납적 구성의 글에서는 결론이 끝에 오므로 미괄식이 된다.
귀납적 구성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귀납적 추리로 이끌어 낸 일반적 원리, 즉 결론을 지나치게 비약하여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연역적 구성
연역적 추리는 일반적인 원리를 근거로 하여 구체적이고 특수한 여러 사실들을 이끌어 내는 추론 방식이다. 이러한 구성 방식을 연역적 구성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연역적 구성의 글에서는 결론이 처음에 오므로 두괄식이 된다.
이 구성에서는 독자가 결론을 먼저 알고 읽어 나가기 때문에 글쓴이의 의도를 쉽게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이 구 성 방식은 독자의 빠른 공감을 얻는 데 효과적이다.
6. ‘사랑시’에서 중층 구조의 시까지
- 방법론으로서의 형식과 내용에 대하여
이십여 년 전에 어느 신문사의 입사 시험에 "당신이 아는 우리나라 시인의 시 한 편을 외워 쓰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90 퍼센트 이상의 수험생들은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택하여 썼다고 한다. 적어도 한국 지성의 엘리트로 자처하고자 하는 그 수험생들이 완전히 이해하고 외우는 시 한 편이 고작 그것이라는 데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우리의 현대시는 많이 발전해왔다. 아직도 수십 년 전의 눈물 젖은 감상을 요구하는 시 독자가 의외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시인 김소월은 한 사람으로서 족한 것이지 두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예술이란 독창적인 것이라야 하기 때문에, 예술로서의 시는 빵 공장에서 빵을 구워내듯 한 사람이 비슷한 시를 여러 편 쓰는 일은 무의미하다.
또한 한 시인이 똑같은 시구를 여기저기 다른 작품에다 똑같이 구사한다면 그것은 자기 작품을 스스로 표절하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시인은 부단히 새로운 형식과 새로운 주제를 추구한다.
따라서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 양복과 와이셔츠를 입고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사색할 줄 아는 현대인이 지금도 장작불을 지펴서 지은 밥을 먹고, 갓을 쓰고 다니는 생활 방식을 강제하는 것은 난센스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21세기에 살고 있으면서 19세기의 사고방식을 굳이 고집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①. 노래하는 시와 생각하는 시
시는 존재한다. 이 말은 시가 관념의 설명이 아니란 뜻으로 쓰인 말이다.
한국 시의 많은 독자가 아직도 낡은 세기의 안개 속을 눈물로 헤매고 있음은 대단히 불행한 사실이다.
그래서 과거의 노래하는 시에서 읽고 생각하는 시로 바뀐 데 대하여도 많은 사람들은 상당한 거부 반응을 보여왔었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 김소월의 '가는 길'에서
그리움, 한숨, 눈물의 정감은 달콤하기까지 하다. 가장 인간적인 정감이라기보다 이 한의 가락은 보편화된 한국인의 정감이다. 이것이 직감적으로 젊은 감성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시의 정서가 어찌 다만 구슬픈 사랑과 한의 가락에만 국한되고 말 것인가.
7․5조의 이 같은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감정을 배설하는 것만이 시일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노래하는 시에서 읽고 생각하는 시로 바뀐 것은 대단한 혁명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포탄(砲彈)으로 뚫은 듯 동그란 선창(船窓)으로
눈썹까지 부풀어오른 수평(水平)이 엿보고
하늘이 함뿍 내려앉아
크낙한 암탉처럼 품고 있다.
―정지용의 '해협(海峽)'에서
이 작품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눈물이나 애타는 하소연이 아니다. 하나의 제시된 언어의 회화를 보게 되는 것이다. 포탄으로 뚫은 듯 둥근 선창 사이로 보이는 부푼 수평선. 여기서 보여지는 아름다움에는 노래하는 시에서 일찍이 읽을 수 없는 미적 감동이 있다.
30년대의 '시문학' 동인들의 공적은 실로 우리 시문학사에 불멸의 금자탑으로 남아 있다. 비록 인간성의 결핍과 기교주의라는 비난을 면하지 못할지라도 시가 지향하는 새로운 길을 터 준 데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술 한 잔에 시 한 수라는 허무맹랑한 관념을 보다 치밀한 이미지로 대신한 그것은 일종의 모험 내지는 과거의 전통에 대한 끊임없는 부정 정신이 빚어낸 소산이었다. 여기서 싹튼 우리의 주지주의(主知主義) 시는 실로 가열한 창조 정신으로 더욱더 다져져 갔다. 이른바 영미(英美)의 주지주의 이론의 유입이 우리 한국의 시를 현대시로 변모시킨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지난 세기의 낭만주의에 식상한 나머지 그에 분연히 반기를 들고나선 이미지즘의 기수 에즈라 파운드의 유명한 '지하철 정거장에서'라는 시는 주지주의 곧 이미지즘이 무엇인가를 보다 분명하게 제시해 준다.
군중들 사이에서 홀연히 나타난 이 얼굴들,
축축한 검은 가지의 꽃잎들.
단 두 줄의 이 시가 세계 시단에 던져준 그 파문은 컸다.
한 시대의 새로운 사조를 수립한 탁월한 천재의 통찰력은 침체하고 무기력한 낭만주의를 지난 세기의 어둠 속으로 깊이깊이 몰아내는 데 성공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파운드는 파리의 '지하철 정거장에서' 차를 타려고 기다리는 군중들 사이에서 지하철 차창 안에 뚜렷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얼굴들의 섬광을, 컴컴하고 축축한 정거장을 배경으로 피어난 꽃잎에 비유하여 형상화하였다. 이 시에 쓰인 꽃잎의 영상은 과거 낭만주의 시인들이 사용한 사랑의 장식물로서의 이미지가 아니다. 만일 현대시에서 이러한 이미지를 제거해버린다면 결국 시 자체의 존재는 파괴되고 말 것이다. 그가 제시한 이미지즘의 대원칙을 살펴보기로 한다.
① 주관적인 것이든 객관적인 것이든 사물을 직접적으로 취급할 것, ② 표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을 절대로 사용하지 말 것, ③ 리듬에 관해서는 음악적 언어를 늘어놓아서 작시(作詩)할 것이지, 박자에 맞추어 작시하지 말 것 등이다.
또한 파운드는 조작적인 수사(修辭)와 유창한 시어에서 벗어나 표현의 제일 조건으로 간결․정확을 내세웠는데 "진부한 용어, 판에 박힌 문구, 상투적인 신문(新聞) 용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데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자기가 쓰는 것에 주의를 집중한 결과 얻어지는 정확성에 의해서이다. 첫째도 객관성, 둘째도 객관성 …. 불분명한 형용사, 테니슨 조(調)의 수사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시에 이미지가 동원된 만큼 시는 독자에게 지적인 부담을 주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왜냐 하면 이미지는 비유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 대부분이며, 비유란 지적 연상작용을 필수로 하기 때문이다.
②. 시의 평면성과 진술성
우리 시에서 현대성을 부여받은 주지주의 시에서 결함으로 지적된 것은 메마른 감성이었다. 이것을 극복하고 나선 것이 청록파(靑鹿派)의 시였다. 이들의 시에서는 지나간 낭만주의의 무절제한 '눈물'을 어느 정도 배제하면서 새로운 휴머니티와 자연을 융합한 소위 한국의 멋을 보여주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미지스트들이 지나치게 집착하던 회화성(繪畵性)에 윤기 있는 음악을 가미하고 있음을 조지훈의 시 '낙화(落花)'에서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歸蜀道)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이 시에서 자칫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은 시간의 형상화다. 귀촉도라는 새는 초저녁부터 울기 시작하여 밤이 깊어갈수록 그 울음이 더욱 처연해진다. 그 새 울음이 슬며시 사라짐과 동시에 별빛도 희미해지면서 새벽이 온다.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는 것은 귀촉도 뒤로 먼 산이 다가서는 공간의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의 이미지다. 즉 새 울음소리가 사라지면서 점점 날이 밝아와서 산의 형상이 어둠 속에서 다가서듯 차츰 뚜렷한 모습을 띠게 된다는 표현인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를 가령 하나의 산문처럼 한 줄로 이어 쓰게 되면 그것은 색채도 없는, 가락을 지닌 평범한 감상문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러한 평면성(平面性)은 줄곧 의식되지 못한 채 우리 시는 생명파(生命派)로 발전하고 있었다. 청마(靑馬)의 경우 그것은 감히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진술성(陳述性)을 띠고 있는데, 예술에 철학을 배합한 그 솜씨는 가히 당대의 일품이었다.
나의 지식(知識)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生命)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 '생명(生命)의 서(書)'에서
독한 회의(懷疑)의 가혹한 채찍은 거의 절창이다시피 그의 시 편편에서 드러나고 있다. 자기 스스로에게 가하는 이 형벌은 다분히 개인적 역사의식의 몸부림이라고 보아 틀림없다. 그리하여 사회적 현실과 보다 밀착하여 예술성을 천착한 시인이라는 의미에서 김수영을 들 수 있다. 오늘에 있어서 그는 거의 신화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의 적극적인 삶과 냉정한 현실 파악은 시인이라면 항상 기억해야 할 일이다. 그에게 오면 이 진술성은 단순한 생활의 고백 이상인 예술로서 표현되어 나타난다. 그의 시 '병풍'에서 볼지라도
병풍은 무엇에서부터라도 나를 끊어준다
등지고 있는 얼굴이여
죽음에 취한 사람처럼 멋없이 서서
병풍은 무엇을 향하여서도 무관심(無關心)하다
죽음의 전면(全面) 같은 너의 얼굴 위에
용(龍)이 있고 낙일(落日)이 있다.
와 같은 진술이 바로 그런 것이다. 한때 참여와 순수의 논쟁으로 김수영을 간단히 참여 쪽으로 분류해서 매도해버린 것은 크나큰 잘못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시는 곧 정직하고 진실한 삶 그 자체였다.
③. 구조적인 시
지금까지 보아온 시들은 모두 다 구조에 있어서 본다면 평면성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들이다. 우리의 의식 구조가 대체로 비과학적인 까닭인지는 몰라도 우리 현대시의 대다수가 이러한 평면적인 사고의 범주를 크게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시에서의 음악성을 중시하던 소월 및 그 아류들의 낭만적인 시나, 언어의 회화성을 강조하던 정지용, 김광균 등의 주지시나, 진술의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청마 혹은 김수영에게 있어서도 평면성은 똑같이 지적될 수 있는 문제점이다.
하나의 구조가 한 편의 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을 보이는 것으로 H. D의 '산신(山神)'이라는 작품을 들어보기로 한다. 이 시는 산의 여신이 처음으로 본 바다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소용돌이쳐라, 바다여―
너의 끝 날카로운 소나무들을 뒤흔들고,
너의 큰 소나무들을
우리의 바위에 뿌려 갈겨라,
너의 푸름을 우리에게 퍼부어라,
너의 전나무 물결로 우리를 뒤덮어라.
이 시에 쓰인 시어에 유의하여 다시 한 번 음미해 본다면 그 속에서 두 개의 '구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큰 소나무'로 비유된 파도와 '전나무 물결'로 비유된 대양의 이미지-바다-와 '소나무, 바위'로 비유된 이미지-산-의 복합 구성은 쉽사리 발견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중의 구조는 단순한 대조의 기법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시의 골격을 확실하게 구축해준다. 우리 시에 있어서 구조적인 면을 찾아보기는 대단히 드물고 어렵지만 김종해의 연작시 '항해일지' 중 그 첫 작품 '무인도를 위하여'를 찾을 수 있음은 퍽 다행한 일이다.
을지로에서 노를 젓다가 잠시 멈추다.
