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이 기분이 꿀꿀한 날이 있다. 느즈막히 퇴근한 평일 저녁.
뭘 할까 생각하다 문득 숙명여대 근처에 '죽이는' 껍데기집이 있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그래봐야 돼지 껍데기지. 뭐 별다를까' 라고 생각 하면서도
어느덧 내 자전거는 원효대교를 넘고 있었다.
숙대입구. 참 오랜만이다. 잠깐 옛날 생각이 났다.
10년 전쯤에 잠든자유에게는 숙명여대에 다니는 예쁜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랑 저 골목을 지나 까치네, 와플하우스, 음... 또 뭐가 있었더라?
아무튼 그런 집들을 자주 다녔다.
"또 촬영하러 왔어요?"
이 집이다. 밖에서서 가게 입구 사진을 몇장 찍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일하는 아주머니가 처음 건넨 말은 '또 촬영하러 왔어요?'였다.
유명세를 많이 타는 집인가보다.
각종 TV 맛집 소개 프로그램과 잡지사, 신문사, TV드라마, 영화촬영 장소 섭외요청, ...
등등이 자주 들어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쪽 벽면엔 낯익은 이름의 유명 연예인들 싸인이 한가득이다.
좀 거부감이 들기는 하지만 일단 나도 한번 이 유명한 집을 겪어보기로 한다.
컨셉을 70년대로 잡고 일부러 이렇게 인테리어를 한건지,
아니면 어쩌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된것인지...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가게 내부는 복고적이고, 제법 운치가있다.
뷰파인더로 들여다 보다가 문득
술집이 아니라 정말 촬영 셋트장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벽면에 쌓여있는 연탄. 이집도 연탄불을 쓴다.
기대앉았다가 등에 검댕을 칠하고 가는 손님들도 더러 있다고.
술마시기 적당한 밝기라고 할까,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내부엔
온통 낡고 오래되고 허름한 것 투성이다.
소금구이와 껍데기가 전문이라기에 둘다 주문했다.
쌍대포집은 메뉴에 비해 가격이 싼 집은 아니었다.
"아주머니, 학교근처 치고는 가격이 비싼 것 같은데 학생들이 자주 오나요?"
"학생들도 오긴오는데 아저씨들이 더 많이 와요."
하긴, 가격도 가격이지만 요즘 학생들은 이런 복고적인 분위기에 대한 향수가 없을테지.
적당히 익은 껍데기와 목살을 몇 점 집어먹고는
이 집이 유명한건 단지 가게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집이나 비슷한 재료에, 특별한 조리법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도대체 뭣 때문에 딴집과는 다른맛을 내며 이렇게 맛있는 걸까?
지금껏 먹어본 돼지껍데기 중 단연 최고!
오늘은 기분이 꿀꿀해서 소주 마시면 폭주할지도 모른다.
가볍게 맥주나 한잔하자.
계산 하다가 벽에 붙은 연예인들의 친필 싸인 몇장을 찍었다.
왜 내가 아는 이름은 별로없지...?
헛, 있다!
이덕화 아저씨(같은 동네 아저씨다.)
최불암 선생님(어제 치과 앞에서,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했다.)
물론 두분은 인사는 받아주지시지만 나를 잘 모른다^^
이 지하차도도 오랜만이다!
라이딩이 땡기지만 안전한 귀가를 위해 전철타고 집에갔다.
영화속에서 보던 오래된 대폿집 분위기에 빠져서 한잔 하고 싶다면 이곳만한 곳이 없을 것 같다.
다음에 기분 좋은날 친구들 데리고 한잔하러 가야겠다.
(글|사진 잠든자유)
찾아가기 :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 10번 출구로 나오세요.
지하차도를 지나면 숙명여대입구 사거리가 나옵니다.
사거리에서 서울역 방향으로 20~30m 올라가면 간판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