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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강의실

[스크랩] 수필의 문장론

작성자오쟁이|작성시간21.03.20|조회수574 목록 댓글 0
. 수필 문장론

1. 수필 문장의 요소

오늘의 수필 범위는 여러 가지 형식을 포함시켜 논설문까지를 두루 포함하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수필에서는 논설문을 제외하고는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작가가 개인적으로 보고 듣고 체험한 것에, 생각과 느낌(감상)을 붙이는 일이다. 이 부분이 수필의 주제가 된다.
작가가 보고 듣고 체험한 것만을 쓴다면 그것은 단순한 보고문에 지나지 않고, 또 감상 쪽으로만 치우친다면 현장감 없는, 삶의 실체성이 없는 공허한 관념에 흐르기 쉽다.
느낌(감상)이란 작자의 개성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나 삶에 대한 철학이다.
그러므로 이것이 어떻게 드러나느냐에 따라 수필의 질의 갈림길이 된다. 두 가지 요소가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예문으로 보자.

[예문 1] 서오릉(西五陵)
① 어제는 모처럼 벼르던 가족 나들이를 했다. 만원 버스로 30분, 처음으로 서오릉엘 갔다. ② 서울의 중심부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놀랄 만큼 울창한 산림(山林)이 마음속 깊이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① 세검정 골짜기나 관악산에 가본 일이 있으나, ② 언제나 발 들여놓을 틈도 없어 짜증이 앞서곤 했다. 그런데 서오릉은 워낙 넓어서인가, 북적거리지 않아 하루의 휴식처로는 안성맞춤이다.
① 아내는 가지고 간 음식을 펴 놓고, 수도 장치가 된 곳에서 물을 떠왔다. ② 별다른 음식이 아닌데도 자연 속에 나와 먹는 맛이, 집에서 먹는 것과는 다른 맛이다. 숲 속이 싱그럽고 신록의 향기 속 공기가 맑은 탓일 것이다. - H 사보(私報)에서-

예문 속의 ①의 부분은 작자가 직접 체험한 것을 나타낸 것이고, ②의 부분은 작자의 느낌이나 생각을 나타낸 부분이다. 작자에 따라 생각(사상)하는 바가 다르게 나타나나, 수필은 이것에 의해 좌우되며, 작자의 인격적인 것이 드러난다. 묘사나 표현을 잘 한다 해도, 생각의 깊이가 없을 땐 좋은 글이 되지 않는다.
앞의 예문이 만일 다음과 같이 되었다고 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예문 2] 서오릉(西五陵)
어제는 모처럼 벼르던 가족 나들이를 했다. 서울의 근교는 거의 가보지 않은 곳이 없어, 가족 회의 끝에 서오릉으로 향했다. 우리들은 시원한 숲 속 그늘 한 군데를 차지했다.
돗자리를 깔고 누워 책을 펴들었다가 잠이 들었다. 깨어났을 때는 이미 12시가 지나 아내는 점심 준비를 했다. 집에서와 같이, 특별한 것이 아니고 보통으로 싸온 것들이었다.
점심을 마치고 아이들과 잔디밭에서 공을 찼다. 여기저기서 점심을 마친 가족 동반의 행락객들이 자리를 깔고 쉬고 있었다. 오후가 되어 사람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4시쯤 되어 우리도 자리를 챙겨 돌아올 준비를 했다.
그때 마침 직장 친구 가족들이 저쪽에서 돌아 나왔다. 그들도 우리처럼 하루를 교외에서 지낸 셈이다. 모처럼의 하루를 교외에서 지내고 돌아왔다.

문장 자체로는 흠이 없다. 독자로 하여금 밖에서 지낸 일을 잘 알 수 있게 쓴 점은, 섣부른 생각을 붙인 것보다 오히려 선명하다. 하지만 작자의 느낌이나 생각은 한 군데도 들어가 있지 않아 생동감이 없다.
초등 학생의 작문만도 못한 죽은 글이다. 사상, 즉 생각하는 부분이 들어 있지 않은 까닭이다. '세수하고 밥 먹고 학교에 갔다' 식의 어린이들과 다를 바가 없는 보고문에 지나지 않는다.
체험 부분과 생각하는 부분이 문장 조직에서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가를 다시 보자.

[예문 3] 이국(異國)에서 부른 아리랑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홍콩 구룡항의 야경은 불빛으로 장관을 이루고 이었다. 선실(船室)의 만찬회는 서서히 무르익어 갔다.
주최측인 홍콩을 비롯하여 한국․미국․캐나다․멕시코․영국․서독․불란서 등 기타 기억할 수 없는 공산권 나라를 포함한 30개국에서 모인, 6백여 명의 부부동반 바다의 사나이들은, 각자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웃음과 이야기에 꽃을 피우고 있었다, 앞자리에는 밴드에서 흘러나오는 경음악에 맞추어 몇 사람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나는 몸에 익지 않은 모임에 가슴 설레면서, 포도주 잔을 들어 이국적인 분위기에 젖어들고 있었다. 그럴 무렵, 갑자기 악단 쪽에서 아리랑 노래가 울려 퍼졌다. 세계 도선사(導船士) 회원 중에서 몇 사람이나 아리랑을 알겠는가. 우리 일행은 귀에 익은 노래에 한동안 멍하니 듣고 있었다. 듣고 있다기보다는 벌써 흥분하고 있었다. 마침 남편이 그 노래 소리에 맞춰 일어섰다. 그리고 무대 위로 나가서 마이크를 잡았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우유빛 바지에 다갈색 비로드 상의를 입은 남편은, 마치 오늘밤 대 가수처럼 무대를 누비고 있었다. 흥겹던 분위기가 갑자기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슬픈 정감으로 불려지는 선율 때문일까. 노래 소리는 밴드에 맞추어 계속 이어져 나갔다. 어느 결에 우리측 일행 부인들도 그 노래 소리에 합류가 됐다. 내 나라가 아닌 남의 나라에서 듣는 아리랑……목이 메어 이어지지가 않았다.
나는 문득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으로 금메달을 따낸 Y선수의 얼굴과 LA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건 우리 선수들이, 땀과 눈물을 흘리며 태극기가 올라갈 때 따라 부르던 모습들을 떠올렸다. 아리랑을 부르는 남편의 얼굴은 선수들의 얼굴과 다를 바가 없었다.
노래를 들으면서 다시 떠오르는 것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을 잡고 보았던 아리랑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영화 속의 주인공 나운규는 붉은 피를 본 충격으로 제 정신으로 돌아오지만, 끝내 오랏줄에 묶여 아리랑고개를 넘는다. 그리고 주인공의 모습과 함께 주제가인 아리랑이 깔린다.
나는 이 영상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 영화는 속박하는 자와 속박 당하는 자의 대립을 암시하였다. 주인공 나운규를 광인(狂人)으로 설정함으로써, 나라를 빼앗겨 제 정신이 될 수 없었던 우리 민족의 비애를 상징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 아리랑이 새로운 감흥으로 뇌리를 스친다.
단상의 연주단이 많은 나라의 노래를 다 제쳐놓고, 청하지도 않은 아리랑을 어떻게 해서 연주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앙코르와 함께 손뼉치는 소리에 노래는 그칠 줄을 몰랐다.
내 나라에서 예사로 듣던 아리랑 노래를 조국을 떠나서 들으니, 그토록 가슴에 와 닿을 수가 없었다. 해외로 나가서는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던가.
세계 도선사 회원 중에는 아직도 한국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날 총회에서 있었던 일을 잊을 수가 없지만, 오전 아홉 시부터 점심 시간 한 시간을 쉬고 오후 다섯 시까지 회의는 계속되었다.
총회의 내용은 도선사 헌장의 초안을 놓고 각국 대표들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었다. 한국 대표인 남편은 의견을 제시하기 전에, 우리 나라를 알지 못하는 대표들에게 대한민국 표지판에 사우스 코리아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지적하며, "여러분, 우리 나라 정식 국명은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라고 합니다. 정정해 주시기를 정식으로 요망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수도 서울은 지금 '88 올림픽 게임을 주최하는 준비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하고 설명을 했다. 그리고 헌장 초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발언이 끝나자 주최측에서는, 처음에 놓았던 팻말을 거두고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로 쓴 팻말로 바꾸어 놓으며 정중히 사과했다.
낮에는 연설과 밤에는 아리랑을 부른 남편의 얼굴에서, 조국에 대한 애정을 느꼈다. 민간 외교가 따로 있겠는가. 일본 대표의 부인이 무엇을 아리랑이라고 하느냐고 묻는다.
나는 아리랑 노래만 알지 설명은 어려웠다. 우리 나라에서 널리 부르는 민요라고만 대답할 수밖에 없어 부끄러웠다. 일본말로 토를 달아주면서 따라 불러 보라고 했다.
1984년 12월 4일 홍콩 구룡항 선상의 밤은 아리랑 노래와 더불어 깊어갔다. 유람선은 천천히 구룡 부두에 닿았고 숙소인 쉐라톤호텔로 돌아갈 때까지, 각국 회원들은 우리들에게 따뜻한 우정의 미소를 던져 주었다. 다음 총회 장소인 파리에서 다시 만나도, 만찬회의 세계 도선사와 그 부인들은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의 아리랑을 기억할 것이다. - 김경자 -

이국에서 부른 아리랑 속에, 작자의 주체적 사상이 드러나고 있다. 단순한 여행 기록에 그치지 않고, 무엇인가를 말하고자 한 의도가 나타났다. 머나먼 이역에서의 아리랑, 그것은 바로 조국애다. 이 조국애로 연결된 얘기가 작자의 생각, 사상이다. 이 사상이 독자를 공감의 세계로 이끈다. 체험의 부분과 사상의 부분을 생각하면서 예문을 다시 보자.

