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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수필 당선작입니다

작성자추월|작성시간23.09.14|조회수19 목록 댓글 0

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549

ㅡ박철홍 또, 수필 신인상 당선^^ㅡ

그동안 <건국절 논란>이라는 시리즈로 정치성있는 이념적 글을 올렸습니다. 원래 제가 역사 글을 쓰다보니 제 글들이 정치나 이념하고는 완전 별개 글일 수는 없었습니다.

이유불문 정치적 이념이 많이 담겨진 글들 때문에 불편하셨던 분들에게는 죄송했다는 말씀 드립니다.

그래서 오늘은 순수한 문예 작품하나 올립니다. 이곳에도 여러 번 올렸던 글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공인받았기에 기쁜 마음으로 올려 봅니다.^^

부끄럽지만 10년 전에 저는 수필 신인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아래 기사 참고)

그런데 10년이 지나 또 <에세이스트>라는 우리나라 최고 수필 동인지로 부터 신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10년 전에 신인상 받고 또 신인상이라니 그 동안 발전이 전혀 없었나 봅니다. ㅎㅎ

하긴, 그 동안 단 한 번도 내 스스로 내 글을 어디에 출품 해 본적이 없습니다. 이번에도 주위에서 권유해서 출품하게 되었습니다.

우짜튼, 이제는 진정 전문수필가라고 해도 될랑가 모르겠습니다.^^

글은 누구못지 않게 많이 써 왔지만글을 정식으로 배우고 공부한 적은 없이 그저 취미삼아 써 왔던 글일뿐인데 진짜 작가님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그래도 자랑질 할 것은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라고 당선 시켜준 것 같은데요.^^

이제 제 인생 활동시간도 막바지에 접어 들었습니다.

이 기간동안에 내 인생 꿈이었던 역사소설이 어떤 문학제에서든지 꼭 당선되었음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저 같은 무명작가들은 당선이 되어야 책으로도 나오고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뭐~~ 상금도 쪼게 있고요. 축하 술 값도 충당하기 힘들겠지만요.^^

아니면 죽어라고 쓴 긴 분량의 소설이 나만 보는 일기처럼 되어버릴 수도 있겠지요? ㅠㅠ

이번에 당선된 수필을 올려 봅니다.

원래는 가사문학체로 써서 운율을 맞추었는데, 이번에 수필체로 조금 바꿔 보았습니다. 그러니 글이 더 맛이 안 나는 것 같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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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에세이스트 수필 신인상 당선작입니다.

ㅡ 추억의 수바레!(숲아래)ㅡ

호남정맥 용추봉타고 흘러내린 물줄기 용쏘에 발을 뻗고 한참을 쉬었다가, 가막골 자락 따라 흘러 흘러, 스님 머리 반들 이마 추월산 포근히 감싸 안고 돌고 돌아서, 관방제림길 백진강에 이르러 잠시 숨을 골랐다 가, 양각산 끼고 돌면서 수바레(숲아래)에 다다랐다.

거기 아직도 어릴 적 깨벅쟁이 친구들의 물 웃음 소리 왁자하네. 

두 아이, 차부앞에서 실랑이 하고,
소전머리 석물공장 옆 일본 집 앞에 여러 아이들이 히히덕거리며 서성인다. 빡빡 깍은 머리에 퍼런 약이 묻은 당시 인기 있던 태권동자 마루치 아라치에 나온, 영락없이 닮아있는 파란해골 13호가 시커먼 곤로를 들고 일본식 집에서 뛰어 나온다. 유난히 머리가 크다.

희끗희끗 묻은 노오란 봉투 밀가루 챙겨 든 코흘리개 귀공자 아이, 불그스레 녹슨 프라이 팬 든 성깔 있어 보이는 곱슬머리 아이, 한 손엔 피리 통 한 손엔 으깨진 보리밥을 든 어깨마저 다부진 아이, 두꺼운 가슴 앞으로 내놓고 자전거 타고 가는 아이, 자전거 탄 아이 뒤를 쫓아 신나게 수바레를 향해서 달려가는 아이, 

수바레 도착하자마자 숨 돌릴틈도 없이 빤쯔 훌렁, 고추는 달랑달랑, 피리 통 넣을 곳을 찾아 벌갠 눈깔 다부진 아이는 나무로 만든 고기 총 들이대고, 곱슬머리 아이는 돌부리에 머리 깊숙이 박고 메기 잡기 여념 없다. 생긴 모습 같지 않게 코딱지 파가면서 밀가루 반죽 만들기 정신없는 허여멀건 코흘리개 귀공자 아이, 시커먼 연기 나오는 곤로 머리 박고서 입바람 불어대는 유난히 머리 큰 아이, 

깊은 햇살은 남산을 훌쩍 지나 수바레 골고루 비춰 주니 아이들 환호성 하늘 높이 치솟고, 아이들은 은빛으로 팔딱이는 피라미 떼 되어 가네. 

