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미야노는 급히 소형 리모콘의 버튼을 꾹 눌렀다. 그러자 육중한 소음과 함께 바닥에 구멍이 뚫리며 물이 빨려들어가고 물고기들도 다시 아래로 헤엄쳐들어갔다. 이제야 한 시름 놓는가 했더니 키드까지 아래로 쫄쫄쫄 빨려들어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래는 수족관과 연결되어 있어서 기절 정도가 아니라 정말 익사할 수도 있다.
미야노는 어쩔 수 없이 리모콘의 버튼을 눌러 바리케이트를 철회시켰다. 한 쪽으로 키드를 치워놓고 물이랑 물고기를 빨아들일 생각이었다. 바리케이트가 내려지자 미처 빨려들어가지 못한 물과 키드의 몸이 미야노를 덮쳤다. 미야노는 다소 버겁게 키드의 몸을 받아들며 투덜거렸다.
"이 자식은 진짜 머리에서 부터 발 끝까지 마음에 드는게 하나도 없구만."
뺨이 톡톡 두드려지고 있었다. 그래도 눈을 뜨지 않자 심장이 맛사지 되더니 다시 아까보다 조금 세게 뺨이 툭툭 두드려졌다. 역시 눈을 뜨지 않는다. 그러자 점점 타인의 그림자가 얼굴 쪽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입술 쪽이다.
"키드...정신 좀 차려봐.."
다정한 목소리에 키드는 숨을 훅-하고 들이마셨다. 약간 두근두근해져서 탐정의 인공호흡을 기다리고 있는데 느닷없이 목이 졸려왔다. 엥? 인공호흡이 아니라 목이 졸려와? 키드는 있는 힘껏 미야노의 손을 뿌리치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 와중에 몇 모금인가 삼켰던 물이 토해져 거북하던 속이 한결 편해졌다.
"켁켁켁! 이게 뭐하는 짓이...어? 돌아왔네, 탐정군?"
"돌아온 건 나 뿐만이 아닐텐데."
어느새 미야노는 신이치의 모습으로 돌아와있었다. 아까 키드를 구할 때 물을 맞아 약의 효과가 떨어졌던 것이다. 신이치의 말을 들은 키드가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니 어느새 자신도 가쿠란 차림의 카이토로 돌아와있었다. 키드복 속에 가쿠란을 입고 왔었던 것이다.
"그럼 이제 선생님이 아니니까 편하게 말할게. 나...왜 경찰에 넘기지 않았어?"
사실은 죽일수는 없으니까 물에서만 쏙 건져서 고대로 경찰에 넘길 심산이었다. 그런데 물에서 떠 밀려온 키드의 몸을 잡으려 무의식적으로 키드의 팔을 잡게 되었다. 옷을 겹겹히 껴입어서 그냥 봐서는 몰랐는데 막상 만져보니 왼 팔에 비해 오른 팔에 붓기며 울혈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급히 윗 옷을 벗기고 확인해보니 기브스를 풀고 지금껏 움직인게 신기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에 깜짝 놀랐던 것이다.
"진 빚은 갚아야지."
"호오- 탐정군이 그렇게 양심적인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그럼 다시 경찰에 넘겨주리?"
신이치의 눈이 찌릿해지자 키드가 실실 웃으며 뒷걸음질 쳤다.
"그럴리가요."
"이번 한 번 뿐이야. 다음에 잡히면 용서 없어."
"예에-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 전 이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키드는 날개를 펴고 창공 저 편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신이치는 하늘을 가르고 있는 키드에 등에 대고 힘껏 소리쳤다.
"내일도 지각하면 죽는다!"
"미쳤어, 미쳤어! 그렇게 주의를 줬는데 어떻게 하루만에 돌아와 버릴 수가 있어!"
하이바라의 잔소리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벌써 한 시간 째 똑같은 타박을 듣고 있으려니 귀에 딱지가 앉을 것만 같았다. 신이치는 핫토리에게 눈빛으로 SOS를 보냈지만 핫토리는 본 척도 안 하며 추리 소설에만 고개를 파묻고 있었다. 이럴 때 괜히 나서면 자신까지 하이바라의 과녁이 되어 잔소리 폭탄세례를 맞게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안..."
"미안하다면 다야! 이 노릇을 어떡할거야?"
"다시 약 먹으면 되잖아.."
