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작성중======
바다와 함께 익어간다.
바다는 늘 먼 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는 그랬다.
친구들과 몇달을 별러 감포며 구룡포 로 여행계획을세워 떠나곤했다
지금같으면 발리 여행이라도 가는것마냥!
휴가철에 잠깐 들렀다가 떠나는,
잠시 빌린 풍경 같은 곳이었다.
어쩌다 선박건조 를 첫직업으로 시작하여 접한 20대의 바다는 도크에 갇힌 바다나 무서운 망망대해에 시운전 나가서 느끼는 바다로서
어릴적 낭만의 바다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일흔이 다 되어갈 무렵에
나는 마침내 그 풍경 속으로 들어와 살고 있다.
새벽의 파도, 나의 알람시계
새벽이 되면 파도가 가장 먼저 나를 깨운다.
어떤 날은 성난 북소리처럼,
어떤 날은 가벼운 숨결처럼
집안까지 들려온다.
파도는 알람시계처럼 시간이 정확하지 않다.
어떤 날은 네 시, 어떤 날은 여섯 시.
그래도 나는 이 무질서한 깨움이 좋다.
누군가가 억지로 흔들어 깨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의 바다는
하루 중 가장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검푸른 물결은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잔잔하고,
갯바위 사이로 고인 물들은
살아 있는 거울처럼 하늘을 떠받친다.
그 옆으로 갈매기 무리가 아침선회를 하다
바람결에 흩어지는 모습이
마치 오래된 필름처럼 부드럽게 느리다.
나는 가끔 몽돌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철에따라 미역이며 청각을 주워 찬거리를 보태기도하고
가끔은 발밑에 밀려온 조개껍질을 주워 들어
아무 의미도 없는 모양을 한 작은 것에도
한참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이렇게 사는 것이,
삶을 해변처럼 느리게 내려놓는 법인지도 모른다.
바닷바람을 먹고 자라는 꽃밭
집 주변 자투리 꽃밭인듯 작은 텃밭은 도시에서는 시도해보지 못한 나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해풍 때문에 농사 잘 안된다”고.
맞다. 씨앗값도 못건지는 채소가꾸기 는
바닷바람은 식물들에게 짭조름한 시련이나 일순간 소멸을 가져다주기도한다.
하지만 어떨때는 그만큼 단단하게 자란다.
상추를 따서 씻어 먹으면
입안에서 은근히 바닷맛이 난다.
그 짭조름 아삭한 독특한 맛은
도시에서 사 먹던 어떤 야채보다 솔직하다.
마치 바다가 ‘이만큼 거칠게 키웠다’고
자랑하는 듯하다.
밭을 가꾸다 보면
세월도 밭고랑처럼 고르게 지나간다.
삶에 생긴 주름이 흙처럼 스며들고
그 사이로 작은 기쁨들이 돋아난다.
새싹이 고개를 내밀 때의 설렘,
잎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기세,
비가 온 뒤 잎사귀에 맺힌 물방울까지도
모두 내 일상의 한 부분이 된다.
바다 앞에서의 외로움과 위로
전원생활은 아름답기만 한 삶이 아니다.
해변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겨울바람이 몰아치는 날이면
나를따라 본의아니게 시골생활을 하게된 아내에 몸둘바를 모를정도로 미안함이 몰려오기도한다 어떨땐
삶이 조금 더 쓸쓸하게 느껴지기도한다.
몇년에 한번 닥치는 태풍이라도 오는날은 창문은 덜컥거리며 울음을 낸다.
그럴 때면
‘세놓은 시내 아파트로 돌아가야하나?’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하지만 그런 날조차 한바탕 휩쓸고간 고요의 바다로 나가면
파도가 묵묵히 나를 맞아준다.
말 없이 곁에 있어 주는 존재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나이가 들수록 더 깊이 알게 된다.
바다는 대답하지 않지만
언제나 듣고 있는 것 같고,
나를 바라보지 않지만
어디선가 지켜보는 것 같다.
그 무언의 동행 때문에
외로움은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
해지는 시간, 하루를 씻어내는 순간
일년에 한번 일출여행객이 도로를 멈추게 할만큼 찾는 일출명소를
나는 365일 감상 할 수 있다.
동녁에서 뜬해가 서산넘어 질때면
때론 구름사이로 솓아진 햇살이 일출인양 동쪽바다위 구름을
물들이기도한다
그때의 바다는
마치 느리게 불붙는 듯한 빛을 띤다.
나는 그 붉은빛 속에서
내 하루를 가만히 내려놓는다.
저녁노을은
나에게서 ‘해야 할 일’을 지워주고
남아 있는 것들을 보게 한다.
아내가 부엌에서 내는 살림소리,
멀리서 들리는 작은 고깃배 텅통거리는 소리,
그리고 바람이 돌담을 스치는 소리.
도시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들이
이곳에서는 모두
‘살아 있음’의 증거가 된다.
바다와 함께 늙어가는 기쁨
해변 전원생활의 진짜 매력은
매일같이 바다가 주는 반복 속에 있다.
눈밭 같은 파도, 같은 바람, 같은 하늘…
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날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젊었을 때는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몰아붙였고,
중년에는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일흔을 넘은 지금은
그 모든 것에서 조금 벗어나
내 삶의 속도를 찾고 있다.
바다는 늘 제자리에서 움직인다.
언제나 앞으로 밀려오고
다시 뒤로 물러간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앞으로 가고,
때로는 물러서도 된다는 것을 배운다.
내 나이에 전원생활은
도피가 아니라 회복이다.
세상과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조금 더 가까워지는 일이다.
해변에서의 전원생활은
겉보기엔 한가하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사실은 바다와 사람 사이의
조용한 대화로 이루어진 삶이다.
나는 그 대화를 들으며 날마다 살아간다.
바다는 말이 없지만
그 침묵 속에 답이 있다.
늦게야 알게 된 진실이지만
늦어서 더 깊이 스며든다.
젊은시절 열심히 성실히 살아온 덕분에 국가로부터 인증받은 든든한 기술자격증 면허증 덕분에
건강을위해 매일 운동해야 하는 상황 을 수입을 동반하는 야외근무를 하게도 되었다.
나는 오늘도 산야를 누비며 일 과 동시에 적절한 운동을 하고 돌아와
파도를 들으며 늙어가고,
그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