바로 그때! 

무언가 발견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가락질하는 파란해골 13호 아이, 둑 위에 빤쯔까지 벗어 놓고 물 속으로 풍웅덩 한 무리 여자아이들, 조숙했던 파란해골 13호 아이 거츰츠레 눈 크게 뜨고 침을 질질 흘린다. 코흘리게 귀공자 아이는 밀가루 반죽에 콧물 떨어진지도 모르고 이따 맛 볼 튀김생각에 침을 젤젤 흘리고, 나무총에 관통당한 메기 하늘 높이 들이대며 어깨 다부진 아이 의기양양하고, 피리 통 속 피리 떼들은빛 춤추고, 곱슬머리 아이는 그걸 들어 올리며 득의양양하다.

피라미드 모양 삼인산에 낮과 밤이 섞여들어 불그스름한 황혼 넘어 갈 듯 말 듯 숨 가쁘게 뉘엿뉘엿하면,
고기 잡는 아이들도, 수영하는 아이들도 밥 먹어라 엄마 성화가 귀에 들린 듯, 배를 딴 피래미 고무신 속 담고, 잃어버린 한 쪽 고무신은 추억으로 남겨 놓고, 수염자란 메기들은 풀잎에 꿰 메고서는, 눈 온 날 강아지 흥에 겨워 펄쩍펄쩍 뛰듯이 소리소리 지르면서, 가슴두꺼운 아이 탄 자전거 뒤꽁무니 쫓는다.

삼인산 넘어갈듯 말 듯 숨 가쁘게 헐떡이는 황혼이, 수바레 넘어 널따랗게 드리워진 광활한 수북평야 살그머니 물들이면 여기저기 아낙네들 소리쳐서 밥 먹으라 아이들 부르는 소리 정겨운 노래가 되어 귀에 박혀있네.

 ㅡ 燭籠(초롱) 박철홍ㅡ


<신인상 심사평> 

박철홍의 <추억의 수바레> 

수바레가 무엇이냐고? 지명(地名)이다. 본래는 ‘숲 아래’라는 말인데 입소리로 수바레가 되었다고 작가가 괄호 쳐 가르쳐 주었다. 어디에 있냐고? 전남 담양에. 지금은 담양댐 물 아래 잠겼지만 옛날에는 용소에서 발원한 물이 용면을 가로지르는 내(川)가 흐르고 있었다. “호남정맥의 용추봉을 타고 흘러내린 물줄기가 용쏘(龍沼)에 발을 뻗고 한참을 쉬었다가, 가막골 자락 따라 흘러흘러, 반들거리는 스님 이마를 닮은 추월산을 포근히 감싸 안고 돌고 돌아서 관방제림 백진강에 이르러 잠시 숨을 골랐다가, 양각산 끼고 돌면 수바레(숲아래)에 다다랐다.” 

 담양읍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냇물이 백진강이다. 영산강의 기원이 가막골 용소이고 그 물이 담양읍을 지나면서 넓은 강변을 만들었는데 그곳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바구니장이 섰고 그 아래에 우시장이 섰다. 왜 이리 잘 아느냐고? 내 고향이 담양이다. 그것도 담양읍. 그러니까 박철홍은 나의 고향 후배가 된다. 담양읍에는 초등학교가 둘이 있는데 동초와 남초다. 동초는 구시가지 쪽에 있고 남초는 신시가지 쪽에 있다. 옛날 우리 때는 동초의 학생수가 남초보다 월등히 많았다. 담양의 어린이들은 여름을 백진강 냇물에서 보낼 수밖에 없는데, 이 글을 통해 이제야 안 건데 동초 아이들은 백진강 입구 관방제림의 그 우거진 나무 숲 건너 동산 앞 냇물에서 놀았는데, 남초 아이들은 양각산을 지나서 쭉 내려가면 냇물을 막아 놓은 보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 보냈던 것이다. 그곳이 바로 ‘수바레’다. ‘숲+ 아래’의 입소리라는 것이다.  

 <추억의 수바레>를 당선작으로 기꺼이 뽑은 것은 이 글만이 가진 독특함 때문이다. 언젠가 는 이 작가의 가진 독특함이 뛰어남이 되리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훈련받은 바 없을 터인데도 가사체의 가락을 생득적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있는 점이다. 이것은 참으로 중요한 것인데 우리세대의 문인들이 복원해야 하는 게 가사문학이다. 담양은 한국가사문학의 발원지다. 담양의 옛 선비들은 담양이 호남정맥과 무등산 맥으로 둘러쌓인 분지여서 넓은 들녘에 정자를 짓고 그 곳을 중심으로 문학활동을 했다. 그들은 담양의 산수를 진정으로 사랑했는데 그것이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강호(江湖)가사다. 송순의 면앙정가는 면앙정에서 바라본 담양의 산수다. 담양은 무등산의 북녘인데 이곳은 조선의 시사(詩史)에서도 매우 중요해서 호남시단의 중심지였다. 면앙 송순의 팔십잔치를 송강 정철의 젊은 세대들이 주동이 되어 치르는 장면들은 오늘의 세태에 비해도 참으로 멋지다. 그 맥은 도도히 흘러 한말 의병사에서도 찬란하다.  

