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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문예란

호르무즈해협과 해협협정(Convention of the Straits)

작성자구대열|작성시간26.06.21|조회수97 목록 댓글 0

호르무즈해협과 해협협정(Convention of the Straits)

 

금년(2026)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함으로써 시작된 이란전쟁은 619일 종전협정에 서명하면서 끝난 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이란을 공격하면서 이란은 1-2주일 이내에 굴복하고,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호르무즈해협은 다시 열릴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요. 그런데 3개월 보름, 100일을 넘겼네요. 종전 서명도 두고 봐야지요. 몽니를 부리는 이스라엘이라는 변수가 있고, 또 무엇보다도 세계 지도자치고 트럼프만큼 신뢰가 가지 않은 인간의 행동을 예측할 수가 없으니까요. 국제정치에서 위험하다는 건 행동이 무모하고 급진적이라는 게 아닙니다. 급진적이면 이를 예측하고 대응하면 되니까요. 위험하다는 건 예측하기 어려운 (unpredictable) 지도자를 말합니다. 트럼프 같은 인간이죠.

이란이 얼마나 큰 나라인지 아시나요? 50년 전 만난 한 이란 기자는 이란은 프랑스, 독일(당시 서독), 영국. 이탈리아를 합친 것보다 큰 나라라고 하더군요. 계산해보나 맞습니다. 프랑스 55, 통일독일 36(서독은 28), 영국 24, 이탈리아 30를 합치도 140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란은 165입니다. 이란/페르시아는 역사적, 종교적으로 아랍세계에 대한 최대 위협이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이란의 위협을 제1선에서 막아주던 이라크를 2차례에 걸쳐 조져 놓아 이란이 활개 펴고 서진하여 아랍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게 만들어 놓은 게 미국입니다. 힘의 공백을 만들어 준 것이지요. 마치 1차 대전 후 민족자결이란 숭고한 원칙에 따라 오스트리아 제국을 해체함으로써 히틀러가 동쪽으로 팽창하는 걸 막아줄 장애물을 제거한 거와 유사합니다. 미국의 군사 기술로 이란 지도부를 살해하고 주요 시설들을 파괴할 수는 있었지요. 그런데 지상군의 투입 없이 서유럽에 버금가는 거대한 이란을 단기간에 무릎 꿇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은 망상에 불과했습니다.

1960-70년대 미국이 북베트남을 폭격했지만, 베트남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저수지 댐은 파괴하지 않았습니다. 이란에 대해서도 세계 경제에 중요한 유전은 공격하지 않았지요. 적을 절멸시키는 all or nothing과 같은 전면전이 아니라면 할 수 없었을 겁니다. 물론 핵무기도 사용하지 못하지요. 이같이 제한적 상황을 설정하고 감행한 제한된 공격으로 이란의 항복을 받아낸다? 특히 맹목적 신앙으로 뭉쳐있는 신정일체(神政一體)의 지도이념/체제를 가진 나라를? 천황숭배 사상으로 뭉친 일본도 원자탄을 터트린 다음에야 항복했는데? 똘똘 뭉친 적의 수뇌부를 제거하는 것은 적의 사기를 꺾기보다는 오히려 적대감만 증대시켜 단결만 부추길 뿐입니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갑니다. 나는 전쟁 초기에 언론이나 해설가들이 당연히 해협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 전쟁의 일차적 목표는 이란의 핵무장이라고 주장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요. 나는 이보다 전쟁 초기부터 두 가지가 생각나더군요. 1841년대 해협협정(Convention of the Straits)과 이승만 전대통령의 박사학위 논문인 중립과 미국의 영향(Neutrality as Influenced by the United States, 1912, Princeton University)’입니다. [이 박사의 논문은 따로 언급하겠습니다.] 그 뒤 집안일이 계속되고 또 내가 게을러서 이 글에 착수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잠정적이나만 휴전에 접근한 것 같으니 한번 정리하려 합니다.

호르무스해협은 아리비아/페르시아만에 있는 자연 해협입니다. 좁은 바다 길목이라는 말입니다. 명칭을 두고 아라비아와 이란이 서로 싸워 온 아라비아만 대 페르시아만은 지금은 그냥 만(the Gulf)이라고 부릅니다. 영불해협도 그냥 해협(the Channel)이라 칭하지요. 파나마 운하, 수에즈 운하, 유틀란트반도 아랫부분에 있는 킬 운하 등은 인공으로 만든 겁니다. 당연히 만든 국가들이 관리하고 통행료를 받을 권리가 있지요. 반대로 자연적인 해협은 예를 들어, 지브롤터 해협,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 해협, 영불해협, 믈라카(말라카)해협, 대만해협, 쓰가루, 소야해협, 대한해협 등은 자연 해협이라 국제법으로 자유 통행이 보장됩니다. 트럼프는 이란이 통행료를 걷도록 허용한다고 했다가 아니라고 물러더니, 종전문서에는 60일간 통행료를 면제한다나요? 그 후에는 이란의 통행료 징수를 허용한다는 말인가요?

