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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소리골로의 2일간의 초대 두번째 이야기

작성자오대산|작성시간11.11.25|조회수34 목록 댓글 1

- 2. 심장은 터지고 -

 

마리소리골은 풍수상 인재와 재물이 모이는

형국이다. 두물머리 형태를 띠는 두개의 계곡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를 잡은 데다, 서남쪽 좌청룡

혈이 책받침변 모양으로 가파르게 치닫다 급정거

한 모양의 봉우리가 쌀 한 가마니를 지고 서있는

지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은 총 4개의 건물동으로 되어있다.

따뜻한 남향의 안채를 중심으로 동북쪽엔

소리박물관이, 서남쪽에 토방이, 그리고

전남 담양의 면앙정, 송강정, 식영정을 연상케하는

모정이 이들 건물동을 아우르며 병립해 있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유홍준이 문화유산답사기

에서 1번지로 소개한 전남 강진의 다산 초당같았다.

그만큼 격조있고 편안한 안서감을 주고 있었다.

 

차꽃빛깔의 가을햇살이 처마끝에 두뼘쯤 걸쳐 있을 때

우리는 국악기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춘천에 사시는

석 교장님 지도아래 풍물굿판 체험을 시작했다.

 

괭가리 : 갱갱 갠지갠지...

장 구 : 덩덩 쿵닥쿵...

북 : 둥 둥 둥두둥두...

징 : 징 ~... 징 ~...

 

별달거리를 비롯해 '조선 땅도 내땅이다.'는 구음에

맞춰 신명의 풍물을 쳤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북채를 잡았다. 손에 땀이

나고 이마는 서늘했으며, 머리털은 쭈뼛하게 섰다.

둥둥 대며 울리는 북 소리에 내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두두물물의 세상사가 내 속뜰로 들어와 나와 함께

놀았다.

 

그것은 소요유(逍 : 거닐소, 遙 : 노닐요, 遊 : 놀유)였다.

 

그렇게 신명의 굿판을 벌인 후 땀을 닦으며 안마당으로

들어서니 이미 해는 지고 까만 숯가루같은 어둠이 내려

앉고 있었다.

 

이 교수님께서는 손수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피며

닭백숙(여섯마리)을 삶고 계셨다. 장작불에 비친

교수님의 얼굴엔 하회탈 같은 미소가 넘실넘실 넘치고

있었다.

 

날씨는 쌀쌀했지만, 잉걸불이 까만 어둠을 밝히는 조명을

바탕으로 우리 일행은 막걸리에 닭다리를 뜯으며 우사모

권주가를 불러제꼈다. 우리 모두는 어미닭 품속의 병아리

처럼 맑고 순수한 동심의 마음으로 하나가 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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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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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양승국 | 작성시간 11.12.03 덕분에 그날의 정경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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