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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도가家서재

[단편][사구카이] 솔직하지 못한…

작성자네자제한|작성시간10.06.28|조회수1,658 목록 댓글 4

여러분에게 똥을 던지고 갑니다.

사구카이. 단편.

개드립 말장난과 유행지난 개그가 포함.

안구 테러에 요주의.

 

 

 

 

  솔직하지 못한 사람

 

 

 

 카이토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저 자신이 끝없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아, 총에 맞았구나. 카이토는 직감했다.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행글라이더를 벗어야하는데. 그는 약간 초조해졌다. 이대로 가다간 땅에 떨어져 가루가 되버린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어디에 맞은걸까? 카이토는 오감을 곤두세웠다. 관자놀이? 어깨? 등?

 그것도 아니면 머리일까. 나는 이미 즉사한게 아닐까.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의 소리가 매서웠다. 카이토는 눈을 감았다.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다. 주마등처럼,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만화가 맞았구나. 카이토는 그 상황에도 순수한 감탄을 해본다.

 엄마, 아오코, 아카코, 나카모리 아저씨, 재수없는 탐정 꼬마, 클래스 메이트. 미안하게 됐군. 그치만 탐정 꼬마한텐 미안하지 않아. 카이토는 쿡쿡 웃었다. 조금은 애달픈 웃음이었다. 그리고 아버지. 조직 놈들에게 복수하고 싶었는데. 안타까워. 나는 결국……. 지금 눈을 뜨면 모노클이 뿌옇게 흐려져 있을거라고, 카이토는 생각했다.

 "쿠로바!"

 저 아래 어딘가에서, 다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차, 널 빼먹었구만. 그대로 잊어도 상관없었겠지만 말야. 카이토는 어떻게든 노력해서 꾸역꾸역 눈을 떴다. 폐건물의 옥상 위, 장신의 실루엣이 보인다. 멀리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금발. 하쿠바 사구루였다. 사구루는 평소와 같은 기분 나쁠 정도로 느물느물한 표정이 아니었다. 필사적인 얼굴. 자신을 향해 있는 힘껏 손을 뻗고 있었다. 카이토는 그를 향해 곧장 추락했다.

 …구해주려는거야?

 미친 거 아냐? 여기서 받았다간, 둘다 크게 다친다고.

 "바보같으니! 정신을 차려! 그 행글라이더를 벗으란 말이다!"

 사구루의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 우스꽝스러웠다. 하하, 고지식한 도련님. 정말 멍청하다니까. 카이토는 배가 아프도록 웃고 싶었다. 정말 배가 아픈 것도 같았다. 아야야, 불유쾌한 통증에 카이토는 눈썹을 찡그렸다. 하반신에서 짜릿하게 퍼져오는 격통. 나는 살아있는거냐. 젠장, 적어도 바로 죽진 않을 테지.

 그렇다면 아까까지 시간만 잡아먹었던 회상은 대체 뭐야. 카이토는 투덜거렸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하여 행글라이더에서 빠져나왔다. 기기는 건물을 비껴나 저 아래로 사라져 갔다. 고물이 되다니 불쌍해라. 저래보여도 아버지의 유품인데. 카이토는 심심한 애도를 표하며, 이젠 지근거리에 다다른 사구루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래, 확실하게 이용해주지. 카이토는 입을 벌렸다. 그리고 뭔가를 중얼거렸다. 카이토의 입모양을 읽은 사구루는, 조금이나마 안도한 듯 했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옥상 바닥을 뒹굴었다. 고통스러운 기침과 신음소리. 아래에 깔려있던 사구루의 나지막한 욕설. 뿌옇게 피어올랐던 먼지가 점차 가라앉았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사구루였다.

 "…쿠로바, 살아있어?"

 "그ㄹ…가 아니라, 전 괴도 키드, 쿨럭, 입니다만……."

 카이토의 어설픈 변명에 사구루는 한숨을 쉬고는, 더러워진 하얀 수트 사이로 총상의 흔적을 찾는다. 검붉은 액체는 쉽게 눈에 뜨였다. 재빨리 상태를 살피는 사구루의 눈초리가 날카로웠다. 관통상. 다행히 총알은 없었다. 격한 분노를 참는지, 꽉 다문 잇새 사이로 뿌득, 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구루가 응급 처치를 하는 동안 카이토는 반항 한번 하지 않고 하늘을 보며 얌전히 누워 있었다. 통증 탓이라기보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살아난 것까진 좋지만……. 이제 어쩐담.