[예문 4] 삼베 고의를 입고
연일 찌는 듯한 더위가 2주째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삼베 고의에 모시 적삼을 입기로 했다.
삼베옷을 입을 때면 고향의 일이 떠오른다. 텃밭에는 삼이 심어졌고, 할머니와 어머니는 연중 일과처럼 삼베를 낳으셨다.
6월 중순쯤에 삼을 베어낸다. 나무칼로 삼 잎을 털어 내고, 삼대 길이만큼 크게 만든 양철 가마에 넣어 하룻밤을 쪄낸다. 밤새도록 찌고 나서 아침에 꺼내 놓으면, 동네 아낙들이 품앗이로 삼대 껍질을 벗겨낸다.
이것을 줄에 널어 말려 거두어 두었다가, 농사일이 한가해지면 할머니와 어머니는 일을 시작하신다.
말린 삼을 물에 적셔 잘게 쪼개고, 이것을 무르팍에 대고 비벼 감아 한 가닥 실이 되게 이어나간다. 이 작업을 일러 삼을 삼는다고 한다.
한 해 겨울 삼아 놓으면 커다란 항아리 같은 실덩이가 몇 개 생긴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봄이 되기를 기다리고, 봄이 오면 이 실덩이를 푼다. +자형 돌개라는 실감개를 빙글빙글 돌리며 그 돌개에 풀어 감는다. 타래를 만드는 것이다.
이 실타래는 껍질을 벗겨 원사(原絲)를 만든다. 양잿물로 삶은 것을 냇가로 들고 나가 빨래를 쳐대듯 빨아대면, 실은 비로소 원사가 되는 것이다. 이것을 바딧살에 한 올씩 꿰고, 피워놓은 불 위를 지나면서 풀칠을 해서 말린다. 이 때 도꼬마리라는 것에 감는 것인데, 이것이 삼베는 매는 일이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긴긴 봄날이면 바깥마당에서 이런 작업을 하셨다. 이제 남은 것은 베틀에 올려놓는 일뿐이고, 이런 작업 중간에서 또 한가지의 일거리가 있다. 도꼬마리에 감아 올린 것은 날(經)이고 이 날에는 씨(緯)를 넣을 실꾸리를 겯는 일이 그것이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밤이 깊도록 꾸리를 결으셨다.
삼베의 품질은 넉 새 베니, 엿새 베니, 일곱 새 베니 해서 등급처럼 말한다. 이것은 바디의 칸살이 넓고 좁음에 따라 삼베가 곱게 짜여지고 굵게 짜여지는 것을 말한다. 굵고 거친 것일수록 숫자가 아래로 내려오고, 고운 것일수록 숫자가 높여져 불린다. 내가 입은 옷은 일곱 새 베이지만, 고향의 머슴이 입던 옷은 석 새가 아니면 넉새 베였다.
어머니는 이른봄부터 늦봄까지 베틀에 올라 베를 짜셨다. 한 필을 짜내는 기간은 보통 2주쯤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짜낸 것은 모두 식구들의 옷이 되었다. 어쩌다 남는 것은 장에 내다 팔기도 하였다. 그 시절엔 모두가 제각기 삼베를 낳아 입었다.(하략)

위 글은 삼베옷을 입었다는 부분에서 생각하는 부분이 조금 비치고 있을 뿐, 오직 삼베 낳는 얘기를 백과사전처럼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생각하는 부분이 들어가지 않아 작자의 인격적인 것이 보이지 않고 있어 아무런 감흥이 없다.
문맥이 통하고 묘사가 정확해도 이런 글은 좋은 수필이 되지 아니한다. 작자의 사상이 없는 까닭이다. 적어도 할머니, 어머니에 대한 감상 한 토막쯤은 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런 류의 글이 종종 눈에 띈다.
앞의 [예문 3]과 [예문 4]를 통해서, 수필이 갖추어야 할 두 가지 요건이 어떤 것인가를 어렴풋이 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숭늉에는 한국의 맛이 있다고들 한다.
나 역시 조석으로 숭늉을 마실 때마다 한국을 느낀다. 숭늉에는 은은한 온돌의 장판 색 같은 빛깔이 있고, 역시 그렇게 구수한 맛이 있다. 그러나 그 빛깔은 있는 듯하면서도 없는 것 같고 그 맛은 없는 듯하면서도 있는 것 같다.
마시고 나야 비로소 그 맛을 알 수 있으며, 따라 놓고 봐야 그 빛깔을 볼 수가 있다.
잡힐 듯 말 듯한 여운이 입술 위에 싱그럽다.
그러한 숭늉 속에는 무뚝뚝하고 정에 겨운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가 있고, 외할머니의 인자하고 따사로움 같은 손길이 있고, 춘향의 옷자락 같은 음향이 있다.

(1) 위의 글에 쓰인 소재나 내용에서 친근감을 느낄 수 있는가?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 까닭은 무엇인가?
→ 이 글의 중심 소재인 '숭늉'은 우리 생활에서 일장성적으로 접하는 것이며, 글쓴이의 생각과 느낌이 대해 우리도 대개 함께 공감하는 것이기에 친근감을 준다.

(2) 위의 글은 숭늉의 어떤 점을 예찬했는가?

→ 숭늉의 빛깔과 맛. 있는 듯하면서도 없는 듯한 은은하고 정감 있는 그 빛깔과 맛에서 우리 민족의 독특한 정서를 말하고 있다.

(3)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며, 밑줄 그은 부분에 숨겨진 뜻을 알기 쉽게 풀이해 보자.

→ 할아버지는 겉으로는 무뚝뚝하시나 손자, 손녀를 사랑하시는 짙은 정이 있듯이, 숭늉도 겉으로는 확연히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사람을 끌어당기는 듯한 힘이 그 속에 있는 것이다. 외손자, 외손녀를 아끼시는 외할머니의 정이 담겨 있고, 강풍이 아닌 봄바람에 살짝 나부끼는 춘향의 옷자락 소리가 여운을 남겨 주듯 숭늉에도 이러한 은근한 맛이 담겨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2. 수필 문장의 의미론

문장은 문(sentence)을 전제로 한다.
작가의 문장 정립에 따른 사상과 감정의 표현은 곧 문장으로써 총결산되어진다. 아무리 훌륭한 사상이나 감정(정서)이나 상상을 가졌다 할지라도 문장 표현이 서투르면 생각했던 바의 충분한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자기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함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보다 정밀하고 바르게, 즉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문장의 생명은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문장의 정확이란 표현된 문장의 의미가 정밀함을 말하거니와 독자로 하여금 문장의 뜻을 애매모호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즉 바르게 받아들이게 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만일 작자가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면 또 표현되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전혀 각도가 다른 방향으로 해석되어질 수 있는 우려가 생겨날 뿐만 아니라 A를 전달하려던 것이 결국 엉뚱하게 B를 전달하고마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렇게 되는 경우 그것은 글을 쓰지 않는 것만도 못하다. 그러므로 문장 표현의 목적은 자기의 마음을 독자에게 올바르게 전달하는 데 있다. 그 때문에 무엇보다도 오독될 여지를 주지 않도록 정확하게 표현하는 일이요, 그러기 위해서는 가급적 쉬운 문장을 쓰는 것이 그 좋은 방법의 하나가 되기도 한다. 즉 난해한 표현을 피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 문장의 난해는 올바른 이해 전달을 불가능케 하는 큰 요인이 됨은 새삼 말할 나위도 없다. 문장의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함에 유의해야 할 점 몇 가지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작가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가 쓰고자 하는 말(특히 낱말)의 뜻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언어의 의미 내용에 대한 올바른 파악이 없다면 그것은 한낱 문자의 나열에 불과하다.

② 작가 자신이 명확하게 알지도 못한 사실을 멋대로 추측, '아마 그럴 것이다.'라고 막연한 생각을 내세워서는 안 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사실의 진실성을 표현해야 한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보지도 않는 설악산을 마치 본 것처럼 독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문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③ 낱말과 낱말, 문장과 문장과의 연결(연락)관계는 분명해야 한다. 낱말과 닡말 그리고 문장과 문장의 호응관계가 바르지 못하면 문맥이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문법적 문장이 되어 전달력이 떨어진다. 특히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에 주의하여 비문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겠다.

④ 띄어쓰기와 구두점을 명확히 하여야 한다. 띄어쓰기는 문필가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이다. 적당히 써 내면 편집자측에서 알아서 해 주겠지하면서 띄어쓰기를 소홀히 하는 문인들이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좋은 글을 쓰기 이전에 띄어쓰기 규칙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⑤ 문장의 중심부를 명확히 하여야 한다. 이 말은 자기의 사상이나 감정을 남김없이 표현하였다 하더라도 문장의 핵심부(중심부)가 틀려지면 본래의 의도와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만다는 뜻이다.

이상에서 살핀 바를 다시 정리하면, 좋은 문장, 즉 깊이 있고 유익한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그리고 의미 내용을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남이 쓴 수필을 많이 읽는 일이 첩경이 된다.

3. 수필문장의 쓰기 요령

여기에 수필문장 쓰기 요령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평이한 문장

수필은 논설문과는 다르다. 구태여 어렵게 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알기 쉽게 그리고 부드럽게 써 가면 된다. 당황하지 말고 조용한 마음으로 굳이 말한다면 한 잔의 차를 아무 부담 없이 마시는 듯한 그런 마음가짐으로, 마치 자기 자신에게 속삭이듯이 차근차근 알기 쉽고 어법에 맞는 글을 써 가면 된다. 즉 담담한 심정 바로 그 경지에서 써 갈 일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쓴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글이라면 다른 사람에게는 무의미한 것이다. 글은 대화와 같은 것이라고도 했다. 여러 사람이 대화하는데 서로 알지 못하는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면, 상대방에게는 의미없는 소음으로 들릴 것이다. 글을 알기쉬운 문장으로 써라는 말은 자신이 이해하는 내용과 용어를 써야 한다는 뜻도 된다. 자신이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내용을 쓰게 되면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쓸 수 있다. 또한 빈약한 글을 겉치레로 포장하기 위해서 현학적인 용어를 쓰게 되면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을 가리키는 경우가 되어 멸시를 받기 쉽다. 글을 평이하게 써야 한다는 말은 글을 읽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2) 적절한 문장

수필은 미사여구를 나열하는 문장이 아님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 그대로를 표현하면 된다. 미사 여구만을 노리다 보면 사실과 상치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즉 현실감이 상실 내지는 감소되고 만다. 어느 의미에서 수필은 머리로 써 가는 글이라기보다는 마음으로 써 가는 글이다. 그러므로 수필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글임에 사실성에 충실하고, 그 사실을 바르게 전달하는 문장이 되어야 한다.

(3) 개성적 문장

사람에게는 각각의 개성이라는 게 있다.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사람, 말이 많은 사람, 유난히 코가 큰 사람, 깔끔한 걸 좋아하는 사람..... 용모, 성격, 습관, 의식 등등의 모든 면에서 똑같은 사람이 단 하나도 이 세상에 없으니 이게 바로 개성이다. 글에도 분명히 개성이 있다. 있어도 아주 많고 다양하다. 문체의 개성, 어휘의 개성, 표현의 개성, 주제의 개성, 구성의 개성, 형식의 개성.... 글에 있어서도 개성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수필은 자신의 개성적인 인격의 반영이요 사상의 표현이기 때문에 남의 문장을 모방해서는 안 된다. 개성이 있는(자기 나름대로 특색이 있는)문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작업의 하나이다.

(4) 고품격 문장

수필은 품위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품위란 인간이 가지는 절대적 가치로서 스스로 존경을 요구하는 특질을 뜻한다. 외면 보살 내면 야차라는 말이 있듯이 표리 부동이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품위를 저락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수필은 자기의 박식을 선전한는 글도 아니요, 허황된 과장이 있거나 지나치게 아는 체 하면서 자기를 선전하는 일 따위는 더더구나 아니다.

