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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누설

격물치지 성의정심(格物致知 誠意正心)

작성자오비이락|작성시간19.11.22|조회수1,080 목록 댓글 0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유교경전인 ‘대학(大學)’에 나오는 8조목 중 후반부 내용이다. 치국평천하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없고 중요한 것은 수신제가, 그 중 수신이다.

그런데 수신을 위해 필요한 것이 그 앞에 제시되어있는 격물치지성의정심(格物致知誠意正心)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면서 중요한 것은 ‘격물(格物)’이다.

격물은 ‘사물의 근원적인 이치를 철저하게 연구해서 아는 것’을 일컫는다. 격물하여야만 치지(致知), 즉 앎에 이르게 되고 그래야만 성의(誠意), 즉 뜻을 정성되게 할 수 있으며, 그 이후에 정심(正心) 즉, 마음을 바르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다음이 수신이고 제가이며 치국이고 평천하이다.

안타깝게도 ‘수신(修身)’이 되지 않고 있다. 가장 기초가 되는 ‘격물(格物)’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뿌리가 깊지 않으면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것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도 기초를 무시하고 있다.

철저하게 알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충 알고서 넘어간다. ‘빨리빨리’ 때문이고 ‘생각할 여유를 가지지 못함’ 때문이며 ‘사지선택형 평가’ 때문이다. 또 자기주도적 학습이 아니라 강의식, 주입식, 족집게식 학습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책이 너무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수학능력시험은 사고력을 요하는 시험이기도 하지만 순발력을 요하는 시험이기도 하다.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기에 깊게 생각하면 모든 문제를 풀 수가 없다. 실력 쌓기보다 높은 점수 얻기가 더 중요한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기에 학생들은 평소에도 깊이 있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훈련 덕분인지 아이들은 지문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정답을 콕콕 찍어낸다. 시(詩)의 의미도 모르면서 답을 찍어내고 영어지문 해석도 못하는데 점수는 높게 받는다. 칭찬해야 할지 야단쳐야 할지 난감할 때가 적지 않다.

어휘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운동을 좋아하는 남자 고등학생들도 ‘연타’ ‘신승’ ‘완승’ ‘박빙’ ‘2연패’ ‘계영’ ‘역주’이라는 스포츠 용어들을 잘 모른다. 처음 들어보았노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아이들이 학습에서나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어휘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잘 알지 못하는 이유는 어휘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도 정답을 찍어내는데 전혀 지장을 받지 않기 때문이고,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만 주워 담을 뿐 스스로 찾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을 멀리하고 문맥을 통해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려는 잘못된 습관 때문이다.

책이 너무 많다. 문제를 많이 풀어보아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책을 보아야 하니 수박 겉핥기식일 수밖에 없다. 꼼꼼히 보지 않을 뿐 아니라 반복해서 보지도 않는다. 실력이 쌓여질 리 만무하다. 완전한 자기 실력을 갖추지 못한다.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오직 한 사람만을 택하여야 하듯이 진정으로 실력 갖추려면 한 권의 책을 철저하게 파고들고 반복을 거듭해야 하는데 요즘 아이들은 여러 권의 책을 대충 보고 문제풀이에만 전념한다. 그것 역시 반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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