 카이토는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었다. 괴도 키드의 정체가 완전히 들켜 버렸다. 이제 영락없이 감옥 행이다. 아까까지 카이토의 회상 속에 등장했던 사람들이 그를 대차게 까러 몰려오는 상상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난 틀림없이 죽고 말거야. 이럴 바엔 아까 죽는 게 나았을지도. 카이토는 살짝 몸을 떨었다. 그의 떨림을 느꼈는지, 사구루의 손이 멈칫했다.

 "괜찮아?"

 "…상관마."

 "곧 구급차가 올거야. 무전기로 연락했으니까."

 카이토는 고개를 돌렸다. 탁한 먼지 냄새가 코를 찡하게 만들었다. 출혈 탓인지 머리가 어질거렸다. 곧 정신을 잃을지도 모르겠다. 후우, 사구루가 낮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나지막히 카이토의 귓가에 속삭였다.

 "안심해, 쿠로바."

 "……."

 뭘 안심하라는거야, 빌어먹을 탐정. 시야가 가물거렸다. 깊은 잠에 빠지기 직전과 같았다. 물결처럼 하느작거리는 세상에서, 사구루의 목소리만이 카이토에게 흘러들어왔다.

 "경찰에 넘기진 않아. 날 믿어."

 흥, 믿긴 개뿔이. 그 생각을 끝으로, 카이토의 기억은 거기서 끊겼다.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가 났다. 청결하고 깨끗한 느낌. 카이토는 등의 감촉으로 자신이 침대에 누워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몸의 여기저기에 붕대가 감겨있는 듯 했다. 총에 맞고, 더러운 바닥을 구르기까지 했으니 당연한 결과인가. 섣불리 몸을 움직였다간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올지도 모른다. 카이토는 조심조심 눈을 떴고, 자신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고 있던 사구루와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 뭐야 너……으케헥!"

 깜짝 놀란 카이토는 벌떡 일어나려다 꼴사나운 비명을 질렀다. 사구루는 비웃지도 않고 가만히 카이토를 바라보았다. 사구루의 세심한 배려아닌 배려로, 현재 카이토는 수트 안에 입고 있던 가쿠란 차림이었다. 불행 중 다행이군. 증거품으로 쓴다고 숨겨놓지나 않았음 좋으련만. 넘쳐 흐르는 통증에 카이토는 눈썹을 확 찡그렸다. 조금 진정되자, 다시 한바탕 따지려다가 무언가 발견했다. 사구루의 얼굴이 묘하게 달랐다. 카이토가 깨어났다는 안도감보다는, 뭔가 다른 이유로 흐려져 있었다. 걱정? …은 아닐테고. 괴도 키드를 잡으려던 목표가 이루어진 허무감? ……뭘까. 카이토는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왜 얼굴이 그 모양이야."

 "…아무 것도."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구루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카이토는 의아해했지만 곧 다른 것에 생각이 미쳤다. 경찰. 체포. 괴도 키드. 이렇게 세개의 키워드말이다. 정신을 잃기 직전에 사구루는 괜찮다고 말해준 것 같으나, 카이토가 믿을 리 없었다. 어찌되었건 둘은 상당히 사이가 나빴다. 애초에 사이가 나쁘고 말고, 잡혔으니까 어쩔 수 없다만.

 "그래서 난, 언제 체포되는거지?"

 사구루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슨 말을 하는지 갈피를 못잡는 듯, 한동안 말똥말똥. 토끼의 빨간 눈동자같기도 했다. 그러고 있다가 뒤늦게서야 이해했는지, 피식 헛웃음을 흘리며 사구루가 말했다.

 "넘기지 않겠다고 했잖아, 쿠로바."

 "넘기지 않겠다는 구라지, 하쿠바."

 "그런 게 아냐."

 사구루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부정했다. 이렇게 되면 이번엔 카이토가 눈을 동그랗게 뜰 차례였으나, 아직도 의심이 채 가시지 않았던 카이토는 변함없이 뚱한 표정이었다.