(5) 수필어 문장

글이라는 것은 단적으로 말해 자신의 전하고자 하는 바를 남에게 읽혀 공감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글은 글쓴이의 구체적이고 특수한 경험이나 인식이 논리적으로 쓰여져 설득력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구체성이 결여된 글은 얼핏 읽어서는 많은 것을 포괄적으로 광범위하게 전달하는 것 같지만 읽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막연하고 모호한 글은 독자의 공감을 받을 수 없다. 수필은 어디까지나 문장을 통해 사상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져야 한다.
문학적인 형상화를 기할 수 있는 방법으로써 여기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수필어'다. 휠 라이트가 말하는 열린 단어가 바로 수필어다. 수필어로 된 문장이란 1) 추상어보다는 구체어로 표현된다. 감감적 대상을 가리키는 특수어, 구체어들은 정서적, 환기적 언어로서 심상을 떠오르게 하여 상상을 풍부하게 자극하고 생동감을 준다.
2) 설명적이기보다는 묘사적으로 표현된다. 다의어를 활용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나 정서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문학의 기초다. 예술은 '보는 것'을 만드는 것이 목적인 만큼 수필도 언어 예술이기 때문에 언어에 의해서 사물을 보는 상태로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시각어로 문장을 회화화함으로써 상투적이고 진부한 즉 눈에 익은 표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는 동사를 회화화 시킴으로써 가능하다. 묘사적 문장은 가치판단적 사고의 배제나 탈피에서 가능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3) 수필어는 상징, 암시적인 어휘나 함축적인 문구를 요구한다. 즉 상징적 표현에 의해 정서를 암시 내지는 함축시킨다. 이는 주제의 효과적인 의미전달을 위한 것이다.
수필작품은 수필어로서 문학적 형상화를 이룰 수 없다면 수필로서의 묘미를 잃고 만다.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하여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글은 아니다.
직접적으로 독자의 감정에 호소하는 것도 좋겠지만 반면에 은은한 향취를 풍겨주는 것도 수필로서의 묘미이다. 이 묘미는 문학적으로 형상화되었을 때 비로소 수필다운 맛이 더해지기 마련이다.

(6) 구체적 문장

서술이나 묘사에 있어서 표현이 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는 안 된다. 수필의 문장은 작가와 독자 간의 격의 없는 '정감의 교류'다. 때문에 문장은 길든 짧든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를테면, "경희야, 10월인데도 지금 삼촌네 집 뜰에는 해바라기가 뜨겁게 타고 있다." 같은 문장이다. 이는 단문인데도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라는 상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경희는 조카고, 작가는 그의 삼촌인 관계까지도 알 수 있다.

(7) 지성적 문장

정서의 지성화란 정서를 객관화함으로써 가능한 자기 감정의 순화요, 자기 이해다. 그 지성화의 작업이 여의치 못할 때는 흔히 자기 몰입이나 흥분에 사로 잡혀 문장의 관념이나 추상에 붙들리고 만다. 넋두리가 되고, 감상 일변도의 잡문이 되는 이유가 정서를 과장되게 처리하는 추상성에 있다. 이를테면, "청춘! 아,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소리 같은 심장의 고동 소리를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동하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과 같이 힘쩍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내려온 동력은 꼭 이것이다." 같은 문장이다.
지성화의 문장은 어디까지나 정서를 집약, 구체화하여 객관성을 유지하는 입장에서 서술해야 한다. 또한 지성화의 문장은 예시적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조합되어 일단의 분위기를 형성해야 되고, 주제의식 또한 맥을 같이 하는 그들 문장 속에 충분히 희석되어 유현하게 나타나야 한다.

(8) 정서화 문장

수필은 대우성의 문학이다. 다시 말하면 명제는 작가의 것이로되 결론은 혼자만의 것일 수 없다. 즉 독자와 공감이 유지되어야 한다. 지성이 독주하면 명제는 빛나고 주제의식은 분명해질지 모르나, 독자와의 대우적 관계를 유지해 주는 정서의 흐름은 막히고 끊길 위험이 있다.
결국 지성의 정서화는 문학의 교시성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신은 나 같은 인생이 자살할 것을 두려워서 여러 가지 방책을 쓴다. 첫째는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리라'는 희망을 내 정신 속에 심어둠이다. 이것은 진실로 생명수다. 이것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은 '내일이다. 내일이다.......'하고 상한 가슴과 피곤한 다리를 끌고 허덕허덕 인생의 고개를 넘어가는 것이다.
이광수의 수필 "인생의 향기" 중의 한 문단으로서,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리라'에서의 지성을 밑줄 친 부분의 문장으로 정서화 하고 있다.

(9) 동화된 문장

동화란 물아일체의 동질화 현상이다. 이는 내가 물이 되고, 물이 내가 되는 물심일여의 상태로서, 철저하게 나를 먼저 제재 앞에 비움으로써만 가능하다. 그 진실 하나를 얻기 위해 수필가는 헐벗은 산이 되고, 고독한 나무가 되고, 때로는 이끼낀 바위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나무를 통해 삶을 말하든, 바위를 통해 영원을 말하든 그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작가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 아무리 유능한 수필가라 할지라도 사상과 정서의 동화 없이는 결코 그 진실을 주제의식으로 구체화시킬 수 없다. 다음은 이양하의 <나무>의 한 대목으로 밑줄 친 부분은 사상과 감정이 동화된 문장이다.
"불교의 소위 윤회설이 참말이라면, 나는 죽어서 나무가 되고 싶다. 무슨 나무가 될까? 이미 나무를 뜻하였으니 진달래가 될까, 소나무가 될까는 가리지 않는다."

(10) 비유적 문장

주제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문장의 상상화가 필요하다. 단형의 문학인 수필에 있어서 한 개의 문장은 때로 소설에서의 한 사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주제 전달이란 큰 몫을 다하기도 한다. 신변사나 생활에서의 깨달음이나 견해들이 소재가 되고 주제가 되는 수필이라면, 내밀한 경험이나 고백을 객관화하기 위해서는 상징, 비유, 암시적인 문장 표현은 불가피하다. 교시적인 기능을 문예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기법이 문장의 상상화다.
" 아이, 그 놈의 개구리 우는 소리에 잠이 와야지, 그래서 만주로 가는 길이야."
<땅>이란 수필의 한 대목인데, 조선으로 이주한 일본인들의 농지탈취로 더 이상 제 땅에서는 살 수가 없어 만주로 쫓겨 가는 한 농부의 익살이다. 발붙일 곳이 없어 유랑이 길을 떠나면서도 가는 이유가 어이없게도 '개구리 우는 소리 때문'이라니, 주제의식을 상상 처리하는 자조, 자탄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서양인은 13의 수를 싫어하여 여관이나 선실에도 12 다음에는 14h가 된다 하며, 전화에도 13번은 싫어한다. 하기는, 우리 조선도 13도로 가르더니 별로 좋지를 못하였다."

이광수의 수필 <담편>의 일부이다. 역시 일제 하의 참상을 풍자하는 주제를 상상 처리하는 비유의 문장이다.

(11) 의미화 문장

의미화란 사상을 비유나 상상을 통하여 문예적으로 나타내는 작가의 개성적인 시각이요, 마음이다. 사상의 의미화는 수필의 문예화를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표현 형식 중의 하나다.
"내 어머니는 '레프라(문둥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나는 우리 어머니를 '클레오파트라'와 바꾸지 않겠습니다."
"어린이의 생각으론 잘못이 아닌데 그것이 잘못인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꾸중을 듣고 있는 어린이들에게서 나는 슬픔을 느낀다. 이 슬픔은 우리 어른들이 갈아먹어야 할 돌가루 같은 약이다. 어린이날은 어른이 약을 먹어야 하는 날이다."
위의 예문은 김소운의 <목근통신>에서, 유강환의 <어른의 아버지>에서 발췌한 사상을 의미화 한 문장의 예다.
수필가 김진섭은 수필은 "다만 자기를 말하는 문장"임을 강조한다. 또 감광섭은 "평정한 마음에서 마치 먼 곳의 그리운 동무에게 심정을 말하려는 듯한, 그러한 한가로운 듯한 붓을 움직여서 무의식한 가운데서의 단성으로 한 편의 문장"을 써 가야한다는 작자의 '마음가짐'을 당부한다. 이에 백철은 수필이란 "산문으로 쓰여져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어 "의견표시이며 대화적이며 교훈적인 글"이어야 함을 피력한다. 문장으로서의 그런 글이어야 함을 말한다. 그로부터의 개성 있는 문장이어야 한다. 개성 없는 문장은 마치 그 나름의 맛을 잃은 음식물과 같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살핀 바를 전제한다면 수필 <외투>는 그것들을 갖춘 견본이라 하여도 좋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얻어지는 감동에의 수필이 아닌가.

(12) 문장의 의미를 바르게 표현함에 유의할 점

* 작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가 쓰고자 하는 문장의 말(용어)의 뜻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정밀, 구체적)
* 사실의 진실성을 사실대로 밝히라, 막연한 사고는 막연한 글을 조작 할 따름이다. (가보지 않은 곳을 마치 본 것처럼 거짓문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 효과적인 의미전달을 위한 솔직성과 진실성
* 낱말과 낱말, 문장과 문장과의 연결은 분명히해야 한다.
* 띄어쓰기와 구두점을 바르게 한다.
* 상징과 비유, 암시와 상상적 수사 기능
본격수필의 완성기인 80년대에 들어와서 어휘의 多義性이나 심리성을 수용하는 문예화의 수사기능이 폭넓게 구사되고 있음
* 문장의 중심부를 명확히 한다. 문장의 핵심이 틀려지면 본래의 의도와는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
* 피천득은 글제를 보고 독자가 내용을 파악해 버리는 뻔한 이야기는 수필로서의 가치를 잃게 된다고 했다. 사실 한 편 수필에서 그 몇 줄을 읽지도 않았는데 내용을 뻔하게 알 수 있도록 붙여놓은 글제는 싱거운 것이 되기 쉽다.
이런 경우 상징적인 글제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독자가 읽고 나서 되려 내용과 동떨어진 허(虛)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도 금물이다.
* 글제는 어디까지나 내용을 대표․암시할 수 있는 것으로 최승범(수필가수) 은
―수수하면서도 실(實)하고 멋스러운가.
―무게 있으면서도 꾀까닭스럽지 않은가.
―경쾌하면서도 허하거나 겉날리지 않은가.
―화려하면서도 야하지 않은가.
―속(俗)되지 않은가. 등등을 생각하여 볼일이다 하였다.

4. 수필문장이 갖추어야할 여건

①. 문장은 곧 인생이다.
문장(文章)은 어느 문학 장르나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짧은 글인 수필에 있어서는 전부라도 과언이 아니다.
“문장은 바로 사람이다.” 는 말이 있듯이 수필 쓰기에 있어서 문장은 곧 수필이다. 는 말이 적용된다. 文章은 인생경지의 총체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②. 좋은 글을 쓰려면 먼저 마음을 맑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영혼이 맑지 않으면 사물을 관조할 수도 없으며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수필은 자신의 삶을 꾸밈없이 거울에 비춰 놓은 글이기에 마음이 거울처럼 깨끗하지 않고선 자신의 모습조차 비춰 보일 수 없을 것이다.

③. 문장의 연마는 하루아침에 얻어지지 않는다.
문장의 연마는 바로 인생수련에서 얻어지는 것, 기교는 수련 끝에 얻게 되지만, 인생의 깨달음과 삶의 이치, 나아가 인생의 멋과 향훈은 고결한 인품과 아름다운 삶에서만이 얻어진다.

④. 수필의 문장은 진실해야 한다.
진실의 힘, 진실의 미(美)가 수필의 생명이다. 소설과 시처럼 허구일 수 없는, 자신이 체험한 진솔한 인생의 발견이며 인생의 의미와 해석이 있기에 수필을 찾는다. 진실의 토로, 진실의 호소, 진실의 독백이 빛나게 한다.