사라져 가는 것, 멀어져 가는 것, 시들어 가는 것들의 흘러내림
그것들의 부음(訃音) 위에 떠서 노질을 하다.
아아, 부질없구나
그물을 던지고 낚시질하여 날것을 익혀 먹는 일
오늘은 갑판 위에 나와 크게 느끼다.
오늘 하루 집어등(集魚燈)을 끄고 남몰래 눈물짓다.
손이 부르트도록 날마다 을지로에서 노를 젓고 저음이여
수부(水夫)의 청춘을 다 바쳐 찾고자 하는 것
삭풍 아래 떨면서 잠시 청계천 쪽에 정박하다.
헛되고 헛되도다, 무인도여
한 잔의 술잔 속에서도 얼비치는 저 무인도를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다.
그러나 눈보라 날리는 엄동 속에서도 나의 배는 가야 한다.
눈을 감고서도 선명히 떠오르는 저 별빛을 향하여
나는 노질을 계속해야 한다.
말할 것도 없이 서울은 바다가 아닌 육지다. 서울살이의 삶이 얼마나 곤고(困苦)한가를 그는 '세파(世波)'라는 단어에서 연상하고 이 시를 썼을는지도 모른다.
육지에서의 삶이 수직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이 시의 저변을 형성하는 바다의 이미지는 수평적인 것이다. 수직적 삶의 추구가 어렵다고 느낀 시인은 영원한 모성으로서의 수평적 이미지 ―바다에서의 삶을 희구한다. '을지로, 청계천'과 같은 현실의 삶에서 그가 바라보는 수직선상에 빛나는 '별빛'은 아득하기만 하여 '노질을 계속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 시는 육지와 바다, 수직선과 수평선이 교묘하게 잘 배합되어 있는 이중 구조의 시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뛰어난 작품이다.
이제 삼중적(三重的)인 시간성을 입체적으로 구성한 예를 하나 더 들어본다.
Ⅳ
흥정을 마친 상선은 돌아오지 않고
남지나해 더운 몸부림이 잠을 쫓는다.
해안을 껌벅이는 새들의 붉은 눈빛이 머루알처럼 익어만 가고
아름드리 기둥을 향하여 벌떼처럼 아이들은 모여들었다.
유년시절의 대운동회는 즐거웠다. 사탕엿보다 달고 맛난 고함에 묻혀
그는 눈부신 태양을 이마에 댄 채 팔을 벌렸다.
그 가늘고 세찬 팔뚝에 엉겨붙은 평화를 힘껏 포옹했다.
몸채만한 기둥은 기울어지기 시작하고, 조국은 조금씩 그렇게 균열이 지고 있었다.
그러나 유년시절의 대운동회는 즐거웠다.
고원을 치달리는 우람찬 승전고,
뽀얗게 날리는 햇빛가루를 몸에 칠하고 삼림처럼 무성한 고구려의 사내들 ......
Ⅴ
삼림처럼 무성한 우계(雨季)가
그의 우러른 눈망울에 어리우고
휴전 고지의 캐터필러 자욱마다 쑥꽃이 피었다 지고
엄청난 사연으로 초병은 울고 있었다.
짐승처럼 울고 있었다.
유성(流星)이 가만가만 어깨에 내려앉는 겨울 하이얀 눈구렁 속에서
조국은 떨고 있었다.
겨냥해야 할 진정한 적(敵)이 없는 지도 위에 엎드려
초병은 비운을 울고 있었다. 울고 있었다.
Ⅵ
무감각한 함성과 파도와 잘못 말려들어간 꿈속에서처럼
그는 비운의 상처를 끄을고 포복해 갔다.
이글대는 태양을 이마에 느끼고, 그가
드디어 곤두서 있는 기둥나무를 끌어안았을 때
내뻗은 두 손은 갑자기 가지를 쳤고, 그리하여
수많은 촉수를 지닌 벌레가 되어 그는
태양을 침몰시키고 있었다.
― 졸시 '대운동회의 만세소리'에서
이 작품은 Ⅰ부터 Ⅷ까지 꽤 긴 편에 속하는 시인데 여기에는 세 가지의 시간성이 등장한다. 즉 ① 월남전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한 병사의 현재의 시간과 ② 그 병사의 유년시절 대운동회 때의 기둥나무 쓰러뜨리기를 하던 과거의 시간, 그리고 ③ 좀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 만주 벌판을 치달리던 고구려 때의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이 세 가지 시간성을 현재의 시간이라는 바탕 위에 의식의 흐름 비슷한 영상적 기법을 시도해본 것이었다. '세기의 어둠을 톱질하는 소리'가 잘 들리는 '여기'는 바로 1960년대 후반의 베트남이다. 우리 한국군이 파병되고 거기에서 용병(傭兵)으로서 피를 흘려야 했던 역사를 나는 가능하면 가장 비정한 시점으로 서술하고 싶었다. 해안선을 날고 있는 전투기, 밀림 속 헬리콥터의 굉음과 포화……. 전쟁 속 한 인간의 죽음이란 기껏 한 마리 갑충보다 초라한 것을, 그 엄청난 비인간성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죽어가는 병사의 의식 속에 고향의 흰눈이 내리고, 그 눈보다 흰 북소리와 고함소리와 유년시절 운동회의 아름다운 기억의 편린들. 그것들을 앞서 말한 세 가지의 시간성으로 교차시키며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았던 작품이다.
이 같은 플롯을 마치 한 편의 소설에서와 같은 구성 방법으로 구조화한 것이 이 시였다. 이러한 나의 시도가 얼마나 효과를 거두었는지는 의심스럽다.
시는 인간의 진실한 정서와 감정을 언어로써 표현하는 예술이다. 그것은 예나 이제나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인간의 정감이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생활 양식이 옛날과 전혀 다르듯이 아직도 소월이나 그 아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랑시'의 미망(迷妄)에서 우리는 하루빨리 탈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독자의 저급한 입맛에 이끌려가는 시인이 아니라 독자를 선도해 나가야 하는 게 진정한 시인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오늘의 시에 있어서 새로운 형식의 발견과 추구는 부단히 계속되어야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현대시에서의 구조적인 면은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개척되어 마땅한 방법론(方法論)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1. 시에도 구조가 있다
산문이라고 넓게 불리는 모든 글은 대체로 설명문, 논증문, 묘사문, 서사문의 네 가지로 구분된다. 글 쓰는 이의 의도나 목적에 따라 갈래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묘사문은 수필류, 서사문은 소설을 가리키지만 문학작품의 경우에는 작가에 따라 이 모든 글의 장점을 자기 것으로 바꾸어 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들 글은 기본적으로 서론, 본론, 결론의 3단 구조를 취하고있다. 본론과 결론 사이에 또 하나의 마디를 넣으면 4단 구조를 갖게되고 다시 서론과 본론 사이에 또 하나의 마디를 넣으면 5단 구조를 택하게 된다.
흔히 한시에서 말하는 기승전결은 4단 구조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에서 많이 쓰이는 것은 4단 구조라 할 수 있는데, 이 구조를 익혀놓아야만 자신만의 독특한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풀어 말하면 초심자는 4단 구조로서 구조를 익히지만 전문시인의 경우에는 수많은 변형 구조가 가능함은 물론, 매 작품마다 그에 걸맞은 독자적인 구조를 가져야 한다.
시의 구조와 함께 또 하나 알아두어야 할 형식은 틀이라는 것이다. 틀은 엄격하게 말해 구조와 같은 뜻이지만 여기서는 시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굳이 세분해서 강조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구조를 흐름과 얼개로 나눈다면, 흐름은 진행상의 순서라 할 수 있고, 얼개는 세부적인 연이나 행의 짜 맞추기, 시의 제목과 내용이랄 수 있다. 여기서는 얼개의 뜻으로 틀을 쓰고 있다.
모든 시는 기본적인 틀을 갖고 있다. 우리의 정신과 육체가 합해져야 하나의 독자적인 인간이 이루어지듯, 시도 그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있다.
그리고 그 그릇은 그 내용물에 따라 재료며 형태를 달리한다. 쉽게 말해 커피잔과 밥그릇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커피 잔에 밥을 담아 먹을 수 없는 것이 아니듯 아무렇게나 시를 쓴다 해서 아예 써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기능이나 효율적인 면을 생각하여 보다 적절한 그릇을 택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사실 이 문제는 상당히 까다로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예술적 숙련도가 높은 전문가에게도 매 작품마다 성공의 기회보다 실패의 함정이 더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대목은 뒷날 전문가가 될 때 유념해야 될 참고사항으로만 이해하길 바란다.
여기서는 우선 초보자를 위한 간단한 틀의 원리를 제시하기로 한다.
시의 내용을 크게 둘로 나누면 추상과 구상으로 간추려진다. 또한 이 두 가지 내용을 섞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그 리고 그 방법을 시의 틀이라고 갈무리할 수 있다.
[1] 추상+구상 [2] 구상+추상 [3] 추상+추상 [4] 구상+구상
이 네 가지 틀은 시의 전면적인 구조에도 적용되지만, 제목과 내용의 관계로 전개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한 행, 또는 한 연의 내부구조에서도 긴밀하게 작동한다.
허나 이 네 가지 틀 중 서로 반대되는 두 개의 틀인 [1]과 [2]가 그 중에서도 시작훈련에 효과적이다. [3]과 [4]는 보다 능력을 가질 경우에 비상한 힘을 갖게 된다.
예컨대 '돌은 돌이다'는 [4]에 해당되므로 구상+구상이지만 평범하기 짝이 없다.
허나 '돌은 마음이다'로 고쳐 쓴다면 [2]의 구상+추상에 해당되는 바 [4]의 경우보다는 긴장관계가 고조된다. 나아가 [3][4]의 경우에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
'돌은 돌이다'가 첫 행이라면 마지막 행에 '마음은 마음이다'를 대비시키거나, 돌의 내용이지만 제목에 물이라는 추상어를 도입함으로써 돌의 의미를 확대시킬 수가 있다.
더 자세히 풀어 말하자면, 시의 매 행에서 ① ②의 방법을 교직(交直)하는 식으로 연과 행, 도입부와 마무리, 내용과 제목을 안배함으로써 좋은 구조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식의 창작방법은 매우 도식적이고 기계적일 수가 있다.
따라서 언제까지나 이러한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일은 금물이다.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단서가 붙는다. 구조를 이해하고 체득함으로써 비로소 스스로의 구조를 탄생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이란 거듭 말해 하나의 독자적인 개성의 나타남이다.
우리가 훌륭한 시인,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이러한 기본구조를 뛰쳐나가 독자적인 구조를 보여주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허나 생각해 보자. 시의 기본구조조차 연습하지 않고서 어떻게 독자적인 구조를 만들어 내겠는가.
갓 태어난 어린이는 단번에 걷는 것이 아니다. 우선 기고, 걸음마를 한 다음에야 보행이 가능해진다.
(1) 좋은 시의 구조
좋은 시는 역시 그 구조가 탄탄하다. 독자와 만나는 첫행이 우선 독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흡인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한 흡인력은 놀라움에서 발생된다. 놀라움이란 한마디로 말해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것이다. 독자가 전혀 예상치 못한, 그야말로 이럴 수가! 탄성이 나올 수 있는 첫머리라야 비로소 독자를 만날 수 있다.
상투적인 도입부, 뻔히 아는 사실, 개인적인 감상, 시덥잖은 현실비판, 관념적인 푸념 따위로 시작되는 작품은 그 구조상 도입부를 이어받아 증폭시킬 수 없는 취약점을 처음부터 부담으로 갖게 된다.
