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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침묵>

작성자김만수|작성시간23.09.19|조회수19 목록 댓글 0

<바보들의 침묵>


고교동창 일곱명이 만난지 60년이니 환갑 챙기자며 하루 바깥 나들이를 한다.
더위 피하고 선선한 9월중순에 운전 잘하는 친구가 스타랙스 차를 몰고 간다.


고르고 고른날인데 하필 온종일 비가 내린다는 날씨 예보다. 
새벽부터 우중충한 날씨에 비가 흩뿌리니 일그러진 하루가 예상된다.   
우산을 챙기고 친구들 하나둘...여섯이 약속시간인 10시도 되기전에 모여든다.


사당역 주변은 출퇴근시간을 피해도 도로가 꽉 막히는 교통 혼잡지역이다.
비줄기는 더 세지고 약속시간이 넘어  차가 오지않아 전화를 건다.
"말도 마라, 남태령 넘어가고 있는데 꽉 막혀 30분을 도로에 서 있다"
누구도 오늘의 나들이를 포기하고 여기서 멈추자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기왕 출발했고 그것도 비 피할 차가 있으니 딴 생각일랑 주워담고 차를 탄다.


비는 내리는데 약속한 석모도 교동도에서 볼거리를 덤성덤성 차로 돌아다닌다.
우산 펴들고 있으니 구경하기가 힘들고, 사진을 찍는다고 번잡 떨기도 어렵고.
질퍽한 땅을 내딛고, 발을 움츠려 이리저리 뛰고, 흙묻은 발로 차에 오르고. 
볼것을 찾아 오르내려야 할 곳은 아예 지나쳐 버리고, 관광은 아예 뭉개지고. 


기왕 나섰으니 불평 불만의 소리는 속으로 삼키고 침묵하는 바보 군중이 된다. 
대충 보고 가자는 소리도 들리고 아예 차에서 내리지 않는 친구도 있고.
비올때 운전이 힘들지만 내색은 못하고 약속된 곳은 다 들리려 운전자는 끙끙 매고.
돌아오는 길도 차로 꽉 막힌 도로에서 3시간을 뭉개며 노인들을 괴롭히고.
전립선 비대증은 너나가 없어 차를 도로옆 길가에 세우고 무단 방뇨를 할수 밖에.


'이런 날은 나들이 하는 게 아닌데'하는 소리에 운전하는 친구가 곧바로 반응한다.
"새벽에 오늘 여행 포기하자는 소리를 기다렸는데...내가 포기하자 할수는 없잖아."
다들 웅성거리며 '나도 취소했으면 했는데...말은 못하고 속으로만' 
비로 인해 이지러진 하루를 예상하고도 누구 하나 포기하잔 소리를 못하고 침묵했다.
바르지 못한 현실에 비겁하게 침묵하는 군중들의 바보짓을 여기서도 본다.


온종일 비 오니 여행일정 포기해 버릴까
누군가 '취소하자' 의견 오기만을 기다림
바보들의 침묵으로 귀한 하루가 일그러짐


2023.9. 아가동장 김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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