⑤. 허황된 미사여구는 쓰지 않고 간결한 문장을 ……
지나친 형용사와 부사의 사용은 오히려 진실을 가리게 한다. 형용사와 부사의 남발은 자신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화장과 치장에 애쓰는 것과 같다. 이런 과시, 체면, 허위, 유혹, 눈속임을 떨쳐 버려 야 한다. 고운 단풍을 떨쳐 버리고 겨울 언덕에 서 있는 나무의 모습처럼 진실의 알몸,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선 문장이 간결해야 한다. 간결한 문장은 힘이 있고 아름답다.

⑥. 문장은 쉬워야 한다.
알기 쉬운 문장이 좋은 글이며, 작가의 의도나 정서가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글이 좋은 글이다. 가장 쉽고 자연스러운 글, 모두가 공감하는 글이 최상의 문장이다.

⑦. 개성적인 문장이어야 한다.
수필은 자신의 개성적인 인격의 반영이며, 사상의 표현이므로 작가의 특성, 독자성이 깃든 문장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⑧. 수필은 시와 소설의 중간 위치에 있는 글이다.
시의 장점인 운율과 비유를 취하고 소설의 장점인 사실적 묘사와 줄거리를 취하여 가장 이상적인 문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 수필 문장은 시와 소설의 중간에서 두 장르의 특성과 장점을 취하여 조화시킨 이상적인 글이어야 한다.

⑨.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그림을 그리듯이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순접(그리고), 역접(그러나), 전환(그런데)의 접속어 사용을 남발하지 않는 게 좋다. 추상적인 표현 대신 구체적인 설명을, 전문용어 대신 평범한 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⑩. 문장은 가락을 살리는 게 좋다.
작가마다 개성이 있듯이 문장에도 호흡과 가락이 있다.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게 독자와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문장의 가락을 살려야 한다.

⑪. 첫머리는 첫인상이다.
첫머리엔 전체 내용을 가장 압축하여 그 윤곽을 전해 주는 모습, 분위기, 이끌림이 있어야 한다. 문장에 있어서 서두야말로 글의 성패를 좌우한다.

⑫. 여운이 있어야 한다.
작가가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 버리면 글의 여운을 못 느낀다. 독자에게 상상력을 부여하여 생각하게 하는 글이 되게 해야 한다.

⑬. 품위가 있어야 한다.
자신의 성공담, 과시, 자랑은 삼가는 것이 좋으며 저속, 비속어를 쓰지 않는 게 좋다. 수필엔 향기가 우러나야 한다.

⑭. 수필엔 인격의 향기가 우러나야 한다.
수필은 작자의 인생이므로 글에서 인격의 향기가 우러나야 한다. 그러므로 인격의 도야에 힘을 쏟아야 한다.

⑮. 교훈적, 직설적 표현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수필은 간접적이고 은근하게 접근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고 설득력을 갖는다. 너무 교도적이고 직선적인 문장은 거부감을 갖는다.



5. 수필문장의 기능

현대수필에서의 문장의 기능은 생명적이다. 장편 문학형식인 소설의 경우라면, 인물의 성격이나 사건의 조직화로도 ‘主題 傳達’이 용이하겠지만, 단편의 문학인 수필에서는 고작 한 두 줄의 문장구성, 즉 정서의 의미율(意味律)이나 중심사상의 구체화나 의미화(意味化)로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타 산문과는 달리, 수필의 문장은 효과적인 의미전달을 위한 솔직성과 진실성, 그리고 상징과 비유, 암시와 상상적 수사기능(修辭機能)을 생명시 한다. 장편수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작자 자신이 항상 자기 작품의 주인공이어야 하는 문학이기 때문에, 지나친 ‘論理’나 ‘主張’, ‘誇張’이나 ‘美化’로서는 독자의 공감과 감동은 기대하기가 어렵다.
현대수필의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創造, 白潮, 廢墟’ 시대의 주정적(主情的) 수필이나 목적성이 두드러졌던 ‘傾向派, 民族派’ 계열의 작품에서 문예성을 찾기 어려움은 그래서이다. 다행스럽게도 본격수필의 성장기인 80년대에 들어와서, 어휘의 다의성(多義性)이나 심리성(心理性)을 수용하는 문예화의 수사기능이 폭넓게 구사되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더구나 현대수필은 지금 산문을 대표하는 미래문학형식으로서의 격상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수필이 안고 있는 기사성이나 잡문성, 주제 의미화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수사의 문예적 기능, 즉 의미전달의 ‘個性的인 文章手法’은 연구 계발되어야 한다.

①. 수필의 문장은 精密하고 具體的이어야 한다

서술이나 묘사에 있어서 표현이 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는 독자를 가까이 마주앉힐 수가 없다. 수필의 문장은 작자와 독자 간의 격의 없는 ‘情感의 交流’이며 그 정감의 실체인 ‘眞實의 共感帶’이다.
때문에, 주제는 크든 작든 보다 선명해야 하며, 문장은 길든 짧든 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추상적인 표현으로서는 그 진실에의 접근이나 공감은 도저히 기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소설의 경우처럼 상황이나 성격, 심리의 변전 등을 길게 묘사할 수 없는 게 수필의 운명이고 보면, 짧은 한 두 문장으로 중심사상을 소화해야 하는 부담도 없지 않다. 그래서 비유, 암시, 유머, 위트 등 수사기능을 극대화 하기도 하고, 때로는 보면서 듣기도 하는 텔레비젼 연속극의 화법(話法)이 아니라, 오직 듣는 것 하나만으로 보고, 느끼고, 상상해야 하는 ‘라디오 연속극의 화법’, 즉 입체적 수사기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경희야, 10월인데도 지금 삼촌네 집 뜰에는 해바라기가 뜨겁게 타고 있다.󰡓
이는 단일 문장인데도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라는 상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경희는 조카이고, 작가는 그의 삼촌인 관계까지도 알 수 있다. 대개 이런 문장은 상황이나 배경을 경제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작품 서두부에 오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김기진(金基鎭)의 문제작 ‘幻滅期의 朝鮮을 넘어서(1924, <開闢> 46호)’와 鄭震權의 ‘작은애를 기다리며’의 앞부분이다.

① 절름발이가 온다. 절름발이가 간다. 한 편짝 발을 절름거리는 사람이 오고 간다. 어찌하여 사람의 세상에는 절름발이가 이다지 많으냐. 한 쪽 다리를 수선한 사람은 다시 한 편짝 다리를 수선하게 되었다. 두 쪽 다리가 다 같이 병신인 사람은 앉아서 다닌다. 조선이 불구자다. 이상한 환경이다.

② 작은애가 지금 군에 가 있다. 돌아오는 토요일이면 제대를 한다. 며칠 남지 않았는데 하루가 지루하다. 오늘은 작은애네 결혼식 때 찍은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서 그 애들을 오래 생각했다.

작은애가 석사과정에 다닐 때의 일이다. 학교길이 멀어서 고생이 많았다. 그래 내가 타던 차를 내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차 안을 보니 뒤창 아래에 인형이 하나 놓여 있었다. 노란 모자에 빨간 옷을 입고 기타를 치는 사내아이였다. 생김새도 귀엽고, 태엽을 감아 주면 딩동거리는 음악까지 흘러나왔다. 퍽 정교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러나 작은애가 산 물건 같지는 않았다.

①과 ②는 모두 대상을 정밀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주제의식을 형상화하고 있다.

②. 수필의 문장은 情緖를 知性化 해야 한다

수필은 정서를 본질로 하는 인간화, 지성화의 문학이다. 수필에서의 지성화란 어디까지나 자기 감정의 순화(醇化)요, 승화(昇化)작용이다. 따라서 정서를 객관화함으로써 가능한 자기 해석이요, 자기 이해일 수도 있다.
때문에, 그 지성화의 작업이 여의치 못할 때는 흔히 자기 몰입이나 흥분에 사로잡혀 문장은 관념이나 추상에 붙들리고 만다. 넋두리가 되고, 감상(感傷) 일변도의 잡문이 되는 것도 예외없이 그 정서를 과장되게 처리하는 추상성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 해서, 정서의 지성화에는 감정의 과다노출을 제어하는, 다음 몇 가지 금기사항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① 대화(對話)가 빈번하거나 길어서는 안 된다.
② 한정어나 수식어, 의태어나 의성어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
③ 관념어나 시어(詩語)로 의식의 비약을 꾀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지성화의 문장은 어디까지나 정서를 집약, 구체화하여 객관성을 유지하는 입장에서 서술해야 한다. 또한 지성화의 문장은 주제보다 소재가 선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예시적(例示的)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조합되어 일단의 분위기를 형성해야 하고, 주제의식 또한 맥을 같이 하는 그들 문장 속에 충분히 희석되어 유현하게 나타나야 한다.

청춘! 아,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소리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동하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과 같이 힘쩍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내려온 동력은 꼭 이것이다.(방점은 필자의 것임)

‘靑春禮讚(閔泰瑗), 1929, <別乾坤> 21호’의 한 문단으로서, 방점 부분이 지성화의 대표적인 문장이다.
또한 지성화의 문장은 정서와 사상이 동화(同化)돼야 한다. 동화란 물아일체(物我一體)의 동질화 현상이다. 사상과 정서의 동질화가 요구되는 것은, 소설이나 여타 산문은 정서로부터 사상이 엄격하게 독립된 상태로서의 ‘眞理’를 대상으로 하지만, 수필은 그와 반대로, 사상이 정서 속에 충분히 용해된, 가장 순수한 상태로의 ‘眞實’만을 본질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민들레의 생각이 옳다. ‘남은 자의 마음’은 가면서 남긴 아린 자국도 아니고, 보내고 못 잊어하는 애끓는 그리움도 아니다. 보내고도 남은 걸 마저 보내기 위해 더 깊이 살아가야 하는, 그런 세월이다. 기다림이다.
필자의 ‘餘情’이란 수필의 말미로서, 사상과 정서의 동질화를 위해 시도해 본 문장이다.

③. 수필의 문장은 때로 知性을 情緖化 해야 한다

수필은 개성을 위주로 하되 어디까지나 대우적(對偶的)인 문학이다. 다시 말하면, 명제(命題)는 작자의 것이로되 결론은 작자 혼자만의 것일 수 없다는 동화현상, 즉 공감이나 감동의 동질화 현상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지성이 독주하면 명제는 빛이 나고 주제의식은 분명해질지 모르나, 독자와의 대우적 관계를 유지해주는 정서의 흐름은 막히고 끊길 위험이 있다. 진리의 구상학(具象學)인 장편문학인 소설에서는 때로 지성의 독주가 용허되지만, 오직 진실 하나만의 형상학(形象學)이어야 하는 단편문학인 수필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결국 지성의 정서화는, 소재 보다는 주제가 선결된 작품에서 요구되는 문체로서, 문학의 2대 기능 중의 하나인 지나친 교시성(敎示性)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신은 나 같은 인생이 자살할 것을 두려워서 여러 가지 방책을 쓴다. 첫째는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리라’는 희망을 내 정신 속에 심어둠이다. 이것은 진실로 생명수다. 이것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은 ‘내일이다, 내일이다……’하고 상한 가슴과 피곤한 다리를 끌고 허덕허덕 인생의 고개를 넘어가는 것이다.
이광수의 수필 ‘人生의 香氣(1924, <靈台> 1호)’ 중의 한 문단으로서,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리라’에서의 지성(知性)을, 방점 부분의 문장으로 정서화 하고 있다.
또한 정서화의 문장은 사상의 정서화도 원활하게 이루어야 한다. 사상의 정서화란 제재를 내면적 요구에 의해, 즉 작자의 가치관이나 인생관으로 합리화하는 개성적인 시각이요, 마음이다. 이 때의 개성은 시(詩)에서의 주관성과는 그 본질이 같지 않다. 어디까지나 보편성을 기조로 한 인간과 삶에 대한 자기 분석이요, 자기 평가이다.
때문에, 지성의 정서화는 사상의 정서화가 보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짐으로써만 가능하다.