좋은 도입부로 시작되면 그 다음의 본문 내용도 순탄하게 확장이 되고 마무리를 자연스럽게 전환시켜 내용의 증폭을 이루게 된다. 이 경우는 하나의 작품이 곧 그 제작자인 시인의 개성과 맞물려 있으므로 별다른 요령이 있을 수 없다. 예시작품을 통해 한편 한편 직접 독자가 음미하기를 바란다.
잠실 1단지에서 혜화동까지/나를 태운 69번 버스는/아파트 숲을 돌고 돌아
자동차 숲을 달리고
버스 뒷칸에 앉은 나는/나의 집/나의 직장/나의 통장/나의 입맛
온통 나의 숲에 빠진다
밤나무와 참나무/엉겅퀴와 칡넝쿨이 엉켜 있는 숲
그 건너편에/ 박철수씨 이준태씨/ 최영자씨 김정숙씨가 모여 사는/우리 동네가/있고
숲은/있는 그대로 그렇게/ 밤나무는 여기 참나무는 저기/이웃하며 사는데
나무만 바라보는 나는/허구헌날 이삿짐을 부린다
당신을 외면한다/내 언제 숲을 볼수 있겠나/내 언제 숲이 될 수 있겠나 -신술래 '숲'
신술래의 시는 일상의 경험을 교묘하게 시에 녹여 넣고 있다. 도입부부터 89번 버스노선을 삽입함으로써 자동차와 숲이라는 이질적인 단어가 한데 어우러진다. 그것은 실로 충격적인 결합인데도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조그만 놀라움으로 우리 앞에 다가선다. 또한 시의 중반에 자연스럽게 이웃들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사람들마저 밤나무나 참나무로 만들어 버리는 원숙한 기교를 보여주고 있다.
한밤에 쫓기듯 빨래를 하다가/내가 왜 이 한밤에 빨래를 하는가-/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쫓기듯이/말이 말장난을 하다가 말을 놓치고/말을 타고/줄행랑을 놓는다.
나는 사면에 벽을 쌓아/하늘을 지붕 삼은 말의 집에 갇혀./벌떡 드러눕는다
빨래가 밀리면 초조하다./말이 밀리면 불안하다.
부걱부걱 거품 내며 빨래를 하면/말이 거품 속에 녹아
물과 사귀고/거품이 물에 녹아./달아난다
한밤에 쫓기듯 빨래를 하다가/내가 왜 이 밤중에 빨래를 하는가-/라고 생각한다.
말의 때 국물은 누구 차지인가-/말의 깨끗한 입성은 정말/누구 차지인가─
-전영주 '한밤에 쫓기듯 빨래를 하다가'
전영주의 시는 앞의 신술래처럼 '빨래'라는 일상사를 한밤에 하는 것으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러나 시인의 자문자답은 '말'이라는 관념으로 슬그머니 넘어간다. 독자의 기대를 끝까지 배반함으로써 자신의 말을 전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산 그늘에 숨어살던 쑥부쟁이의 웃음소리
빙벽에 달라붙어 있다
눈을 크게 뜬다
눈이 활짝 열린다
하반신이 썩어 시꺼멓게 흐르던 물줄기들
은빛으로 아름다이 갇혀 있다
상처 투성이의 위벽들도 비장하게 꿈틀댄다
(흰 빛은 모든 빛의 죄를 다 용서하는구나)
산비탈 저쪽에서 쫓겨온 바람들이
꽝꽝 꽝 못을 친다
못을 밟고 올라선다
새 숨소리 손끝에 묻어 난다.
물이면서 불, 불이면서 물인
이 우주의 먼지 사이로
빙벽에 달라붙는
더 이상 작아질 수 없는
미세한 가루가 된 내 물소리. -하영 '빙벽 혹은 화엄'
하영의 빙벽은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시다. 하반신이 썩은 물줄기라는 섬뜩한 표현과 상처투성이의 위벽들을 대비시킴으로써 그의 영혼이 겪고 있는 고통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흰 빛은 모든 빛의 죄를 용서하는구나'라는 잠언투를 활용함으로써 고통을 순명으로 바꾸는 화엄을 이루어내고 있다.
시 예술이란 이래서 묘미가 있는 것이리라.
먼 바다 파도 싱싱한 날
파도는 절지도 않아
간이 잘 밴 물고기들은 살이 단단해 물에 풀리지 않아
죽어도 썩지 않아
섬들의 뿌리는 소금기둥일까
어느 날 흩어져 섬들이 둥둥 떠다니지 않을까
물좋은 배추 한 접 칼집 꽂아
바다 한 자락에 담그면
밤새 출렁이며 골고루 절여 짐.
바다가 들어박힌 배추김치는 어떤 맛일까
뭍으로 처음 올라온 생명체는 제 몸이 마르자
두 눈을 뜰 수 있었다.
짭짤한 눈물. 눈물주머니는 바다로 향한
마지막 그리움 -고옥주 '즐거운 상상'
고옥주의 시는 단아하면서도 그 깊이에 치열한 시정신을 갈무리하고 있다.
예컨대 '파도는 절지도 않아 간이 잘 밴 물고기들은 살이 단단해 물에 풀리지 않아'와 같은 시귀(詩句)에서 보여주듯 사물의 정수를 한눈에 꿰뚫어 보는 직관과 그것을 동시에 담담하게 연출해내는 능력이야말로 비범한 것이 아닐 수 없다.
2. 행(行)과 연(聯)
(1) 시행(詩行) 만들기
-정형시, 정형율이 씌어지는 경우 시행은 전통적으로 일정한 규칙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
-영시도 각 음보가 주어진 율격에 따라야 함은 한시의 경우와 같다.
-우리의 전통시도 정형율에 따라 만들었다.
① 정형율의 원칙이 지켜지는 경우
- <2음보격 시행>
ㄱ. 2음보 분절 시행
2음보가 분절하여 1음보 1행 만드는 경우
<예> 오락가락 보라빛 흰달빛
여우비 밝음 자하문
ㄴ. 2음보 무분절 시행
:2음보가 한 행을 이루는 경우
<예>꽃이 / 지기로서니 어제밤 / 유리창에
바람을 / 탓하랴 누가 끝내 / 그렸을까
ㄷ. 2음보 중첩시행
:2음보가 중첩되는 것으로 한행이 4음보 또는 6음보등으로 되는 경우
<예> 제운밤 / 촛불이 / 찌르르 /녹어 버린다
얇은 / 사 / 하이얀 / 고깔은
- <3음보격 시행>
ㄱ. 3음보 무분절 시행
3음보가 한 행을 이루는 경우
<예>한 ㅅ대는 / 만흔날을 / 당신 생각에
ㄴ. 후단 분절 시행
3음보 중에서 마지막 세 번째 음보를 분절하여 별개의 시행을 만드는 경우.
결국 2음보, 1음보의 구성이 된다.
<예> 성촌의 / 아가씨들 구름에 / 달가듯이
달빛에 모여 가는 나그네
ㄷ. 후장 분절 시행
3음보 중에서 첫 번째 음보를 분절하여 별개의 시행을 만드는 경우
결국 1음보, 2음보의 구성이 된다.
<예>불연 듯 내가
집을 나서 / 산을 치다라 돌이 / 되면
ㄹ. 등장 분절 시행(3음보 분절시행)
3음보가 각기 분절되어 3개의 시행을 만든다.
<예> 그립다 여름 한 낮
말을할까 비름 잎에
하니 그리워 꼳힌 땡볕이
② 정형율의 원칙이 배제된 경우
- 대부분의 현대시에서는 정형율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지 않지만 잘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원칙이 발견된다.
ㄱ. 일정한 의미단락
ㄴ. 연속된 호흡단락
ㄷ. 시상의 특별한 강조나 충격
ㄹ. 형태 미학적 장치
-한 개의 시행으로 독립될 수 있는 통사론적 단위
ㄱ. 문장 .... 명사형 문장 - 함축적이고 단단한 느낌
- 시의 리듬이 급박해지고 의미 연결에 단절감을 줌
<예>자목련이 지는 날은 하염없는 그대 생각
.... 동사형 문장 - 설명적이고 유연한 느낌
- 사변적이 될 위험이 크다.
<예>큰바위가 큰소리로 작은 바위를 타이릅니다.
ㄴ. 여러 형태의 절 사용
ㄷ. 어절이나 단어가 시행이 되는 경우
ㄹ. 여러 문장으로만 만들어지는 경우
(2) 연(聯) 만들기
① 정형율의 원칙이 지켜지는 시
- 단순연
2음보나 혹은 3음보 진술 하나가 시의 한 연을 구성
<예>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중복연
ㄱ. 혼합 중복연
<예>서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 무분절 시행
서산에는 해진다고 :후단 분절 시행
지저 귑니다. :후단 분절 시행
ㄴ. 동일 중복연
<예> 산에는 꽃피네 -후단 분절된 3음보 진술 하나가 두 개의
꽃이 피네 시행을 이루는 방식
② 정형율의 원칙이 배제된 시
-현대시의 일반적인 연 구성 원리
ㄱ. 시인 개인의 자의적 창작
ㄴ. 시상 전개의 논리나 이미지 변용논리
ㄷ. 의미의 대응관계를 중시
㉠ 리듬의 큰 단락으로 연 만들기
행과 연은 시의 형태를 만들어 주는 구조의 기본 골격이다.
즉 작은 마디의 가락, 작은 마디의 의미, 작은 마디의 이미지, 작은 마디의 강조는 행이 되고, 큰 마디의 가락, 큰 마디의 의미, 큰 마디의 이미지, 큰 마디의 강조는 연이 되는 것이다.
시의 구조는 워낙 치밀한 것이어서 유기적인 생물체에 비유되느니 만큼 시 구조의 바탕이 되는 이 행과 연들은 무엇보다도 긴밀함과 필연성이 동반되도록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시에 있어서 연은 시의 구절이며 가락, 의미, 이미지 등 내용의 통일성을 가지는 시의 단위이기도 하다. 연을 만드는 방법은 행을 만드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리듬, 의미, 이미지, 강조의 큰 단락을 하나의 연으로 놓을 수 있는 것이다.
봄은 간다
- 김 억
밤이도다
봄이다.
밤만도 애닲은 데
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
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 데
저 바람에 새가 슬피운다.
검은 내 떠돈다.
죵소리 빗긴다.
말도 업는 밤의 셜음
소리 업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
님은 탄식한다.
이 시는 리듬의 큰 단락이 하나의 연을 이루는 경우이다.
행을 이루는 리듬의 작은 단락이 운율을 형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리듬의 큰 단락에 의한 연의 형성 역시 시의 운율, 음악적인 부분에 중심이 가 있다.
이 시의 각 연들을 보면 무엇보다도 시의 운율을 잘 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제1연부터 제3연을 살펴보자.
첫 음절은 '밤', '봄', '날' 같은 비슷한 소리를 배치하여 두운의 효과와 울림소리의 음악적 효과를 살리고, 끝음절 역시 '다','데'의 똑같은 음운으로써 각운을 형성하고 있다.
제4연은 자연스럽게 2행 모두 3음보율을 살리고 있다.
제5연 또한 2음보율과 각운으로 운율을 형성하고 있고, 제6연은 2행 모두 음절수가 똑 같고 음보율도 똑같다.
역시 울림소리의 효과까지 나타난다.
