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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송년 음악회는 따뜻했습니다. ( 12월26일 이병욱과 어울림 송년 음악회 후기 )

작성자goforest|작성시간11.12.27|조회수95 목록 댓글 6

 

어서 오라 손짓한 적 없는 겨울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관자놀이를 강타하고 목덜미를 파고드는 바람은 도무지 막무가내입니다.

심호흡을 하고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움츠려드는 어깨를 다독이고 빳빳하게 척추를 세워보지만

이내 뺨은 얼얼해지고 훈훈한 실내를 찾아 두리번거리는 나약한 자신을 발견합니다.

 

어제 '이병욱과 어울림 송년 음악회'를 찾아가는 길목이 그랬습니다.

이 추위에 과연 음악을 들으러 오는 분들이 계실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지하철 안국역 1번 계단을 올랐습니다

출구 벽면에는 어울림 송년 음악회를 알리는 멋진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반가왔습니다.

돈을 벌기 위한 공연이 아니고 어울림의 흥겨운 음악을 기부하는 재능기부 음악회여서

공연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습니다.

 

이미 가로수들은 잎들을 다 떨구고 온 몸으로 강추위와 맞서며 깊은 묵언 수행에  빠져 있었습니다.

더 이상 흔들릴 것도 잃어버릴 것도 없이 봄을 준비하는 나무들의 자태는 의연했습니다.

내복을 껴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두툼한 외투를 입고도 덜덜거리는 제 모습이 무안했습니다.

 

이 매서운 바람은 왜 불어오는걸까 곰곰 생각했습니다

바람~ 그것은 옷깃을 잡는 바람이었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에세이 한 구절이 떠 올랐습니다.

"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또 온다

  이 한 해도 모두들 많이 흔들리며 살았을 것이다

 흔들리면서도 줄기를 곧게 하늘에 올리던 꽃처럼

 우리도 흔들리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며 또 그렇게 남은 날을 살아가는 것이다

 십이월은 자신의 나이 앞에 담담하고 겸허하게 서 있게 하는 달이다

 인생은 그렇게 성급하게 달려가기만 할 것 아니라고 십이월에 부는 바람은

 옷자락을 잡는다." 

                                                                ( 한 해의 마지막 달 )

 

그랬습니다.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올해도 치열한 삶의 한 복판을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곁눈질을 잠시라도 하는 날에는 끝모를 나락으로 떨어지기라도 하는 것인양

오직 앞만 보고 쉼없이 달려왔습니다.

그래서 한 해의 마지막 달 12월의 바람은 이제 그만 무한질주를 멈추라고,

잠시 달려온 길을 뒤돌아보고 좀 숨을 고르라고,

벌려 놓은 일들 마무리하라고 옷자락을 잡는 것인가 봅니다.

 

이 강추위를 뚫고 오신 분들로 공연장은 북적였습니다.

창밖에는 매서운 바람이 서성였지만 실내는 이미 사람들의 열기로 후끈했습니다.

 

어울림의 한 해 공연을 갈무리 하는 마지막 공연은 참으로 뜻깊은 공연이었습니다.

이름하여 '재능 기부 공연!'

 

언제나 우리 음악과 전통을 사랑하시고 어울림 연주가 있는 곳이면 달려와 주시는

박종천 안국역장님께서는 플래카드와 팜플랫을 기꺼이 제작해 주셨습니다.

문화공연으로 문화공연을 돕는다는 값진 활동을 펼치고 있는 WCO (world culture open ) 서울 지부는

안국빌딩 4층 해빛 공연장 장소를 기부해 주셨습니다.

이병욱과 어울림은 물론 무료 연주를 통해 재능을 기부해 주셨구요,

찾아오신 관객들께서는 1000원씩 기부를 해 주셨습니다.

이 금액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예술혼을 꽃피우는 작은 문화활동 단체를 위해서 쓰여집니다.

 

이영섭 님과 김복음 님의 환상적인 소리의 궁합, 거문고와 단소로 연주하는 도드리와 타령으로 문을 연

어울림 연주는 대금과 기타, 장고가 어우러진 우리가락 환상곡,  능소화와 차마고도, 막걸리타령의 흥겨운 노래 메들리,

안향련 명창의 뒤를 이을 기대주 황세희 님의 가시버시 사랑과 이땅이 좋아라, 그리고 어울림 전원의

신풀이와 진도 아리랑으로 이어지면서 12월의 강추위를 완전히 날려버렸습니다.

 

이 겨울 주변을 돌아보면 영하의 칼바람보다 차디 찬 눈발보다 더 추운 가슴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이웃들이 많습니다.

연탄 한 장, 쌀 한 됫박이 한없이 아쉬운 고단한 이웃들이 많습니다.

이 겨울을 녹이는 가장 큰 난로는 무엇일지요?

 

안국역 지하철 역사에는 한 시민단체가 건 슬로건이 제 눈 가득 들어왔습니다.

" 세상 가장 따뜻한 난로는 사람 "

가슴이 찡한 문구였습니다.

 

그렇지요, 사람보다 차가운 얼음이 어디 있고 사람보다 따뜻한 난로가 어디 있을지요?