① 땅이 깨끗하고 하늘이 깨끗하면 그 나라의 정치 또한 깨끗한 법인가 하여, 슬그머니 주머니 속으로 여권을 만져보며, 내 땅 내 하늘의 빛깔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② 유월에 장관을 이룬다는 철쭉이 보고 싶어 이 지리산을 찾아 왔다. 그러나 날짜를 잘못 짚었는지 철쭉은 보지 못하고, 지금 나는 인적 없는 뱀사골에 앉아 물 속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금은 유월 초순, 나뭇잎이 가장 순한 연두빛을 띠고 있는 계절. 조금 있으면 연두빛은 짙은 녹색으로 변하고, 더 있으면 그 녹색에 노인의 반점처럼 검은빛이 섞여들 것이다.

①은 필자의 졸작 ‘부겐빌레아’와 ②는 李正林의 ‘뱀사골의 물빛’의 한 문단으로서, 방점 부분이 지성을 정서화한 일단의 문장들이다.

④. 수필의 문장은 主題를 想像化 시켜야 한다

주제의 효과적인 의미전달을 위해서다. 여기서의 ‘효과적’이란 직접성이 아니라 간접성, 즉 상상성을 뜻한다. 하지만 단편의 문학인 수필에서는 산만한 소재를 자기화 하고, 그를 다시 주제화 하는 작업은 그리 용이하지 않다. 때문에,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수필의 창작적 기능, 즉 ‘주제의 상상화’ 작업이다. 사건의 치밀한 사전 구성에 의해 과학적으로 전개되는 소설과는 달리, 수필에서의 주제는 대개 일차원적인 구상(具象)이나 집상(集想)에 의해 한 두 문장으로 표현된다. 해서, 소설에서의 묘사나 대화(對話)의 역할을, 수필에서는 몇 개의 단어나 한 둘의 문장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는 부담을 안고 있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청자연적이다󰡓라는 한 문장이 그 수필의 서두이면서 결구요 또 주제라는 사실은, 제재나 형식의 무제한성에 비해 단편 문학이라는 ‘제한 성’때문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물론 ‘난’ ‘학’ ‘청자연적’들은 이 작품의 주제를 상상적으로 처리하는 ‘비유어’들이다.
그래서 상상화의 문장들은 흔히 상징, 암시적인 어휘를 선택하거나 생략, 함축적인 문구들을 요구한다. 때로는 의인(擬人), 우화(寓話), 해학(諧謔) 등을 수용함으로써 주제의 상상화, 즉 문예적인 기능을 감당하기도 한다.
아이, 그 놈의 개구리 우는 소리에 잠이 와야지. 그래서 만주로 가는 길이야.
야인(野人)의 ‘땅(1924, <朝鮮文壇> 1호)’이란 수필의 한 문장으로서, 조선으로 이주한 일본인들의 농지탈취로 더 이상 제 땅에서는 살 수가 없어 만주로 쫓겨가는 한 농부의 익살이다. 발붙일 곳이 없어 유랑의 길을 떠나면서도, 가는 이유가 어이없게도 ‘개구리 우는 소리 때문’이라니, 주제의식을 상상 처리하는 자조(自嘲), 자탄(自歎)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서양인은 13의 수를 싫어하여 여관이나 선실에도 12 다음에는 14호가 된다 하며, 전화에도 13번은 싫어한다. 하기는, 우리 조선도 13도(道)로 가르더니 별로 좋지를 못하였다.
이광수의 수필 ‘談片(1924, <朝鮮文壇> 1호)’의 일절로서, 이 역시 일제하의 참상을 풍자하는 주제를 상상 처리한 비유의 문장이다.
소나무로 테를 둘러 터놓은 좁은 공간, 비록 한 평에도 못 미치는 창문이지만 내게는 그 어떤 명품이나 고가의 보석으로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존재다. 대를 이어 아이들에게, 그 다음 세대까지라도 소중한 가보이 듯 길이 전해지고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다. 호마(胡馬)나 월조(越鳥)에 버금가는 실향민의 아픔으로, 간절한 기다림으로.
지금은 한란(寒蘭)의 계절, 마침 열 송이가 피어 고향가는 기러기인 듯 날개짓을 하기에, 북창(北窓) 가까이로 그 화분을 옮겨놓는다.
필자의 ‘北窓’이란 수필의 종결구로서, 이 역시 ‘思鄕’이란 주제를 상상처리하기 위해 시도해본 문장이다.

5. 簡潔, 鮮明하면서도 情的이여야 하고, 比喩, 含蓄的이면서도 知的이어야한다

지적인 문장은 정서를 사상화함으로써 주제에의 접근과 그 이해를 돕고, 정적인 문장은 사상을 정서화함으로써 독자와의 공감관계를 유지해 준다. 이해와 공감, 그것이야 말로 현대수필이 지향하는 문예화의 기능과 목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① 심산 속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자연의 품에서 그대로 퍼질대로 퍼지고, 자랄대로 자란 싱싱하고 향기로운 이 산나물 같은 맛이 사람에게도 있는 법이건만, 좀체 순수한 이 산나물 같은 사람을 만나기란 요새 세상엔 힘드는 노릇같다.
산나물 같은 사람은 어디 없을까? 모두가 악세고, 꾸부러지고, 벌레가 먹고, 어떤 者는 가시까지 돋쳐 있다.
어디 산나물 같은 사람은 없을까?

② 나는 감방의 벽면이 저러려니 생각되었다. 그리고 더구나 화가인 K군을 위해서 그 사막의 벽면에다 만년필의 잉크라도 한 줄기 뿌려놓고 싶었다.
벽이 그립다. 멀찍하고 은은한 벽면에 낡은 옛 그림이나 한 폭 걸어놓고 그 아래 고요히 앉아 보고 싶다. 배광(背光)이 없는 생활일수록 벽이 그리운가 보다.

①은 盧天命의 ‘山나물’과 ②는 李泰俊의 ‘壁’의 말미로서, 방점부분이 ‘情的’, ‘知的’ 문장의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작품감상>

백자(白磁)와 홍매(紅梅)

鄭 木 日

내가 자주 들르는 P 화랑 한구석, 사방탁자 위엔 목이 긴 조선 백자병이하나 놓여 있다. 화랑에 들를 때마다 무심결에 그 백자병에 눈이 머물곤 했다. 담담한 그 빛깔과 태깔을 바라보고 있으면 목에서부터 미끄러져 내려온곡선이 내 눈길과 마주쳤다. 모르긴 해도 백자는 달빛을 담아 둔 그릇 같았다. 볼수록 은은하고 마음이 비칠 듯한 그릇이었다.
어느 날, 이 백자병에 홍매(紅梅)가 꽂혀 있었다. 화랑의 주인 S여사의 솜씨였다. 목이 긴 조선 백자의 미끄러지는 곡선미와 쭉쭉 뻗은 가지에 점점 이 맺힌 붉은 꽃망울 …
백자와 홍매의 만남이야말로 기막힌 조화의 극치이며 대화이다. 그저 할말을 잊어버리고 마음으로 주고받는 대화는 어떤 말일까. 서로 은밀한 얘기로써 매화 가지에 물이 오를 때 백자는 그윽한 달빛이 되어 피리 소리를 띠고 있는 것일까.
꽃병은 꽃을 꽂는 그릇이지만, 마음을 담아 두는 그릇이다. 담는 이에 따라 병도 다르고 꽃도 다르다. 또한 이 꽃병을 꽂는 위치도 달라진다.
조선 백자병이 사방탁자 위에 올려져 있을 때, 백자병에 홍매가 꽂혀 있을때, 시간과 공간의 만남, 그 의미와 멋은 사뭇 달라진다. 이런 멋의 깊이, 눈썰미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백자와 마음으로 대화를 나눠 정이 들대로 들어야 그 맛을 터득하게 되는 법이다.
백자를 어느 공간의 어디에 놓아두어야 할까. 그것을 깨닫기에도 오랜 세월이 걸린다. 더군다나 백자에 어떤 꽃을 꽂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선 하나의 재능이요 솜씨가 아닐 수 없다.
우선 병이든지 항아리든지 간에 꽃을 꽂을 그릇을 잘 알지 않으면 안 된듯 싶다. 오랫동안 항아리를 쳐다보며 어떤 꽃을 꽂을 것인가 생각하는 것 자체가 미(美)의 경지인 것이다.
드디어 매화가 피었을 때, 나무 밑에서 어떤 가지를 꺾을 것인가 생각하는 것은 선(禪)의 경지가 아닐 수 없다.
매화나무 아래서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한 송이 매화가 맺히기까지의 전 과정을 생각하면서 백자 항아리의 흰 곡선을 떠올릴 것이다. 아무 가지나 꺾는 법이 아니다. 나뭇가지 밑에서 조용히 바라보면서 생각해 둔 것― 마음에 드는 가지 한 가지를 꺾어 항아리에 담으면 되는 것이다. 눈에 거슬리는 두 세 가지를 잘라 내고 꽂으면 그만이다.
그냥 한 가지면 족하다. 소탈하게 툭 던져 담아 두면 될 것이다. 여기에 어떤 기교나 방법이 따로 필요치 않다. 백자 항아리를 그냥 두고 바라만 보아도 아름다운데 꽃을 담았으니 어찌 아름답지 않을 수 있으랴.
내가 어렸을 적에 우리 어머님은 안방의 탁자 위에 흰 책보를 펴놓으시고 그 위 백자 항아리에 복사꽃이나 살구꽃을 꽂아 두셨다. 항아리에 물을 넣 어 줄 때도 옥양목 책보에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도록 정성을 들이셨다.
며칠이 지나고 나면 책보 위에 꽃잎이 떨어졌다. 어머니는 떨어진 꽃잎을 책보에 싸서 바깥에 나가시어 조용히 털고 오셨다. 어머님의 주름진 얼굴을 대하면, 지금도 어릴 적의 흰 책보 위에 단정히 놓인 백자 항아리와 복사꽃 이 떠오르며 향긋한 꽃내음을 느낀다.
요즘엔 꽃꽂이를 수반에 많이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꽃꽂이에 대한 책과 강습회도 자주 열린다. 현대 여성들이라면 꽃꽂이의 기초 정도는 익혀야만 행세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현대의 꽃꽂이는 자연미보다 너무 기교적 인 조형미에 치중하는 감이 없지 않다. 이쪽의 가지가 이렇게 뻗었으니, 저 쪽의 가지는 요렇게 뻗어야 한다는 식의 공식적인 기교에 얽매이고 있다.
겉모양은 그럴 듯하나 깊고 고요한 맛이 우러나지 않는다. 형식적인 미는 있지만, 마음이 담겨 있지 않다. 어쩌면 수필을 쓰는 법도 꽃을 꽂는 법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필이라는 문학 형식이 꽃을 꽂는 그릇이라면 꽃을 꽂되 어떤 꽃을 꽂아야만 되는 것일까.
겨우내 매화 피기를 기다리며 항아리에 물을 채워 두는 마음 ― 매화나무 아래서 어떤 가지를 한 가지만 꺾을까 곰곰 생각하는 경지가 수필을 쓸 수 있는 경지가 아닐까 한다. 소탈하게 한 가지만 툭 꺾어 항아리에 던져 담은 멋, 이것이야말로 수필을 쓰는 비법이 아닐까. 노력도 없이 짧은 시간에 단숨에 멋들어진 꽃꽂이 솜 씨를 보이려는 생각은 무모한 것이다.
항아리에 홍매 한 가지만으로도 족한 것인데 나는 어리석게도 장미, 라일락, 튤립, 안개꽃 등 보이는 대로 욕심을 부려 왔지 않았는가.
역시 항아리에 꽃을 꽂는 법을 터득하려면 먼저 마음을 맑게 닦아 달빛이 쌓일 수 있는 깊이와 백자의 담담한 선미(禪美)를 알지 않으면 안될 듯 싶다.
누구나 항아리에 꽃을 꽂을 수 있는 것처럼 수필도 누구나 손쉽게 쓸 수있다. 그러나 하나의 백자 항아리가 지니는 미의 세계에 도달하기도 어려운 일이고 여기에 어울리는 꽃을 꽂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어릴 적에 하얀 책보 위 백자 항아리에 살구꽃을 꽂아 놓으시던 우리 어머님 같은 분은 어쩌면 꽃꽂이 솜씨만은 보통 이상이라고 생각된다.
요즘 꽃꽂이 전시장에 출품된 눈부시게 화려하고 정교한 솜씨의 작품들엔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항아리에 그냥 꽃가지를 꺾어 담아 놓으시던 우리 어머님보다 점수를 더 주고 싶지 않다. P 화랑의 사방탁자 위 조선 백자병의 매화를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내쉰 다. 홍매는 가엾게도 꽃잎이 떨어지고 있다. 며칠 후면 시들어 버리고 말 것이지만, 백자는 사방탁자 위에 언제나 그래도 있을 것이다.
한 순간에 잠깐 피어 지는 매화와 죽지 않는 생명을 지닌 백자가 이처럼 기막히게 어울릴 수 있는 까닭은 도대체 무엇일까.
백자가 홍매와 만나 더 우아롭고 향기로운 생명을 잉태할 수 있고, 홍매 역시 백자를 만나서 그 자태를 아낌없이 드러낼 수 있다. 백자와 홍매의 만남도 인연이다. 항아리는 항아리대로, 홍매는 홍매대로 눈을 감고 조용히 만남을 기다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홍매가 아니더라도 백자의 태깔에 어울리는 꽃을 알고서 꽂는 법을 터득할 수 없을까.
나도 백자 항아리의 매화와 같은 수필을 한 편이라도 써 보고 싶다.