의미면에서나 형식면에서나 한 쌍인 것처럼 대구(對句)를 이루어 그야말로 연 전체가 운율의 한 덩어리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맨 마지막 연 역시 2행이 대구를 이루며 각운의 효과로 운율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 시는 한 연이 리듬의 큰 단락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 의미의 큰 단락으로 연 만들기
시적 내용이나 의미가 각각 한 단위가 되어서 혹은 강조가 되어서 한 연을 형성할 수가 있다. 그러니까 하나의 연은 하나의 의미를 형성하고 있는 '의미의 큰 덩어리' 혹은 '의미의 큰 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여승(女僧)
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제1연을 보면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한 여승을 만난 사건이 중심 의미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시의 화자는 여승이 되기 전의 이 여인을 만난 적이 있다.
제2연에서는 과거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지난 날 여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는데, 생계를 잇기 위해 어린 자식을 데리고 옥수수를 팔고 있는 초라한 여인의 모습이 이 연의 중심 의미인 것이다.
제3연에서는 여인의 슬픔과 불행이 중심 의미를 이룬다.
10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에 대한 기다림과 슬픔, 그리고 어린 자식을 잃은 비통함이 이 여인을 속세의 현실로부터 떠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제4연은 이 여인이 여승이 되는 장면이 중심 의미인데 삭발하는 장면을 통해 한 여인의 지극한 슬픔과 아픔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이 시의 각 연들은 서사적인 이야기구조를 갖고 그 중심 내용에 따라 연을 구분하고 있어서, 하나의 소설을 압축해 놓은 듯한 느낌마저 드는데,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이 시(詩)는 무엇보다도 의미의 큰 단락에 의해서 연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 이미지의 큰 단락으로 연 만들기
이미지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기에 이미지의 큰 단락에 의해 형성된 연은 그만큼 감각적인 특성과 모습으로 우리의 주의력을 끌어 모은다.
각각의 연들이 한 폭의 풍경화를 보여주는 것처럼 시각적 이미지가 중심이 되어서 하나의 형태를 형성한다.
달, 포도, 잎사귀
장만영
순이 벌레 우는 고풍한 뜰에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왔구나!
달은 나의 뜰을 고요히 앉아 있다.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동해바다 물처럼
푸른
가을
밤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순이 포도넝쿨 밑에 어린 잎새들이
달빛에 젖어 호젓하구나.
제1연은 달빛이 배어 있는 뜰의 정경을, 제2연에서는 달의 시각적 이미지와 후각적 이미지를, 제3연에서는 "동해바다 물처럼 / 푸른" 가을 밤의 시각적 이미지를, 제4연에서는 포도와 달빛이 혼연일체가 되고 있는 정경을, 제5연에서는 달빛에 젖은 포도 넝쿨의 어린 이파리들의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각각의 연들이 회화적인 시각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 강조의 큰 단락으로 연 만들기
강조의 큰 단락을 하나의 연으로 놓을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각 연들이 서로 긴장한 상태로 배치되는데, 이 긴장감 때문에 강조의 효과가 생겨나고 시적 탄력을 얻게 된다.
남한강 기행
김형수
내 육신에서 솟아 나온
땀방울처럼
마른 갈대들이 서걱이는 땅거죽에서
물방울은 돋아 흐른다
어디로 가는가
아무런 약속도 없이 그저 흐르는가
숱한 중생이 나고 죽고 나고 죽고
다시 태어나 사라지곤 하면서
역사를 이루고 흐르는 것처럼
물은 그렇게 흐른다
이끼 낀 바위틈과 금이 섞인 모래 위를
낮게 나직이 지형을 바꾸면서
제1연과 제2연을 보게 되면, 제1연의 끝 행과 제2연의 첫 행은 의미의 흐름상 하나의 문장이다. 따라서 의미의 단락으로 묶게 되면 하나의 연으로 놓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일부러 떼어놓음으로써 두 연은 붙으려는 긴장감을 자아내고, 이때 강조의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제3연과 제4연도 마찬가지이다. 제4연의 첫행 "물은 그렇게 흐른다"는 제3연의 끝행"역사를 이루고 흐르는 것처럼"의 뒤에 이어져서 한 연으로 묶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 자연스러움에서 벗어남으로써 두 연 모두 탄력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만약에 지금 형태의 연들을 의미의 단락으로 해서 놓았다면 이러한 시적 탄력이나 긴장감들이 사라져 버려서 느슨해지고 풀어진 듯한 느낌이 드는 시가 되었을 것이다.
3. 소절은 짓기 쉽다
- 다시 소절(素節)에 대하여
1
소절(素節)이 소절(小節) 아니고 소절(素節)인 것은 시조(時調)가 시조(詩調) 아닌 것과 같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소절(素節)의 소(素)는 백(白)으로 가을이란 뜻으로서의 가을철, 즉 소추(素秋)를 의미하며, 깨끗한 절개와 평소의 행실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한국시에 있어서 새로운 장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 형태에 명명하게 된 이 명칭은 이러한 사전적 의미 이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시니피앙(signifier)과 결합(ensemble)하고 있는 시니피에(signified)가 표출하고 있는 것처럼 내포 화자가 흥분하여 직접적으로 감정을 노출하지 않고 랑그 차원의 보편적․사전적 의미를 발설하고자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평범하게 보이지 않고 특별하게 느껴지도록 애를 쓴다.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은 그레마스(A.J.Greimas)가 언급한 바 있는 <실제적으로는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은 한 장소에서 이중의 복사(輻射)가 방출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 소절(素節)의 형태는
첫째 짧은 2음보/ 긴 2음보/ 긴 2음보
둘째 긴 2음보/ 긴 2음보/ 긴 2음보
셋째 긴 2음보/ 긴 2음보/ 짧은 2음보 3가지 유형이 있으며
첫째 유형의 짧은 2음보는 청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둘째 유형의 긴 2음보는 자연스러움
셋째 유형의 짧은 2음보는 빠른 결말에 이르도록 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하이쿠(俳句)와 같은 자수율의 엄격성에서 벗어나 소절은 유연성을 견지한다.
그리고 음운적으로는 울림도가 높은 자음의 사용에 유의한다. 왜냐하면 울림도가 낮은 폐쇄음 종성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운율이 거칠어지기 때문이다. 울림도가 높은 단어를 과도하게 사용하게 되면 경망스러워진다고 하는 분도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프랑스 시가 한국어처럼 Foot가 없으면서도 아름답게 들리고 있는 것은 울림도가 높은 단어를 잘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 어휘의 선택에 있어서는 시간과 공간에 유의하면서 추상성이 높은 상위어 즉 내포성(內包性)이 높은 것보다는 하위어로서 외연성(外延性)이 높은 것을 사용하도록 노력한다.
예를 들면, 하위어인(외연적) 소와 말의 상위어는 가축, 가축과 야생동물의 상위어는 생물, 생물과 무생물의 상위어는 존재(내포성)가 되는데, 되도록이면 외연성이 높은 <소와 말>과 같은 어휘를 사용한다는 것이 되겠다.
첫째 형태의 소절(素節)에 대한 예문
시위 군중을
베란다 끝에 앉아
비둘기가 바라보네 -<비둘기> 전문
둘째 형태의 소절(素節)에 대한 예문
살구꽃 구경왔다가
문지방을 베고 누워
친구는 코를 곱니다 -<문지방> 전문
세 번째 형태의 소절(素節)에 대한 예문
관촉사 벚꽃 속에서
문상 못한 친구 만나
흠칫 놀라다 -<벚꽃> 전문
2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현대시에 역행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 실험이 무모한 짓이라고 염려하고 있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현대시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보들레르(C.P.Baudelaire)의 <상응>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들이 소네트 또는 4행시 등의 정형시이며 T.S.엘리엇(T.S.Eliot)과 같은 시인도 정형시를 쓰고 있고 또한 그는 <자유시 고찰>이라는 논문에서 전통시(정형시)와 자유시의 구별은 없고 우수작과 졸작만이 존재한다고 언급하였음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2행시로부터 14행 소네트와 같은 정형시가 완성된 뒤에 자유운율의 시를 추구하고 있는 서구와는 달리 이러한 정형의 완벽성을 기하지 못한 한국의 경우에는 그들과는 달리 향가로부터 민요와 개화가사에 이르기까지의 정형과 운율에 더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럴 경우 시의 현대성(우수성)이 문제가 되는 것인데, 자유시만이 현대시이기 때문에 자유운율의 시를 추구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쓴 뒤에 우수한 현대시라고 자화자찬하는 시인이 있다면 커다란 착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는 노무현 후보에게 밀려
아아 아깝게도 중도에서 사퇴하고 말았네
꽃이 피는 어느 날에
이러한 착각은 "enjambement(구걸치기)"를 자유시로 생각한 황석우나 또 현대에 와서는 "blank verse(무운시, 절이 없이 계속 이어진 시)"를 자유시로 생각하고 있는 분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도 Foot과 Meter와 Rhyme은 살아 있는 것이며, 더구나 이러한 변형은 정형시에서 예외로 인정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시의 형태를 만들었다고 해서 현대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위의 예문에서 본 바와 또한 같다.
결국 자유시는 정형에서 벗어나 운율이 없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정형시보다 더 좋은 운율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형시보다 더 구속적이라는 것을 역으로 상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유시는 랭보(Rimbaud) 또는 휘트먼(W.Whitman)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이 형식은 중세 이전부터 사용되던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 예가 시편이다.
3
사족(蛇足) : 소절은 3행단시로서 한국시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고 하는 약간 성스러운 의미를 가지고 탄생되었습니다. 이러한 실험은 1988년 졸시집 <감을 우리며>에 일단 선을 보였으며, 1995년 <시문학>에 연재를 하고, 1998년 <번개와 장미꽃>이라는 소절집으로 정리를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3행시라는 이름하에 문학성과는 거리가 아주 먼 길로 가고 있는 것을 보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용솟음쳐 올라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엄숙한 것은 아니며 이 의미에 찬동하거나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 그렇다고 문학성에서 많이 벗어나 지나치게 외설적이거나 선전과 같은 글은 아니 되겠지요. 그런 취미를 가지고 계신 분은 그런 사이트가 별도로 있으니 그곳을 찾아가시면 되겠습니다.
4, 구성(構成)
- 소설과 같이 뚜렷하지는 않으나 그 나름의 내적 논리를 시는 갖고 있는데 이 논리가 구성인 것이다.
- 인간의 의사 전개에 있어서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형태의 논리라 할 수 있는 것이 3단 구성이다.
- 우리 국문 상 시가의 대표적 구성은 3단 (시조)과 4단(향가)구성이다.
- 4단 구성이 대표적인 예는 한시
- 5단 구성은 희곡, 소설에서 볼 수 있다.(도입, 갈등, 위기, 절정, 파국)
(1) 정형적 구성
① 1단 구성:a형 - aa'형: a를 반복
② 2단구성: ab형 - aa'b형: a를 반복하고 결론, abb'형: b를 반복
③ 3단구성: abc형: 서론. 본론. 결론 - abb'c형 : b를 반복, aba형: 마지막에 a를 반복
abb'a형: b를 반복하고 마지막에 a를 다시 씀
aa'ba"형: a를 여러번 반복
aba'a"형: 끝부분에 a를 반복
aa'bc형: abc형에 a를 반복
④ 4단구성: abcd형 : 기. 승. 전. 결 - abca형 : 끝부분에 a를 다시 씀
abcdd.'형: d를 반복
(2) 비정형적 구성
① 연상에 따르는 방식
* 어떤 순간에 하나의 이미지가 떠오르면 연산 작용에 의해서 다른 진술이 따르게 되는 형식
* 소위 소설에서 (내적독백) 혹은 (의식의 흐름적 수법)이라고 불리는 것에 가깝다.
<예>이상(오감도)
② 중심 테마를 따르는 방식
* 시에 제시된 개개의 이미지들은 상호 돌발적, 임의적 관계를 지닌다.