"으이구 답답아! 그 약이 얼마나 심장에 무리를 주는지 알아? 어제도 너 쓰러졌었잖아.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오늘 또 먹으면 정말 큰일날 수도 있다고. 너 자꾸 그러면 언제 한 번 코난으로 만들어서 패버리는 수가 있어."
"헉..하..하이바라.."
"와! 그거 좋은 생각이다!"
신이치가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는데 신이치가 도움을 요청할 때는 들은 척도 안 하던 핫토리가 반색을 하며 기뻐했다. 신이치가 매서운 눈으로 핫토리를 노려보자 그제서야 핫토리는 다시 쥐 죽은 듯 추리 소설에 파묻혔다. 그러자 하이바라가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신이치는 하이바라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느꼈다.
"그럼 .. 어떡하지?"
"어떡하긴 어떡해. 그냥 당분간 여장하고 다녀야지."
"여..여장..?"
신이치는 하이 힐 때문에 다리가 아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침에 나올 때 핫토리가 바둥거리는 자신을 힘으로 꼭 붙들고 있는 사이 하이바라가 재빨리 하이 힐을 신겨버렸다.
"아니! 체육 선생님이 하이 힐을 어떻게 신어! 미니스커트만 해도 불편해 죽겠구만."
그러자 하이바라가 있는 힘껏 신이치를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그러니까 누가 약효 떨어뜨리래?"
"가발도 썼는데 꼭 이렇게 까지 해야 돼?"
"네가 지금 여자 몸도 아니고 남자 몸인데 이렇게라도 안 꾸미면 남자인거 금방 들통난다고 멍청아."
"어차피 수업 할 때 갈아입어야 된다고..다 소용 없다니깐?"
"이론 수업하면 되잖아!"
할 말이 없어진 신이치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묵묵히 집을 나섰다. 그것까진 좋았는데 한 발 한 발을 내딛을 때 마다 발바닥과 종아리에서 비명을 질러대서 죽을 것만 같았다. 학교까지의 길이 천릿길 같았다.
"저.."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에 홀깃 돌아본 신이치는 식겁해버렸다. 다름아닌 모리 코고로였다.
"무슨 일이시죠?"
"아....아! 옛! 저는 불세출의 명탐정 모리 코고로라고 합니다만....그..혹시...시간이 좀 있으시면..."
"아뇨. 없습니다만."
신이치의 냉담한 반응에 모리 코고로는 적잖이 당황해버렸다.
"아, 예....그러시겠죠. 워낙 아름다우시니까...저..그...혹시 무슨 어려운 일이 생기면..이리로..."
모리 코고로가 명함을 내밀었다. 신이치는 아무 말 없이 명함을 받아 돌아섰다. 왠지 뒤에서 계속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지각 할 지도 몰라 꿋꿋이 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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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MATE 작성시간 10.01.27 신이치는 불세출의 명탐정 모리 코고로(...)를 모른다는 설정인가요? 워낙 아름다우시니까라니ㅋㅋㅋ 방금 전까지 코난 애니를 보고 있던 나는 이 갭이 엄청나게 웃겨ㅋㅋㅋㅋ 코난보고 귀찮다고 구석으로 집어 던지는게(비유적인 표현이 아님)방금 전이었는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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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레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0.01.27 아니 ㅋㅋ 신이치는 코고로를 알지만 그냥 귀찮으니까 무시하는거고 코고로는 변장한 신이치의 미모에 반해서 란의 남자친구인 신이치인줄은 꿈에도 모르고 그냥 예쁜 아가씨인줄로만 알고 침 줄줄 흘린다는 설정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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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딸기구름 작성시간 10.01.27 악ㅋㅋㅋㅋㅋㅋㅋㅋ모리ㅋㅋㅋㅋㅋㅋ모리야ㅋㅋㅋㅋ나 진챠 저 분이 저런 상황에서 저런 행동을 하며 저런 말을(뭐)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덱ㅋㅋㅋㅋ아악ㅋㅋㅋ자꾸 이 장면이 단행본 원작체로 상상이 되서 웃겨 미칠 것 같악ㅋㅋㅋㅋㅋ모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음남발 죄송합니다ㅋㅋ너무 욱ㅋㅋㅋㅋ겨서미치겠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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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샤에이 작성시간 10.01.27 모리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ㅋㅋㅋ진짜 저도 자음남발 죄송합니다. 모리씨 나온시점부터 급뿜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