 "그럼 병원엔 어떻게 온건데."

 "경찰은 조직을 쫓고 있어."

 "하?"
 "네가 병원에 온건, 경찰 몰래야. 작전 상 비밀리에, 뭐 그런거지."

 너는 내 조수 정도로 말해놓았으니까 괜찮아. 키드를 잡으려다 조직의 총을 맞았다고. 그러니까 안심해. 사구루는 티 없이 깔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은 건 둘째치고, 카이토는 그런 삼류 거짓말에 모두가 속아줬단말야? 이 나라 경찰은 장차 어떻게 되려고! 그보다 왜 내가 저 놈의 조수?! 따위의 것들로 끙끙거렸다. 카이토의 생각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사구루는 쿠로바, 굳이 고맙다고 말할 필요는 없어. 의 대사들을 늘어놓았다.

 잠시간, 동일언어를 씀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이 안되는 현대판 바벨탑의 장이 지나간 후, 겨우 안정을 되찾은 카이토는 사구루를 흘깃 보았다. 여자같이 고운 아미, 뚜렷한 이목구비의 하얀 피부, 웨이브진 블론드 머리, 진한 크림슨의 홍채. 이 녀석은 무늬만 일본인인 양키다. 어쨌건 그런 얼굴엔 여전히 그늘이 자리하고 있었다. 대체 뭐때문에 그래? 카이토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하쿠바…, 뭔 걱정이라도 있어?"

 "……."

 사구루는 그늘 진 얼굴로 카이토를 응시했다. 그러고는 떨리는 말로 아무 것도 아니라니까, 를 반복했다. 역시 뭐가 있잖아! 바락 화를 내며 카이토가 따지자 더더욱 침통해졌다.

 "…쿠로바."

 "ㅇ, 왜?"

 "사실은, 총알이……."

 초, 총알이? 카이토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사구루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눈을 딱 감고 선언했다.

 "좋지 않은 곳에 맞았어."

 "무, 뭐?!"

 내, 내, 내가 고자라니!!! 익숙한 남자의 절규가 카이토의 뇌를 뒤흔들었다. 내가 고자라니! 조직 이 놈들! 고자라니! 고자! …아니 이럴 떄가 아니잖아! 지지지지지진짜냐?! 혼란에 빠진 카이토의 눈 앞에, 아까와 같이 주마등이 지나갔다. '호호호호! 이제 정말로 나에게 반하지 않은 남자는 없어졌어! 카이토는 남자가 아니니까!' 하고 외치는 아카코, 'ㅋㅋㅋㅋ고자새낔ㅋㅋㅋㅋ도둑놈ㅋㅋㅋㅋㅋㅋ' 의 미친 탐정 꼬마, '에? 고자가 뭐야?' 하고 순수하게 되묻는 아오코……………안 된다! 그런 비극은 일어나선 안돼!

 "하, 하, 하쿠바, 그 말 지지지지진짜야?"

 사구루는 굳은 얼굴을 펴지 않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젠 거의 울먹울먹하며 펑펑 눈물을 쏟을 지경이 된 카이토를 한번 바라보고는, 그는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거짓말이지."

 

 

 

 "…뭐, 지난 일은 넘어가고. 그래서 나는 언제쯤 퇴원할 수 있어?"

 사구루가 손수 나가서 사온 초코 하겐다즈 한 통을 우걱우걱 퍼먹으며 카이토가 물었다. 흉하게 멍이 든 눈가를 날달걀로 문지르던 사구루가 볼멘 소리로 대답했다.

 "알 게 뭐야."

 카이토는 듬뿍 한 숟가락을 떠 입에 쑤셔넣었다. 차갑고 달콤하다. 아무래도 사구루는 심각한 나르시즘인 것 같다. 고작 얼굴 한 대 때렸다고 저렇게 삐지다니. 따지고보면 맞아도 싼 일인데. 백대쯤 때려도 좋았겠지만, 아이스크림을 사온 성의가 있으니 카이토는 여기서 봐주기로 했다. 그보다 아슬아슬하게 빗나가서 정말 다행이지. 붕대가 칭칭 감긴 허벅지를 보며 카이토는 안도했다.

 "하쿠바, 왜 날 구해준거야?"