* 중심 테마와는 방사적 관계를 형성한다.
<예>이승헌(비)
5.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시의 구성이란 소설에서 보는 바와 같이 뚜렷하게 변별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소설은 이야기 즉 사건의 순차적 전개가 골격을 이루고 있으므로 당연히 그 줄거리 역시 연속성과 진전의 논리를 갖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때 사건이 시간적 연속성에 따라 진전되는 논리를 구성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시(詩)는 일반적으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는 까닭에 소설과 같은 의미의 구성은 없다.
그러나 시(詩) 역시 인간사고 표현의 하나이므로 그 나름의 어떤 논리를 갖게 되며 편의상 우리는 이처럼 시의 내용 혹은 진술이 전개되는 질서 혹은 논리를 구성이라 한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시학>에서 완결된 모든 문학 작품이란 시작(始作), 중간(中間), 결말(結末)의 세 토막을 지녀야하며 이들은 상호 균형 있게 배분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3단 구성은 인간의 의사 전개에 있어서 가장 단순하고 원초적인 형태의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즉 모든 논리적인 언어 표현이 결국은 서론(序論), 본론(本論), 결론(結論)의 형식을 지닌다는 인식의 출발인데 오늘날에 와서 여러 가지 변용이 있기는 하나 변증법 <(정(正), 반(反), 합(合)>, 3단 논법(-대전제, 소전제, 결론), 소크라테스의 대화법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3단 4단 5단
서론(序論) 기(起) 도입(導入), 갈등(葛藤)
본론(本論) 승(承) 위기(危機)
전(轉) 절정(絶頂)
결론(結論) 결(結) 대단원(大單元)-결말(結末)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버혀 내어..................... 시작
춘풍(春風)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중간
어른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비구비 펴리라.................. 결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소리에............................... 기(起)
행여나 성긴 빗발 치는가 싶어............................. 승(承)
중을 불러 문밖에 가보랬더니.............................. 전(轉)
밝은 달만 숲 가지에 걸려 있다네.......................... 결(結)
(1) 1단 구성
① a형
시상의 전개가 의미적으로 한 단락에서 끝난다.
저고리/하이얀/가슴에/나부낀/장미빛
고름............전봉건<노래>
형태상으로는 2연으로 되어 있으나 내용 전개상 1단락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이얀 저고리의 장미빛”이라는 1연의 내용은 2연 “고름”의 수식어에 지나지 않는다.
금언형의 짧은 시에서 많이 발견된다.
② a a‘형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a
새악시 볼에 떠오르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a'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위의 인용시는 비록 두 연으로 되어 있다고는 하나 시상 전개는 같은 내용 a를 두 번 변용 반복(a')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매 4행으로 된 두 연의 진술은 그 수식어를 모두 추상해 버리고 요지(要旨)만 간추린 “(가)는 (나)를 우러르고 싶다”는 문장이 되며 이때 (나)로 제시된 은유의 본의(本意=원관념)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즉 (나는)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1연........a
(나는)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2연........a'
따라서 2연은 1연으로부터 아무런 의미상 진전이 없고. 1, 2연은 동의어의 반복인 것이다.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a ▶ 은행잎처럼 임을 향해 나아감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a' ▶ 초승달처럼 임을 향해 나아감
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 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a'' ▶ 물처럼 임을 향해 나아감
파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a''' ▶ 햇볕처럼 임을 향해 나아감 <신석정, 임께서 부르시면>
위시에서도 형식은 4연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은행잎” “초승달” “흐르는 물” “햇빛” 등의 보조 관념은 각각 다른 사물들로 비유되어 있지만 내포된 원관념(순수 무구한 세계)은 동일하다.
위시의 보조관념은 모두 죽음=재생의 체험을 살리고 있다.
♣ 감상의 길라잡이
이 시는 초기의 명상적, 전원적, 목가적 시풍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현실을 초월하고 자연에의 귀의로 생의 경건한 기쁨을 누리려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간절한 호소의 어조를 띤 부드러운 언어로 암담한 시대 상황을 벗어나 이상적인 전원의 세계를 노래하고 있다.
은행잎의 떨어짐, 지는 달, 흐르는 물, 잔디밭에 스미는 햇볕은 모두 은밀하고 조용한 자연의 현상들이다. 화자는 그런 태도로 임을 향해 가고자 한다.
그러나 '님께서 부르시면'이라는 가정이 전제되어 있다. 따라서 화자는 '임'께서 불러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반복을 통하여 그 간절함을 읽을 수 있다.
이 시에서 '임'의 실체는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은행잎', '초승달', '물', '햇볕' 처럼 가겠다는 것으로 보아 구체적 인간이기보다는 자연의 상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이렇게 볼 때, 이 시는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전원파 시인인 신석정의 자세를 잘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 시어․시구 연구 및 분석- 주제: 임에 대한 순종, 자연의 질서에 순응함
1연: 은행잎의 떨어짐은 죽음을 의미한다. 계절의 흐름 앞에서는 노란 은행잎은 바람에 날려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임과의 만남도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고 지쳐 죽음에 이르러서야 만날 임이다. 임을 사별한 임으로 볼 경우, 낙엽이 지듯 죽음을 통해서만 만남을 이룰 수 있다.
2연: 안개 낀 밤의 이미지 역시 죽음의 빛깔이다. 안개 자욱한 밤에 은밀히 고개를 넘는 초승달의 희미한 빛은 화자의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반영한다. 그것은 임과 나의 단절감이다. 그러면서도 화자는 임이 계신 곳을 향하여 고독한 발길로 은밀히 찾아가려고 한다.
3연: 쓸쓸한 ‘소멸의 분위기가 포근히 풀린 봄 하늘'과 같은 명랑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의 전환은 내면적인 임과의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외형적인 단절감이 극복되고 내면적 통합에 이르렀을 때 화자는 명랑한 기쁨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1, 2연이 소멸과 죽음을 의미한다면 3연은 재생과 부활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굽이굽이 흐르는 물처럼 소망을 안고 임을 향해 가는 것이다.
4연: 3연의 기쁨과 명랑성이 더욱 심화된다. 잔디밭에 새 풀이 돋고 거기에 햇볕이 따사롭게 스며들 듯이 임에게 기쁨으로 다가가 스며들기를 소망하고 있다.
사월(四月) 상순(上旬)
누구나 누구나
인간은 인간은
반쯤 다른 세계에 두 개의 음성을 들으며 산다.
귀를 모으고 산다. 허무한 동굴의
멸(滅)한 것의 바람소리와
아른한 음성 그리고
그 발자국 소리 세상은 환한 사월 상순
그리고 * 주제 : 환희와 적막이 함께 하는
세상의 환한 사월 상순 세계의 엄숙성
누구나
인간은
반쯤 다른 세계의
물결 소리를 들으며 산다.
돌아오는 파도
집결하는 소리와
모래를 핥는
돌아가는 소리.
윗 시의 각 연은 삶의 이원적 모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것은 <밝음>과 <어두움>, <빛>과 <그늘>로 상징된다. 그런데 이러한 시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매연(每聯)에 동일하게 되풀이되고 있다.
가령 빛의 세계 즉 생성(生成)의 세계는 모두 사월상순(四月上旬)으로 제시되어 있으나 어두움의 세계는 1연에서 발자국 소리, 2연에서 파도소리, 3연에서 바람소리로 형상화하였다. 그러나 2연에서는 다소간 변용을 일으켜 돌아가는 파도소리의 대립 이미지라 할 수 있는 사월상순(四月上旬)이 이 부분에서 생략되어 있다.
(2) 2단 구성
① a b형
시상의 전개가 두 도막으로 된 구성이다.
첫 도막에서는 시상을 얻고 두 번째 도막에서는 이를 마무리 짓는 형식을 취한다.
소위 미괄식 또는 두괄식 구성을 가리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막 태어난 별이
혼자서는 가지 못하고 있다..........a
지상의
키 작은 아저씨 귓쌈을 치며 치며 울고 있다......b <김춘수 저녁별>
이 시는 혼자서는 가지 못하는 별 ...........a
아저씨 귓빰을 치고 우는 별.........b 로 정리 할 수 있다.
이 시에서 a는 b의 정황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동시에 그것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에 놓여있기도 하다. 논리적으로 유추해 보면 어디로든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a) 그 별은 아저씨의 귀쌈을 때리는 것(b)이다.
② a a' b 형
a b의 변형이다. 원칙적으로 a b에 속하지만 a 부분을 여러번 중첩시키는 변형이 있다. 이때 a 는 최소한 두 번 이상 반복된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로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a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b
그러나 또한긋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c <못잊어>
1연과 2연을 비교해 보면 그 표현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예컨대 1연의 “한세상 지내시구려”. “잊힐 날 있으리이다”라는 말을 2연에서는 “세월만 가라시구려”,“더러는 잊히오리다”로 고친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시의 의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즉 1연과 2연은 같은 내용의 반복이다.
그러나 3연에서는 하나의 반전이 있게 된다.
1, 2연에 “잊을 수 있으리다”라고 말한 것을 부정하고 이젠 잊을 수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1, 2연에서 동일하게 되풀이한 시의 내용과는 크게 다르다.
잊을 수 있다.....1연.....a
잊을 수 있다.....2연.....a‘
잊을 수 없다.....3연.....b
즉 a a' b의 구성 형식을 지닌다. a a'처럼 여러 번 반복시켜 내용을 풍요롭게 하는 경우가 있다.
▣ 사랑을 사랑하여요
당신의 얼굴은 봄 하늘의 고요한 별이어요.
그러나 찢어진 구름 사이로 돋아오는 반달 같은 얼굴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어여쁜 얼굴만을 사랑한다면 왜 나의 베갯모에 달을 수놓지 않고 별을 수놓아요....a
당신의 마음은 티없는 순옥(玉)이어요. 그러나 곱기도 밝기도 굳기도 보석 같은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아름다운 마음만을 사랑한다면 왜 나의 반지를 보석으로 아니하고 옥으로 만들어요...a'
당신의 시는 봄비에 새로 눈트는 금결같은 버들이어요.
그러나 기름 같은 검은 바다에 피어오르는 백합꽃 같은 시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좋은 문장만을 사랑한다면 왜 내가 꽃을 노래하지 않고 버들을 찬미하여요.......a''
왼 세상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아니 할 때에 당신만이 나를 사랑하였습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여요 나는 당신의 사랑을 <사랑>하여요........................b
위의 시는 a가 세 번 중복되는 형식 즉 a a' a'' a''' b의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1, 2, 3연의 내용은 각각 다른 비유법으로 표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 주지(主旨)는 동일하다.
그것은 한마디로 현상계를 버리고 본 체계에 들고자 하는 시인의 소망이라 할 수 있다. 3연까지의 각 연에서 별(1연), 숫옥(玉)(2연), 버들(3연)은 후자를 상징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3연에 와서 시인은 이와 같은 본 체계의 도달이 당신의 “사랑”을 발견하는(사랑하는) 일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즉 1, 2, 3연에서는 본 체계 그 자체에 대한 인식의 문제를, 4연에서는 그것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의 문제를 언급했다.
당신의 진면목은 별이다..............1연.....a
당신의 진면목은 숫옥이다............2연.....a'
당신의 진면목은 버들이다............3연.....a''
나는 당신의 <사랑>을 사랑한다.......4연.....b
③ a b b'형
a a b의 형식과 다르게 b가 두 번 이상 되풀이되는 경우이다.