6. 수필의 문장과 수사법

수필은 비교적 짧은 산문이기 때문에 '문장'이 작품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장 = 사람' 이라는 등식의 말을 곧잘 하는 데. 이를 '문장=수필'이라 해도 좋을 듯 하다.
문장은 글쓴이의 총체적인 이생의 경륜과 경지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인생을 안 것은 사람과의 접촉의 결과에서가 아니라, 책(문장)과 접촉한 결과이다."라고 프랑스 소설과 아나톨 프랑스는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어떤 글이 좋은 문장일까. 문장을 쓰기에 앞서 목적에 부합되는 글인가를 살펴봐야 한다.
지식, 이해가 목적인 글 : 설명문, 해설문
설득, 동조가 목적인 글 : 논설문, 논증문
감화, 공감이 목적인 글 : 묘사문, 서정문
사건, 흥미가 목적인 글 : 기사문, 서사문
첫째, 진실된 글이어야 한다. 수필은 진실을 바탕으로 한 글이므로 진실의 힘과 감 동이 잘 전달되도록 해야 하며 허위가 있어서는 안된다.
둘째, 바른 글이어야 한다.
품위 있는 글 : 어휘, 바른 관점의 글
문법에 맞는 글 : 맞춤법, 띄어쓰기, 월점
셋째, 쉬운 글이다.
단락의 변화나 한계가 뚜렷한 글 : 구성상 짧고 간결한 글 : 문체상 어렵거나 까다롭지 않은 글 : 표현상
넷째, 재미있는 글이다.
화제나 내용이 새롭고 재미있는 글. 서술이나 표현이 참신하고 개성적인 글. 변화있는 구성으로 지루함이 없는 글

(1). 수사법

문장의 표현에 있어서 많은 수사법이 사용된다. 그러나 수사법은 여인의 화장법과 흡사한 것이어서, 지나친 수식어의 남발은 문장을 천박하게 만들며 되려 진실을 오도하게 한다. 화장을 하되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 훌륭한 방법이듯, 문장의 수사법도 진실의 바탕을 가리거나 해치지 않아야 하고, 나타내고자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또렷하게 부각시킬 수 있어야 한다.

(2) 수사법의 3대 원리

문장의 수사법에는 기본 원리가 있다. 강조의 원리, 비유의 원리, 변화의 원리이다.

① 강조의 원리

작가의 나타내고자 하는 사상이나 감정 중에서 어느 부분을 더욱 또렷하게 전달하며 강한 인상을 주려고 할 때 사용한다.

② 비유의 원리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어떤 형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보임으로서 명확한 인상을 주려고 할 때 사용한다.
가령, '날 좀 보소' 라는 평범한 말을 '동지섣달 꽃본 듯이 날 좀 보소'라는 비유법으로 더욱 선명하게 전달한다. 미인을 '장미처럼 아름다운 미인'이라 표현한다.

③ 변화의 원리

문장의 단조로움이나 지루함에 변화를 보려고 할 때 사용한다. 사람들은 변화를 추구한다. 수사법(修辭法범; rhetoric)이란 원래 웅변의 기술을 뜻하던 라틴어에서 나온 말인데, 이제는 작문상의 기법을 의미한다. 수사란 문장을 미적이고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사용하는 비유, 수식 등의 방법을 뜻하며, 수사법은 그 방법으로부터 확립된 기교의 형식을 의미한다. 문장의 기술, 문체, 비유법 등 여러 가지 뜻으로 대용되는 수사법의 역사는 인간의 문자 발명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지만, 서양에서는 그리스에서 민주 정치의 한 방편으로서 중시하던 웅변술의 훈련을 위해서 수사법이 발달되었다.
동양에서는 중국을 비롯해 우리 나라에서도 주로 시작법(詩作法)의 기교로 발달하였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이란 어떠한 경우를 막론하고 설득을 위한 모든 수단을 고찰하는 기능'이라고 정의한 이래 시대에 따라 수사에 대한 개념이 변천해 왔다. 초기에는 미적 효과를 중시하던 개념에서 시작하여 차츰 정확하고 효과적인 표현과 전달을 중시하는 개념으로 바뀌게 되었다.

(3) 수사법의 종류

① 비유법

비유법이란, 기존의 의미와는 다른 새로운 의미를 얻기 위해, 어떤 의미의 말이나 현상을 그와 유사성이 있는 다른 현상이나 말에 결부시킴으로써, 의미를 새롭게 전이시키는 것을 말한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이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비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 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失了愛情痛苦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이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은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 피천득의 「오월」 전문-

오월에 비유되는 것으로는 ①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 ②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 ③ 앵두 ④ 어린 딸기 ⑤ 모란 ⑥ 신록으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이 결부 작용은 대체로 유사점의 발견과 유추를 통해서 이뤄진다. 여기서 '오월'을 '원관념'이라 하고 ①~⑥가지의 보기를 '보조관념'이라 한다.
비유법에는 직유법, 은유법, 상징법, 풍유법과 우화, 의유법, 대유법, 중의법, 의성법, 의태법이 있다.

1) 직유법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를 '―처럼','―같이','―인 ','―인 듯' 등의 말을 매개로 하여 '무엇은 무엇 같다.' 혹은 '무엇 같은 무엇'식으로 결부시키는 비유법이다.

󰄤 나는 그믐달을 몹시 사랑한다.
그믐달은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예쁜 계집 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가 숨어 버리는 초생달은 세상을 후려 삼키려는 독부(毒婦)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 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와 같이 애절하고 애절한 맛이 있다.
보름에 둥근 달은 모든 영화와 끝없는 숭배를 받는 여왕과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애인을 잃고 쫓겨남을 당한 공주와 같은 달이다.
초승달이나 보름달은 보는 이가 많지마는, 그믐달은 보는 이가 적어 그만큼 외로운 달이다. 객창 한 등에 정든 임 그리워 잠 못 들어 하는 분이나, 못 견디게 쓰린 가슴을 움켜잡은 무슨 한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 달을 보아주는 이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는 고요한 꿈나라에서 평화롭게 잠들은 세상을 저주하며, 홀로이 머리를 풀어 뜨리고 우는 청상(靑孀)과 같은 달이다.
내 눈에는 초생달 빛은 따뜻한 황금빛에 날카로운 쇳소리가 나는 듯하고, 보름달은 치어다보면 하얀 얼굴이 언제든지 웃는 듯하지마는, 그믐달은 공중에서 번 듯 하는 날카로운 비수와 같이 푸른빛이 있어 보인다. 내가 한 있는 사람이 되어서 그러한지는 모르지마는, 내가 그 달을 많이 보고 또 보기를 원하지만, 그 달은 한 있는 사람만 보아주는 것이 아니라 늦게 돌아가는 술주정꾼과 노름하다 오줌 누러 나온 사람도 보고, 어떤 때는 도둑놈도 보는 것이다.
어떻든지, 그믐달은 가장 정 있는 사람이 보는 중에, 또는 가장 한 있는 사람이 보아주고, 또 가장 무정한 사람이 보는 동시에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 많이 보아준다.
내가 만일 여자로 태어날 수 있다 , 그믐달 같은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 나도향의 「그믐달」 전문 -

「그믐달」에서 직유법으로 표현된 것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철모르는 처녀 같은’'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와 같이''여왕과 같은''공주와 같은' '천상과 같은' '날카로운 쇳소리가 나는 듯''언제든지 웃는 듯하지 마는''날카로운 비수와 같이' '그믐달 같은' 등이다.

2) 은유법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직접 연결하여 '무엇은 무엇이다'는 식의 비유이다.
󰄤「수필은 청자연적이다. 수필은 난이요 학이요 몸맵시 날렵한 여인이다.」
- 피천득의 「수필」의 서두 -
'수필'이란 원관념에 도자기를 비유하여 '청자연적' 화초에 비유하여 '난' 새에 비유하여 '학' 여인에 비유하여 '몸맵시 날렵한 여인'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은유법이라 한다. 피천득의 '수필'은 전문이 거의 은유법으로 돼 있으며 수사법 중 가장 함축성이 뛰어난 비유법이다.