 사구루는 카이토를 보았다. 입가에 잔뜩 묻히며 먹는 바보같은 모습. 하지만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키드의 눈빛이었다. 어중간한 대답을 하면 바로 매서운 추궁이 들어올 터였다. 조금 긴장한 사구루는 날달걀을 내려놓았다.

 "클래스메이트잖아."

 "웃기지도 않은 소리는 집어치우고."

 역시나. 카이토는 차갑게 대꾸했다. 숟가락을 잡았던 손은 어느 사이엔가 사구루의 멱살을 단단히 잡아 쥐고 있었다. 이렇게 난동부리면 상처가 빨리 아물지 않는데, 사구루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에 더 화가 났는지 카이토의 손아귀에 힘이 더욱 들어갔다. 숨 쉬기가 조금 불편해졌다.

 "내가 잡기 전에 죽어버리면 재미없으니까."

 카이토의 손이 스르륵 풀렸다. 흐응, 그렇단 말이지. 숙제를 안 해온 아이의 어설픈 변명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심하는 초보 선생님처럼 팔짱을 끼고 있었다. 흐응, 흐으으응, 카이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생긋 웃었다. 키드의 매력적인 미소. 카이토의 장난스러운 웃음이 아니었다. 상대를 홀릴 듯이, 아득한 깊이가 느껴졌다.

 잡기 전에 죽어버리면, 재미없으니까 ─── 말이지, 흐응. 카이토는 사구루의 대답을 반복하며 생긋생긋, 웃었다. 날카로운 가시를 지닌 장미꽃 같은 웃음. 사구루는 조용히 카이토의 판결을 기다렸다.

 "나 참, 탐정이란 족속들은 다들 그렇다니까."

 카이토가 다시금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푹, 엄청난 양의 아이스크림이 카이토의 입으로 사라졌다. 저걸 어떻게 한입에 삼키는지, 사구루는 아연해졌다.

 "그 놈의 소유욕은 정말 지긋지긋해. 자제 좀 하라고?"

 뭐, 이번에는 좋게 작용했지만 말야. 카이토는 찡긋 윙크했다. 그리곤 푸하하하, 즐겁게 대소하며 우물우물 아이스크림을 씹었다. 다시 카이토로 돌아왔다. 카이토는 사구루의 변명을 믿어주었다. 믿어준 척 해주었다. 사구루는 안도했다.

 까득까득, 벌써 한 통을 다 비운 카이토가 숟가락으로 바닥을 긁었다. 시끄러운 소음이 났다. 우회적인 협박이었다. 당장 가서 새로 사오지 않으면 이번엔 반대쪽 눈가에 멍을 만들어줄거야. 너구리 같은 하쿠바. …풋, 사구루는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그러고는 갔다올게,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이토는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로 돌변하며 외쳤다.

 "이번엔 두 통 사와!"

 "돈 없어."

 "와 그지."

 누가 누구를 거지라고 하는건데, 사구루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카이토에게 내밀었다. 손수건을 홱 낚아챈 카이토는 거친 동작으로 입가를 슥슥 닦았다. 사구루는 그런 카이토를 뒤로 하고 방을 나왔다.

 사구루가 완전히 나간 것을 확인하자, 카이토는 사정없이 구겨진 손수건을 도로 폈다. 깔끔한 체크 무늬. 사구루와 닮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심술을 부린 걸지도 모른다. 그는 손을 들어 반듯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당연히도, 주름은 잘 사라지지 않았다. 고집쟁이. 쓸데없는 고집쟁이. 카이토는 툴툴거렸다.

 "…하쿠바, 진짜 바보."

 

 

 

 End

 

 

 

 

 

 

 

 

 

 …And

 

 

 

 솔직하지 못한 사

 

 

 

 "네. 하쿠바입니다. …놓쳤습니까? 그거 아쉽군요. 네, 네. 괴도 키드보다는 그 쪽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무전기를 손에 든 사구루의 얼굴은 병실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매우 진지했다.

 "네, 좋습니다. …OK, 그럼 이것으로."

 딸깍. 무전이 끊어졌다. 사구루는 무전기를 벨트에 찼다.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그 녀석을 위해 친히 아이스크림을 사러가는 일이. 사구루는 근처의 편의점으로 향했다. 두 통이라, 딸기랑 바닐라면 되려나. 딸기랑 초코가 좋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단 것이라면 환장할 만큼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정말로 어린애 취향이다.