시의 앞부분은 고정되고 뒷부분을 여러 번 되풀이시키면 시상의 전개가 자칫 풀어질 염려가 있다. 따라서 a b b'형식에서의 b의 중첩은 a와의 균형을 갖는 선에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 솟는 해, 퍼지는 해, 기우는 해
하늘 길 걷는 너의 걸음 빠르고도 느리다.............a
해야 물어보자 너의 걸음 재임은
한복판(中天)에 계옵신 님 만나 뵈렴인가.............b
해야 물어보자 너의 걸음 느림은
만나자 이별하기 마음이 무거워선가..................b'
위시는 <해>를 통해 임과 함께 살고 싶은 사랑의 소망을 진술하고 있다.
즉 해가 뜨고 짐은 느리고도 빠르다............1연..........a
빠른 것은 님을 만나러 가기 때문이다.......2연..........b
느린 것은 님과 이별하기가 싫기때문이다....3연..........b'
여기에서 님을 만나러 빨리 가는 행위(2연)와 이별이 아쉬어 느리게 가는 행위(3연)는 결국 똑 같이 님과 오래 살고 싶다는 소망의 표현이므로 같은 내용이라 할 수 있다.
(3) 3단 구성
① a b c형
가장 전형적인 구성이 3단 구성이다. 시상의 전개가 시작, 중간, 결말의 단순하고 완결된 형식을 취한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a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b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c
비록 연 구분이 되어있지는 않으나 그 시상 전개로 볼 때 세 도막 형식으로 되어 있다. 첫 도막(a)에서 시인은 깃발을 소리 없는 아우성이며, 먼바다를 향해 흔드는 손수건이라고 말한다.
두 번째 도막(b)에서 깃발은 슬픈 이념이라고 말한다.
세 번째 도막(c)에서 시인은 그 슬픈 이념의 깃발을 맨 처음 공중에 매단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
영원한 그리움.............a
이루어지지 못한 이념......b
모순된 존재의 인식........c의 3단 구성이다.
② a b b' c형
a b c형의 변형이다. 연 구분상으로 볼 때 b를 한번 더 중복시키는 형식을 취한다.
내사 애달픈 꿈꾸는 사람
내사 어리석은 꿈꾸는 사람...............a
밤마다 홀로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b
긴긴 밤을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b'
어느 날에사
어둡고 아득한 바위에
절로 임과 하늘이 비치리오..............c
나는 꿈꾸는 사람......................1연..........a
밤에 홀로 찾는 바위가 있다............2연..........b
밤에 홀로 찾는 바위가 있다............3연..........b'
바위에 님의 얼굴이 언제나 비칠까......4연..........c
③ a b a형
3단락으로 되어 있으나 마지막 셋째 단락을 반복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첫째 단락과 셋째 단락은 동일한 내용이 된다.
내 영원은
물빛
라일락의
빛과 향의 길이로라.........................a
가다 가다
후미진 굴헝이 있어,
소학교 때 내 여선생님의
키만큼한 굴헝이 있어,
이쁜 여선생님의 키만큼한 굴헝이 있어.......b
내려가선 혼자 호젓이 앉아
이마에 솟은 땀도 들이는
물빛
라일락의 빛과 향의 길이로라
내 영원은. ................................a
결말부에 도입부가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전체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내 영원은 라일락꽃의 길이다.
길에는 안식의 굴헝도 있다.
내 영원은 라일락꽃의 길이다.
④ a b b'a형
기본적으로 a b a와 같은 유형이지만 b가 한번 더 겹치는 경우이다.
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a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b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b'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후일 그 때에 <잊었노라> ...........a
위시의 1연과 4연, 2연과 3연은 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다. 왜냐하면 1, 4연에는 모두 잊지 않겠다는 말을 역설적으로 고백하고 있지만 2, 3연은 어떤 가정적 상황에서 잊었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⑤ a a' b a''형
봄은
처녀들의 속살 간질이는
바람으로 온다.
나뭇가지에서 까르르 웃는 꽃..................a
봄은
사내들의 코끝을 간질이는
향기로 온다.
엣취
강심(江心)에 얼음장 깨지는 소리..............a‘
몸살 앓는 바람 탓이다.
이렇듯 온 몸이 가려운 것은
열병 앓는 강물 탓이다.
자꾸만 기지개가 켜지는 것은
아, 마른 대지(大地)에 번지는 혈류(血流)......b
봄은
와장창 유리창 깨는
골목 개구쟁이들의 돌팔매질로부터 온다,
나뭇가지에서
와 일제히 터지는 함성.......................a''
1, 2, 3연 : 봄은............으로부터 온다 - a a' a''
4연 : 그 이유는.............때문이다 - b]
⑥ a b a' a''형
a a' b a''형과 반대로 끝 부분에서 a가 겹치는 형이다.
우리 님의
손톱의
분홍 속에는
내가 아직 못 다 부른
노래가 살고 있어요. .....................................a
그 노래를
못 다 하고
떠나 올 적에
미닫이 밖 해어스럼 세레나드 위
새로 떠 올라오는 달이 있어요. ...........................b
그 달하고
같이 와서
바이올린을 키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 안 나는
G선의 멜로디가 들어 있어요. .............................a'
우리 님의
손톱의
분홍 속에는
前生의 제일로 고요한 날의
사돈 댁 눈웃음도 들어 있지만 ............................a''
우리 님의
손톱의
분홍 속에는
이승의 빗바람 휘모는 날에
꾸다 꾸다 못 다 꾼
내 꿈이 서리어 살고 있어요. ...........................a'''
1, 3., 4, 5연은 내용이 동일하다.
다만 그 표현에 있어서 님의 손톱에 “못다 부른 노래”(1연)가 있다고 했고 “G선의
멜로디“(3연)가 있다고 했고, ”사돈댁 웃음“(4연)이 있다고 했고, 이승에 못다 이룬 꿈”(5연)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 제 은유가 암시하고 있는 본의(本意)는 “이승에서 소유할 수 없는 어떤 영원한 실재”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다만 2연에서는 그와 같은 영원성에 도달할 수 없는 화자의 슬픔을 그리고 있어 다른 연과 내용을 담고 있다.
손톱에는 ...........이 살고 있다........1연........a
달이 떠 있다.....................................2연........b
손톱에는 ...........이 살고 있다........1연........a'
손톱에는 ...........이 살고 있다........1연........a''
손톱에는 ...........이 살고 있다........1연........a'''
(4) 4단 구성
① a b c d형
시상이 4단락으로 발전되어 간다.
내가 맨 처음 그대를 보았을 때
세상엔 아름다운 사람도 살고 있구나 생각하였지요..............a
두 번 째 그대를 보았을 땐
사랑하고 싶어졌지요..........................................b
번화한 거리에서 다시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남 모르게 호사스러운 고독을 느꼈지요.........................c
그리하여 마지막 내가 그대를 만났을 땐
아주 잊어버리자고 슬퍼하며
미친듯이 바다기슭을 다름질 쳐갔습니다. ......................d
각 연이 기(起), 승(承), 전(轉), 결(結)의 발전에 따라 이루어진 전형적 4단 구성이다.
화자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여인을 만나 아름다움을 느낀다(a). 시의 도입부이다.
다음 단계로 그는 사랑을 느낀다(b). 여기까지의 내용은 상대방에 대한 화자의 감정표출이라는 점에서 점층적 시상의 계승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세 번째 단계에서 돌연 화자는 고독감에 사로잡힌다(c). 이는 화자의 자신에 대한 성찰이라고 할 수 있다.
의식이 상대방으로부터 돌아와 자기자신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반전에 해당된다. 그런데 네 번째 단계에서 화자는 스스로 상대방을 단념하고자 한다. 사랑을 순수하게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① a b c d d'형
4단 구성에서 네 번째 단락을 두 번 이상 반복하는 형식이다.
하나의 지론(持論)같은 고집(固執)의 덩어리.
꽃망울은
달라져 가는 미의식(美意識)의
이파리들 앞에선
응향(凝香)이고저 하는 듯................................a
인간(人間)의 손목이면 꺾이는 꽃가진데도
간(肝)을 씹는 전쟁(戰爭)의 하루 아침....................b
죽음들
뒤안 길에 피어서
신(神)의 뜻대로 있는 듯.................................c
꽃―.
시공(時空)을 넘어 서는
우렁찬 음악(音樂).......................................d
관념(觀念)의 울 안에서
밖을 밝히는 훤히 꺼진 눈시울............................d' <김광림 꽃의 서시>
꽃은 순결의 지조다.........................1연..........a
약하지만 지조를 지킨다.....................2연..........b
그것은 인간을 벗어나 있다..................3연..........c
꽃은 음악이다..............................4연..........d
꽃은 눈시울이다............................5연..........d'
(5) 시의 구성을 정하는 방법
①. 시점(視點)의 이동에 따라
②. 시간(時間)의 이동에 따라
③. 관점(觀點)의 이동에 따라
④. 발상(發想)의 이동에 다라
⑤. 연상(聯想)의 이동에 따라
⑥. 공간(空間)의 이동에 따라
⑦. 중심(中心) 테마의 이동에 따라
① 구성과 구상의 기능
주제(主題)를 설정하고 적절한 소재(素材)를 수집하여 정리하고 그 줄거리를 짜는 일을 구상(構想)이라 한다. 글 쓰기에 있어 구상은 다음과 같은 중요한 기능을 갖는다.
첫째, 글의 설계도 구실을 한다.
둘째, 글의 일관성을 유지하게 한다.
셋째, 글의 내용에 통일성을 부여한다.
넷째, 불필요한 내용의 반복을 막아준다.
다섯째, 글의 전체적인 균형을 조절해 준다.
② 구상의 방법
구상을 할 때 유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준비된 소재로 글을 쓸 때, 먼저 어떤 각도에서 쓸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둘째, 어떤 부분이 뚜렷한 초점이 되고, 어떤 부분을 배경으로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쓰고자 하는 바가 분명히 표현되도록 하려면, 너절하고 지루한 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처음 쓰고자 했던 바를 도중에 변경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는 곧 글 전체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구상할 때의 유의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두자.
① 글 전체가 통일성을 갖도록 한다.
② 글의 앞뒤가 논리적으로 일관성을 갖도록 한다.
③ 글의 중심 내용이 분명히 강조되도록 한다.
일반적인 구상 방식
전개적 구상 ┌ 시간의 흐름에 따른 구상
└ 공간의 질서에 따른 구상
┌ 단계식 구상 ┬ 3단 구상
종합적 구상 ├ 포괄식 구상 ├ 4단 구상
├ 열거식 구상 └ 5단 구상
├ 점층식 구상
└ 인과적 구상
③ 전개적 구상
* 시간적 구상 : 아침, 낮, 저녁 등의 순서로 재료를 배열하는 것. 그러나 시간 경과에 충실하다 보면 글의 인상이 희미해진고 평범해질 우려가 있다.
* 공간적 구상 : 글의 내용이나 성격, 상하좌우, 원근에 따라 공간적으로 표현 하는 것. 자연의 풍경묘사 등
④ 종합적 구상
* 단계식 구상 : 글 쓰는 이의 의지와 논리에 따라 선택된 소재들을 단계적으로 배열하여 글의 짜임새를 결정하는 방식.
3단 구성 : 서론, 본론, 결론
4단 구성 : 도입, 발전, 전환, 정리
5단구성 : 발단, 전개, 절정, 대단원, 결말
* 포괄식 구상 : 주제문(또는 결론)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소재를 효과적으로 배열하는 구상 방식이다.
두괄식 : 주제문을 앞에 두는 방식
중괄식 : 주제문을 가운데 두는 방식
미괄식 : 주제문을 뒤에 두는 방식
쌍괄식 : 주제문을 앞뒤 양쪽에 두는 방식
* 열거식 구상 : 중요한 내용들을 몇 가지로 나누어 임의로 배열하는 구상 방식.
