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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울란바타르 마라톤 후기(고도 1,300m에서 완주한 19번째 풀코스)

작성자해오름|작성시간26.06.12|조회수96 목록 댓글 6

2026 울란바타르 마라톤 후기

먼지, 고도, 바람, 그리고 애주가와 함께한 19번째 풀코스 완주

 

처음부터 대회라기보다는 여행에 가까운 기분이었다.
학창시절 수학여행 가는 날처럼 괜히 들뜨는 마음으로 캐리어 하나를 끌고 단체 버스에 올랐다. 애주가 회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길, 이미 여행은 시작되고 있었다.

 

빠른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는 정시에 몽골로 출발했다.
3시간 20분 정도의 짧은 비행 끝에 도착한 몽골.

그런데 우리가 기대했던 푸른 하늘 대신 우리를 반겨준 것은 자욱한 먼지구름이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향하는 버스는 엄청난 교통체증에 갇혔다.
한국에서 몽골까지 날아온 시간만큼이나 시내로 들어가는 데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솔직히 울란바타르에 대해 막연히 한적한 시골 같은 풍경을 떠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도시는 오밀조밀 모여 있는 집들, 수많은 차량, 그리고 매연이 가득한 꽤 복잡한 도시였다. 첫인상은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현지식 저녁을 즐겁게 먹고 호텔로 이동해 첫날을 마무리했다.

다음 날 아침.

 

역시 마라톤 동호회답게 오전 6시에 집합했다.
단체로 준비운동을 하고, 대회 장소인 수흐바타르 광장까지 가볍게 조깅을 했다.

 

멋진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각자 컨디션에 맞춰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런데 해발 약 1,300m의 도시는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 가벼운 러닝인데도 호흡이 꽉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내일 풀코스 괜찮을까?’

 

그 순간부터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조식 후에는 시내 관광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전날 경험했듯이 울란바타르 시내 교통체증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인가.
100km 울트라마라톤도 뛰는 애주가 회원들 아닌가.

 

결국 버스를 버리고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좋았다.
만보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이만보쯤 걷다 보니 슬슬 다리가 무거워졌다.

 

뜨거운 태양 아래 계속 걷다 보니 문득 생각났다.

 

‘내일이 대회인데……’

 

보스턴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몽골 전통공연까지 관람하고 나서야 숙소로 복귀했다.
다음 날 풀코스 출발 시간이 원래 9시에서 7시로 변경되어 새벽같이 움직여야 했다. 서둘러 대회 준비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룸메이트 마이콜의 코골이 소리 따위에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그냥 자야 했다.

 

대회 당일.

 

새벽 5시에 기상했다.
원래는 한국에서 가져온 떡국으로 평소 루틴을 맞추려고 했지만, 룸메가 너무 잘 자고 있어서 조용히 옷을 챙겨 입고 전날 사둔 빵을 들고 로비로 내려갔다.

 

간단히 배를 채우고 잠시 기다리니, 오늘 함께 풀코스를 뛸 탄금대님, 슈렉님, 빅런님, 그리고 드림님이 모였다.
우리는 출발지까지 가벼운 조깅으로 이동했다.

아침 공기는 시원했고, 날씨는 정말 쾌청했다.

 

달리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이번 울란바타르 마라톤은 전체 참가자가 약 4만 8천 명이나 되는 큰 대회였다.
그런데 풀코스 참가자는 7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왜 그런지는 후반부에 가서 알게 되었다.

 

오전 7시 정각.
축포와 함께 출발했다.

 

처음부터 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고지대라는 변수도 있었고, 전날 너무 많이 걸은 피로도 있었다. 그래서 페이스가 오버되지 않도록 계속 신경 쓰며 달렸다.

 

초반 5km 구간은 시내를 통과하는 코스였다.
많은 시민들과 서포터들이 나와 응원을 해주었다. 해외 마라톤을 다닐 때마다 이런 응원 문화는 늘 부럽다. 도심의 아스팔트길에는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미리 물까지 뿌려져 있었다.

 

넓은 주로에 풀코스 주자가 많지 않다 보니 병목도 없었다.
생각보다 쾌적하게 달릴 수 있었다.

 

전날 걱정했던 호흡 문제도 초반 페이스를 낮춰서 그런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시내를 벗어나 외곽으로 빠지는 길은 맞바람과 보이지 않는 오르막의 연속이었다.
참가자가 적다 보니 맞바람을 피할 다른 주자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중간중간 몽골 주자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몽골어로 계속 말을 걸어왔다.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표정과 손짓만으로 충분히 즐거웠다.

