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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답사

영조와 임오화변

작성자오비|작성시간20.02.25|조회수304 목록 댓글 0

임오화변(壬午禍變)

왕실의 가장 비참한 사건 중 하나인 임오화변(壬午禍變)은 영조 38년(1762) 음력 5월 13일에 일어났다.

그 직접적인 계기는 20일전에 제기된 나경언(羅景彦)의 고변(告變)이었다. 그는 세자의 비리를 영조에게 고변했다가 무고(誣告)혐의로 참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그 고변(告變)으로 영조는 세자의 여러 비리를 더욱 상세히 알게 되었다.
사도세자(思悼世子)의 비행을 적은 상소는 곧 불태워져 사라졌으나, 영조(英祖)가 사도세자(思悼世子)를 추궁하는 말 중에 "네가 후궁을 죽이고 여승을 궁으로 불러들였느냐? 그리고 성문 밖으로 나가 놀았다는데 이것이 과연 세자로서 할일이냐?"라고 질책한 사실이 <영조실록>에 적혀 있어 고변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영조에 따르면 사도세자(思悼世子)는 정신병 때문에 자신의 첩인 임씨를 죽였고, 비구니를 궁중에 불러들여 풍기를 어지럽혔으며, 영조 36년 부왕의 허락도 없이 평양으로 몰래 놀러 나가는 등 비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평양으로 놀러 가서 석 달씩 있었다는 것이 좀 수상하다.
체류한 시간도 길거니와, 당시 평양에는 조선의 변방을 지키는 정예군이 주둔하고 있었으며, 평안도에서 세금으로 거두어들이는 곡식은 중앙정부로 보내지 않고 현지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사도세자(思悼世子)가 평양으로 가서 쿠데타 준비를 하고 온 것은 아닐까?

나경언의 고변이 있은지 이틀 뒤, 영조(英祖)는 시전상인들을 불러 세자가 진 빚을 갚아 주며 분노와 고민에 휩싸였다.

음력 5월 1일 영조는 건명문(建明門)에서 밤을 지새면서 새벽에 영의정과 우의정을 입궐케 했다. 신하들은 '요즘 세자께서 매우 뉘우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영조는 "말하지 마라, 말하지 마라. 여망(餘望)이 전혀 없다." 면서 개탄했다.

음력 5월 6일, 영조(英祖)는 신하들에게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나경언이 어찌 역적이겠는가? 지금 조정 신하들의 치우친 논의 때문에 부당 (父黨)과 자당(子黨)이 생겼으니, 조정의 신하가 모두 역적이다."라고 말했다.

영조(英祖)의 이 발언은 임오화변(壬午禍變)의 근본적 원인이 정치적 문제에 있었다는 중요한 근거로 거론된다.

음력 5월 13일, 영조(英祖)는 죽은 정성왕후 서씨가 '변란이 호흡 사이에 있다'는 계시를 해 주었음을 구실로 세자 제거를 결심했다.

혜경궁이 쓴 <한중록>에 따르면, 영조가 최종적으로 세자를 죽여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5월 11일 세자의 '영조암살 미수 사건'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날 밤 세자는 영조(英祖)가 머물고 있던 경희궁으로 들어 가기 위해 칼을 든 채로 수구로 들어가려다 몸이 비대해서 온몸에 상처만 입고 돌아왔다 한다.

세자빈 홍씨는 이같은 사실을 다음 날 시어머니인 영빈 이씨에게 알렸으며, 영빈 이씨는 이 사실을 영조(英祖)에게 낱낱이 고해 영조가 세자의 자결을 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스토리가 과연 진실일까? 혜경궁의 소설이 아닐까? 진실이라면 세자는 당연히 죽었어야 했고, 소설이라면 혜경궁은 세자를 죽이는 것에 협력한 자신의 가문을 살리기 위해 세자의 죽음을 정당화 시킨 것이다.

하여간 사도세자(思悼世子)의 죽음에는 많은 의문이 따른다. 일설에는 사도세자의 변란 밀고가 세자의 모친인 영빈 이씨에 의한 것이라 하나, 자신의 친자식을 죽이기 위하여 어미가 밀고했다는 것은 좀 수긍하기 어렵지 않을까?

영조(英祖)는 군사를 벌여놓고 세자를 불러들인 다음 "네가 만약 자결하면 조선국 세자의 이름을 잃지 않을 것이니 어서 자결하라!"고 명했다.

세자가 머리에서 피가 나도록 땅에 부딪치며 대죄를 했으나, 영조(英祖)는 빨리 자결하라고 독촉할 뿐이었다.

드디어 세자가 허리띠를 풀어 목을 맸고, 곧이어 땅에 쓰러졌다. 그러자 시강원 강관들이 달려와 매듭을 풀고 세자를 진정시켰다.

세자가 다시 울부짖으며 무죄를 항변했으나, 이미 이성을 잃은 영조(英祖)는 열 살 된 세손 이산(李祘)의 아비를 살려달라는 애원도 매몰차게 뿌리친 채 뒤주를 가져오도록 명했다.