제 혼자 다 가지겠다고 움켜쥐는 사람의 손아귀보다 차가운 냉동고는 없을 것이고, 

제 가진 것 뭉턱 떼어 더불어 살자고 내미는 사람의 손길보다 따뜻한 난로가 어디 있을지요?

 

그런 점에서 이병욱과 어울림의 어제 공연은 차가운 세상을 훈훈하게 덥히는 난로였습니다.

해빛 공연장에 흐르던 어울림의 선율은 허허로운 사람들의 심장을 녹여주는 불덩이였고

매서운 바람을 몰아내는 봄의 훈풍이었습니다.

 

시인 안도현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 너에게 묻는다 )

 

박노해 시인도 이렇게 노래합니다.

 

"이 지상에 결코 이겨내지 못할 슬픔과 고통은 없다

그 어떤 슬픔도 절망도 함께 나누는 사람이 있다면

삶은 다시 피어난다"

                                     ( 아체는 너무 오래 울었다 )

 

나눔이야말로 슬픔을 기쁨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고독을 환희로 바꾸는

묘약입니다.

나눌수록 커지는 기적입니다.

 

제 몸 하나 먹고 살기에도, 우리 가족 건사하기도 빠듯한데 누구와 무엇을

나누느냐구요?

정말 우리는 나눌 것이 없을까요?

 

니체는 이렇게 묻습니다.

 

" 당신은 지금 어떤 사막도 옥토로 만들 수 있을만큼 풍성한가?

아니면 어떤 옥토도 사막으로 만들만큼 메말라 있는가?

당신이 고통받고 있다면 결핍이 원인인가? 과잉이 원인인가? "

 

우리의 마음은 사막을 옥토로 만들 수도, 옥토를 사막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을

깊이 새겨봅니다.

지금 나눌 수 없는 사람은 풍요로와진 후에도 나눌 수 없습니다.

지금 기꺼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더 가난해 진 후에도 나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니체의 말처럼 가진 것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문제! 이기 때문입니다.

 

다가오는 2012년 용의 해에도 이병욱과 어울림이 음악을 통해 어려운 이웃, 눈물짓는 이웃,

고통받는 이웃에 더욱 가까이 그리고 자주 다가가기를 희망합니다.

어울사랑 가족들 역시 나눔의 대열에 함께 해서 사막같은 이 사회를 옥토로 만드는데

함께 했으면 합니다.

 

이제 숱한 기쁨과 감동, 슬픔과 아쉬움을 뒤로 하고 신묘년 한 해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갑니다.

이룬 것은 이룬 대로, 못 이룬 것은 못 이룬 대로 홀가분한 마음으로 작별하시고

내년 힘차게 또 흘러가시길 기원합니다.

 

제가 쓴 詩로 신년 인사를 갈음하면서

더욱 건강하시고 어울사랑 가족 여러분의 댁에도 평화가

어울림의 선율처럼 넘실대는 임진년이 되시길 바랍니다.

 

Happy New Year~

 

                                                                                           - 어울사랑 운영위원장 goforest 合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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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희망은 어디에서 솟아나는가

동해 푸른 물이 밀어올린

새해 첫 태양에서 솟아나는가

희망은 365일 움직이고

휴식도 없이 또 펄떡이는

심장에서도 솟아난다

 

희망은 어디에서 피어나는가

차가운 얼음에 온 몸 결박 당해도

꽃눈 피우는 매화 나무에서 피어나는가

희망은 대지의 공기 차가울수록

뜨거운 입김 허옇게 뿜어내는

허파에서도 피어난다

 

희망은 어디에 둥지를 트는가

거꾸로 매달려서도 무럭무럭 자라는

순결한 고드름에 트는가

세상에 진 빚보다

베풀 것이 많게 해 달라고

다소곳이 모으는 마음 따뜻한 이들의

두 손 안에서도 둥지를 튼다

 

아니 희망은 북한산 계곡

얼음장 밑 거뭇한 개구리알에도 있고

칼날 바람 주눅들지 않고

노래하는 곤줄박이 야윈 몸통에도 있다

 

아니 희망은

두 팔 닿는 곳

두다리 내딛는 곳

두 눈에 보이는 것

두 귀에 들리는 것 어디에도 있다

 

아니

절망이라는 단어만 빼고

세상은 온통 희망이다

 

아니

절망마저도 희망을 품게 만들면

세상은 모두 희망이다

 

                 @@@

 

 

 

      ( 남한강 충주 목계나루 소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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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양승국 | 작성시간 11.12.28 위원장님의 글로 공연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이유진 | 작성시간 11.12.28 아.. 사람의 가치와 귀한쓰임..에 대해 돌아보게되는 글입니다. 붕붕떠있던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고 그날의 기억이 하나둘씩 생각납니다. 감동적인글 감사합니다.
  • 작성자감부인 | 작성시간 11.12.29 멋진 글로 그날을 다시 기억하게 하네요..감사합니다.
  • 작성자6473 | 작성시간 11.12.30 한 해 동안두 수고하셨습니다.
    2012년 건강을 위하여! 파이팅!
    충남 서산에서 이상범 올림.
  • 작성자김복음 | 작성시간 11.12.30 임병걸 위원장님의 글을 읽음으로서 한해를 정리하는 마음과 새해의 희망을 함께 품어 봅니다. 많은것을 느끼게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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