 사람도 차도, 아무 것도 없는 새벽 두시의 거리. 사구루는 불현듯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어둑어둑한 하늘엔 만월만이 홀로 떠있었다. 별을 찾아보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다. 달이 너무 밝아서일까. 하얗고 깨끗한 달. 하지만 사구루는 달엔 셀 수 없이 많은 크레이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 사구루가 알고 있는 누군가와 꼭 닮아 있었다. 너무나도 많은, 혼자서는 도저히 질 수 없는 짐을 모두 떠안으려고 아둥바둥하는 누군가를. 상처와, 눈물과, 고독을 모노클과 실크햇, 하얀 수트로 가리고 의기양양하게 웃는 누군가를. 상처는 언젠가 나아 흉터가 되고, 눈물은 흘릴 대로 흘려 말라붙어 버릴 것이다. 사구루는 그의 짐을 대신 들어줄 수 없었다.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그의 고독만큼은, 곁에서 지울 수 있기를.

 「잘 받아」

 소리없이 전해진 한 마디. 필사적으로 벙긋거리던 그의 입술이 떠올랐다. 단 한 순간이지만 그는 사구루를 신뢰했다. 크게 뜨여진 청안엔 올곧은 믿음이 담겨 있었다. 반드시 자신을 받아줄거라고. 적어도 지금은, 사구루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하지만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 사구루는 힘차게 걸음을 옮겼다.

 언젠가 끝의 끝, 모든 것의 마지막이 되면,

 그는 자신을 온전히 믿어줄까.

 

 그렇게 되길, 사구루는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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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딸기구름 | 작성시간 10.06.29 거의 관심이 바닥을 기었다고 생각하던 사구카이에게 이렇게나 애정이 갈 수 있다니ㅜㅜㅜㅜㅜ지금 전쟁을 한 바탕 치르고 와서 기분이 매우 심란했었는데 어느정도 누그러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ㅜㅜ눈빛은 진지한데 행동은 어린애인 카이토 짱이예요 머릿속의 환상의 캇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 작성자신세계 | 작성시간 10.07.03 으아 ㅠㅠ 너무 재미있어요 ㅠㅠㅠ!! 사카이는 언제나 ^_^ 너므 조아요..하악 정말 사구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죄많은 남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랑한다 ㅠㅠㅠㅠ 이 양키의 탈을쓴 ㅠㅠㅠㅠ 고딩아 ㅠㅠㅠㅠ 앙러ㅏㅁ림노림너 ㅠㅠㅠ 카이토도 ㅠㅠ 흐응 이라니 ㅠㅠ 아오 ㅠㅠ 둘이 너무 귀여워요 ㅠㅠ 정말 ㅠㅠㅠ 좋은 사랑 앞으로 만들어 갈꺼라고 믿겟습니다 ㅠㅠ !! 나중에 다른 글도 기대할께요 ㅠㅠ 건필하세요!
  • 작성자MATE | 작성시간 10.07.05 카이토는 남자가 아니니까..ㅋㅋㅋㅋㅋㅋ 글을 본 건 꽤 된 것 같은데(라곤 말하지만 전 이제 도무지 제 시간감각을 믿을 수가 없네요;;)이제서야 댓글을 다는 제게 자비를 베푸셔요..TT 대충 하쿠바가 건너편 건물 옥상쯤에서 키드를 받아준♡;; 것 같은데ㅋㅋㅋㅋㅋ 아 존ㅋ나 좋네여ㅋㅋㅋㅋㅋ 이건 무슨 영화의 한장면인가여? ㅋㅋㅋㅋ 하쿠바가 갈수록 멋있어져서 불안합니당(반쯤 진심)ㅜㅜ
  • 작성자뉴인 | 작성시간 10.09.12 아~ 정말 잘쓰셨어요 ㅠㅠ 사구카이 제가 정말 좋아하는 커플중 하나인데 이 커플 소설을 볼수있는건 정말 드물었는데
    이렇게 잘쓰인 소설을 볼수 있다니~!!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개그코드가 살짝 들어가있는 둘의 애정행각 ㅋㅋㅋ 정말 바람직한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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