* 점층식 구상 : 범위가 작거나 덜 중요한 내용으로부터 범위가 크거나 더 중요한 내용에 이르기까지 점차적으로 서술해 나가는 구상 방식이다.
이에 비해 가장 중요하고 큰 것을 앞세우고 점차 작은 것으로 진술해 가는 구상 방식은 점강식이라 한다.
* 인과적 구상 : 어떤 현상이나 사실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여 글의 짜임새를 결정하는 구상 방식.
(예)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1연(起):꽃이 피기까지의 인고의 과정 →
2연 (承) : 과정의 고뇌와 아픔→
3연 (轉) : 자아 발견의 원숙한 경지→
4연 (結) : 시련과 깨달음
서시(序詩) 윤동주
하늘을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 작품은 전 2연으로 되어 있으나 시간의 이동에 따라 과거, 미래, 현재의 3단락으로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즉, 제1연의 1-4행(과거), 5-8행(미래), 제2연(현재)으로 나눌 수 있다.
제1연의 1-4행은 지금까지 살아온 생활의 고백이다.
죽을 때까지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살아왔으며, 또 조그마한 시련('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살아왔다는 것이다.
제1연의 5-8행은 미래의 삶에 대한 신념을 표명(表明)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적 갈등('부끄럼')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불쌍한 이웃, 동포 더 나아가서는 모든 생명체를 지고(至高)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겠으며, 맡은 바 사명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은 영원이나 이상을 추구하는 마음으로, 지극히 높고 순수한 마음을 뜻한다.
'모든 죽어가는 것'이란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제2연은 현재의 상황을 묘사적 이미지로 형상화한 단락이다. 식민지 상황('밤')에서 시의 화자가 드높은 이상('별')을 실현하는데 현실적 어려움('바람')에 부딪혀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표현하였다.
결국 이 작품은 식민지 상황에 처해 있는 젊은 지식인의 고뇌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표백(表白)한 시다. 그래서 더욱 진솔(眞率)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고백적인 시가 감상에 흐르거나 관념에 빠지기 쉬운데, 이 시는 적절한 시각적 심상을 활용하여 서정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 시간적 구성
어떤 일이든, 일에는 반드시 발생, 경과, 결말 등 일련의 과정이 있다.
이처럼 표현하려는 내용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하는 것을 시간적 구성이라고 한다.
▶ 새벽-아침 나절-저녁 나절-저녁 때
▶ 어린 시절- 유년기, 소년기
▶ 수학 시절- 국내 수학 시절, 해외 유학 시절
▶ 중 장년기- 교단 생활, 사회 활동
▶ 제1일-김포의 밤하늘 - 제2일-동경의 이모저모 - 제3일-호놀룰루의 낮과 밤
▶김광균 시 <외인촌> : 저녁 → 밤 → 아침
▶김광림 시 <산> : 과거 → 현재
▶박남수 시 <아침 이미지> : 어둠 → 아침
▶신동엽의 <누가 하늘을 보았는가>
▶윤동주 시 <서시> : 과거 → 미래 → 현재 (다시 미래)
▶이육사 시 <광야> : 과거(1~3연) → 현재(4연) → 미래(5연)
▶정지용 시 <비> : 비 내리기 직전부터 여울이 되어 흐르는 모습
▶이태극 시조 <서해상의 낙조> : 일몰 직전 → 일몰 순간 →일몰 직후
▶이병기 시조 <비Ⅱ> : 순차적 시상의 전개(3연에 '꿈'을 삽입, 극적효과)
▶김상옥 시조 <사향(思鄕)> : 현실 → 회상 → 현실
▶이호우 시조 <개화> : 개화(開花) 진행 순서에 따라
㉯ 공간(시선)의 이동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시선을 옮기면서 대상을 묘사 (그려내는) 방식(그 반대의 방향도 가능함)
어떤 대상을 표현할 때, 시선의 이동을 따라 글을 구성하는 것을 공간적 구성이라고 한다. 산의 정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며 풍경을 묘사한 글을 써내려 간다면, 그것은 곧 공간적 구성의 글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얼굴을 묘사할 때도 눈, 코, 입, 귀 등의 순서로 공간 이동을 하면서 그 특징을 서술할 수 있다.
전개 방법 '아래→위', '위→아래', '먼 곳→가까운 곳', '가까운 곳→먼 곳' 등
▶ 김광균 시 <데생> : 노을, 전신주, 고사선, 밤, 구름, 목장 깃발, 능금나무, 들길
▶ 김영랑 시 <오월> : 근경 → 원경, 낮은 곳 → 높은 곳
▶ 김광림 시 <산> : 매화 → 노승
▶ 박목월 시 <청노루> : 원경 → 근경(내경)
▶ 김상옥 시조 <사향> : 원경 → 근경
㉰ 인과적 구성
글을 쓸 때에 어떤 내용을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구성하는 것을 인과적 구성이라고 한다. 이 인과적 구성에서는 일반적으로 원인에 해당하는 연을 앞에 놓고 결과에 해당하는 연을 뒤에 놓는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연을 배치하기도 한다.
⑤ 귀납적 구성과 연역적 구성
㉮ 귀납적 구성
논증을 하기 위해서는 추론을 하게 되는데, 추론 방법에는 귀납적 추리와 연역적 추리가 있다. 귀납적 추리는 개별적이고 특수한 사례를 들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원리를 이끌어 내는 추론 방식이다.
이러한 구성 방식을 귀납적 구성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귀납적 구성의 글에서는 결론이 끝에 오므로 미괄식이 된다.
귀납적 구성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귀납적 추리로 이끌어 낸 일반적 원리, 즉 결론을 지나치게 비약하여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연역적 구성
연역적 추리는 일반적인 원리를 근거로 하여 구체적이고 특수한 여러 사실들을 이끌어 내는 추론 방식이다. 이러한 구성 방식을 연역적 구성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연역적 구성의 글에서는 결론이 처음에 오므로 두괄식이 된다.
이 구성에서는 독자가 결론을 먼저 알고 읽어 나가기 때문에 글쓴이의 의도를 쉽게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이 구 성 방식은 독자의 빠른 공감을 얻는 데 효과적이다.
6. ‘사랑시’에서 중층 구조의 시까지
- 방법론으로서의 형식과 내용에 대하여
이십여 년 전에 어느 신문사의 입사 시험에 "당신이 아는 우리나라 시인의 시 한 편을 외워 쓰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90 퍼센트 이상의 수험생들은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택하여 썼다고 한다. 적어도 한국 지성의 엘리트로 자처하고자 하는 그 수험생들이 완전히 이해하고 외우는 시 한 편이 고작 그것이라는 데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우리의 현대시는 많이 발전해왔다. 아직도 수십 년 전의 눈물 젖은 감상을 요구하는 시 독자가 의외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시인 김소월은 한 사람으로서 족한 것이지 두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예술이란 독창적인 것이라야 하기 때문에, 예술로서의 시는 빵 공장에서 빵을 구워내듯 한 사람이 비슷한 시를 여러 편 쓰는 일은 무의미하다.
또한 한 시인이 똑같은 시구를 여기저기 다른 작품에다 똑같이 구사한다면 그것은 자기 작품을 스스로 표절하는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시인은 부단히 새로운 형식과 새로운 주제를 추구한다.
따라서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 양복과 와이셔츠를 입고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사색할 줄 아는 현대인이 지금도 장작불을 지펴서 지은 밥을 먹고, 갓을 쓰고 다니는 생활 방식을 강제하는 것은 난센스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21세기에 살고 있으면서 19세기의 사고방식을 굳이 고집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①. 노래하는 시와 생각하는 시
시는 존재한다. 이 말은 시가 관념의 설명이 아니란 뜻으로 쓰인 말이다.
한국 시의 많은 독자가 아직도 낡은 세기의 안개 속을 눈물로 헤매고 있음은 대단히 불행한 사실이다.
그래서 과거의 노래하는 시에서 읽고 생각하는 시로 바뀐 데 대하여도 많은 사람들은 상당한 거부 반응을 보여왔었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 김소월의 '가는 길'에서
그리움, 한숨, 눈물의 정감은 달콤하기까지 하다. 가장 인간적인 정감이라기보다 이 한의 가락은 보편화된 한국인의 정감이다. 이것이 직감적으로 젊은 감성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시의 정서가 어찌 다만 구슬픈 사랑과 한의 가락에만 국한되고 말 것인가.
7․5조의 이 같은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감정을 배설하는 것만이 시일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노래하는 시에서 읽고 생각하는 시로 바뀐 것은 대단한 혁명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포탄(砲彈)으로 뚫은 듯 동그란 선창(船窓)으로
눈썹까지 부풀어오른 수평(水平)이 엿보고
하늘이 함뿍 내려앉아
크낙한 암탉처럼 품고 있다.
―정지용의 '해협(海峽)'에서
이 작품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눈물이나 애타는 하소연이 아니다. 하나의 제시된 언어의 회화를 보게 되는 것이다. 포탄으로 뚫은 듯 둥근 선창 사이로 보이는 부푼 수평선. 여기서 보여지는 아름다움에는 노래하는 시에서 일찍이 읽을 수 없는 미적 감동이 있다.
30년대의 '시문학' 동인들의 공적은 실로 우리 시문학사에 불멸의 금자탑으로 남아 있다. 비록 인간성의 결핍과 기교주의라는 비난을 면하지 못할지라도 시가 지향하는 새로운 길을 터 준 데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다. 술 한 잔에 시 한 수라는 허무맹랑한 관념을 보다 치밀한 이미지로 대신한 그것은 일종의 모험 내지는 과거의 전통에 대한 끊임없는 부정 정신이 빚어낸 소산이었다. 여기서 싹튼 우리의 주지주의(主知主義) 시는 실로 가열한 창조 정신으로 더욱더 다져져 갔다. 이른바 영미(英美)의 주지주의 이론의 유입이 우리 한국의 시를 현대시로 변모시킨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지난 세기의 낭만주의에 식상한 나머지 그에 분연히 반기를 들고나선 이미지즘의 기수 에즈라 파운드의 유명한 '지하철 정거장에서'라는 시는 주지주의 곧 이미지즘이 무엇인가를 보다 분명하게 제시해 준다.
군중들 사이에서 홀연히 나타난 이 얼굴들,
축축한 검은 가지의 꽃잎들.
단 두 줄의 이 시가 세계 시단에 던져준 그 파문은 컸다.
한 시대의 새로운 사조를 수립한 탁월한 천재의 통찰력은 침체하고 무기력한 낭만주의를 지난 세기의 어둠 속으로 깊이깊이 몰아내는 데 성공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파운드는 파리의 '지하철 정거장에서' 차를 타려고 기다리는 군중들 사이에서 지하철 차창 안에 뚜렷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얼굴들의 섬광을, 컴컴하고 축축한 정거장을 배경으로 피어난 꽃잎에 비유하여 형상화하였다. 이 시에 쓰인 꽃잎의 영상은 과거 낭만주의 시인들이 사용한 사랑의 장식물로서의 이미지가 아니다. 만일 현대시에서 이러한 이미지를 제거해버린다면 결국 시 자체의 존재는 파괴되고 말 것이다. 그가 제시한 이미지즘의 대원칙을 살펴보기로 한다.
① 주관적인 것이든 객관적인 것이든 사물을 직접적으로 취급할 것, ② 표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을 절대로 사용하지 말 것, ③ 리듬에 관해서는 음악적 언어를 늘어놓아서 작시(作詩)할 것이지, 박자에 맞추어 작시하지 말 것 등이다.
