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단 아버지 새벽에 일 나간다고
산으로 나무하러 간다고 별 밝으며
남강에 배 띄어 그물 드리우러 간다고
그러고 왜놈이 쳐들어왔지. 늑대같이 승냥이같이 눈을 빛내며
마을의 여자들 혼비백산 뛰쳐 도망을 갔지
남자는 다 어디로 갔지?
남정네들 어디로 갔지?
하늘을 받치고 땅 지어 우리 식구 해먹이던 그네들은 어디로 갔지?
일터의 남정네들 당산에 걸려 있다고 마을 지키고 눈 부라리고 있다고
바람이 일어 알려 주었네
그네들 목 나무 가지마다 걸려 있고
그네들 몸뚱아리 갈갈이 흩어졌다고
저 검은 산으로 올라갔지. 침묵하고 돌아있는 저 산으로 올라갔지
하늘을 떠받치던 그 기둥
모가지 둘러친 그놈들 저주하며 부러진 나무를 보았네
파헤쳐지고 혈흔 낭자한 내 삶을 보았네
남겨진 다섯살 곱단이와 세살박이 돌이와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우리 아가
그 아가를 떠받쳐줄 기둥 잘라 버렸네
칼노래 칼춤을 준비하며 남한강가 합숙자리 물굽이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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