 

10km 반환점이 가까워질 무렵, 맞은편에서 슈렉 형님이 지나가며 반갑게 손을 흔들어 주셨다.
역시 아는 얼굴을 만나면 힘이 난다.

 

반환점을 돌고 나니 상황이 달라졌다.
등 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완만한 내리막이 자연스럽게 페이스를 올려주었다.

 

주로 곳곳의 서포터들과 하이파이브도 하고, 신나는 드럼 연주자 앞에서는 왕년의 댄스 실력도 살짝 발휘해봤다.

마라톤은 힘들지만, 이런 순간들 때문에 또 뛰게 된다.

즐겁게 달리다 다시 시내로 들어와 출발지 방향으로 향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상황이 급변했다.

 

풀코스보다 1시간 30분 늦게 출발한 하프코스와 10km 참가자들이 주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풀코스는 하프코스를 두 바퀴 도는 방식이었는데, 두 번째 바퀴에 들어서자 전반부의 쾌적함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앞은 꽉 막혀 있었고, 주자들을 피해 요리조리 빠져나가야 했다.
그 와중에 페이스를 유지하려니 에너지 소모가 상당했다.

 

급수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21km부터 30km 사이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 것 같다.

 

30km를 지나면서 하프와 10km에 참가한 애주가 회원들도 만났다.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다시 힘이 났다.

 

하지만 마라톤은 역시 30km 이후부터가 진짜였다.

 

38km 지점.
갈증이 심하게 올라왔다.

 

‘급수는 어디 있지?’
‘콜라 마시고 싶다.’
‘저 앞에 고가도로는 또 뭐지……’

 

멘탈이 살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침 지나가던 가젤 누님을 붙잡고 말했다.

 

“저 좀 끌고 가주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내 놓쳐버렸다.

 

그리고 결국 걸었다.

 

고가도로의 오르막은 도저히 뛰어 올라갈 수 없었다.
심박수가 갑자기 183bpm까지 치솟았다. 몸에서 보내는 분명한 신호였다.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기록보다 중요한 건 무사히 완주하는 것.

 

남은 2km는 조깅 페이스로 천천히 뛰어 들어왔다.

기록은 3시간 49분.

 

솔직히 아쉬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2월부터 부상으로 제대로 쉬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무엇보다 19번째 풀코스를 무사히 완주했다는 사실이 가장 기뻤다.

짧은 마라톤 경력 안에서 벌써 세 번째 해외 마라톤이다.
각 도시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코스도 다르고, 사람들도 다르다. 특히 한국에서는 쉽게 느끼기 어려운 시민들의 친화적인 응원 문화는 해외 마라톤의 큰 매력이다.

 

물론 어느 대회든 아쉬운 점과 불편한 점은 있다.
하지만 좋은 것만 기억해도 충분하다.

 

이번 울란바타르 마라톤도 그렇게 기억하고 싶다.
먼지, 고도, 바람, 복잡한 주로,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까지.

다 지나고 나니 결국 좋은 추억이다.

마라톤 대회는 끝났지만, 애주가 회원들과의 본격적인 몽골 트립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함께해주신 애주가 회원분들, 그리고 이번 행사를 준비해주신 드림 선배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2026 울란바타르 마라톤.

힘들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19번째 풀코스 완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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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탄금대(김주석) | 작성시간 26.06.12 어제 일 같이 후기를 일다보니 즐거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드넓은 초원과 말,푸르공, 수제비뜨기 모든게 슈렉님 애기 처럼 여행내내 즐겁고 신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가고싶은곳 추가^^
  • 작성자미래(김은아) | 작성시간 26.06.12 해오름님 뛰던 모습이 훤히 그려지네요~~후기를 읽어보니 힘들었어도 좋은기록으로 완주하셨네요~~역쉬 대단하십니다~19번째 풀 완주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 작성자짹짹 | 작성시간 26.06.12 글에 너무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저도 마치 몽골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해외에서 직접 뛰어보셨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좋은 경험과 이야기를 담아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나애리 | 작성시간 26.06.12 그냥 기억에만 남겨두긴 너무나 아까웠었는데 한번씩 꺼내볼수 있게 기록으로 남겨주시니 참 좋네요. 이번 몽골런트립은 무엇하나 버릴게 없는 꽉찬느낌으로 남아있네요 함께해주신 회원님들 그리고 드림님께 감사드립니다. 빨리 다음 일정 올려주세요~!!!
  • 작성자깡여사 | 작성시간 26.06.15 아직도 생생하네요~~공 공 칠 ~~~빵~~ㅎㅎㅎㅎㅎ
    너무나도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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