3) 상징법

비유의 폭과 깊이를 고도로 확장․심화시킬 수 있는 비유법으로, 원관념은 언어 진술의 표면에 직접 나타내지 않고, 보조관념만 드러내는 식의 비유법이다.
󰄤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란 시집에는 '임'이란 말이,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에는 '들'이란 말이 여러 번 반복되어 나오지만, 그것의 원관념에 해당하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라는 표현이 진술되지 않았다. 원관념은 우리가 여러 가지 조건들을 고려하여 찾아볼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비유를 상징이라 한다. 상징은 이처럼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1:1의 관계가 아니라 1:다(多)의 관계를 가지며, 본문 속에서 반복되어 나타난다.

4) 풍유법

원관념은 드러나지 않고 보조관념만 드러나는 데, 그 보조관념들 모두가 비인격적인 것들이라는 점에서 의인법이나 상징법과 다르다. 풍유나 우화를 구성하는 보조관념들은 주로 동식물의 생활 풍습이며, 그것을 통해 인간의 생활 풍습을 암시한다. 단순한 동식물에 관한 얘기는 풍유나 우화가 아니다.
풍유로 된 이야기를 풍유라 한다. 동물 이야기를 주로 하는 작자 미상의「토끼전」 「별주부전」등이 그 예이다.
󰄤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
티끌 모아 태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5) 활유법과 의인법

무생물이나 동식물에 생명이나 인격을 부여하여 표현하는 방법이다. 활유법은 무생물을 생물의 속성에 비유하는 비유법이고, 의인법은 비인격적인 유정물을 인간의 속성으로 비유하는 것이다. '돌의 숨소리를 듣는다.' 는 활유법이고, '소가 웃는다.'라는 표현은 의인법이다.
󰄤 철이 바뀌고 가을달이 명랑했다. 이슬은 안개처럼 내리고 귀뚜리 소리는 홀어미가 아니라도 구슬프게 들릴 무렵 창밖에서 홀연히 부스스 인기척이 일어난다. 의아하여 문을 홱 열어젖히면 이슬방울을 푸른 잎 위에 굴리며 가을바람과 회롱 하는 파초가 서서 있다. 이때 가서야 파초의 신세가 가엾다. 확실히 고향을 그리워하는 파초다. 향수를 머금고 이내 시름을 날리기 위하여 남국(南國)의 파초는 북국(北國)의 가을바람과 숨바꼭질을 한다.
-朴種和의「芭蕉와 思惟」-
6) 대유법

어떤 사물을 다른 사물로 대치하는 비유법으로, 어떤 사물과 밀접히 관련된 것을 사용해서 다른 사물을 나타내는 환유법과, 개체로 전체를 혹은 전체로 개체를 나타내는 제유법이 있다.
󰄤 시골 사람을 '핫바지', 형사를 '가죽잠바'로 표현하는 것은 환유법이고, '약주'로 술 전체를 '밥'으로 음식 전체를 표현하는 것은 제유법이다.

7) 의성법

어떤 사물의 소리를 표현하는 방법이고, 의태법은 사물을 그것의 생김새나 움직이는 모양으로 표현하는 비유법이다.
󰄤 바람의 부는 모습을 표현한 '산들산들''한들한들''살랑살랑'등이 의태어의 일종이고, '삐이 삐이 뱃종 뱃종' '호올 호로롯' '찌이잇 잴잴잴잴' 등은 새소리를 형용한 의성어이다.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 오른다.(의태법)
아이가 아장아장 걷는다.(의태법)
까마귀가 까옥까옥 울고 간다.(의성법)

② 강조법

강조법이란 글 중의 일부를 강조하는 효과를 내기 위하여 사용하는 수사법이다. 강조법의 종류는 과장법, 반복법, 열거법, 영탄법, 점층법과 점강법, 현재법, 대조법, 억양법, 미화법, 문답법, 명령법, 돈호법, 치환법, 괄진법이 있다.

1) 과장법

사물을 실제보다 과장하여 표현하여 강조하는 수사법이다.
이 수사법은 실제보다 크게 또는 많게 표현하는 확대 과장과 실제보다 작게 도는 적게 표현하는 축소 과장으로 나뉜다.
󰄤 '벼룩의 간 만하다.' '모시야 적삼 안에 분통같은 저 젓 보소/ 많이 보면 병환 나니 담배씨 만큼 만 보고 가소.' 의 '담배씨 만큼' 은 축소 과장이다.
하늘을 찌르는 듯이 높은 산, 살을 에는 듯이 찬바람
찌는 듯한 더위 부모의 은혜는 산 같이 높고, 바다 같이 깊다.
모기 소리만 하게 속삭인다.
밴댕이 만 한 소갈머리
눈곱만치도 주려고 하지 않는다.

2) 반복법

같은 단어와 어구를 반복함으로써 어떤 뜻을 강조하려는 수사법이다.
󰄤 '달빛이 싫어, 달빛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 의 반복어들은 '달밤이 싫다'는 뜻을 효과적으로 강조한다.
옛날 옛날 또 옛날에./멀고 먼 나라./깊고 깊은 바다./기나긴 밤.

3) 열거법

같은 부류에 속하는 말을 늘어놓아 뜻을 강조하는 수사법이다.
󰄤 '들에는 풀들이 많기도 하다. 꽃다지, 질경이, 애기똥풀, 쑥, 냉이, 패랭이, 엉겅퀴, 방랭이, 뱀딸기…. 하늘에는 별이 그렇듯, 들에는 온통 들별들이 떠 있다.' 에서도, 들에 여러 가지 종류의 풀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풀의 이름을 열거함으로써, 그 의미를 효과적으로 강조한다.
운동화에. 국방색 당고바지에 검정 저고리에, 오그라 붙은 칼라에, 배배 꾄 검정 넥타이에, 사 년 된 맥고자에, 볕에 탄 얼굴에, 툭 불거진 광대뼈에, 근천스럽게 달라붙은 안면 근육에, 깡마른 눈 정기에… 이 행색과 모습은 백만장자의 지배인 겸 비서겸, 이러한 인물이라 그는 매우 섭섭해 보입니다.
蔡萬植 「太平天下」

4) 영탄법

마음속의 깊은 정회를 드러내는 표현법, 즉 참을 길 없는 감정의 흥분을 표현하는 강조의 수법이다. 이 때는 흔히 감탄사나 감탄의 정회를 나타내는 말을 쓴다.
󰄤 어린 아들의 죽음을 노래한 정지용의 시「유리창」의 끝 구절
'고운 肺血管이 찢어진 채로/아아, 뉘는 山人새처럼 날러 갔구나!'의구절도 이런 수법이다.

5) 점층법, 점강법

점층법은 어떤 사상이나 감정을 점점 강하게 고조시켜 가는 표현법이다. 점강법은 그 반대로 어떤 감정을 점점 강하게 저하시켜 가는 표현법이다.
󰄤 '둘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 셋이 있어도, 다섯이 있어도, 열, 스물, 백 명이 있어도 말은 어디론가 자꾸자꾸 도망친다.'는 점층법이고,
'눈이 감겼다, 숨이 끊어졌다. 마주 잡았던 손이 방바닥으로 스스로 늘어졌다. 마침내 온 방 안은 견디기 힘든 침묵으로 가득 찼다' 는 점강법이다.

6) 현재법

사물이나 사건을 강조하기 위해 과거의 일이나 미래의 일을 현재의 일처럼 표현하는 수사법이다.
󰄤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든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든 // 그 무성하고 푸르든 나무같이 / 늘 안녕히 계세요' 는 현재법의 좋은 예이다.

7) 대조법

어떤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것과 서로 대립되는 것을 대조하는 수사법이다.
󰄤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잘 되면 제 탓 못 되면 조상 탓''적은 사랑은 나를 웃기더니 많은 사랑은 나를 울립니다.'이 그런 예이다. 대조법이 대구법과 다른 점은 전자는 의미상으로 대립이 되고, 후자는 리듬, 호흡, 운율 상으로 대칭이 된다는 점이다. 전자는 강조법이고 후자는 변화법이다.

8) 억양법

어떤 것에 대해 의미상 앞에서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뒤에서 긍정적으로 표현하던가, 혹은 그 반대로 표현하여 강조하는 표현법이다. 이 수사법은 어떤 것에 대해 변호를 하거나 공격을 할 때 많이 쓴다.
󰄤 '그는 좀 모자라지만 사람은 착해''얼굴은 고운데 마음이 나빠'식의 표현이 그 예이다.

9) 미화법

하찮고 추하고 나쁜 것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강조법이다.
󰄤 변소를 '화장실'로 걸인을 '자유인'으로 도둑을 '밤손님'으로 표현하는 것
10) 문답법

어떤 문제나 사물을 강조하기 위해 묻고 대답하는 형태로 표현하는 강조법이다. 이는 답변이 있다는 점에서 설의법과 다르다.
󰄤 '백제의 도미 부인, 신라의 수로 부인, 고구려의 유화 부인 중에서 누가 더 애절하게 아름다울까? 애절한 아름다움으로야 백제의 도미 부인이 제일이다.' 식의 수사법이다.

11) 명령법

어떤 것을 강조하기 위해 명령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는 격문, 선전광고문 등에서 많이 사용한다.
󰄤 '싸워라, 이겨라, 건아들이여!''당신의 간장, 이 한일의 약으로 지키십시오.' 등이 그 예이다.

12) 돈호법

인격화된 사물이나 현존해 있지 않은 사람에게 말을 거는 표현법이다.
󰄤 '어머니, 당신의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일림아, 촛불을 끄렴, 이제 우리 머언 나라로 다시 긴 여행을 떠나야 하지 않겠니?' 등의 표현에서 상대방을 부르는 식의 수사법이 그것이다.

13) 치환법

이미 사용한 말이나 내용을 철회하거나 부정하고 다른 말이나 내용으로 대치하는 수법이다.
󰄤 '황금은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아니,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다기보다도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든다.''사랑은 뜨거운 것이다. 아니 뜨겁다기보다 차가운 것이다.' 등이 그런 예이다.

14) 괄진법

이미 장황하게 서술한 것을 통괄해서 독자에게 확실한 인상을 주는 표현법이다. 대개 어떤 문단이나 글의 결말, 결론 등에 사용된다.
󰄤 나도향의 수필「그믐달」에서처럼 '어떻든지 그믐달은 가장 정 있는 사람이 보는 중에 또 가장 한 있는 사람이 보아주고, 또 가장 무정한 사람이 보는 동시에, 가장 무서운 사람들이 많이 보아준다.'가 그 예이다.

(3) 변화법

변화법은 어떤 사상이나 감정을 서술하다가 너무 단조롭고 지루하게 되거나, 의미를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표현상의 변화를 필요로 할 때, 표현에 변화를 줌으로써 인상 깊고 생생한 감동을 주어 독자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수사법이다.
변화법으로는 설의법, 인용법, 도치법, 생략법, 대구법, 반어법, 역설법, 곡언법, 냉조법, 비약법이 있다.

