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561
ㅡ 영화 '힐빌리의 노래'와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 ㅡ
어제 추석이었지만 다른 추석과 달리 저녁 약속이 없어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 한 편을 보았다.
‘힐빌리의노래(HillbillyElegy)’라는 영화였다.
재미도 있었고 감동도 있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은 여러 번 본 적이 있는 연기파 배우들 연기도 뛰어 났다. 론하워드라는 감독도 내가 좋아하는 감독이었다. 영화 자체로는 아주 좋았다.
그런데 영화 보고 나서야 알았는데 실화였다. 실화 소설을 영화화 했다. 실화라고 해서 나는 영화 주인공 후일담이 궁금해 자세히 찾아 보았다.
놀랍게도 바로 일년 전에 영화 주인공 뉴스가 떠 있었다.
<2022년 미국 중간선거의 주요 접전지 중 하나였던
오하이오주(州)에서 공화당의 J.D. 밴스 상원의원 후보가 당선됐다. 밴스 후보는 넷플릭스 영화 ‘힐빌리의 노래’의 원작 작가로 유명하다.>
영화 주인공인 밴스 상원의원은 2022년 미국 상원의원 당선 될 때 나이는 38세에 불과했다. 그 나이에 상원의원이면 곧 미국 대통령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힐비리의노래'라는 영화 주제는 '개천에서 용이나는' 그 자체였다.
진짜 미국판 개천에서 용이 난 이야기 이었다.
‘힐빌리’는 미국 중부
애팔래치아 산맥에 사는 가난한 백인들을 비하하는 단어로 쓰인다.
즉 우리말로 하면 '촌놈, 촌뜨기' 라는 뜻이다.
나 어렸을때만 해도 '아메리카 드림' 이라는 말이 넘쳐 났었다. 요즈음은 '코리아 드림'이라는 말이 더 넘치고 있다. 그 만큼 당시는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어 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힐빌리의 노래'라는 영화는 그런 우리들 생각을 산산조각 내 버린다.
[주인공 밴스 가정은 한국에서도 보기 어려운 불우 가정이었다.
할머니는 14살에 임신하여 딸을 가졌는데 그 딸이 밴스 엄마이다.
불운은 대물림해서 밴스 엄마는 마약 중독에 여러 남자들을 바꿔가며 사는 엄청난 문제적 엄마이다. 그런 엄마에게 많은 상처를 받고 살고있던 밴스는 한 때 잘못 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 때 할머니가 독한 마음을 먹고 밴스를 데려다 키운다. 밴스는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도 여러 문제를 일으키지만 어떤 계기로 할머니 진심을 알고 개과천선한다. 밴스는 고등학교 때 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에만 메달린다. 밴스는 주립대학에 입학하지만, 학비가 없어 해병대에 자원입대하여 돈을 모아 전역 후 대학에 다시 다닌다. 대학 복학 후 더 공부를 열심히 해 기어코 예일대 법대 로스쿨에 합격하여 변호사가 된다. 그때부터 벤스 인생은 천양지차로 변해간다. 진짜 개천에서 용이 난 것이다. 미국도 확실한 학벌 사회였다. ]
난 영화를 보면서 미국이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라는 것은 알았지만 백인들 사이에서도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
자본주의 국가는 사회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다 비슷해지는 것 같았다.
『꿈을 쌓아두는 사람들(Dream Hoarders)』의 저자인 리처드 리브스는
미국 포틀랜드·샌프란시스코·뉴욕 등 고소득층 부모의 자녀교육 사례를 통해 “명문대 입시로 만들어진 거대한 특권의 산이 존재한다. 교육을 통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대물림되고 구조적 벽을 쌓는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요즘 현실이 아닌가?
세계적으로 이런 ‘교육산성’ 벽이 점점 공고해지며 높아지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나는 경우가 없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 정동영 대통령 후보는 개천에서 용이나는 사회를 다시 만들겠다는 구호를 최우선으로 내 걸었다. 당시 경쟁자 이명박 후보도 비슷한 교육정책을 내 세웠다. 요즘도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를 만들어 내 겠다는 것이 정치인들 단골 구호이다.
영화에서는 주인공 밴스가 예일대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가 되어 유명 로펌에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어렵게 합격한 것으로 끝난다.
이후 밴스는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자로 자수성가했다. 그리고 자신의 가난했던 유년 시절을 생생하게 그린 저서 ‘힐빌리의 노래’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이 아마존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베스트 셀러가 되어 미국사회에 선세이션을 일으킨다. 그리고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만든다. 이 책으로 유명해진 밴스는 드디어 미국 상원의원까지 된 것이다.
밴스가 쓴 책은 가난한 백인 노동자들이 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게 됐는지 보여주는 책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밴스는 정계 입문 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의 히틀러”라 부르며 비판했지만, 정계 입문 후 트럼프를 “내 생애 최고의 대통령”이라 추켜세우는 등 태도를 180도 바꿨다. 그리고 2022년 4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5월 공화당 경선에 승리했다.