또한 파운드는 조작적인 수사(修辭)와 유창한 시어에서 벗어나 표현의 제일 조건으로 간결․정확을 내세웠는데 "진부한 용어, 판에 박힌 문구, 상투적인 신문(新聞) 용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런 데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자기가 쓰는 것에 주의를 집중한 결과 얻어지는 정확성에 의해서이다. 첫째도 객관성, 둘째도 객관성 …. 불분명한 형용사, 테니슨 조(調)의 수사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시에 이미지가 동원된 만큼 시는 독자에게 지적인 부담을 주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왜냐 하면 이미지는 비유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 대부분이며, 비유란 지적 연상작용을 필수로 하기 때문이다.
②. 시의 평면성과 진술성
우리 시에서 현대성을 부여받은 주지주의 시에서 결함으로 지적된 것은 메마른 감성이었다. 이것을 극복하고 나선 것이 청록파(靑鹿派)의 시였다. 이들의 시에서는 지나간 낭만주의의 무절제한 '눈물'을 어느 정도 배제하면서 새로운 휴머니티와 자연을 융합한 소위 한국의 멋을 보여주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미지스트들이 지나치게 집착하던 회화성(繪畵性)에 윤기 있는 음악을 가미하고 있음을 조지훈의 시 '낙화(落花)'에서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歸蜀道)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이 시에서 자칫 우리가 놓치기 쉬운 것은 시간의 형상화다. 귀촉도라는 새는 초저녁부터 울기 시작하여 밤이 깊어갈수록 그 울음이 더욱 처연해진다. 그 새 울음이 슬며시 사라짐과 동시에 별빛도 희미해지면서 새벽이 온다.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는 것은 귀촉도 뒤로 먼 산이 다가서는 공간의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의 이미지다. 즉 새 울음소리가 사라지면서 점점 날이 밝아와서 산의 형상이 어둠 속에서 다가서듯 차츰 뚜렷한 모습을 띠게 된다는 표현인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시를 가령 하나의 산문처럼 한 줄로 이어 쓰게 되면 그것은 색채도 없는, 가락을 지닌 평범한 감상문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러한 평면성(平面性)은 줄곧 의식되지 못한 채 우리 시는 생명파(生命派)로 발전하고 있었다. 청마(靑馬)의 경우 그것은 감히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진술성(陳述性)을 띠고 있는데, 예술에 철학을 배합한 그 솜씨는 가히 당대의 일품이었다.
나의 지식(知識)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生命)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 '생명(生命)의 서(書)'에서
독한 회의(懷疑)의 가혹한 채찍은 거의 절창이다시피 그의 시 편편에서 드러나고 있다. 자기 스스로에게 가하는 이 형벌은 다분히 개인적 역사의식의 몸부림이라고 보아 틀림없다. 그리하여 사회적 현실과 보다 밀착하여 예술성을 천착한 시인이라는 의미에서 김수영을 들 수 있다. 오늘에 있어서 그는 거의 신화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의 적극적인 삶과 냉정한 현실 파악은 시인이라면 항상 기억해야 할 일이다. 그에게 오면 이 진술성은 단순한 생활의 고백 이상인 예술로서 표현되어 나타난다. 그의 시 '병풍'에서 볼지라도
병풍은 무엇에서부터라도 나를 끊어준다
등지고 있는 얼굴이여
죽음에 취한 사람처럼 멋없이 서서
병풍은 무엇을 향하여서도 무관심(無關心)하다
죽음의 전면(全面) 같은 너의 얼굴 위에
용(龍)이 있고 낙일(落日)이 있다.
와 같은 진술이 바로 그런 것이다. 한때 참여와 순수의 논쟁으로 김수영을 간단히 참여 쪽으로 분류해서 매도해버린 것은 크나큰 잘못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시는 곧 정직하고 진실한 삶 그 자체였다.
③. 구조적인 시
지금까지 보아온 시들은 모두 다 구조에 있어서 본다면 평면성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들이다. 우리의 의식 구조가 대체로 비과학적인 까닭인지는 몰라도 우리 현대시의 대다수가 이러한 평면적인 사고의 범주를 크게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시에서의 음악성을 중시하던 소월 및 그 아류들의 낭만적인 시나, 언어의 회화성을 강조하던 정지용, 김광균 등의 주지시나, 진술의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청마 혹은 김수영에게 있어서도 평면성은 똑같이 지적될 수 있는 문제점이다.
하나의 구조가 한 편의 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을 보이는 것으로 H. D의 '산신(山神)'이라는 작품을 들어보기로 한다. 이 시는 산의 여신이 처음으로 본 바다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소용돌이쳐라, 바다여―
너의 끝 날카로운 소나무들을 뒤흔들고,
너의 큰 소나무들을
우리의 바위에 뿌려 갈겨라,
너의 푸름을 우리에게 퍼부어라,
너의 전나무 물결로 우리를 뒤덮어라.
이 시에 쓰인 시어에 유의하여 다시 한 번 음미해 본다면 그 속에서 두 개의 '구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큰 소나무'로 비유된 파도와 '전나무 물결'로 비유된 대양의 이미지-바다-와 '소나무, 바위'로 비유된 이미지-산-의 복합 구성은 쉽사리 발견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중의 구조는 단순한 대조의 기법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시의 골격을 확실하게 구축해준다. 우리 시에 있어서 구조적인 면을 찾아보기는 대단히 드물고 어렵지만 김종해의 연작시 '항해일지' 중 그 첫 작품 '무인도를 위하여'를 찾을 수 있음은 퍽 다행한 일이다.
을지로에서 노를 젓다가 잠시 멈추다.
사라져 가는 것, 멀어져 가는 것, 시들어 가는 것들의 흘러내림
그것들의 부음(訃音) 위에 떠서 노질을 하다.
아아, 부질없구나
그물을 던지고 낚시질하여 날것을 익혀 먹는 일
오늘은 갑판 위에 나와 크게 느끼다.
오늘 하루 집어등(集魚燈)을 끄고 남몰래 눈물짓다.
손이 부르트도록 날마다 을지로에서 노를 젓고 저음이여
수부(水夫)의 청춘을 다 바쳐 찾고자 하는 것
삭풍 아래 떨면서 잠시 청계천 쪽에 정박하다.
헛되고 헛되도다, 무인도여
한 잔의 술잔 속에서도 얼비치는 저 무인도를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다.
그러나 눈보라 날리는 엄동 속에서도 나의 배는 가야 한다.
눈을 감고서도 선명히 떠오르는 저 별빛을 향하여
나는 노질을 계속해야 한다.
말할 것도 없이 서울은 바다가 아닌 육지다. 서울살이의 삶이 얼마나 곤고(困苦)한가를 그는 '세파(世波)'라는 단어에서 연상하고 이 시를 썼을는지도 모른다.
육지에서의 삶이 수직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이 시의 저변을 형성하는 바다의 이미지는 수평적인 것이다. 수직적 삶의 추구가 어렵다고 느낀 시인은 영원한 모성으로서의 수평적 이미지 ―바다에서의 삶을 희구한다. '을지로, 청계천'과 같은 현실의 삶에서 그가 바라보는 수직선상에 빛나는 '별빛'은 아득하기만 하여 '노질을 계속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 시는 육지와 바다, 수직선과 수평선이 교묘하게 잘 배합되어 있는 이중 구조의 시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뛰어난 작품이다.
이제 삼중적(三重的)인 시간성을 입체적으로 구성한 예를 하나 더 들어본다.
Ⅳ
흥정을 마친 상선은 돌아오지 않고
남지나해 더운 몸부림이 잠을 쫓는다.
해안을 껌벅이는 새들의 붉은 눈빛이 머루알처럼 익어만 가고
아름드리 기둥을 향하여 벌떼처럼 아이들은 모여들었다.
유년시절의 대운동회는 즐거웠다. 사탕엿보다 달고 맛난 고함에 묻혀
그는 눈부신 태양을 이마에 댄 채 팔을 벌렸다.
그 가늘고 세찬 팔뚝에 엉겨붙은 평화를 힘껏 포옹했다.
몸채만한 기둥은 기울어지기 시작하고, 조국은 조금씩 그렇게 균열이 지고 있었다.
그러나 유년시절의 대운동회는 즐거웠다.
고원을 치달리는 우람찬 승전고,
뽀얗게 날리는 햇빛가루를 몸에 칠하고 삼림처럼 무성한 고구려의 사내들 ......
Ⅴ
삼림처럼 무성한 우계(雨季)가
그의 우러른 눈망울에 어리우고
휴전 고지의 캐터필러 자욱마다 쑥꽃이 피었다 지고
엄청난 사연으로 초병은 울고 있었다.
짐승처럼 울고 있었다.
유성(流星)이 가만가만 어깨에 내려앉는 겨울 하이얀 눈구렁 속에서
조국은 떨고 있었다.
겨냥해야 할 진정한 적(敵)이 없는 지도 위에 엎드려
초병은 비운을 울고 있었다. 울고 있었다.
Ⅵ
무감각한 함성과 파도와 잘못 말려들어간 꿈속에서처럼
그는 비운의 상처를 끄을고 포복해 갔다.
이글대는 태양을 이마에 느끼고, 그가
드디어 곤두서 있는 기둥나무를 끌어안았을 때
내뻗은 두 손은 갑자기 가지를 쳤고, 그리하여
수많은 촉수를 지닌 벌레가 되어 그는
태양을 침몰시키고 있었다.
― 졸시 '대운동회의 만세소리'에서
이 작품은 Ⅰ부터 Ⅷ까지 꽤 긴 편에 속하는 시인데 여기에는 세 가지의 시간성이 등장한다. 즉 ① 월남전에서 장렬히 전사하는 한 병사의 현재의 시간과 ② 그 병사의 유년시절 대운동회 때의 기둥나무 쓰러뜨리기를 하던 과거의 시간, 그리고 ③ 좀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 만주 벌판을 치달리던 고구려 때의 시간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이 세 가지 시간성을 현재의 시간이라는 바탕 위에 의식의 흐름 비슷한 영상적 기법을 시도해본 것이었다. '세기의 어둠을 톱질하는 소리'가 잘 들리는 '여기'는 바로 1960년대 후반의 베트남이다. 우리 한국군이 파병되고 거기에서 용병(傭兵)으로서 피를 흘려야 했던 역사를 나는 가능하면 가장 비정한 시점으로 서술하고 싶었다. 해안선을 날고 있는 전투기, 밀림 속 헬리콥터의 굉음과 포화……. 전쟁 속 한 인간의 죽음이란 기껏 한 마리 갑충보다 초라한 것을, 그 엄청난 비인간성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죽어가는 병사의 의식 속에 고향의 흰눈이 내리고, 그 눈보다 흰 북소리와 고함소리와 유년시절 운동회의 아름다운 기억의 편린들. 그것들을 앞서 말한 세 가지의 시간성으로 교차시키며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았던 작품이다.
이 같은 플롯을 마치 한 편의 소설에서와 같은 구성 방법으로 구조화한 것이 이 시였다. 이러한 나의 시도가 얼마나 효과를 거두었는지는 의심스럽다.
시는 인간의 진실한 정서와 감정을 언어로써 표현하는 예술이다. 그것은 예나 이제나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인간의 정감이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생활 양식이 옛날과 전혀 다르듯이 아직도 소월이나 그 아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랑시'의 미망(迷妄)에서 우리는 하루빨리 탈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독자의 저급한 입맛에 이끌려가는 시인이 아니라 독자를 선도해 나가야 하는 게 진정한 시인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오늘의 시에 있어서 새로운 형식의 발견과 추구는 부단히 계속되어야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현대시에서의 구조적인 면은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개척되어 마땅한 방법론(方法論)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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