夜逃げ屋:야반도주 도우미
지난번에 일본의 가게 이름은 '야(や, 屋)'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생선가게는 '사카나야(さかなや, さかな屋)', 우동집은 '우동야(うどんや, うどん屋)', '키무라'라는 사람이 하고 있는 가게는 '키무라야(きむらや)' 같은 식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일본어로 정치가는 '세이지카(せいじか, 政治家)'라고 하지만 '세이지야(せいじや, 政治屋)'라는 표현도 있다. 말 그대로 '정치 가게' 즉 '정치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므로, 우리말의 '정치꾼'에 해당한다.
'난데모야(なんでもや, なんでも屋)'라는 표현도 있다. '난데모(なんでも, 何でも)'는 '무엇이든지'라는 뜻이다. 즉 '난데모야'는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행하는 가게를 뜻하므로 우리의 심부름 센터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하겠다.
비슷한 것으로 '벤리야(べんりや, 便利屋)'라는 것이 있다. '벤리(べんり, 便利)'는 '편리'이므로 '벤리야'는 '편리함을 파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수도나 전기 계통의 수리 같은 잡일을 해주는 사람들이다.
무척 재미있는 것으로 '요니게야(よにげや, 夜逃げ屋)'라는 것이 있다. 가운데의 '니게(にげ, 逃げ)'는 '니게르(にげる, 逃げる, 도망치다)'의 명사형이므로 '도망'이라는 뜻이고, '요니게(よにげ, 夜逃げ)'는 한밤중에 도망가는 '야반 도주'를 말한다.
'요니게야(よにげや, 夜逃げ屋)'는 야반도주를 도와주는 사람들을 말한다. 한밤중에 몰래 활동하는 '힉코시야(ひっこしや, 引越し屋, 이사짐 센터)'라고 할 수 있겠다. '요니게야(よにげや, 夜逃げ屋)'는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 존재를 알고 있었는데 90년대 중반 같은 제목의 영화가 히트하면서 일반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이런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90년대의 장기 불황 속에서 빚쟁이에 시달리는 신용불량자들이 많이 발생한 것이 원인인데, '요니게야'를 이용하면 살림살이와 함께 야반도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대중문화평론가>