1) 설의법

평서문으로 서술해도 될 것을 의문문으로 바꾸는 표현법이다. 이 수사법은 권유, 연설, 변론, 공격 등의 내용에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 '그래도 그를 정직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술의 해독이 이와 같거늘 어찌 술꾼을 지혜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어머니 이 밤이 너무나 길지 않습니까? '가 그 예이다.

2) 인용법

다른 사람의 말, 주장, 의견, 이론 혹은 고사, 격언, 속담 등을 빌려오는 방법이다. 원문 그대로를 인용하는 직접인용법/ 명인법과 그 내용만을 간접적으로 차용하는 간접인용법/ 암인법으로 나뉜다.
󰄤 도스토예프스키는 「카라마조프의 형제」속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지상의 일체 생물은 무엇보다도 먼저 그 삶(生)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된다.」

3) 도치법

문장의 변화를 주기 위해 문장의 어순을 바꾸어 쓰는 변화법이다.
󰄤 가거라, 어서
보고 싶어요, 붉은 산이― 그리구 흰옷이―
참 섭섭해요. 여름내 계실 것 같이 말씀 들었더니― (도치법)

4) 생략법

생략법은 문장의 압축미와 여운을 주기 위해 문장의 일부를 생략하는 변화법이다.
󰄤 캄캄하던 눈앞이 차차 밝아지며 거물거물 움직이는 것이 보이고 귀가 뚫리며 요란한 음향이 전신을 쓸어 없앨 듯이 우렁차게 들렸다. 우레 소리……(들렸다), 바다 소리가(들렸다),
바퀴 소리가 (들렸다) 별안간 눈앞이 환해지더니 열차의 마지막 바퀴가 쏜살같이 눈앞을 달아났다. 李孝石의 「豚」

5) 대구법

대구법은 변화를 주기 위해 리듬, 호흡, 반복성에 대칭성을 마련하는 표현법이다. 의미상의 대립을 목표로 하는 표현법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조법과 다르다.
󰄤 '청산은 내 뜻이요 녹수는 임의 정' '방실방실 웃는 임을 못 다 보고 해 다 지네/ 해 다 져서 못 다 보면 돋는 달로 다시 보지.' 등이 그런 예이다.

6) 반어법
반어법은 의미상의 긴장과 상충, 대조를 드러냄으로써 표현의 변화를 꾀하는 표현법이다.

7) 역설법
역설법은 겉으로 얼핏 보기에는 불합리한 듯하나, 면밀히 고찰해 보면 진실임을 깨닫게 되는 진술이다.
󰄤 존 던의 종교시「내 가슴을 때려 주소서」의 끝 부분에서'생명을 얻고자 하는 자는 생명을 잃어야 한다.' '저를 당신에게로 잡아가, 투옥해 주소서,/왜냐하면 당신이 저를 가두시지 않으신다면, 저는 결코 자유로울 수도,/ 결코 정숙할 수도 없사옵니다, 당신이 저를 겁탈하지 않으신다면' 등이 그 예이다.

8) 곡언법
주장하는 것보다 적게 말하는 변화의 수법이다.
󰄤 '그는 바보가 아니다(그는 대단히 영리하다) 그녀는 미인이 아니다(그녀는 아주 못생겼다) 그 시험은 누워서 떡 먹기가 아니었다.(그 시험은 대단히 어려웠다)'가 그 예이다.

9) 냉소법
남의 약점을 조롱의 어조로 들추어내는 표현법이다.
󰄤 '안내양, 이 버스 오늘 중으로는 떠나지? (버스가 너무 오래 정차하고 있음을 조롱하는 표현), 야, 너희 주인 정미소에 갔니?(주문한 식사가 너무 늦도록 나오지 않음을 조롱하는 표현) '등이 그런 예이다.

10) 비약법
평탄하게 순서대로 천천히 서술되던 문장이 갑자기 속도와 순서를 변화시키면서 서술의 방향이나 내용의 단계를 건너뛰어 서술하여 변화를 일으키는 방법이다.
󰄤 '전주, 밤안개가 짙은 동짓달, 자욱한 안개 속, 그리고 이슬비, 늘어선 간판들 주위만이 희미하게 밝다. 한 사람이 길을 걷다 포도 위에 쓰러진다. 주위는 갑자기 더 고요해진다. 죽고 싶다.' 는 예문의 경우, '한 사람이 포도 위에 쓰러진다. ' 라는 문장과 '죽고 싶다.' 라는 문장 사이에 많은 말들이 감추어져 있어, 의미상의 비약이 일어나고 있다.
어둡다. 요란하다. 우레 소리, 번갯불, 바람은 천지를 쓸어 가란 건가. 구름은 우주를 뭉개 버리란 건가. 파도 소리, 저 파도 소리, 절벽을 물어뜯는 저놈의 파도 소리, 수십 길 절벽을 뛰어 넘어 이 집을 쓸어 가려는 듯, 차라리 쓸어 가 버려라, 집까지 섬까지 한 묶음을 삼켜 버려라.

7. 수필문장의 표현 방법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바르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에 부합하는 효과적인 표현 방법이 필요하다. 내용에 부합하는 효과적이 표현 방법을 구사하면 읽는 이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며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표현이 효과적이지 못하면, 그 말과 글은 지루하고 산만하게 느껴지고 사실을 바르게 전달할 수 없다.

(1) 글의 진술 방법

① 설명 : 어떤 사실이나 정보, 지식 등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쓰는 방법
② 묘사 : 사물의 모습이나 상황을 언어로 그림 그리듯이 표현하는 방법
③ 논증 : 주장하는 바를 논거를 내세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방법
④ 서사 : 사건의 진행 과정이나 사물의 움직임, 변화 등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줄거리를 짜서 표현하는 방법

① 교훈적 : 필자의 체험이나 사색을 바탕으로 인생에 대한 예지, 삶의 태도 등 교훈적 내용이 강하게 드러난 수필이다. 문체나 내용이 중후하다.
② 희곡적 : 사건의 전개가 소설처럼 긴밀하게 연결되어서 그 내용 자체에 극적인 요소가 들어 있는 수필.
주로 작가의 체험이나 실제의 사건을 소재로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감을 주기 위하여 현재법을 쓴다.
③ 서정적 : 생활이나 자연 등에서 느끼는 감상을 주정적, 주관적 관점에서 쓰는 수필로서 예술성(특히 문체)이 강한 것이 특징.
④ 서사적: 어떤 사실에 대하여 필자의 주관을 개입시키지 않고 서술해 나가는 수필.
기록의 사실성, 사건의 실재성이 문제가 된다. 기행수필의 날카로운 관찰, 조심스러운 조사, 바른 지식, 타당한 결론 등이 필요하다.


(2) 수필에서 서술 묘사와 서사

* 문장(敍述)

구성을 문장에의 조립작업이라고 한다면 서술이란 언어로 나타내는 표현작업이라 할 수 있다.
세밀하게 작성된 줄거리(구성)에 따라 독자에게 알기쉽게 또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문자로써 표현하는 일체의 언어적 활동을 서술이라고 할 수 있다.
문장으로의 정립 단계가 서술이다.
서술(문장)은 문자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언어와 문장은 공동운명체이다. 그러나, 언어가 곧 문장은 아니다. 문장 은 文(sentence)을 전제로 한다.
서술의 양식(설명, 논설, 묘사, 서사)은 작자의 동기나 목적에 의하여 결정되어진다.

수필의 서술에는 비문학 작품을 서술하는 모든 방법이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수필 서술에 주로 사용되는 방법은 묘사, 서사이다. 수필의 서술 방법은 수필을 분류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묘사는 대상 전체를 부분으로 나누어, 각 부분을 차례로 표현하는 것이다. 묘사는 움직임이나 변화나 시간과 관계없이 대상을 표현한다. 묘사의 제재는 표현되는 대상 -물건, 식물, 동물, 사람, 건물,산 등이다. 묘사는 읽는이가 표현되는 대상을 상상하고, 상상된 대상으로부터 감각적 인상이나 정서적 영향을 받게 한다. 감각적 인상이란 대상을 직접 눈으로 보거나 귀로 듣는 것 같은 느낌, 대상이 손이나 몸에 닿는 것 같은 느낌, 대상의 냄새를 직접 코로 맡는 것 같은 느낌, 혀로 대상을 맛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정서적 영향은 읽는이의 마음에 기쁨,반가움,슬픔,놀라움,무서움,끔찍함과 같은 경험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다.
훌륭한 묘사에는 대상의 감각적 측면-특수한 모양, 색깔, 소리, 향기에 잘 들어맞는 말이 선택된다. 묘사되는 대상 전체는 여러 세부와(작은 부분과) 여러 성질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각 세부와 성질은 각각 다르게 감각된다.
그러므로 각 세부와 성질을 여러 낱말로 표현하면, 대상 전체가 종합적으로 상상되지 않는다. 훌륭한 작가는 대상 전체를 종합적으로 상상하게 하려고, 비유를 사용한다.
서사는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 행동, 움직임, 변화를 감각적으로(눈으로 직접 보는 것처럼)표현하는 것이다. 서사는 행동이나 사건을 상상하게 하고,상상된 행동이나 사건에 의해서 읽는 이에게 기쁨, 슬픔, 행복, 두려움, 불안과 같은 정서가 일어나게 한다. 설명적 서사는 행동이나 사건이나 변화가 왜 어떤 순서로 일어났는가에 관한 정보를 전달한다.
서사에 포함되는 전체 사건은 부분적인 사건으로 이루어지고, 부분적인 사건 하나는 많은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행동의 이유나 원인은 행동하는 주체의 성격과 동기이다. 선행하는 행동과 후속하는 행동, 선행하는 사건과 후속하는 사건은 서로 관계를 가지면서 전체 사건을 이룬다.
서사된 사건들은 서로 원인-결과 관계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서사에서는 한 사건은 선행하는 사건의 결과이고, 후속하는 사건의 원인이다. 원인-결과 관계로 이루어진 사건을 다루는 수필은 마지막 사건의 원인을 알려 주려는 의도로 쓰여진 것일 수 있다. 이런 수필은 독자가 예측하지 못한 원인을 밝힘으로써 흥미를 느끼게 할 것이다.
더 깊이 따지면, 한 사건의 원인이 되는 것은 선행하는 사건에 참가하는 인물의 동기나 성격이다. 작품에는 동기나 성격이 직접 표현되지 않고 암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동기나 성격은 문맥으로 짐작해야 할 경우가 많다. 윤오영의 '동소문턱'에서 지은이는 전에 불량 청년들이 돈치기를 하는 가게 앞을 피하여 다른 길로 간다. 그러나 불량 청년들이 여학생의 길을 막던 날에는 그들 사이를 뚫고 당당하게 걷는다. 이것은 여학생을 보호하려는 동기와 용감한 성격을 암시한다.
사건의 결과로 동기나 성격이나 태도나 인식이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사건의 결과로 동기나 성격이 변화하는 것을 보여 주는 수필도 드물지만, 태도나 인식의 변화는 수필에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유달영의 '절도범 P'에서는 사건의 결과로 절도범에 대한 지은이의 태도와 인식이 변화하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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