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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애도시 '부형청죄'

작성자박수진|작성시간14.04.19|조회수188 목록 댓글 0

부형청죄負荊請罪

        - ‘세월’아, 歲月아!

 

              朴 水 鎭

 

 

어쩌자고 네 이름도 ‘세월’이더냐

새파란 생명들 차가운 물속에 잠겼는데

파도는 높고 물살은 드세져

발만 구르는 시간이 성큼성큼 지나간다

잔인한 4월에 처박힌 ‘세월’아, 세월아!

 

무슨 일이든 한 번 뒤집어지면

저리도 속수무책 어려운 줄 번히 알면서

아픔을 잊는 데 언제나 선수들인 우리

설마하며 헐렁헐렁 살아가는 못난 어른들을

한순간도 잊지 말아라 용서하지 말아라

가엾고 미안한 영혼들아,

 

영광스런 죽음과 수치스런 생존의 차이

수없이 목격하고 마음에 새겼건만

언제나 이기(利己)와 안락(安樂) 앞에

너무도 쉽게 허물어지는 무리 속의 내가

오늘은 죄수(罪囚)의 이름으로 목을 내민다

 

꽃이 지고 봄날이 가듯

무심한 날들은 가고 또 오겠지만

죽어서 아깝고 살아서 더 아파야 할

우리 앞에 놓인 길고 긴 날들을

어찌해야 하느냐 ‘세월’아, 세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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