힘이 있으면 주변 지역/해역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려는 것이 국가의 속성이지만, 이를 두고 분쟁은 피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전시에는 적대국 함선이나 상선의 통행을 물리력을 저지하거나 제한하지요. 당연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협의 지배/관리/통제를 두고 갈등이 조장됩니다. 그중 강대국들이 갈등을 빚고 큰 전쟁을 발전한 사례가 지중해와 흑해를 연결하는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 해협입니다.

 

1841년 해협협정(Convention of the Straits)으로 시작할까요? 이 시점이 재미있습니다. 유럽 외교사의 황금기는 크림전쟁(1852-56) 후 독일의 통일전쟁에서 1차대전 까지, 특히 비스마르크의 예리한 통찰력과 현란의 외교술이 빛나던 시기로 간주합니다. 그러나 그 전 단계인 나폴레옹의 몰락과 그리스 독립 등 민족주의가 시작되는 1820/30년대부터 크림전쟁까지도 재미납니다. 일면, 이 시기는 유럽 내부의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유럽 열강들이 제국주의적 팽창을 시도합니다. 다른 일면, ‘유럽의 병자라는 오스만 튀르크가 쇠퇴의 길을 걸으면서 튀르크 제국이 장악했던 지역에 힘의 공백이 나타납니다. 아프리카 북부와 중동에서 주인이 힘을 잃어가는 땅을 누가 먹느냐는 경쟁이 갈등과 전쟁으로 발전하지요.

남쪽에서 터키의 속국인 이집트의 모하마드 알리 파샤가 근대화를 추진하여 종주국 튀르크에게 도전하며 승리를 거두지요. 이 과정이 복잡하지만, 튀르크는 러시아에 도움을 청합니다. 1820년대 그리스의 독립 전쟁으로 터키의 무력함을 목격한 러시아는 기독교도 보호라는 명목으로 남진에 발동을 걸지요. 프랑스는 7월 혁명(1830) 이후 알제리를 점령한 뒤 동진을 모색하고, 영국은 Palmerston의 공세적 동방정책이 완성단계에 이릅니다. 영국은 지브롤터 건너편 모로코나 튀니스는 물론 시칠리아와 몰타까지 지중해 해상로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유럽열강의 팽창 초기 단계이지만 여전히 영국이 현상유지 세력(status-quo power)으로 국면을 주도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영국은 튀르크가 안정되어야 하지만 강해서는 않된다(stable but not strong)’라는 정책을 추진합니다. 튀르크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안정되어야 러시아가 기독교도 보호 등 명분으로 튀르크에 개입/침탈하려는 시도를 저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튀르크가 너무 강해지면 영국상품에 대한 관세를 올리고 또 영국의 동지중해 정책을 방해할 수 있지요. 특히 러시아와 튀르크의 동맹은 러시아의 흑해함대가 자유롭게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러 영국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1841년 해협협정(Convention of the Straits)은 이같이 복잡한 상황의 산물입니다. 영국은 프랑스의 지중해, 북아프리카 진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이집트의 반발을 제압하면서 튀르크에 개입, 러시아-튀르크 협력(조약)을 무력화시키고 열강의 협력을 끌어내 해협협정, 일명 런던조약을 맺습니다. 이 협정의 요지는 튀르크가 평화시에는 열강들의 군함에 대해 해협을 폐쇄하지만 전쟁시에는 열강 함대의 해협 통행을 허용한다는 것입니다. 평화시에 러시아 함대가 지중해로 진출하는 것을 막아버리죠. 그러나 전쟁이 일어나면 강력한 영국함대가 마음대로 흑해까지 진출하는 것을 튀르크가 허용한다는 것입니다. 튀르크의 손발을 묶어버린 겁니다. 또 튀르크 제국의 영토 및 주권의 보존을 국제적으로 합의하여 러시아의 남진을 막습니다. 이로써 영국이 터키를 보호화하며 해협 통행 문제에서 유리한 위치를 얻으려는 러시아의 시도는 봉쇄됩니다. 러시아에 대한 봉쇄정책은 크림전쟁에서 러시아가 패배함으로써 더욱 심화되지요.