영국 BBC 방송은 “밴스 후보는 ‘힐빌리의 노래’에서 자신을 ‘촌놈’으로 묘사하며 촌놈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경제와 정책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보다는 개인의 노력 부족에 있다고 지적해 공화당과 비슷한 시각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개인의 노력 부족, 이게 사실일까?
영화는 감명깊게 보았지만 밴스의 이런 사고는 받아 들이기 힘들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
원래부터 기회의 땅으로 알려졌던 미국에서 통용되는 말이었다. 미국 공화당 주요 이념이기도 하다.
그러나 '힐빌리의 노래'라는 영화는 역설적으로 이러한 게 개인의 노력으로만 되지않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도 보여 준다.
밴스라는 뛰어난 인물은 개인 노력으로 자기 꿈을 이루어 가고 있지만 나머지 99.9% 이상 힐빌리들은 가난, 교육의 대물림 공고한 구조적인 산성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었다.
밴스 책과 영화가 나온 이후에 미국사회에서도 이 문제로 많이 소란스러웠다. 찬반이 격렬하게 갈렸다.
밴스같은 뛰어난 한, 두사람 예를들며 지금같은 교육산성이 더 공고하게 쌓아져 가는 이런 상황을 개인 노력 부족이라는 말로 그대로 놔둔다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온 세계가 또 다시 100여녀 전과 같은 신분사회로 되 돌아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인류 5000년 역사 속에서 신분제 사회가 철폐 된 것은 100년 쯤 밖에 안 되었다.
사실 우리나라로만 보자면 6.25 전쟁 이후 태어난 나와같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신분제 차별을 전혀 느끼지 못 하고 태어난 유일한 세대가 될 수도 있다. 내 경험상 어릴 때 부터 지금까지 양반 상놈등 신분차별을 느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 자녀 세대들을 보면 그렇지 않는 것이 느껴진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다.
미국에서는 트럼프나 벤스같이 가난, 교육의 대물림이 개인의 노력으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들이 대통령, 상원의원이 되는 세상이다.
세상이 어떻게 되어갈 지 두렵다.
개천에서 용 나는 교육!
현재도 아주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려운 처지에서 혼자 공부해서 용이 되기 쉽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즉 강남 대치동 개천이 아니고서는, 부모 부를 바탕으로 한 풍족한 사교육을 받지 않고서는 용이 될 수 없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특히 우리나라 상류층 자녀들은 어려서부터 자신 소질을 찾아내 키울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란다. 상류층 부모는 자녀에게 '다양한 기회'를 열어줄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대부분 그 능력대로 해준다.
나도 내 자녀들에게 전혀 못 해주었다. 마음이 아프다.
우리나라도 신분제 철폐 이후 100년 조금 지나 또 다시 새로운 계급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경우는 극히 힘들 수밖에 없다.
사실, ‘개천에서 용 나는 교육’ 이 좋은 말이고 우리 사회가 분명 그렇게 되어야 하겠지만 한 편으로는 역사적으로 내려온 우리나라 오도된 입신양명 교육관을 제대로 상징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용'이란 무엇인가?
지덕체가 균형잡힌 지식을 얻고 자아실현을 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닌 오로지 입신양명하여 남보다 위에 서서 군림하는 사람을 말한다. 현재 SKY대를 위시한 명문대학을 향한 일등경쟁주의 뿌리도 개천에서 용 나는 교육이란 말에 있다.
자기 소질이나 적성과는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명문대 명함만을 가지기 위해 일류대학을 선택하고 사회에서 군림하려는 자들은 진짜 용이 된 이들이 아니다.
자기 적성과 소질을 빨리 파악해 하고싶은 일을 하며 자아를 실현하는 사람들이 진짜 용이 된 사람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용이란 성공한 정치가, 행정가, 법조계인사, 의사, 기업가 등을 일컷고 있을 뿐이다.
진정한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교육을 위해서는 현 교육당국은 말과 행동이 다른 교육 정책을 펴지 말고 적성교육과 진로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고 나아가서는 사회와 국가에 기여도 하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들이 진정한 용이 되는 교육을 하고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오로지 SKY대학 진학으로만 개인을 판단해서 안 된다.
'힐빌리의 노래'라는 영화에서도 예일대 법대 출신이라는 것이 개인 모든 것을 판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지덕체 인성 교육을 제대로 받고 자아실현을 해낸 사람이 진정 용이 된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온 사회가 바뀌어 져야만 우리 교육이 바로 설 것이다.
진정한 용이 무엇인지부터 가르치고 '개천에서 용났다' 는 표현을 써야한다.
이래저래 '힐빌리의 노래'라는 영화는 내게 많은 생각을 가져다 주었다.
ㅡ초롱박철홍ㅡ
세번째 사진 실제 벤스상원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