놀랍게도 뒤주를 이용하라고 영조(英祖)에게 귀띔해 준 인물은 바로 세자의 장인인 홍봉한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영조(英祖)의 화가 풀리겠지 하고 생각한 사도세자(思悼世子)는 영조의 명에 따라 뒤주 속으로 들어갔으며, 영조는 뒤주를 자물쇠로 잠그고 대못을 박은 다음 동아줄로 묶어버렸다. 당시는 덥기 시작할 때인 음력 5월이었는데, 영조는 풀더미로 뒤주를 덮게 했다.

동궁의 신하들이 뒤주를 자세히 보니 한쪽 가장자리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임성이 구멍을 통해 약을 전하자 세자는 약을 받아 마셨으며, 적삼을 바꾸어 입었다.

이때 영조(英祖)가 뒤주 뒷쪽에 구멍이 있다는 밀고를 받고 구멍을 막게 한 다음 전교를 내렸다.
"세자를 폐해 서인으로 삼는다."

설마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랴 하고 뒤주를 열어 줄 희망에 더운 뒤주 속에서 8일간이나 굶으며 버티던 세자는 결국 역적이라는 이름하에 28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노론의 음모로 다음 왕이 될 세자가 뒤주 속에서 굶어 죽은 것이다.

세자가 죽어가는 시간에 장인 홍봉한을 비롯한 노론 대신들은 한강에서 뱃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홍봉한은 '왜 세자를 구하지 않느냐?"라며 울부짖는 윤숙을 처벌하라고 영조(英祖)에게 청했으며, 영조는 윤숙을 해남으로 귀양보냈다.

이렇게 세자가 뒤주 속에 있는 동안 세자를 동정했던 세자 측근들은 처형되거나 유배되었으나, 세자비 혜경궁 홍씨는 제 사내가 죽어 자빠지는데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아마 밥도 잘 먹고 잘 지냈을 것이다. 제 아비는 한강에서 뱃놀이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일본의 야마구치 현립도서관에서 사도세자가 혜경궁 홍씨와 혼인한 후 장인인 홍봉한 앞으로 보낸 26통의 친필 편지가 발견되었다.

이 편지묶음은 영조부터 정조까지 3대에 걸친 <어필서한집> 11권 중에서 발견되었다.

사도세자(思悼世子)가 죽기 6년 전의 편지에는 장인의 안부를 물으면서 '나는 한 가지 병이 깊어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라고 자신의 흉중을 털어놓은 기록이 있다. 이는 사도세자(思悼世子) 자신의 친필 편지에 쓴 것이기 때문에 사실일 것이다.

세자는 불안, 초조함을 호소하는 신경증, 번개와 천둥소리를 무서워하는 공포증, 옷을 제대로 입지 못하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었으며,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한다.

세자는 이러한 증상을 숨기고 의원들과 상의하려 하지 않았다 하나, 사리를 분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 세자가 실제로 역모의 고변 때문이 아니라 정신병이 심해져 여러 비행을 저지른 끝에 영조에게 살해되었을까?

사도세자(思悼世子)가 죽은 후 노론은 시파(時派, 의리없이 우세한 시류를 따라다니며 아부하는 무리)와 벽파(僻派, 나라 일을 도외시하는 무리)로 분열되었다.
물론 두 파의 명칭은 반대당에서 서로 붙인 것이다.
남인 일부와 합세한 시파의 영수는 남인 채제공(蔡濟恭)이었고, 벽파의 영수는 노론 김종수(金鍾秀)였다.

벽파(僻派)는 영조(英祖)의 처분이 백 번 옳으며, 사도세자(思悼世子)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데다 불효죄를 지었기 때문에 그의 죽음은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시파(僻派)는 사도세자의 죽음을 동정적으로 본 인물들로, 세자에게는 병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노론들에게 속은 영조(英祖)가 사도세자를 죽여 그 덕을 잃었으니, 당시 노론의 3재상 정권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 쪽이었다.

벽파(僻派)의 말을 들으면 세손 이산(李祘)은 죄인의 아들이니 왕이 될 수 없었고, 시파(僻派)의 말을 들으면 당시 정권을 잡고 있는 노론 정치집단의 정통성은 걸레가 되는 것이다.

사도세자(思悼世子)의 죽음의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사도세자의 죽음에 이렇게 많은 의문이 있는 것은 후에 세손 이산(李祘)이 영조에게 청하여 당시의 상황이 기록된 <승정원 일기> 약 1년분을 없애 버렸기 때문이다.

사도세자(思悼世子)의 죽음은 소론편으로 기운 사도세자가 영조(英祖)의 처신을 마땅치 않게 여겼고, 이를 인식한 노론들이 영조 사후를 대비하기 위하여 모함하여 죽였다는 평가가 옳다.

사도세자(思悼世子)가 죽은 뒤에야 자신의 무모한 행동을 뉘우친 영조(英祖)는 세자의 호를 회복시키고 장례를 치뤄 주었다.

생각할 사(思) 슬퍼할 도(悼) 슬픔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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