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노예 등이 도망하여 보호를 받는 장소.
영어로 asylum, 프랑스어로는 asile로 표기된다. 아질이라는 말은 그리스어의 ‘불가침’을 의미하는 asylos에서 유래하였으며, 본래는 성역(聖域)의 권리라는 뜻이다.
그리스에서 초기에 신전(神殿)은 범죄인, 학대받는 노예, 채무자 들의 보호장소로 일단 신의 보호하에 들어온 사람을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는 것은 종교적 범죄로 생각하였다. 유대 민족 사이에서도 예로부터 탈리오법칙(talio:同害報復)이 있었으며, 모세는 6개의 도둔읍(逃遁邑)을 두어 잘못하여 사람을 죽인 자가 도망쳐서 들어오면 이를 일정 기간 보호하였다.
로마에서는 국가권력이 강대하여 공형벌(公刑罰) 제도가 발달하였기 때문에 범죄인의 보호를 의미하는 아질은 볼 수 없었고, 다만 법의 보호 밖에 있던 노예가 그리스법의 영향을 받아 제한적인 아질의 혜택을 받는 데에 그쳤다. 제정 이후 4세기부터 그리스도 교회가 황제의 칙령에 의해 아질로 인정되었고 로마제국 멸망 후 여러 게르만 국가에 계승되었다.
중세에 와서는 교권과 속권의 대립 속에 아질의 특권도 확장되었고 교회는 아질의 특권을 이용하여 그 세속적 권력의 확충에 힘썼다. 근세에 들어서는 국가권력이 강화되어 국민의 국가가 성립하게 되자 아질의 권리남용은 점차 제한되어 18세기에는 거의 폐지되었다.
한국에서도 삼한시대(三韓時代)에 아질과 성격이 유사한 소도(蘇塗)가 있었는데, 이는 천신(天神)에게 제사지내던 신성한 장소로서 국법이 미치지 못하여 죄인이 도망하여 오더라도 돌려보내거나 잡아갈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