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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한다의 의미 밝혀지다(펌)

작성자19기주상철|작성시간09.04.04|조회수55 목록 댓글 4

 

이 사진 다들 기억하실 것으로 믿는다.

 

2002년 7월, 디씨에 올라온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방법하다”와 “손발리 오그라진다”는 일대 

유행어가 되었다.

 

“방법”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구구한 억측만이 난무했고(위해를 가하다, 괴롭히다, 글쓴이만 아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등) 그 때문에 더욱 재미있게 느껴져 디씨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심지어 오프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밥상머리에서 우연히 그 의미가 밝혀질 줄이야!!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사실 공은 내가 아니라 울 엄니께...^^

 

어제 축구 북한전 이후 인터넷 기사에서 댓글을 훑어보다가 오랜만에 “손발이 오그라진다”는 표현

을 보고 낄낄대던 나는 (북한 정대세가 슛한 게 리플레이 보니까 사실은 골이었는데 아니라고 판정하니 쪽팔려서 손발이 오그라들었다는 얘기) 

아침에 식탁에서 그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후반 처음 부분을 못 보았기 때문에 일단 그런 장면이 있었냐는 식으로 운을 띄운 뒤,

 

“애들 반응이 되게 웃겨요, 누구는 막 손발이 오그라진다고 하고, 누구는 축구장에 물 채워서 얼려

갖고 김연아 주라고 하고 ㄲㄲㄲ” 하니 울 아부지 왈,

 

“근데 손발이 오그라진다는 게 왜 오그라진다는 거냐?” 하신다.

 

그래서 나는 신이 나서 “손발이 오그라진다”랑 내친 김에 “방법하다”까지 그 의미랑 유행하게 된 

계기 등을 아는 대로 자세히 말씀드렸다. 

그러는 중에 위 사진 속 벽보에 나온 문장을 거의 그대로 들려드렸는데,(당시 워낙 재미있었기에 시간이 지났어도 기억하고 있었음 ㅎㅎ)

울 엄니께서 “방법”이란 게 옛날부터 있던 말이라며 놀랍게도 그냥 다이렉트로 이해를 하시고는 막 

웃으시는 거였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난 속으로 ‘헐, 울 엄니 대단하신데?‘ 하고 헛바람을 집어삼키며

“그래요? 그게 무슨 뜻인데요? 진짜면 인터넷에 올리면 대박이겠다. 그건 진짜 아무도 몰라요.” 

하니 이어지는 울 엄니의 설명,

 

요약하자면

“동네에서 누가 뭔가를 도둑맞았거나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하던 주술적인 의식을 방법이

라고 한다.”는 거였다. 단지 액막이 차원이 아니라 범인을 찾아내거나 벌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했

다. 주술 자체의 효력보다는 범인을 겁줘서 자백하게끔 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그러자 아부지께서도 한 말씀 거드셨다.

 

“어, 그러고 보니 생각난다. 왜 살아있는 고양이를 펄펄 끓는 물에 담그면 고양이가 막 몸부림치다 

온몸이 오그라들면서 죽을 거 아냐. 그러면 범인이 그것과 똑같이 몸이 오그라들어서 평생 불구가 

된다는 거야. 이걸 믿고 어느 부자가 도둑놈을 잡으려고 이대로 했는데 자기 아들 몸이 오그라들더

래. 알고 보니 아들이 범인이었다는 거지. 우리(아부지) 어릴 때는 애들이 남의 집에서 뭐 훔쳐가고 

그런 일이 잦았어. 그럴 때 아이들을 불러모아놓고 이런 얘기를 들려줘서 겁을 주곤 했다고.” 

 

ㄷㄷㄷ;;; 이것도 방법의 일종인가본데, 여기까지 듣고보니 방법이란 게 정말 살벌한 거였구나 싶은 

생각에 소름이 쫙~

 

가만, 그런데 아부지의 말씀대로라면 저 글을 쓴 사람 (고령자일 것으로 추정) 이 저런 벽보를 써서 

붙인 것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었을 때 도둑맞은 물건을 찾기 위한 상당히 합리적인 방법이었다는 

얘기잖아? (옛날 얘기로 겁을 줘서 자백케 함으로써 잃어버린 물건도 찾고 이웃 간의 정리도 상하

지 않으려는)

 

하지만 당시 네티즌 중에는 저 벽보를 쓴 사람이 맞춤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다른 말을 쓰려다 

잘못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축이 다수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오히려 무식한 것은 우리였다는 것이다. 

 

웃자고 쓴 글이지만 세대 간 소통이 단절됨으로 인해 잊혀져 가는 우리말과 어른들의 지혜를 좀더 소중히 여겨야 하겠다는 교훈도 살짝 곁들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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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전부터 이미 알고 계셨던 분들이 계시군요. 에고...제가 국어사의 미스테리로 끝날 뻔한 문제를^^;; 밝힌 줄 알고 엄청 좋아했는디 아니네요.  그래도 아직은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 글은 그냥 놔두겠습니다. 그리고 검색해본 글 중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되는 글 하나를 링크했습니다. 위에서 네 번째 답변이 저희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거랑 거의 일치하네요. 놀랍게도 이 분의 소감 역시 저의 소감과 거의 일치 ㅡ.ㅡ;;  

http://kin.naver.com/detail/detail.php?d1id=1&dir_id=10801&eid=C+nmkCTgTOsLdCtkWJ+dVpRXYV2/ZmDm&qb=67Kz64yA&enc=utf8&pid=fOT4Oloi5UCssc8o7Gosss--345837&sid=SdWHmgF91UkAAC4kEPw

 

하나 더 참고로, "원래 지방 사투리였다." 는 설도 있던데, 

제가 대사전이 없어서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표준어인지 확신은 못 했는데

다음 사전에 쳐보니 옛말이라고 나오네요.  

서울 토박이이신 저희 어머니께서 알고 계신 걸로 보아도 사투리는 아닌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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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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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24기 김재덕 | 작성시간 09.04.04 그런 깊은 뜻이 있었는지... 좋은 글입니다. 잘 지내시죠?. ^^*
  • 답댓글 작성자19기주상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4.04 그래 이넘아 잘 지낸다. 니는 우찌 사노? 쏘주한잔하자. 전화한번 해라
  • 작성자푸른매 | 작성시간 09.04.06 어릴때 엄마가 손에 로숀 같은 걸로 말라주면서 나뿐질 하면 손이 오그라들어간다고 한적 있슴.. 이것도 방범한거죠??
  • 답댓글 작성자19기주상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9.04.06 방법이라는 게 쉽게 말하면 도둑잡는 주술인데... 말로써 주술을 걸어서 나쁜짓 못하게 하는 것이니가 맞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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