 

이 협정이 오늘날 호르무즈 문제에 어떤 교훈을 줄까요?

우선, 군사적 측면입니다.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해협을 장악한 국가의 저항을 받으면 좁은 수로를 무사통과하기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영국은 과거의 위세만 믿고 1차대전 초기 지중해에서 이 해협으로 들어가기 위해 길목인 갈리폴리에 상륙을 시도했으나 튀르크의 저항으로 처참한 실패로 끝납니다. (1915.2-1916.1). 당시 해군 장관이었던 처칠의 정치생명도 끝나죠. 히틀러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처칠은 극우 망상가로 잊힌 인물이 되었을 겁니다. 이란은 과거의 튀르크가 아닙니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란 우방이 있지요. 이들로부터 미사일, 드론, 어뢰 등 무기 지원을 받고 있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막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 겁니다.

둘째, 국제 협력입니다. 이건 군사적, 외교적 두 측면에 모두 해당합니다. 미국이나 영국 등 해상세력이 대륙 문제에 개입할 때는 항상 주변국들과 협력하여 함께 들어갑니다. 소위 coalition 혹은 common policy라고 하지죠. 단독행위는 삼간다는 말입니다. 6.25전쟁 때도 16개국 연합군으로, 월남전 때도 동아시아 기구(SEATO)를 중심으로 한국까지 동원한 연합군을 만들었지요.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공격한 사막의 폭풍 작전은 준비에 반년이 걸렸습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공격/점령한 것이 199082일이죠. 이 전쟁에서 미국은 도덕적 명분에서 우위를 갖추었지만, 미국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함대와 병력을 주변지역에 집결시키지요. 영국, 프랑스, 이집트까지 병력을 지원했지요. 미국이 주축이 된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상대한다는 명분으로 사막의 폭풍작전을 시작한 것이 다음 해 117일입니다.

미국은 동시에 유엔을 통해 이라크의 점령군 철수 등을 요구하면서 우호국들의 지원을 확보합니다. 트럼프는 전쟁을 독단적으로 시작한 뒤 그가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는 수법인 돈을 내라’, ‘군대를 보내라’, 아니면 관세로 보복하겠다등으로 협박하고 있습니다. 동맹국이자 전통적인 우호국인 나토와 일본, 한국조차 트럼프의 요구를 외면했습니다. ‘우리 같이 가자나의 뒤를 따르라.’라는 완전히 다르지요. 트럼프는 뒤에서 돌격을 외치면서 서성거리고 있는 동맹국들에 채찍을 휘두르는 모양새입니다. 동맹국들은 모두 네가 싸질렀으니 네가 치워라.’라면서 트럼프의 요청에 등을 돌렸습니다. 사막의 폭풍 작전과는 달리 동맹국들의 눈에는 명분도 없고 또 협상의 여지가 있는 이란문제를 아무런 상의 없이 전쟁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이니까요. 유일한 동맹국인 이스라엘조차 미국과는 동상이몽을 꾸고 있지요. 이스라엘은 이란문제보다는 주변 가자지역과 레바논에 있는 강경 이슬람 근거지 소탕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란과의 협상이 타결될 것 같으면 한 번씩 몽니를 부리고. 이건 동맹이 아니라 동맹이란 이름 아래 미국이 관리해야 할 우환거리입니다.

셋째,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 해협의 통행을 두고 통행료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습니다. 아라비아만에서 호르무즈해협은 이란의 영해에 속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국제해협의 통행문제는 국제회의에서 결정해왔습니다. 과거엔 강대국들이 주축이 된 국제회의였다면 지금은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가 존재하지요. 국제회의/조약을 통하지 않고 미국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는 문제라는 말입니다. 자유 통행과 자유무역은 고대 그리스 시대 이후 유럽과 후일 미국이 지향/추구해온 대원칙입니다. 물길을 막아두고 돈 내라는 건 강도질이나 다름없지요. 미국의 1차대전 참전 명분이 독일이 무제한 잠수함전으로 대서양 해상통행을 차단한 것 아니었던가요? 호르무즈해협을 막고 돈을 받으면, 튀르크도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해협을 막고, 말레이시아도 말라카해협을 막으면서 통행료를 내라고 한다면? 미국이 통행료 징수를 허용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건 단순한 혼란만이 아니라 국제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워싱턴DC의 케네디 센터를 트럼프-케네디 센터를 바꾸었다가 자신의 임기 중에 다시 케네디 센터를 돌아갔듯이 트럼프의 한심한 행동으로 야기된 이 문제도, 만약 확정되더라도, 언젠가는 재검토될 것입니다.(2026.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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