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정재환 사장님의 안내로 올랐던 오대산은 온통 단풍으로 붉게 물든
'화엄의 바다'였습니다. 연꽃같은 봉우리가 곱게 감싸안은 곳에 부처님의 사리가 잠들어계신
적멸보궁이 있습니다. 적멸보궁을 오르면서 써 본 시입니다.)
적멸보궁 가는 길
2012.10.13
부처의 뼈와 사리가 잠들어 있다는
적멸보궁 가는 길
가을이 깊었다
말도 끊어지고
이승의 삶도 끊어진 곳
적멸의 가르침은 무엇인가
귀 기울이려는데
사람이 만든 부처가
부처의 말문을 막는다
호젓한 산길 스피커에서 나오는
석가모니불 독경소리에
비로봉을 넘어온 바람소리도
붉어진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온 몸 땀에 젖을 쯤
간신히 멈춘 독경소리
사방이 적멸보궁이었다
스스로 다비식을 끝내고
붉은 사리로 흩어지는 단풍잎이
적멸보궁이었다
제 속을 벌레에게 다 내어주고
오직 등뼈로 세월을 지탱하는
졸참나무가 적멸보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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