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파(流派)의 분류와 공통성(共通性)
천문만호(千門萬戶)가 있으나 각 가지는 한 그루의 나무에서 나왔다.
이치와 법이 비슷한 자, 이치가 비슷하고 법이 다른 자, 또 법과 이치가 각자 다르거나 심지어 절대적으로 상반되는 자가 있으나 각자의 방법대로 훈련을 거치면 모두 효과를 볼 수가 있는 것이 전통적인 기공의 큰 특색이다.
그것들은 기공의 보물창고를 풍요롭게 하여왔으나 또 한 가지 문제를 가져왔다.
종류가 너무 많아 기공을 의심하는 자는 의심을 더욱 가중하였고 초보자는 의혹에 빠져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난감하게 되었으며, 선입견에 사로잡힌 자는 문파의 우위를 따지는 쓸모없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이런 까닭으로 당대의 기공이 정상적으로 발전하게 하기 위하여 아래 두 가지의 주요 문제를 밝히는 것이 매우 필요하게 되었다.
하나는, 서로 다른 유파가 형성되는 기본 원인은 무엇인가?
두 번째는, 서로 다른 유파의 기공이 공통성이 없는 원인은 무엇인가?
많은 유파와 부동한 공법이 형성된 원인은 다양하다. 각자 역사의 근원이 있으며, 지리적 제한이 있으며, 또 인생철학이 다른 점 등이 있다.
그러나 하나의 가장 기본적인 원인은 바로 사람의 생명운동의 원래적인 특성에 있다. 사람은 하나의 개방적이며 다차원(多次元)인 초거계통(超巨系統)으로서 극히 복잡하다.
익지공의 공제론을 통하여 우리가 배운 것은, 어떤 한 개의 복잡한 계통은 비록 그것이 생명이 없는 공정계통을 가졌다 하더라도 하나의 상태에서 다른 상태(목표)로 변화하는 도경(길, 과정)이 다양하므로 절대 유일한 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양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속담이 있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인체와 같은 초거계통을 예로 말하자면 정상심리상태(온정태穩靜態)에서 각종 부동차원의 기공태(우회적 온태穩態)로 진입하는 길도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종다양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단련 등을 통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자각적(自覺的)으로 자신의 생리상태를 변화시켜 기공상태에 도달하게 하는 방법은 바로 우리가 늘 말하는 기공공법이다.
이로 인하여 기공의 공법이 많으며, 유파가 각기 부동함은 바로 생명운동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특성에 따른 결과로서 당연한 것이다.
예를 들어 주역(周易) 계사편(系辭篇) 제11장에서 ‘역에는 태극이 있고, 태극은 양의(두 가지 모양)를 낳으며, 양의는 사상을 낳고, 사상은 팔괘를 낳는다. 팔괘가 길흉을 결정하며 길흉이 대업을 낳는다(是故，易有太極，是生兩儀，兩儀生四象，四象生八卦，八卦定吉凶，吉凶生大業).’고 하였다.
이는 고대인들의 우주변화에 대한 인식으로서 인체의 생명정체관과 생명운동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인체 생명운동의 모식(模式. 모양과 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팔괘에서 경락모식(12경), 장부모식, 오행모식 및 삼재모식(정, 기, 신) 등의 차원을 추론할 수 있으며 두 가지의 모양으로부터 인체의 음평양밀(陰平陽密 음양을 조절하여 인체의 균형 상태를 되찾는 것으로) 층차 등을 추리해 배울 수 있다.
만약 팔괘의 차원으로부터 접근하면 기공훈련이나 각종 치병은 당연이 경락으로부터 시작하거나 장부로부터 시작하여야 하며 주천공이 앞에 배치되고 [황정경]의 공법이 뒤로 가는 공법이 만들어지는 하나의 실례가 될 수 있다.
※ 황정경(黃庭經) : 도교 초기의 수련경전(仙道得道法)인 황정경(黃庭經)의 원문은 태상황정외경옥경(太上黃庭外景玉經)이다. 그 후에 상청파(上淸派)의 도교신도들이 외경옥경(外景玉經)을 바탕으로 개작(改作)한 것이 태상황정내경옥경(太上黃庭內景玉經)이다.
만약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면 연공과 치병은 우선 음양을 조화시키는데 있으며, 극단적으로 무릇 경락이나 장부를 제외하고도 음양을 강론할 필요도 없이 제일 중요한 것은 원기이므로 혼원기(混元氣)를 훈련하면 된다는 유파가 여기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일상에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가정생활에 비유하여 설명하자면 가전제품들이 고장이 났는데 그 원인이 전압이 불규칙해서 고장이 잘 나는 것이므로 먼저 전압을 일정하게 조절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나서 물건들을 수리할 것이냐(음양의 조화가 우선이라는 입장), 일단 급하므로 고장 난 물건을 먼저 고친다음에 전압문제를 해결할 것이냐(팔괘 차원의 접근법),
그도 저도 아니고 집 주인에게 돈을 많이 주면 고치든지 새로 사든지 알아서 할 것이다(혼원기를 수련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접근법) 하는 견해와, 각자의 견해들을 조합한 경우의 수를 감안하면 수많은 해결방법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고대의 인체생명관은 하늘과 사람이 밀접하게 상관되는 것으로, 공리공법은 보통 그 공법이 탄생한 고장의 지역적인 특색이 있다.
생명 정체관은 인류의 사회적 배경이 변화함에 따라 적응, 발전하므로 사회의 변화에 따라 공리공법도 필연적으로 역사의 도장이 찍혀있는 것이다. 또한 생리작용이 정상적인 사람이라 할지라도 개체마다의 차이가 매우 크다.
정신과 육체로 이루어진 사람의 개체별 차이는 동일한 문파, 동일한 한 가지 공법, 동일한 스승이라 할지라도 개인들이 배우고 얻은 것은 서로 다르다.
이러한 다른 점들이 발전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차이가 현저하게 되어 새로운 유파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런 일들은 기공의 역사에서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 알고 결과를 바라보면, 사람의 생명운동을 강화하며 지능을 충분히 계발하여 사람의 생활을 더욱 아름다운 목표에 도달하게 하려는 각파의 길은 다르지만 목표가 한가지임을 알 수 있다.
이 근본적인 이치를 염두에 두고 연공을 하면 배우는 과정에서 누가 옳으니 그르니 묻고 따질 필요 없이 유파에 대하여는 대략적으로 알고 수련에 임하면 자신의 주관과 능동성을 충분히 발휘시킬 수 있다.
이러한 현명한 기공 애호가들은 기공을 학습함에 있어 마땅히 자신의 특성에 맞는 적합한 공법을 선택하여 수련함과 아울러 이후의 연공 과정에서 새로운 내외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즉시로 공법을 개변시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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