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의식이 그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인간의 사회적 존재가 그들의 의식을 규정한다."
칼 맑스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서문중에서
흔히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부정확한 표현으로도 많이 사용되는 명제이며, "유물론적" 변증법자인 마르크스의 인식을 압축적으로 표현해낸 명언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다른 한편 마르크스의 이상의 얘기는 언뜻 생각하면 틀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늘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 전혀 다른 사회적 존재가 되며, 따라서 이런 측면에서만 보면 우리의 의식이 우리의 존재를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고 마르크스의 명제도 틀린 것처럼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호관련된 전체로 살펴보면, 사정은 다릅니다.
왜냐하면 어떤 특정 시점의 의식 및 의식에 따른 행동도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의 규정성 속에서 형성된 것이고 또한 사회적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전제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자본주의를 만들어 내는데 동의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태어나보니 자본주의란게 있었고, 자본주의 사회라는 사회적 환경과 더불어 선택적으로 -- 때론 능동적으로 때론 수동적으로 --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기타 등등...
참고로, 이해를 돕기 위해「루이 보나빠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의 지적을 덧붙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가지만, 그들이 바라는 꼭 그대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스스로 선택한 환경 속에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주어진, 물려받은 환경 속에서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 칼 맑스, 「루이 보나빠르트의 브뤼메르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