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들의 특성을 파악해내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은 그것을
하나의 결과로 종합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의 음들을 모두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데 몇 달여의 기간 동안
그 음들을 다 기억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만약 음을 정확하게 기록하기 위해서라면 녹음을 해야 겠지만
지금의 목적을 충족시킬 만큼 정확성을 가진 높은 수준의 녹음은 능력 밖이며,
무엇 보다도 좀 더 객관적인 평가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세 종류의 우수한 악기들을 대상으로 해야 겠지만
내가 가진 연습용 라미레스라는 한계 범위 안에서 테스트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에 하나 바하의 815 베이스가 아주 좋은 악기에서 충분히 터지면 깊은 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기타에서는 결국 그렇지 못해서 답답하다고 썼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지난 번에 보았던
브라만에는 하이 텐션이 달려 있었음에도 텐션이 별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시원하고 풍부한
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사실 결과를 알리는 것이 더 조심스러워 졌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고 포기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이 글이 무슨 정확하지 않으면 큰 일 나는 과학논문도 아니기 때문에
다음의 내용들에 대해서 주의를 당부하고 그 동안의 결과를 적어보기로 한다.
우선 줄의 특성을 기술하는 데 '좋다', '나쁘다'라는 표현은 그 판단이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기
때문에 즐들의 상대적인 특성을 비교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낫겠다. 예를 들어 하나 바하의
카본 트레블이 너무 맑고 투명해서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땡땡거려서
낚싯줄 치는 것 같아서 싫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 바하의 카본 트레블이 815트레블
보다 더 밝고 맑다라는 식의 상대적인 비교는 언제라도 어떤 악기에서라도 맞는 얘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각 제품은 보통 세 번 이상 반복적으로 시험했으며
차이를 더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 비슷한 특성을 가진 제품들을 연달아 비교해 봤다.
그 동안 시험해 본 제품들 중에서 이런 저런 의미에서 권장할 만한 것들을 골라서 간단한 설명을
붙이기로 한다. 이십여종의 제품 중에서 언급되지 않은 것은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어느 정도 괜찮은 것이었더라도 특별히 설명할만한 내용을 생각해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밝고 선명한 줄 트리오는 Hanna Bach Carbon, Goldin(Super Carbon), Savarez Alliance
트레블들이다. 모두 카본으로 되어 있으며 낚싯줄처럼 가늘고 일반적인 다른 나일론 트레블들 보다
더 부드럽고 잘 늘어나기 때문에 피치에 다다르기 위해서 한참을 감아야 한다. 또 너무 가늘어서
제대로 묶었다고 생각해도 가끔은 미끌어져서 앞판에 상처를 낼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Hanna Bach Carbon 트레블은 맑고 선명하며 순수한 음을 가지고 있다.
워낙 가는지라 땡땡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아포얀도를 많이 섞어서 깊은 터치를 하면 아주 풍부하고 깊은 음을 낼 수 있다.
따라서 이 제품의 가능성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터치에 신경을 써가며
어느 정도의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줄리안 브림이 연주하는 단단한 음색의 류트와 유사한 음을 가지고 있다.
보통 말하는 'old world sound'라고 하는 게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단점은
일반적인 트레블들에 비해서 수명이 좀 짧은 느낌이 있다는 것이다. 줄을 달고 반나절부터 정확치는 않지만 약 나흘 정도 그 진가를 밣발휘하다가 그 뒤에는 풍부함이 줄어들고 텐션이 증가하기 때문에 상당히 빡빡해지는 느낌이 있다. Hanna Bach Goldin은 Carbon 트레블 보다 거의 두 배의 가격인데도 그 값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가늘고 맑은 소리를 내지만 좀 딱딱한 느낌이 지배적이고 풍부함은 덜하다.
Savarez Alliance 트레블은 이 셋 중에서 가장 일반적인 트레블에 좀 더 가까운 말하자면 정상적인 음을 가지고 있다. 밝고 선명하며 음량도 좋은 편이다. Alliance 베이스는 어떻게 보면 트레블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밝지도 않고 그렇다고 중후하지도 않다. 파워풀한 면도 좀 떨어진다. 진동이 선명하다기 보다는 다소 부드러운 느낌이 있다.
Savarez Corum New Crystal은 어떻게 보면 어떤 그룹에도 속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모든 하이 텐션 중 가장 연주하기가 수월할 정도로 낮은 장력을 가지고 있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연주하기에 아주 안성마춤인 제품이다. 트레블은 Alliance와 기타 일반적인 나일론 트레블의 중간 정도의 굵기를 가지고 있고, 음이 윤기 있고 따뜻하며 부드럽지만 Alliance 트레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선명하지 않기 때문에 답답하다고 느낄 것이다. 베이스는 오히려 가늘고 선명하며 서스테인이 우수하고 무게가 실리지는 않았어도 파워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Savarez Corum bass/Alliance treble 조합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Savarez의 이 제품들은 하이 텐션이라도 연주가 수월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하이텐션을 권한다.
밝지도 중후하지도 않은 중간적인 특성을 가진 (이것은 전혀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 것이 아님)
제품의 대표자는 Augustine Regal/Blue이다. 트레블은 맑고 파워도 있지만 윤기 있는 음은 아니다. 상당히 표준적인 음을 가지고 있다.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으며, 부드럽지도 않고 아주 딱딱하지도 않은 느낌이다.
