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축(梁祝)
양산백과 축영대의 애틋하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는 중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러브스토리입니다.
이 이야기를 모르고는 중국문화와 중국인을 이해한다고 할 수 없을듯한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우리나라 춘향전 만큼이나 유명한 이야기이지요.
‘양축(梁祝)’이라고도 불리는 이 이야기는 송, 원, 명, 청 대의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여러 희곡과 소설 등에서 주요 재제로 활용되었습니다.
‘중국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부를 만큼 양축 전설은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 사랑이 가장 중요한 주제입니다.
<양축>이라는 제목으로 여러번 영화로 제작되어서 우리에게 익숙하기도 합니다.
이 전설의 시대적 배경은 동진시대입니다.
이 시기는 왕조가 자주 바뀌고 사회가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졌던 때이죠.
백성들의 삶은 파탄에 빠졌고,
귀족 문인들은 현학(玄學)에 빠졌어요.
봉건 지배 사상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여성 차별도 극심해졌습니다.
이렇게 급변하는 사회에서 백성들은 예교에 얽매이지 않고 경제와 계급(신분)의 차이를 초월한 양축의 자유롭고 주체적인 사랑을 동경했지요.
이처럼 '양축' 전설은 민간에 널리 퍼져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줄거리는요...
동진 때 축씨 가문에 영대(英台)라는 총명하고 어여쁜 규수가 있었어요.
영대는 어릴 적부터 시문을 좋아했는데,
그녀는 좋은 스승을 찾아 항저우杭洲에서 계속 공부하길 원했어요.하지만 보수적인 아버지는 이런 딸의 꿈을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너무나 공부가 하고 싶었던 영대는 점쟁이로 가장한 뒤 아버지에게 갔어요. 그러고는 점괘를 빌미로 딸을 떠나보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그녀는 아버지에게서 마지못한 승낙을 얻어내지요.
남장한 영대는 항저우로 가는 길에 양산백(梁山伯)과 만나고 이내 그와 의형제를 맺습니다.
두 사람은 항저우의 만송서원(萬松書院)에 입학해 함께 공부하지만 산백은 영대가 여자라는 사실은 알아차리지 못한 채 동성의 형제로만 여깁니다.
3년이 흐르고 영대 아버지는 마(馬)씨 가문과 혼사를 치르고자 그녀를 집으로 불러들입니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지요. 산백은 영대가 떠나는 18리 길을 함께하며 배웅합니다.
영대는 산백에게 사물을 기탁하며 사랑을 고백해보지만 눈치없는 그는 얼른 이해하지 못하지요. 더는 어찌 할 수 없었던 영대는 저와 외모와 성격이 똑같은 여동생을 소개해주겠다고 거짓말하고 헤어집니다.
헤어진 뒤 산백은 그리움으로 앓게 됩니다.
나중에 산백은 서원 사모로부터 영대가 여자였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영대를 찾아가 청혼하려 합니다.
그러나 집안이 가난했던 산백은 영대 집안에 제대로 청혼할 수조차 없었지요.
산백은 태수의 아들 마문재(馬文才)와 혼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와중에 뒤늦게 영대를 찾아가고, 눈물로 상봉합니다.
산백과 영대는 비록 살아서는 함께할 수 없지만 죽어서라도 함께 묻히자고 약속합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산백은 현령이 되지만 영대를 그리워하다 병을 얻어 오래 견디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영대는 슬픔에 잠긴 채 그를 따라가겠노라 다짐합니다.
강제로 혼례를 치르던 날,
영대의 가마가 산백 무덤을 피해 돌아가려 하나 더 나아가지 못하고 산백 무덤에 당도합니다.
영대는 산백 무덤임을 알고 비통한 마음으로 무덤 앞에서 장례를 치르지요.
영대는 지어온 시를 읊습니다.
묵묵히 님 앞에 왔습니다.
님과 함께 쓰디쓴 이별주를 마십니다.
님을 향한 짙은 사랑이 아련히 피어오릅니다.
마음 깊이 눈물이 흐릅니다.
원망도 인연도 말하지 마세요.
아름다운 나비의 꿈도 말하지 않을께요.
님과 같이 있고 싶어요.
현세,내세를 님과 함께 천세를 누리고
싶었습니다.
살포시 님 앞에 섰습니다.
애달픈 이별주를 마십니다.
현세를 원망하고 있습니다..
내세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함께 천수를 누리시길!!
이때 천둥과 비바람이 몰아치고 산백의 무덤이 갈라집니다.
영대는 세상의 모든 미련을 버리고 깊이 사랑했던 산백의 무덤으로 뛰어 들어가 죽어서라도 함께하자던 약속을 지킵니다.
영대가 들어가자 산백의 무덤이 닫히고 이내 비바람이 그치며 무지개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영대와 산백은 나비가 되어 무덤 밖으로 나와 세상을 날아다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