 새로움이란 갑자기 똘기(또라이 기질)가 작동해서 돌연 생기는 것이 아니다. 기성의 문화가 가장 융성했던 곳에서 더는 같은 걸 반복할 수 없어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것이 바로 새로움이다. 어떤 새로움도 혁명의 기운 없이는 탄생하지 않는다. 가사체는 지금의 ‘~이다’ 체가 일본의 문체 운동에 영향을 받아 굳어지기까지 한국인의 산문체로 폭넓게 쓰였다.  ‘~이다’체의 한계는 낭송을 해보면 실감한다.-다, -다, -다의 반복으로 곧 지루해지고 만다. 한국어의 입말의 아름다움을 하나도 살리지 못한다. 한국어 입말의 맛을 살리는 것은 우리말 사랑의 차원에서도 시급한 일이다. 그 가능성은 가사체에 온전히 살아 있다. 가사문학을 오늘에 되살리자는 운동이 강호문학을 살리자는 게 아니라, 오늘날 문어체로 굳어져 버린 한국어 산문의 입말(구어체)를 살리는 운동인 것이다.  

 이글이 갖는 두 번째 장점은 묘사만으로 깔끔하게 한 편의 수필을 완성했다는 점이다. 마을 동무들이 여름에 수바레로 물놀이 가는 걸 출발부터 날이 저물어 집으로 돌아가는 것까지를 감정 기복은 생략한 채 동영상 찍듯 그렸다. 그러면 퍽이나 건조할 터인데 동심의 풋풋함으로 깔끔하게 그렸다.  

 “햇살은 남산을 훌쩍 지나 수바레 골고루 비춰 주니 아이들의 환호성 하늘 높이 치솟고, 아이들은 은빛으로 팔딱이는 피라미 떼 되어 가네.”  
신인의 솜씨라고는 믿겨지지 않은 공감각의 빼어난 문장을 얻었다. 이런 문장이 우연히 그냥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문학적 DNA를 타고났기에 가능하다. 그러나 아무리 DNA를 타고났다 하더라도 이런 정도의 글을 쓰려면 수없이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고향 선배로서 그 고행의 길로 들어선 후배에게 위로를 해 주고 싶다. 그런 수고 없이 나는 그냥 쓰겠다고 고집한다면 그건 다만 자기도취일 뿐이다. 자기도취는 객관성을 갖기 힘들다. 그런 거친 글에 독자가 견뎌낼 수 있겠는가. 그런 글은 주변 사람에게는 민폐다.   

 나는 익히 익숙한, 그러고 그런 글보다는 약간은 거칠어도 새로움을 품고 있는 글이 훨씬 좋다. 특히나 신인이라면…. 신인이 익숙한 것을 또다시 반복한다면 그 글이 아무리 잘 다듬어졌어도 그건 구인의 글에 불과하다. 거칠게 말하면 늙은이의 토사물이다, 눈에 띄지 않게 어서 치워야 할. 왜 구인에게 사람들이 관심을 갖겠는가?  

 박철홍이라는 신인의 탄생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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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수필 당선되었다는 기사도 올려 봅니다.

박철홍 전남도의원, 수필가 등단

(무안=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연합뉴스. 2012/03/12 11:39
=

전남도의회박철홍의원(민주ㆍ담양 1)이 '현대문예 제62회신인문학상' 수필부문에 당선돼 작가로 등단했다.

12일 도의회에 따르면 박 의원이 현대문예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에 '생태도시로 가야 하는 이유'를 출품해 신인상에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박 의원의 작품에 대해 "수준 높은 문학성을 지니면서도 오늘 우리 사회에 가장 절박하고 시급한 문제해결을 위한 실천적 목표를 분명하고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선정배경을 설명했다.

박 의원은 "수필문학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공직 생활의 현장경험을 글로 썼는데 뽑혀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앞으로도 틈틈이 생활 속에서 얻은 지혜를 글로 표현해 보겠다"고 수상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박 의원은 전남 담양출신으로 민선 3기 담양군수 비서실장을 거쳐 현재는 전남도의회 경제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번 째 사진은 나도 언제 인지 모르겠으나 수 십년 전 내 모습 인 것은 확실 합니다. 그래도 내 사진 중 가장 수필가 답게 나온 것이라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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