따라서 특별히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아주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베이스는 파워있고 단단하며
무게도 있으나 Hanna Bach 815 베이스처럼 중후하고 풍부하지는 않다. 이 제품이 연주하기에 부담스러울 만큼 장력이 세지 않기 때문 이 보다 한 단계 장력이 약한 Imperial/Red는 별 매력이 없다. Augustine 베이스는 4번줄이 인색하리만치 짧은 데다가 다른 제품들 보다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감겨있기 때문에 4, 5번 줄들은 거의 대부분이 매듭부분이 벗겨져서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불안함이 있다. 일단 끊어지면 여분의 길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다시 매기가 아주 어렵게 되어 있다.
Galli Genius 트레블은 맑고 윤기 있으며 알찬 음을 가지고 있고 밝지는 않으며, 시간이 좀 지나서야 제 음을 내기 때문에 처음에는 선명도가 덜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베이스는 무게 있고 중후하며 부드러워서 튀지 않는다. 금속성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볼 때 윤기 있고 풍부한 느낌이다.
하이 텐션은 악기에 따라 오픈되지 않은 소리를 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럴 경우에는 노말 텐션을 사용하면 될 것이다.
파워 있고, 풍부하며 서스테인도 좋은 베이스로 권장할 만한 제품은 Hanna Bach 728이다. 815에 비해서 악기 특성을 덜 타기 때문에 어떤 악기에도 잘 어울릴 거라 생각된다. 이것 보다는 약간 더 딱딱한 느낌이 있지만 Luthier Silver 30 베이스도 사용할만하다. 이 제품들 모두 밝기는 중간 정도로 보면 된다.
좀 더 두터운 쪽으로 가면 D'Addario Pro Arte Composite가 있다. 매우 맑거나 밝지도 않고 윤기 있는 음색도 아니지만 어느 정도 풍부하고 여유 있는 소리를 가지고 있으며 약간의 쫀득함도 가지고 있어서 힘있는 터치도 잘 받아주는 느낌이다. 베이스도 마찬가지로 선명하지는 않지만 풍부하며 파워풀한 면도 있다. 깔끔하고 단단한 음색은 아니며 플라멩코 스타일의 주법에 효과적인 소리를 낸다. Galli Genius와 마찬가지로 하이 텐션은 악기에 따라 오픈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그럴 때는 노말 텐션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가장 중후한 쪽의 끝에 Hanna Bach 815가 있다. 트레블 베이스 모두 파워있고 풍부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악기에서는 전혀 터지질 않기 때문에 답답한 느낌이었으나 잘 어울리는 악기에서는 아주 풍부한 음을 선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베이스는 코일이 감긴 정도가 좀 균일하지 않아서 튜닝이 잘 되지 않는 느낌이 있었고 트레블은 강하게 연주할 때 설명하기 아주 어려운 특이한 느낌의 음을 낸다. '빡'하는 고강도의 에너지가 난다고 할까...
하지만 악기 특성을 많이 타기 때문에 권하기가 조심스러운 제품이다.
이로써 대충의 설명은 마쳤다. 몇 가지 덧붙일 것은 줄의 특성을 충분히 평가하기 위해서는 한 제품당 적어도 사흘 이상의 시간을 가져야 하며, 다른 줄과의 차이를 알기 위해서는 비슷한 특성을 가진 제품들을 연달아 시험하고 반복해서 다시 시험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서는 자기의 목적에 따라 몇 가지 제품을 혼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혼합하는 가지 수가 많아지거나 텐션을 잘 못 혼합하면 오히려 서로 어울리지 않을 가능성도 커지겠지만 일단 시험은 해볼 일이다. 예를들어 지난 번의 베르타 로하스는 자신의 시더탑 로버트 럭에 1번줄은 다다리오 프로 아르테, 2,3번줄은 하나 바하 카본, 4,5,6번은 다다리오 프로 아르테 콤포지트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페페 로메로는 참고한 소스에 자세하게 쓰여 있지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자신의 하우저에 하나 바하 베이스에 사바레즈, 아랑후에즈 트레블을 혼합해서 사용한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목적 중의 하나는 물론 기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는 좋은 가이드가 되기를 바라는 것도 있지만, 여기 설명된 대부분의 제품들이 국내에서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국내의 수입상들이 같은 가격에 좀 더 우수하고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기를 바라는 데에도 있다. 수입상이 이 정도의 다양한 제품들을 모두 테스트해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들을 대신해서 테스트를 했고, 그것에 따라서 사용자들의 수요가 생긴다면 예전부터 그저 내려오는 제품 리스트만 수입하지 말고 이제는 질적으로 우수한 제품을 국내의 기타 애호가들에게 공급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물론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지금 내가 했던 것처럼 외국에서 개인적으로 주문을 하더라도 운송료를 포함해도 국내에서 구입하는 것 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는 있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손쉽게 누구나 구입할 수 있어야 마땅할 것이다.
현장 650mm를 기준으로 표준음으로 조율했을 때,
여섯 선 모두에 가해지는 장력을 합하면,
사바레스의 경우는
Savarez Alliance 540 J ≒ 43.7kg
Savarez Alliance 540 R ≒ 41.8 kg
HANNABACH Silver Medium Tension ≒ 42 kg
Aranjuez Classic Silver ≒ 41 kg
GSP Ultra ≒ 40.5 kg
GSP Super ≒ 39 kg
Daddario Pro-Arte J46 ≒ 40 kg
Daddario Pro-Arte J45 ≒ 38.5 kg
*출처: 기타매니아 -최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