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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의 풍금

[스크랩] [네이트판]저희 가게에서 반찬 사갔던 아이 엄마가 이 글을 꼭 봤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인디컴(신승태)|작성시간16.05.10|조회수166 목록 댓글 1

 

안녕하세요.

게시판 성격이랑은 맞지 않지만 여기 쓰면 사람들이 많이 본다고 하길래 죄송하지만 여기에 쓸게요.

 

저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 단지 상가에서 반찬가게를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어제 저희 가게에 아이와 손잡고 와서 반찬을 산 아이 엄마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황금연휴인데도 남편과 저 둘다 자영업을 하다보니 쉬지 못했습니다.

어제는 일하는 아주머니가 쉬어서 저희 친정엄마가 가게에 나와서 일을 도와주셨어요.

저희 엄마는 한 쪽 손이 없으세요..

열일곱살때 공장에서 일하다가 다치셔서 왼쪽손을 잃었습니다.

비유가 이상하지만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이병헌씨 손과 비슷하게 의수를 끼고 생활하세요.

연휴때라 동네 반찬가게는 별로 바쁘지도 않는데 한사코 나와서 도와주시겠다고 하셔서

어제 엄마랑 같이 가게에 있었는데

여섯시 조금 넘은 시간에 네다섯살 돼보이는 남자아이와 엄마가 가게로 들어왔어요.

이것저것 골라서 계산하는데 제가 일찍 가게 닫으려고 정리중이셔서 엄마가 계산을했어요.

장시간 의수에 고무장갑까지 끼고 계셔서 피부가 간지러우시다고 장갑과 의수도 벗고 계셨는데..

아이가 묻더라구요.

 

할머니는 손이 왜 없어요?

 

순간 저희 엄마도 말문이 막히시더라구요.

근데 아이엄마가 아이에게

 

이 할머니는 음식을 너무 맛있게 잘 만들어서

천사님들이 손을 빌려간거야.

외할아버지처럼 나중에 하늘나라게 가시면 빌려줬던 손도 돌려 받고

상도 받고 선물도 많이 받으실거야.

그니까 할머니께 맛있게 잘먹겠습니다, 하자.

 

라고 설명하더군요,,,

아이는 저희 엄마에게 배꼽인사하면서 할머니 맛있게 잘먹겠습니다.

하고 계산하고 갔어요.

 

손님이 가고나서도 엄마가 한참 말을 안하시더라구요.

장사 접고 같이 친정집에 가는길에야 말씀하시길,

애기가 물어봤을때 그냥 다쳤다고 하려다가 왜 다쳤냐고 물으면

자세히 얘기하기도 뭐하고..너무 어린 아이라서 무섭게 생각할것 같기도하고..

혹시 아이가 무서워하면

그 애기엄마가 우리 반찬가게 다신 안오는거아닌가.. 이런 생각들이 들면서  말이 안나오셨대요.

요즘 젊은 엄마들이 다그렇진 않지만 극성스러운 엄마들이 많은데

애기엄마가 말도 예쁘게 하고 너무 착한것 같다며 애기도 똑똑하게 키울거라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셨어요.

그러고나서 집에 가서도 아빠께 그 일 얘기를 하면서 너무 기분좋아하시더라구요..

 

사실 저희 엄마가 아이들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요.

지금은 집에서 쉬시지만 그 전에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몇년동안 일하셨거든요.

몸이 불편해서 일하기 쉽지 않은데 아는 분 딸이 영양사로 있는 학교라서 일할 수 있었어요.

근데 요새 애들 다 그런건 아니지만.. 못된 아이들 몇몇이 급식실에서 저희 엄마한테

팔병X이라느니.. 후크선장같다느니.. 암튼 그런말을 서슴없이 하는 일들이 종종 있어서

저희 엄마 아이들한테 많이 상처받고 눈치보면서 일하셨어요.

불편하신 엄마가 그런 일 하게 만든 우리 남매들이 큰 죄겠지만요...

 

 

어제 그 아이엄마가 이 글을 본다면

너무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어찌보면 사소한 일일수도 있지만 저희 엄마는 그 일로 아이처럼 웃으면서 좋아하셨거든요..

동생한테도 얘기하니까 여기 글쓰면 애엄마들이 많이 본다길래 남겨봐요.

다음에 우리 가게 꼭 들려주세요.

저희 엄마가 다음에 또 오시면 꼭 맛있는 반찬 몇개 챙겨주라고 당부하셨거든요..ㅎㅎ

 

출처:네이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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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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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맘짱걸 | 작성시간 16.06.09 아이엄마의 지혜와 예쁜 마음이 감동이네요.
    그 상황에 그런 재취를 발휘하다니...고맙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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